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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6] I don't know

류진창의 영어공부 M016

입력 2016.12.31 03:02



법을 잘 알 법한 이들이 'I don't know(난 모른다)'를 남발합니다.

그들이 알아야 마땅한 글귀가 있습니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어기기 때문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촌철살인 명구이지요.

한편 노벨 문학상을 받은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는 'I don't know'가 위대한 사유의 태도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I don't know'는 무슨 뜻일까요.

'I don't know(나는 모르겠어)'는 다음 명구와 함의가 같습니다.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 시지야(是知也),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

'논어' '위정(爲政)' 편에 나오는 글이지요. 그래서 시인은 경고했습니다.

"독재자들, 광신자들, 몇 가지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정치인들은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외친다."

 

 

'I don't know'는 자신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창의적 사유 행위입니다.

유대계 정치 사상가 한나 아렌트도 끊임없이 '나는 모르겠어'를 되뇌면서

사유해 큰 학술적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그녀가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취재한 실화는

극영화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사진)'로 완성됐습니다.

"He was simply unable to think(그는 단지 사유할 능력이 없었어)."

이 대사는 악인일 거란 예상과 달리 지극히 평범한 아이히만을 지켜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아렌트는 이성적으로 사유하지 않는 자가 명령에 따라서만 행동할 때 어떤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는지 간파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제시한 통찰의 핵심이 '사유하지 않는 자의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입니다.

영화 말미에서 아렌트는 웅변합니다.

 "사유는 선과 악, 미(美)와 추(醜)를 가려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저는 사유가 우리에게 재앙을 막아내는 힘을 주길 희망합니다. 흔치 않은 크나큰 재앙마저 막아내는…."

출처 : 조선닷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30/20161230023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