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242) 썸네일형 리스트형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AI 강국을 만들겠다는 새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것 박건형 콘텐츠앤AI전략팀장 입력 2025.06.30. 23:55 1880년 프랑스 정부는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에게 볼타상을 수여했다. 벨은 상금 5만달러로 미국 워싱턴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벨 연구소(Bell Labs)’에서 전파망원경, 형광 현미경, 트랜지스터, 레이저, 광전지,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 기술 전하결합소자(CCD), 컴퓨터 운영체제 유닉스, 프로그래밍 언어 C·C++ 같은 성과가 탄생했다. 디지털 세상의 토대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벨 연구소 연구원들이 받은 노벨상만 11개에 이른다. 인공지능(AI)의 역사도 벨 연구소에서 시작됐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벨 연구소에서 일하던 26세 청년 클로드 섀넌은 영국에서 찾아온 수학자를 만난다... ♥[만물상] 거품 빠지는 '컴공' 어수웅 기자 입력 2025.06.30. 20:43 업데이트 2025.06.30. 23:59 ‘세상의 모든 지혜’라는 별명의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노년에도 인터넷과 PC에 능숙했다. 생전에 그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책과 인터넷’을 주제로 BBC 다큐를 찍는 중이었는데, 2층 난간에서 종이책과 함께 킨들(전자책 리더)을 1층 바닥으로 던졌다. 쾅 소리와 함께 킨들은 부서졌지만, 종이책은 약간 구겨졌을 뿐 멀쩡했다. “작위적인 퍼포먼스 아니냐”는 말에 그는 “우스꽝스럽겠지만 진실을 담고 있소. 책이 사라질 거라 하지만, 인터넷도 사라질 수 있소”라고 했다. ▶최근까지 열풍이던 컴퓨터 관련 학과 인기도 그렇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컴퓨터학과 정원은..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77] 백동전 네 잎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6.29. 23:42 동네 안과에서 간이 시력검사 뒤 의사 앞에서 눈 한 번 크게 뜨고 5천 원권 내고 받은 거스름돈 재킷 호주머니에 넣었다 한참을 걸어왔는데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거 떨어졌어요 꼬마가 달려와 백동전 네 잎을 내민다. 그적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물끄러미 뒷모습 바라보려니 왠지 슬퍼졌다 기특한 앞날이 고단하리니. -유종호(1935-) 병원에서 진료비를 내고 받은 거스름돈 동전을 윗옷 주머니에 넣었으나 걸어가다 빠뜨려 바닥에 흘리고 만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줄을 모르고 계속 걸어가는데 등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어린아이가 손에 꼭 쥐고 온 “백동전 네 잎”을 가만히 내밀어 보인다. 시인이 떨어뜨린 백동전이었다. 시인은 그 순간 꼬마의 말과 행.. [리빙포인트] 음식 식힐 땐 아이스팩 조선일보 입력 2025.06.29. 23:35 업데이트 2025.06.30. 15:56 갓 조리한 음식을 빨리 식히고 싶을 땐 남는 아이스팩을 활용해보자. 아이스팩 위에 행주를 한 장 깔고 냄비나 그릇을 올려두면 내용물이 금세 차가워진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6/29/6C5PIN6TCFGOFKFDUEIGKF45CM/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AI 잡는 AI 곽수근 기자 입력 2025.06.27. 20:45 업데이트 2025.06.27. 23:41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1960년대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넘나들며 250만달러어치 위조 수표를 남발해 FBI의 끈질긴 추격을 받았다. 자격증 위조와 능란한 거짓말로 조종사, 의사, 변호사, 수사관 행세를 하며 갖가지 사기를 일삼았다. 그(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뒤쫓는 FBI 요원(톰 행크스)의 분투는 자기보다 한 수 위 가짜를 쫓는 진짜의 아이러니였다. ▶영화 같은 일이 과학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과학 논문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이를 잡아내기 위한 ‘판별 AI’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AI 특유의 글쓰기 패턴..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중증 환자 '보수'는 왜 아직도 치료를 거부하는가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5.06.26. 23:55 12·3 비상계엄은 ‘민주주의·헌법·보수 위기’를 불러왔다. 비상계엄이 ‘3중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시각도 꽤 있다. 원인이든 결과든 ‘민주주의 위기’와 ‘헌법 위기’는 ‘조기 대선’ 수술로 급한 위기는 넘겼다. 문제는 ‘보수 위기’다. 중증인데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1987 체제’ 이후 불가역적이라고 봤던 ‘군사 독재’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2017년 대통령 탄핵’도 평화적으로 이뤄냄으로써 세계의 찬사를 받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자부심에 상처를 입은 국민은 ‘민주주의 위기’를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렸다. ‘6·3 대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비전·리더십·정책에 대한 지지라기보.. [만물상] 우리 곁에 와버린 '스테이블 코인' 곽수근 기자 입력 2025.06.26. 21:07 업데이트 2025.06.26. 22:49 2019년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현 메타) CEO의 뒤쪽 화면에 커다란 지폐 그림이 나왔다. 1달러를 모방한 지폐 가운데 저커버그 사진이 들어있고 ‘페이스북 세계 연방’과 ‘원 리브라(ONE LIBRA)’라는 문구가 담겼다. 가상 지폐의 이름은 달러(buck)와 저커버그를 합성한 ‘저크 벅(ZUCK BUCK)’이었다.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하려 하자, 이를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저커버그를 조롱하려 동원한 것이었다. ▶저커버그가 추진한 ‘리브라’는 달러·유로 등과 연동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스테이블(stable) 코인’이었다. 미국 등 각국 금융 당국이 반발해 중.. [단독] 자택서 수억 돈다발… 돈 받고 자리 거래 혐의 '택시왕' 구속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의 비리 구동완 기자 김명진 기자 입력 2025.06.26. 