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러스트=이철원

[Why] 헤어졌지만 다시 한번… '재회 컨설팅' 뜬다

권순완 기자

입력 2016.10.15 03:00 | 수정 2016.10.17 13:52


"문제 생길때마다 먼저 사과 저자세로 연애해 왔다면 새 생활 시작처럼 의연해야"



지난 7월 남성 직장인 김정태(30·가명)씨는 휴대폰을 추가로 개통해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고 프로필 이름과 사진을 여자처럼 꾸몄다. 이 계정으로 헤어진 지 수 개월 된 여자 친구에게 ‘정태씨에게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여러 번 오던데, 그쪽인가요? 그러지 마세요. 정태씨가 힘들어 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부터 전 여자 친구에게서 원래 전화와 새 전화로 문자와 전화가 빗발쳤지만 읽지도 받지도 않았다. 한 달 뒤 김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으로 전 여자 친구에게 ‘이상한 문자 받은 적 있다며. 미안해. 난 잘 지내고 있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를 읽은 전 여자 친구는 한 번 보자고 연락을 해왔다. 김씨는 이에 응했고, 둘은 9월 말부터 다시 사귀고 있다. 김씨가 헤어진 여자 친구와 다시 만나려고 쓴 이 전략은 연애 상담 업체가 가르쳐준 대로 따른 것이었다.


최근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전문적으로 돕는 ‘재회 컨설팅’ 업체들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수십만원짜리 상담을 통해 내담자(상담 신청인)와 상대방(헤어진 연인)의 성격 유형과 과거 연애 양상을 파악하고, 내담자에게 맞는 ‘재회 시나리오’를 지침 형태로 만들어준다. 재회를 위한 깜짝 이벤트를 대신 준비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까지 보장해주진 않아 상담을 받아본 사람들은 “돈만 낭비했다”는 반응부터 “한때 잘못으로 헤어졌던 사람을 다시 찾아 꿈만 같다”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는 방법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먼저 사과하며 저(低)자세로 연애해 왔다면 헤어지고 나서는 오히려 완전히 잊고 새 생활을 시작한 것 같은 의연함을 보여야 상대방이 새삼 호기심과 미련을 보인다는 것이다. A 업체 대표는 “이 경우 카톡 프로필에 본인이 밝게 웃는 사진이나 이성과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고, 만약 상대방으로부터 먼저 문자·전화가 와도 일정 기간 무시하는 태도를 취해야 재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만약 고자세로 연애해 왔다면 담담하지만 진솔한 태도로 먼저 연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외에도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가정환경과 경제력, 연애 기간, 헤어진 횟수 등이 시나리오의 변수다. 상담 업체들은 ‘상대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낸 후 2주 안에 연락이 올 경우’ ‘2주 후에도 반응이 없는 경우’처럼 경우의 수를 구체적으로 따져 제시한다.


상담에만 5만~30만원 정도 드는 상담으로 끝내기도 하지만, 일부 업체는 ‘재회 이벤트’까지 마련한다. 리무진이나 카페를 빌린 뒤 그곳에서 헤어졌던 연인에게 꽃다발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고, 섭외된 라디오 DJ나 성우가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마치 의뢰자의 실연(失戀) 사연이 라디오 생방송에서 뽑혀 연락을 하는 것처럼 속인 뒤 둘의 만남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 경우 비용이 기본 100만원이 넘기 때문에 재회에 실패하면 낙담이 크다고 한다. 5년 전만 해도 첫 이별을 겪는 20대 초반들이 재회 컨설팅 업체를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30·40대 남녀들도 “왜 자꾸 같은 패턴의 이별이 반복되는지 모르겠다”며 찾아온다고 한다. B 상담 업체 대표는 “다시 만나는 데 성공하더라도 두 사람의 근본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또 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14/20161014015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