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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5] 대륙의 홍수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6.25. 03:10

중국에서 ‘옛날’을 지칭하는 한자 석()의 본래 글꼴이 흥미롭다. 이 글자의 초기 모습에는 해와 물이 등장한다. 물에 잠긴 해, 또는 해가 떠있는 하늘 아래 넓게 펼쳐진 물의 모습이다. 나중 이 글자의 새김은 ‘옛날’ ‘이전’ 등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

'옛날'을 지칭하며 중국인들이 잠재의식 속에 떠올렸던 이 해와 물은 뭘까. 해석이 조금 갈리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큰물, 즉 대규모 홍수(洪水)에 관한 기억이리라는 추정이다. 이 풀이가 맞는다면, 중국인의 '옛날'은 큰물로 인한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다.

실제 중국이라는 땅에는 아주 많은 재난이 닥쳤다. 그중에서 홍수는 가뭄에 못지않게 매우 빈번했던 자연재해다. 유력한 통계에 따르면, 홍수 피해는 기원전 1766년부터 기원후 1937년까지 3703년 동안 모두 1058회에 이른다. 3년 반에 한 번꼴이다. 홍수는 달리 수재(水災), 홍로(洪澇), 대수(大水), 수환(水患) 등으로도 적는다.

또한 남쪽에 홍수가 많이 드는 대신 북쪽에는 가뭄이 자주 온다고 해서 중국인들은 대표적 재난의 형태를 남로북한(南澇北旱)이라는 성어로도 표기한다. 특히 중국의 가장 큰 하천인 장강(長江) 일대의 수계(水系)에서 홍수가 빈번하다.

중국 남부 지역에 요즘 또 큰물이 들었다. 광시(廣西), 광둥(廣東), 후난(湖南), 충칭(重慶) 등 남부 지역 전반에서 홍수 피해가 심각하다. 이 때문에 중국 집권 공산당이 남부 지역 홍수를 근절하겠다고 지은 세계 최대 싼샤(三峽)댐의 효용도 사람들 입방아에 오른다.

자연재해에는 사람의 요소도 한몫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그 둘을 병렬한다. 이른바 ‘천재인화(天災人禍)’라는 성어다. 남부 지역 대홍수로 싼샤댐에 중국인들 시선이 몰리는 이유다. 완공 때 위풍당당했던 댐의 오늘과 옛날, 금석(今昔)의 감()이 사뭇 다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4/202006240459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