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논설위원
입력 2025.11.11. 20:35 업데이트 2025.11.11. 23:07
“우리는 영원한 신(神)을 사랑한다.” 해마다 5월이면 중국 상하이는 ‘e스포츠의 신’ 이상혁(29)의 생일 축하 메시지로 가득하다. 과장이 아니다. 대형 쇼핑몰 전광판, 지하철 광고판, 랜드마크 빌딩 외벽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상혁의 중국 팬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아 올리는 ‘조공’이다. 중국뿐 아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나 런던 이층버스 광고판도 그의 생일을 축하한다. 20대 중반이면 전성기 끝이라는 프로 게이머 세계에서, 압도적 기량으로 10년 넘게 우승을 거듭하는 이상혁의 글로벌 팬덤이 마련한 선물이다.
▶이상혁의 게임 활동명은 페이커다. 상대를 속이는(fake) 플레이의 달인이면서, 그만큼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는 뜻이다. 시총 5조달러의 세계 최대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최근 한국 방문에서 페이커를 세 번 연호했다. 이상혁의 3연패를 예견했던 것일까. 이제 돈 주고도 못 산다는 엔비디아 GPU는 원래 게임 그래픽 카드로 출발했다. 초창기 엔비디아 발전의 1등 공신인 이상혁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고 했다.
▶페이커를 필두로 한 한국의 T1 팀이 최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2025 롤드컵에서 우승했다. 롤드컵은 게임 월드컵이다. 2011년 리그 출범 이래 역대 여섯 번째 우승이면서 최근 3년 연속 우승이다. 여섯 번 모두 이상혁이 중심이었다. 결승전은 현장 1만8000명, 온라인 전 세계 5000만명 이상이 생중계로 지켜봤다고 한다. 미국 프로농구 NBA 파이널이나 프로야구 월드시리즈를 능가하는 수치다.
▶게임을 문제로만 여기는 기성세대가 아직도 많지만, 젊은 세대에게 이상혁의 3연속 우승은 신화이자 역사다.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를 제외하면 펠레의 브라질도, 오타니의 LA 다저스도 해내지 못했다. 중국 프로팀이 260억원 이상의 연봉으로 스카우트하려 했지만, 이상혁이 계속 거절했다는 뉴스는 유명하다. 그는 T1과 공동 소유주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스포츠 리그에서 현역 선수의 구단 지분 보유는 유례가 드문 일이다. 이상혁은 ‘도전 정신, 집중력, 팀워크’의 미덕을 지닌 롤모델로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한국 선수들이 유독 게임에 강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과 젠슨 황도 예찬한 PC방 문화를 꼽는다. 요즘 e스포츠는 국제 표준화 논의가 한창이다. 미국 넷플릭스가 유통과 소비 방식을 장악해 시장을 거머쥔 것처럼, 한국도 이제 선수 강국을 넘어 플랫폼 강국으로 도약해야 할 때다. 기성세대도 이런 산업적 확장은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11/11/AHCBKZEY7JFJNJKJNV4GMP73NA/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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