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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푸틴은 왜 평양의 해방탑에 헌화했을까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입력 2024.07.03. 00:00 업데이트 2024.07.03. 01:19 '소련의 조선 해방' 상징하는 해방탑… 북한에 지분 있다는 걸 과시 평양에 공산주의 체제 이식한 소련, 북핵 개발에서는 어머니 역할 폭주하는 북한의 기승전核… '확장 억제' 전략만으로는 이제 어렵다 과거에 평양을 방문했을 때 모란봉산 먼발치에서 높이 30m 정도의 탑이 보였다. 꼭대기에는 붉은 오각별이 장식돼 있었다. ‘무슨 기념물이냐’고 북측 안내인에게 물었더니 “해방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에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니 ‘2차 대전 말 조선을 해방시킨 소련 군대를 기념하기 위해 1947년 건설됐다’는 기록이 있었다. 오각별은 소련군 엠블럼이다. 해방탑에 새겨진 비문은..
[만물상] '급발진' 미스터리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7.02. 20:34 업데이트 2024.07.03. 01:13 200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911센터에 급박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액셀러레이터가 제멋대로다. 속도가 시속 120마일(193㎞)까지 치솟았다. 브레이크가 말을 안 듣는다. 고속도로가 곧 끝나는데, 오 하나님.” 전화 신고 직후 도요타 렉서스 ES350은 고속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졌다. 운전자는 고속도로 순찰대 소속 베테랑 운전사였다. ‘도요타 페달 게이트’의 시작이었다. ▶미국 ABC방송이 이 911 신고 전화를 공개하자 난리가 났다. “남편이 도요타 차를 사주면 생명보험부터 확인하라”는 블랙 유머까지 등장했다. 도요타는 자체 조사 후 “잘못 설계된 운전석 바닥 매트가 ..
[자작나무 숲] 톨스토이는 왜 不倫의 여주인공을 사랑했을까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4.07.01. 23:59 '안나 카레니나'는 처음 읽으면 가정 파괴하는 불륜 소설 두 번째 읽으면 도덕 운운하는 사회의 위선과 이중성 비판 세상은 당장 심판을 원하지만, 문학은 커튼 뒤를 드러낸다 “나를 향한 그의 사랑이 끝난 거죠.”(He stopped loving me.) 프랑스 여배우 잔느 모로가 자신을 떠나간 연인(루이 말 감독)에 관해 남긴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프랑스인답다고, ‘쿨’하다고 생각했더니만, 실은 그녀 자신이 만만찮은 연애 편력자였다. 내가 자유로우면 상대도 자유로이 풀어주고, 내 사랑이 끝나면 그의 사랑도 보내주기 쉬울 듯하다. 푸시킨의 유명한 시 ‘나 당신을 사랑했소...’ 마지막 구절에 보면, ‘당신이 또 다른 이에게 사랑받기 바랄..
[만물상] 김정은 배지 안용현 논설위원 입력 2024.07.01. 21:27 업데이트 2024.07.01. 23:41 북한에 처음 등장한 배지는 ‘레닌 배지’였다. 김일성 일극 체제가 완성되기 전인 1950년대 말 북한 간부들은 소련 공산 혁명에 성공한 레닌의 옆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다녔다. 1966년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몰아치자 홍위병을 중심으로 마오쩌둥 배지의 인기가 폭발했다. 한 달 생산량이 5000만개를 넘었다는 기록도 있다. 신(神)과 종교를 부정하는 공산당 추종자들이 레닌과 마오쩌둥 얼굴이 들어간 배지를 십자가나 염주처럼 모시고 다녔다. ▶김일성은 정적 숙청을 완료한 뒤인 1970년 ‘김일성 배지’를 공개했다. 처음엔 레닌 배지처럼 옆 얼굴이 들어간 도안이었다고 한다. 우상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다양한..
