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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0] 중국에 내리는 비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5.21. 21:30 업데이트 2020.05.21. 23:29

비는 많이 와도 말썽이다. 재난이 자주 닥쳤던 중국에서는 그런 비를 바라보며 키운 사람들의 노심(勞心)과 초사(焦思)가 제법 깊다. 비를 소재로 명시(名詩)를 남긴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도 그중 하나다. 그는 참혹한 내전인 ‘안사지란(安史之亂)’을 피해 760년 지금의 쓰촨(四川) 청두(成都)로 쫓겨 가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초가집 한 채를 마련했다. 이듬해 두보는 ‘가을바람에 초가지붕이 뜯기다(茅屋爲秋風所破)’라는 시를 쓴다.

거세게 불어닥친 그해 가을 비바람에 지붕이 날아갔다. 동네 개구쟁이들은 일부를 주워 내뺐다. 지붕이 사라져 차가운 비를 맞으며 잠자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젖은 시인의 푸념이 가득하다. 그 상황의 하나를 두보는 "우각여마미단절(雨脚如麻未斷絶)"로 적었다. 질긴 삼줄처럼 끊이지 않고 내리는 비를 표현한 것이다. 이 시를 처음 우리말로 푼 '두시언해(杜詩諺解)'는 '우각(雨脚)'을 '빗발'로 옮겨 지금 우리에게도 전해진다.

두보가 맞이했던 당시 상황을 일컫는 명대(明代) 버전이 있다. '지붕 새는데 하필 비는 밤새워 내린다(屋漏偏逢連夜雨)'이다. 여러 가지 우환이 겹쳐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는 경우다. 현대 중국인들도 잘 쓰는 말이다.

요즘 중국 상황이 그렇다. 지난 40여 년 동안 이어진 개혁·개방의 기운이 꺾이며 미국과 겪는 심각한 마찰, 코로나19 등으로 중국의 국내외 환경이 급변했다. 악재가 거듭 닥치는 화불단행(禍不單行), 눈에 서리까지 겹치는 설상가상(雪上加霜) 상황이다.

경제의 구조적 하강과 바이러스 확산 및 은닉 책임 때문에 중국은 ‘지붕’을 잃었다. 공격적으로만 일관했던 대외 정책 탓에 적잖은 국가가 이제는 등을 돌려 중국에 ‘비’를 퍼붓고 있다. 지붕 새는 집에 내리는 폭우…. 코로나19로 뒤늦게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어떤 의견이 모일지 궁금하다.

두보

 

두시언해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1/20200521044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