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5.05.26. 20:50 업데이트 2025.05.26. 23:51
1974년 대만에서 “깡패 학교”로 불리던 선원 양성 학교 출신의 24세 청년 궈타이밍(郭台銘)이 어머니가 결혼 자금으로 준 1000만원으로 훙하이(鴻海)플라스틱이란 회사를 창업했다. “기러기는 천 리를 날고, 바다는 백 개의 강물을 받아들인다”(鴻飛千里 海納百川)는 송나라 역사서 통감절요의 문구에서 회사 이름을 땄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고작 흑백 TV용 다이얼을 만들던 이 회사는 50년 만에 직원 100만명을 고용한 세계 최대 전자 제품 생산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만의 폭스콘이다.
▶궈타이밍은 고객 요구에 여우처럼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의미로 폭스콘(Foxconn)이란 영어 사명을 만들곤 PC, 액정 패널, 휴대폰 등 IT 제품 전반으로 사업 대상을 확대해 갔다. 노키아, 모토롤라 휴대폰을 위탁 생산하던 폭스콘은 2007년 애플 아이폰의 생산을 도맡으며 거대 기업으로 도약했다.
▶폭스콘의 성공 배경엔 궈 회장의 열정과 집요함이 있다. 하루 16시간씩 일하며 세 끼를 책상에서 해결했다. 수시로 심야 회의를 열면서 고객 요구를 어떻게든 들어주었다. 기행과 막말 때문에 그에겐 ‘대만의 트럼프’란 별명도 있다. 2010년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 근로자 14명이 자살해 ‘노동 착취’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인간도 동물인데, 100만 동물을 관리하려면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기숙사 창문에 쇠창살을 달고, 자살 방지 그물을 설치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58세 때 24세 연하 댄스 강사와 재혼하면서 결혼식장에서 상의를 벗고 팔굽혀펴기를 30개나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2023년엔 “꿈에 마쭈(媽祖·도교 여신)가 나와 대만 청년들을 위해 일하라고 했다”면서 총통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2010년 폭스콘 계열사가 삼성전자로부터 가격 담합 혐의로 고발당해 유럽연합(EU)으로부터 과징금 3억유로를 부과받자, 그는 “일본과 손잡고 5년 안에 삼성전자를 꺾겠다”면서 ‘타도 삼성, 타도 한국’을 부르짖기 시작했다. 2016년 일본 전자 기업 샤프를 인수한 뒤 샤프의 삼성전자 액정 패널 납품을 끊는 식으로 보복한 바 있다.
▶지난해 매출이 300조원으로 삼성전자만큼 덩치가 커진 폭스콘이 AI(인공지능) 로봇, AI 데이터센터에 이어 전기차 위탁 생산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다. 삼성을 꺾으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하려 했던 폭스콘이다. 폭스콘이 ‘AI 파운드리’ ‘전기차 파운드리’가 되면 그날이 ‘타도 한국’의 꿈이 실현되는 날이 될 수도 있다. 그의 집념과 추진력을 생각하면 섬찟한 느낌이 든다.
궈타이밍 ![]() |
통감절요 ![]() |
폭스콘 ![]() |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5/26/PFIZB5N6SFGZHPVHJAQ2MWQKFQ/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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