[만물상] 주 6일 근무 '조르바의 후예'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6.28. 20:16 업데이트 2024.06.28. 22:55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리스인 이미지를 ‘게으르고 무책임한 국민’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주인공 조르바는 가족에 대한 책임을 저버린 채 무일푼 떠돌이로 노래와 춤을 즐기며 산다. “내가 돈을 댈 테니 크레타섬에 가서 갈탄을 캐자”는 사업 제안을 받고는 “내 마음이 내켜야 간다. 인간은 자유라는 뜻”이라며 배짱을 튕긴다. 조르바는 광산 운영 자금을 술과 매춘으로 탕진하고도 ‘자유’ 운운하며 뻔뻔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10여 년 전 고대 올림픽 발상지, 올림피아를 방문했을 때 ‘조르바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었다. 올림피아 유적지의 발견과 발굴 모두 프랑스·독일 고고학팀에 의해 이뤄졌는데, 추가 발굴 작업..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트럼프, 미국 정계의 '21세기 히틀러'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입력 2024.06.27. 23:58 업데이트 2024.06.28. 08:22 트럼프와 히틀러 공통점은 '정치적 연기 예술가' 거짓말로 위기 모면하며 지지기반 공고히 다져 지난 임기 4년 동안 허위·왜곡·과장발언 3만회 트럼프가 대통령 되면 진실·정의라는 가치 약화 大選까지 남은 4개월… 세계로 확산될까 두렵다 요즘 셰필드대학의 헹크 데 베르크 교수가 쓴 ‘트럼프와 히틀러’라는 제목의 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비교·분석하는 책이다. 결론은 이 두 사람이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이다. 베르크 교수는 이들을 ‘정치적 연기 예술가(Political Performance artist)’라고 지칭한다. 무..
[만물상] 친족상도례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6.27. 20:53 업데이트 2024.06.27. 23:56  2015년 경찰이 아버지가 숨겨놓은 거액을 훔쳐 달아난 18세 아들을 특수절도 혐의로 붙잡았다. 아버지가 번 돈을 은행에 넣지 않고 창고 라면 박스에 보관하는 것을 알고 1억여원을 훔쳤다. 그 돈을 오토바이, 옷 등을 사고 술을 마시며 탕진했다. 경찰은 아들을 이틀 만에 붙잡았지만 처벌하지 못했다. 친족 간 재산죄는 형을 면제하는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규정에 따라 공소권 없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형법 328조는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 친족, 동거 가족 등 사이에서 벌어진 절도 사기·횡령 등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법이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게’ 한 것이다. 71년 전인 ..
4월의 축복… 결혼도 출산도 늘었다 전국 혼인 1년 전보다 25% 급증 정석우 기자 우정식 기자 이승규 기자 입력 2024.06.27. 01:04 지난 4월 결혼이 4월 기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출생아도 1년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은 26일 4월 혼인 건수가 1만8039건으로 1년 전보다 24.6% 늘었다고 발표했다. 매년 4월 기준으론 통계청이 혼인 건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체 월 기준으론 2018년 10월 이후 5년 6개월 만의 가장 큰 폭이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결혼이 증가했는데, 이런 경우는 작년 3월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대전의 혼인 증가율이 44.1%로 가장 높았고 이어 대구(37.6%), 울산(34.3%) 등의 순이었다. ..
[만물상] 광화문 국기 게양대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6.26. 20:53 업데이트 2024.06.26. 23:52 세계에서 가장 큰 국기 게양대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진 곳에 들어선 신(新)행정수도에 있다. 높이 201.9m 2021년 설치됐다. 세계 곳곳에 이런 대형 국기 게양대가 적지 않다. 150m 이상이 7개, 120m 넘는 것도 22개나 된다. ▶나라마다 담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이집트 게양대는 아랍 민주화 시위로 쫓겨났다가 재집권한 군부가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7개 토호국 연합체인 아랍에미리트는 몇 해 전 120m 국기 게양대를 토호국마다 하나씩 세웠다. 통합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휴전선에 인접한 북한 기정동 마을엔 160m짜리 북한기 게양대가 있다. 2010년 아제르바이잔에..
AI 선두 엔비디아 이끄는 건 '이스라엘 브레인' 윤진호 기자 입력 2024.06.25. 05:16 업데이트 2024.06.25. 07:56 임직원 출신 대학, 테크니온 공대가 1119명으로 최다 美 스탠퍼드대 671명으로 2위 스타트업 강국이 사실상 AI 주도  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엔비디아는 대만 출신의 젠슨 황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기업이다. 이 회사 임직원 3만여 명의 출신 대학을 분석해 보니, 미국이나 대만이 아닌 이스라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본지가 글로벌 채용 플랫폼 링크트인을 통해 분석한 결과, 엔비디아 임직원 3만2245명(링크트인 가입 기준) 중 이스라엘의 명문 테크니온 공대 출신이 1119명으로 가장 많았다. 둘째로 많은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671명)의 두 배 가까운 숫자다. 이스라엘 텔아비..
