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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골드바

강경희 기자
입력 2025.02.12. 20:25

일러스트=이철원


전남 함평군은 멸종 위기의 천연기념물 황금박쥐가 162마리 발견되자 순금 162㎏에, 은 281㎏으로 2008년 황금박쥐상을 제작했다. 세금 27억원을 들였는데 ‘혈세 낭비’로 지탄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함평의 테슬라’로 불린다. 금값이 치솟아 가치가 10배로 뛴 270억이 된 덕분이다. 테슬라나 엔비디아 못지않게 높은 수익률의 금(金)테크다.

▶금은 얇게 펴지고 늘어나는 성질이 뛰어나 1g 정도의 금을 최대 3㎞ 가까이 늘일 수 있다. 엄지손가락만 한 금을 얇게 펴면 3층 건물을 뒤덮을 정도여서 장신구 등에 많이 쓰였다. 그간 지구에서 채굴된 금은 통틀어 18만7200t이다. 90% 이상이 미국 서부 ‘골드 러시’ 이후 채굴됐다. 잔존 매장량 5만여t이 15년 이내에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부여 편에 우리 조상들이 금은을 모자 장식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태종 때는 “금이 나지 않는데 해마다 중국에 바치는 것이 700여 냥쭝(26.25㎏)이나 되니 매우 염려된다”며 궐내에 금은 그릇 사용을 금지했다. 지금처럼 아기 돌잔치에 금반지를 선물할 정도로 대중화된 건 1973년 금 수입 자유화 이후다. 2000년에 순금 1돈(3.75g)의 도매가가 약 3만9600원이어서 돌반지 선물도 줄 만했다. 지금은 60만원을 넘어가니 선뜻 돌반지 선물도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인데 한국은행 금 보유량(104.4t)은 세계 36위에 불과하다. 미국(8133t), 독일(3352t), 이탈리아(2451t), 프랑스(2436t) 순으로 중앙은행 금 보유량이 많다. 러시아는 2014년부터 금을 대거 사들여 세계 5위가 됐다. 최근엔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고 금을 집중 매입한다. 보석용 수요 외에,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 수요가 늘어 금값이 치솟고 있다.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31.103g)당 2908.1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전 자산이라고 하나 오랫동안 별로 매력 없는 투자처였다. 1980년 트로이온스당 680달러에서 1985년 300달러 밑으로 반 토막 났다. 27년 만인 2007년에야 1980년 시세를 회복했다. 유럽 재정 위기가 벌어진 2011년에 1900달러까지 올랐다가 또 반 토막 났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 금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한국조폐공사가 금 판매를 일시 중단할 정도로 국내에도 골드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불안한 경제를 방증하는 불안한 금값 상승이다.

함평 황금박쥐상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2/12/7TUTNLO5H5F2NJCWD5YI4EW5XA/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