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 관리 AI 서비스 급성장
김효인 기자(조선일보)
입력 2025.02.26. 00:34
직장인 김모(35)씨는 요즘 마음이 힘들 때마다 인공지능(AI) 챗봇과 대화한다. 속내를 한바탕 쏟아내면, 챗봇이 김씨 마음을 진단하고 행동을 조언한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산책을 가보라” “화가 날 때는 숨을 깊이 들이쉬라”는 식이다. 김씨는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전문 심리상담가를 찾아가기는 부담스러워 AI 챗봇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가족, 친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을 속시원히 이야기하고 반응을 얻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AI의 도움을 받아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의료 기기로 인증받은 AI 챗봇이 등장하는가 하면, AI 챗봇과의 상담이 정서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나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AI 가 사용자의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거나, 부정확한 의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음 달래주는 AI 앱 잇따라
최근 AI 기반의 심리 상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이 급증하는 추세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정신 건강 분야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억달러(약 2조1400억 원)에서 2030년 51억달러까지 연평균 성장률 22.3%로 오를 전망이다.일부 시장조사 기관은 100억달러 이상으로 커진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적인 AI 상담 앱의 시초격인 미국의 ‘워봇’은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개발에 참여해 2017년 출시됐다. 일반적인 대화 치료법인 인지 행동 치료(CBT: Cognitive & Behavioral Therapies) 원리를 AI 챗봇에 최초로 적용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프리딕틱스’는 AI 기반으로 상담자의 유전 병력, 심리적인 요인 등을 분석해 항우울제를 추천해준다. 사용자의 음성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정신 건강 관리법을 제안하는 영국의 림빅 액세스는 2023년 영국 정부에서 의료 기기 인증을 받았다. AI 챗봇으로는 최초 사례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AI 심리 상담 앱이 출시됐다. 실제 상담사와 연락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앱 ‘트로스트’는 사용자와 AI의 대화를 분석해 최적의 상담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고양이나 강아지 등 동물 이모티콘을 이용해 고민 상담을 하는 ‘상담냥’, 이용자가 쓴 일기를 바탕으로 감정을 분석하고 상담하는 ‘마인디’ 등의 앱도 있다.
최근에는 일반적인 AI 챗봇과의 대화만으로도 외로움과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철현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과 정두영 울산과기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은 대학생 176명을 대상으로 4주간 AI 챗봇과 3회 이상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평균 27.97이던 참가자들의 고립감 점수는 AI 챗봇 사용 4주 후 26.39 로 줄었다. 불안 점수는 25.3에서 23.2로 감소했다.
◇“AI 상담, 규제 방안 필요”
일각에서는 AI와의 심리 상담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2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심리학회의 아서 에번스 회장은 최근 발표에서 “AI 챗봇이 사용자의 심리를 유도해 주변인을 해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14세 소년이 AI 챗봇과 대화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17세 청소년이 AI 챗봇과 대화한 이후 부모에게 적대적으로 돌변한 경우도 있었다. 면허를 소지한 심리치료사라고 주장한 AI 챗봇에 악영향을 받은 사례들이다. 이에 부모들은 해당 AI 챗봇을 개발한 기업 ‘캐릭터.AI’(Character.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사용자와 정서적 유대감을 강하게 형성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도 모르게 AI의 가스라이팅(gaslighting·심리를 조작해 지배하는 일)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AI 챗봇이 사용자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거나, 과도하게 아첨하며 비위를 맞추는 것을 ‘시코펀시 편향(sycophancy bias)’이라고도 한다. 미국심리학회 등은 AI 챗봇 상담의 부작용을 막는 안전망을 비롯해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봇 ![]() |
프리딕틱스 ![]() |
림빅 액세스 ![]() |
트로스트 ![]() |
상담냥 ![]() |
마인디 ![]() |
조철현 ![]() |
정두영 ![]() |
아서 에번스 ![]() |
캐릭터.AI![]() |
원글: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science/2025/02/26/KLUMQCWSOB4ESZXVDXGOCYTVRM/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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