[만물상] 평양의 러시아 정교회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6.24. 20:37 업데이트 2024.06.24. 23:13 로마 제국이 동, 서로 나뉘면서 종교도 조금 달라졌다. 동로마 제국이 믿었던 것이 정교회다. 이 정교회가 러시아로 퍼진 것은 키예프 공국 블라디미르 1세 때였다. 동로마 제국 황제가 반란 진압군 파병을 요청하자 블라디미르는 동로마 황족 여성과의 결혼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동로마 황녀 안나가 “정교회를 받아들이면 결혼하겠다”고 하자 통치를 위해 종교적 구심점이 필요했던 블라디미르가 흔쾌히 응했다. 동로마 제국이 15세기 오스만 제국의 침략으로 멸망하자 러시아가 정교회의 주도권을 쥐었다. 지금도 전 세계 3억명 정교회 신자 중 러시아 정교회 신자가 1억명이다. ▶러시아 정교회와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오래도록 한 식구..
"그쪽 노조원 아닌데 왜 보내"…근조화환 두고 양대 노총 기싸움 서울교통공사 직원 사망에 갈등 박정훈 기자 입력 2024.06.24. 00:50 업데이트 2024.06.24. 09:07 지하철 전기 작업 중 숨진 서울교통공사 직원 분향소에 보낸 근조 화환을 두고 민주노총·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신경전을 벌였던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지난 9일 새벽 서울 은평구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배전반 내 케이블 표시 스티커 부착 작업 중이던 서울교통공사 직원 A(53)씨가 감전돼 숨졌다. A씨는 민주노총 산하 교통노조 소속으로, A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서울 성동구 교통공사 본사를 비롯한 10여곳에 설치됐다. 한국노총 산하 통합노조도 A씨 사망을 추모하는 근조화환을 분향소에 보냈다. 그런데 민노총 계열 교통노조가 “당신네 노조원도 아닌데 왜 근조화환을 보내냐”는 반응..
신한은행 이어 KB도… 금리 年2%대 주담대 잇따라 가계 대출 다시 불붙나 최아리 기자 입력 2024.06.24. 00:30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대를 기록하는 건 약 3년 만이다. 다음 달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규제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와 맞물려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 2%대 주택담보대출 다시 등장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간 고정금리 뒤 변동금리를 적용) 금리와 주기형(5년마다 금리 결정) 고정금리의 최저 금리가 24일 연 2%대에 진입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지..
[만물상] "있는 그대로"의 진짜 의미 최원규 논설위원 입력 2024.06.23. 20:30 업데이트 2024.06.23. 23:47 김소월 시 ‘진달래꽃’은 말하려는 참뜻과 반대로 말하는 작품이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는 실은 곱게 보내드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반어법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딸을 ‘미운 내 새끼’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말의 표현과 함의가 상반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화용론(話用論)이 언어철학의 연구 분야인 걸 보면 엉뚱한 말 속에 진짜 속내를 숨기는 게 인간 본성인 듯하다. ▶일본에선 남이 한 말의 심중(心中)을 읽는 것을 ‘손타쿠(忖度)’라고 한다. 중국 고전 시경(詩經)에 나오는 ‘다른 사람 마음을 헤아려 안다’에서 왔다. 영어 ‘read between the l..
[만물상] 희한한 북·러 국경 풍경 안용현 기자 입력 2024.06.20. 20:28 업데이트 2024.06.20. 23:16 두만강 하류인 지린성 훈춘시 팡촨(防川)은 북·중·러 3국 국경이 꼭짓점처럼 만나는 지역이다. ‘용호각’이란 전망대에 올라가면 북·중·러의 국경 초소가 다 보인다. 새벽 닭이 울면 3국 국민이 모두 깬다는 말도 있다. 두만강 520Km 가운데 북·러 국경은 하류 끝의 15km뿐이다. 그런데 이 15km가 동해로 나가야 하는 중국의 출구를 막고 있다. 1886년 중·러 국경 획정 때 중국이 실수했기 때문이다. 용호각 옆에는 중·러 국경을 알리는 ‘토자비(土字牌)’가 있다. 원래는 동해 앞에 세우려 했다. 그런데 두만강 하류는 구불구불하고 강·바다, 동서남북 구분이 어렵다. 중국 관리가 이 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간과하..
