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기자
입력 2025.02.26. 21:11 업데이트 2025.02.27. 00:19
“다시 합법적(체류자)이 되니까 정말 좋네요!”
1976년 7월 27일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존 레넌이 뉴욕 이민국 앞에서 외쳤다. 그의 손엔 녹색 무늬의 미국 영주 번호 등록증, 이른바 ‘그린카드’가 들려 있었다. 1972년 닉슨 행정부는 레넌을 미국에서 추방하려 했다. 레넌의 반전·평화 메시지가 닉슨 대통령의 재선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레넌도 이후 4년을 소송한 끝에야 겨우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다. ‘걸출한 예술가’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세계적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 등의 서한도 법원에 제출했다.
▶트럼프 행정부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에게도 한때 불법 체류를 했다는 의혹이 따라다닌다. 남아공 출신인 머스크는 1995년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다니겠다고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했는데, 학교 등록도 하지 않고 곧바로 창업했다. 분명한 이민법 위반이었지만, 그는 부자가 된 후 이 문제를 해결하고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거액 투자가 필요한 ‘투자이민(EB-5)’으로 영주권부터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1985년 개봉한 한국 영화 ‘깊고 푸른 밤’은 미국 영주권을 얻기 위해 위장 결혼한 부부의 비극을 그렸다. 1990년 미국 영화 ‘그린카드’에도 영주권 때문에 위장 결혼한 부부가 나온다. 100만달러쯤 내면 미국 영주권을 주는 ‘투자이민’ 제도는 미국 영주권의 이런 인기 속에 1990년 만들어졌다. 영국, 캐나다, 호주, 스페인 등도 비슷한 형태의 ‘골든 비자(Golden Visa)’ 제도를 운영했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 선진국 대부분이 이 제도를 폐지했다. 중국 부유층이 몰려 실질적 투자는 안 되고 주택 가격만 폭등하는 등의 부작용 때문이었다.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카드(미국 영주권)는 골드카드”라며 “약 500만달러(약 70억원)의 가격에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렇게 ‘일시불’을 내고 이주할 수 있는 국가는 지중해의 몰타나 카리브해의 세인트루시아 같은 작은 나라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미국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푸틴과 친한 러시아 재벌 마피아들도 받겠다고 한다.
▶트럼프는 부동산 업자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이름으로 팔 수 있는 것은 뭐든 팔았다. 트럼프 스테이크, 보드카, 물까지 있었다. 대통령 당선 뒤에도 자신과 따로 만날 수 있는 모임 티켓을 100만달러에 팔았다. 그는 미국의 역사, 정신, 가치, 품위, 체면까지 팔 것 같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2/26/IBCF4YPKHZCJTMQNPY6KATUOCI/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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