"김경율 누가 데려왔나" 뜬금없는 공방 [정치 인사이드] 與 안팎, 한동훈 둘러싸고 대립각 김승재 기자 입력 2024.06.20. 01:10 업데이트 2024.06.20. 06:24 새 당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국민의힘에서 ‘김경율을 누가 영입했느냐’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김씨는 지난 4·10 총선을 치른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었다. 그런데 친윤계 핵심 인사가 최근 김씨가 한 전 위원장의 조언자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고, 이에 한 전 위원장 주변 인사들이 “김씨에게 먼저 영입 제안을 한 쪽은 친윤 핵심부”라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씨는 친야 성향의 참여연대에서 오래 활동했었고 비대위원 시절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비판해 친윤 핵심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이 때문에 이..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돌아가신 아버지를 업고 함께 떠난 여행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4.06.19. 23:59 연극 '연안지대'를 보다가 내 아버지의 訃音, 그날 새벽을 떠올렸다 나를 찾아온 지인들, 팔 걷고 음식 나르며 함께 밤을 새워준 친구들 장례식장 찾을 때마다 절하고 관 들며 그와 나의 무게를 떠올린다 연극 ‘연안지대(Littoral·원작 와즈디 무아와드·연출 김정)의 주인공 윌프리드는 어느 날 새벽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는다. 윌프리드는 아버지의 모든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버지가 왜 갑자기 돌아가셨는지, 아버지가 왜 고향을 떠나 평생을 떠돌았는지, 고향의 가족들은 왜 아버지를 어머니 곁에 묻는 걸 반대하는지, 윌프리드는 할 수 없이 죽은 아버지를 짊어 메고 여행을 떠난다. 세상 어딘가에 아버지를 묻을 장소가 있길 바라며. 하지만..
[만물상] "민주당의 아버지" 정우상 논설위원 입력 2024.06.19. 20:26 업데이트 2024.06.19. 20:53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달님’이라 불렸다. 69번째 생일날 지지자들이 잡지에 낸 광고에는 ‘명월(明月)이 천산만락(千山萬落)에 아니 비친 데가 없다”는 문구가 있었다.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인용했는데 임금의 은혜가 온 세상에 미친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던 대통령”이라며 더 나갔다. 교수 출신의 한 정치인은 ‘월광(月光) 소나타’를 피아노로 연주하며 “문 대통령 성정을 닮았다”는 영상 편지를 띄웠고, 얼마 뒤 청와대 대변인 발탁 답장을 받았다. ▶김일성의 ‘축지법’ ‘솔방울로 수류탄’ ‘가랑잎 타고 강 건너’는 웃음이 나는 신격화다. 1970년 무렵..
김동연의 경기도, 비명계 '망명지' 됐다 김상윤 기자 입력 2024.06.19. 01:06 업데이트 2024.06.19. 06:05 [정치 인사이드] 친문 전해철 도정자문위원장 위촉 최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이 경기도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전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친문(親文) 핵심이다. 그를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한 사람은 김동연 경기지사. 김 지사는 최근 비서실장에 안정곤씨를, 경기도 정책수석에는 신봉훈씨를 임명했다. 안 실장과 신 수석도 각각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친문계다. 민주당에서 ‘친문 학살 공천’이란 말을 낳은 4·10 총선 이후 친문계 인사들이 ‘김동연 경기도’에 속속 둥지를 틀면서 정치권에서 “경기도청이 친문계의 망명지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만물상] '남아 선호'가 부른 보복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6.18. 20:08 업데이트 2024.06.18. 22:03 자연에서 생식 가능한 개체의 암수 성비(性比)는 장기적으로 1대1로 수렴한다고 한다. 진화생물학에선 이를 ‘피셔(Fisher)의 원리’라고 부른다. 사람의 자연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4~107명 범위다. 남아를 만드는 Y염색체 정자가 여아를 만드는 X염색체 정자보다 가볍고 빨라 수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아 평균 사망률이 여아보다 좀 높아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점차 1대1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신생아 성비가 이런 진화의 규칙에서 30년 가까이 벗어난 적이 있었다. 1970년대부터 2006년까지 자연 성비보다 남아가 훨씬 많이 출생했다. 남아 선호에다 출산 전 성별을 알 수 있는 ..
여권 재발급 신청, KB국민은행 앱에서도 가능해졌다 성유진 기자 입력 2024.06.17. 15:02 업데이트 2024.06.17. 16:36 #. A씨는 가족과의 해외여행을 앞두고 여권 만료가 3주 정도 남은 사실을 알게 됐다. 급히 스마트폰을 켜고 평소 이용하던 KB스타뱅킹 앱으로 들어가 여권 재발급 신청을 1분 만에 끝냈다. 다행히 출국 전 새로 발급받은 여권을 들고 가족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 평소 책읽기를 즐기는 B씨는 이번 여름휴가 기간에 공공도서관을 방문했지만 책이음 이용증 실물카드를 깜박하고 집에 두고 온 걸 알게 됐다. 하지만 네이버 출입증과 연동한 모바일 책이음 이용증을 통해 필요한 도서를 바로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공공 웹사이트와 앱에서만 가능했던 여권 재발급 신청 서비스를 민간 앱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플랫폼..
[만물상] 해외 한인 마트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6.13. 20:52 업데이트 2024.06.13. 23:33 15년 전 파리 특파원 시절 자주 간 한인 마트가 있었다. 구매액의 5%를 적립해 주는 것이 그 가게의 장점이었다. 적립 카드 가득 스탬프가 찍혀 써 먹으러 갔더니 가게가 사라지고 없었다. 파리 교민이래야 6000명 남짓이라 수익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2년 전 파리에 들렀더니 한인 마트가 환골탈태해 있었다. 가게가 훨씬 커지고, 상품 구색도 더할 나위 없이 다양했다. 손님 반 이상이 현지인 청년이어서 더 놀랐다. ▶2022년 12월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한국 여행객들이 폭설에 갇혀 차가 꼼짝달싹 못 하게 됐다. 삽이라도 빌리려 인근 주택 문을 두드렸다가 ‘입 호강 행운’을 누리게 됐다. 치과 의사인..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성당 음악회에서 마주친 '기적'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4.06.12. 23:58 50명이 오면 어쩌나 했다고 했다. 음악회를 주최한 르 보야즈 보칼레 앙상블 지휘자의 말이었다. 음악회에 가던 우리의 우려이기도 했다. 바흐와 헨델을 듣자고 토요일 오후에 경기도 외곽의 성당에 몇 명이나 올지 말이다. 그런데… 4km를 남겨두고부터 심상치 않았다. 성당으로 가는 길이 꽉 막혀 있었다. 2km 전에는 더 문제였다. 좌회전 신호는 네 대의 차가 지나가면 바뀌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주차장이 다 차서 차들은 언덕으로 올라가야 했다. 차에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고 간신히 내려올 수 있었다. 성당으로 향하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행렬을 보니 대중교통으로 온 사람도 많은 듯했다. 나는 이런 대규모 행렬을 본 적이 없었다. 공연은 대성황이었다. 헨델로 시..
[만물상] 종교 흥행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6.12. 20:25 업데이트 2024.06.13. 00:12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 오면 조계사 앞에서 연등회 축제가 열린다. 올해 행사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엄숙한 축하’ 대신 댄스 음악회가 펼쳐졌다. 단상에 오른 개그맨 윤성호씨는 차림부터 남달랐다. 승복 입고 짧게 깎은 머리에 나이트클럽 디제이들처럼 헤드셋을 했다. 이어지는 장면은 힙합 공연을 방불케 했다. 대형 스피커에선 EDM이라는 전자음에 불경을 리믹스한 곡 ‘부처 핸섬’이 흘러나왔다. 연단 아래 모여 있던 청년들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환호했다. ▶이날의 파격은 지난해 윤씨가 연등회 사회를 맡아 선보인 디제이 퍼포먼스가 계기였다. 행사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1000만 조회’를 기록하자 조계종이 반색했..
연구원 출신 野 황정아 "25개 출연硏, 여의도 와서 보고하라" 국회의원 되자마자 군기 잡기 김효인 기자 입력 2024.06.12. 05:06 업데이트 2024.06.12. 07:10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초선인 더불어민주당 황정아(47) 의원이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으로부터 국회에서 업무 보고를 받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황 의원은 출연연인 한국천문연구원의 책임연구원 출신으로, 지난 총선 때 과학 인재로 민주당에 영입됐다. 황 의원실 측은 “적극적인 의정 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부분 대전에 있는 출연연이 의원 한 명을 위해 여의도까지 자료를 가지고 와 보고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과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황 의원은 지난 7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국회에서 업무 보고를 받았다. 그날 황 의원은 ..
[만물상] 승진 거부권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6.11. 20:21 업데이트 2024.06.11. 23:14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 ‘승진 거부권’을 요구 조건에 넣었다고 한다. ‘승진 거부권’이란 승진해서 노조를 탈퇴해야 하는 직급이 될 때 승진을 거부하고 노조원으로 남아있을 수 있게 선택권을 달라는 것이다. 정년을 보장받는 노조원으로 회사를 오래 다니겠다는 의도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일본 만화영화 ‘짱구는 못 말려’에서 주인공 5세아 짱구의 아빠는 중견 기업의 만년 계장이다. 직장생활 15년 차인데 과장 승진도 못 하고 계장에 머물러 있다. 1990년대 초반에 등장한 이 만화영화는 일본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만년 과장’이 늘고, 승진보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상을 반영하면서 공감을 ..
아침보다 저녁 운동이 혈당 낮추는데 효과적 [모닝] 김효인 기자 입력 2024.06.11. 00:30  10일 미국 비만학회 학술지 ‘비만(Obesity)’에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스페인 그라나다대 연구진은 오전 6~12시를 ‘오전’, 정오~오후 6시를 ‘오후’, 오후 6시~자정을 ‘저녁’으로 구분하고 운동 효과를 따져봤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 46세 이상 성인 186명이 14일간 손목에 찬 장치로 신체 활동과 혈당 수치 변화를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체질량 지수(BMI)는 32.9로 모두 과체중 또는 비만 수준이었다. 실험 결과, 오후 6시 이후 중강도에서 고강도 수준의 신체 활동을 한 경우는 다음 날 전반적인 혈당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전과 오후 운동은 저녁 운동만큼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달동네에 에스컬레이터를 놓자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4.06.11. 00:02 업데이트 2024.06.11. 00:22 부자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 높이는 권력을 주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서는 멀리까지 볼 수 있다. 더 넓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위에서는 나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쉽다. 반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높은 위치의 사람을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아파트에서 10층에 사는 사람은 해가 지고 나면 건너편 동의 9층, 8층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하지만 9층, 8층 사람은 10층을 볼 수 없다. 높이 차이는 정보의 비대칭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회장님 방은 꼭대기 층이고, 펜트하우스가 가장 비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달동네의 옥탑방도 높은 곳이어서 내려다보는 시..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23] 연애의 법칙 문태준 시인 입력 2024.06.09. 23:52연애의 법칙너는 나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어제 백리향의 작은 잎들을 문지르던 손가락으로.나는 너의 잠을 지킨다부드러운 모래로 갓 지어진 우리의 무덤을낯선 동물이 파헤치지 못하도록.해변의 따스한 자갈, 해초들입 벌린 조가비의 분홍빛 혀 속에 깊숙이 집어넣었던하얀 발가락으로우리는 세계의 배꼽 위를 걷는다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포옹한다수요일의 텅 빈 체육관, 홀로, 되돌아오는 샌드백을 껴안고노오란 땀을 흘리며 주저앉는 권투 선수처럼-진은영(1970~) 일러스트=이철원 향기가 백 리를 간다는 백리향 잎을 만지던 손가락으로 연인의 목덜미를 가볍게 쓰다듬어 만지는, 이 시의 도입부는 감미롭고 아름답다. 그 향기는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의 빛나는 시간에 은은하게..
[만물상] 휴대용 재떨이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6.09. 20:16 업데이트 2024.06.09. 23:46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흡연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길에 꽁초 버리는 걸 볼 수 없다. 꽁초를 휴대용 재떨이에 넣는 장면만 나온다. 온갖 나쁜 짓 다 하던 야쿠자가 꽁초만은 휴대용 재떨이에 담아 가져가는 조폭 영화도 있다.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다’는 생활 태도가 일본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결과다. 우리는 그 반대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은 드라마 흡연 장면조차 모자이크 처리하는 나라가 현실에선 아무 데나 꽁초를 버리는 걸 보고 놀란다고 한다. ▶결국 나라 밖에서 망신을 샀다. 일본 쓰시마 섬의 한 신사가 한국 관광객 출입을 금지했다. 일본 신사에서 흡연은 조례로 금지돼 있는데 그걸 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