05:00 개인택시 기사들의 최대 이익 단체인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차모(72)씨가 조합 관련 직책 임명을 대가로 돈거래를 한 혐의로 지난 23일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국내 대형 로펌의 변호인 2명을 선임한 뒤 구속의 적법성을 가려달라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 차씨의 구속적부심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차씨는 자리 거래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에서는 차씨가 그간 이른바 ‘택시왕’으로 군림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폐쇄적 조합 권력 구조와 감시 부재가 맞물려 차씨가 10년 넘게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차씨는..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전쟁이 불러온 단결… 이란 청년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임명묵 '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5.06.26. 00:13 업데이트 2025.06.26. 10:38 "이스라엘에 본때를"… 정권에 반감 있던 청년층도 애국주의에 동참 '이란주의' 카드 꺼낸 정권… 전쟁이 체제 유연성 키울 계기 될 수도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일어서는 사자’ 작전을 전격적으로 개시하며 세계의 눈이 다시 중동에 쏠렸다. 이스라엘 측의 혁명수비대 고위 인사 제거와 기습적 공습에 이란은 ‘제3차 진실의 약속’ 작전을 발동하여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에 나섰다. 이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이란 핵 시설을 향한 벙커버스터 공격에, 지난 24일 오전 발표된 휴전까지. 열흘 남짓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중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바쁘게 관련.. [만물상] 6·25 생존 용사 이제 3만명 양승식 논설위원 입력 2025.06.25. 21:07 업데이트 2025.06.25. 23:56 올해 6·25 전쟁 75년 행사는 대전에서 열렸다. 정부 차원의 공식 기념식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생존 참전 용사들이 고령이어서 거동이 어려운 탓에 작년 대구를 시작으로 지방에서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대전은 6·25 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이 인민군을 맞아 ‘금강 방어선 전투’를 치렀던 곳이다. ▶기념식에서는 참전 용사 고(故) 이득주 중령의 후손인 육군 김찬솔 대위가 참전 용사들을 위해 편지를 낭독했다. 그의 고모할아버지인 이 중령은 6·25 당시 국군이 최초로 승전한 충북 충주의 동락 전투에 참전했다. 고모할머니가 교사로 재임 중이던 학교에서 휴식을 취하던 .. [단독] '목돈' 퇴직금 끝, 퇴직연금 의무화 김아사 기자 입력 2025.06.24. 05:02 업데이트 2025.06.24. 14:18 국민연금처럼 공적연금 추진 노후 소득 보장, 임금 체불 방지 퇴직연금공단 새로 만들기로 고용노동부가 적립금 43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公的)연금 성격으로 바꾸기 위해 5단계에 걸쳐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무화 작업이 끝나면 퇴직급여는 퇴직금(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만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현재 1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를 3개월만 근무해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퇴직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이 431조원을 돌파한 퇴직연금은.. [핫코너] "민주당 정부, 집값 또 뛸라"… 조 짜서 임장 다니는 2030 구아모 기자 조민희 기자 입력 2025.06.23. 00:54 업데이트 2025.06.23. 06:32 부동산 들썩이자 주말마다 '출동' 수도권까지 범위 넓혀 청약하기도 “이번에 못 사면 평생 집 없이 살아야 할까 봐 무섭습니다.” 대선 나흘 뒤인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은 방문자는 10명 중 9명이 20·30대였다. 공인중개사 최모(70)씨는 “조용하던 사무실이 대선 후로 주말마다 북적이고, 문의 전화도 폭증했다”고 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폭등’을 경험한 젊은 세대의 불안 심리가 커진 탓일까. 최씨는 “며칠 전부턴 2000년대생들까지 찾아와 ‘지금 당장 싸게 살 수 있는 매물이 있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서울의 2030세대 사이에서 “민주당 정부 출범에 맞춰..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76] 마당이 없는 집을 지날 때면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6.22. 23:51 마당이 없는 집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생긴 버릇이 있다 길가에 맞닿은 지붕 낮은 집 쪽창 하나에 현관문 하나 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집 외면하려 고개를 돌리거나 숙여 보지만 악다구니가 고스란히 들린다 이 부부에게도 마음 밖에 가난한 마당 하나 있어야겠다* 고욤나무도 좋고 대추나무 한 주도 좋겠지 눈부신 파초 그늘도 좋고 수북이 쌓인 눈 덮고 튤립 구근이 숨 쉬는 마당에 부부의 허밍이 번지는 그런 마당 하나 있어야겠다 -김선향(1966-) * 백무산, 「마당이 있는 집」(『그 모든 가장자리』, 창비, 2012)에서. -------------------- 시인은 길에 바로 접한, 마당이 없는 한 살림집을 지나간다. 보고 들으려.. [만물상] 글로벌 고령화, "70세는 새로운 53세"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6.22. 20:39 업데이트 2025.06.23. 00:02 싱가포르 노동부가 7월 1일부터 단순 노동직 종사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취업비자(WP) 신청 연령을 현재의 ‘만 50세 미만’에서 ‘만 60세 이하’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2022년 정년을 62세에서 63세로 올렸다. 외국인 노동자의 연령 제한도 이에 맞춰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내년에는 64세, 2030년에는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할 예정이다. ▶외국인 노동자마저 고령화되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서울연구원은 서울의 외국 국적 주민 36만명 중 35.2%가 50대 이상이라며 “외국인 주민도 고령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의 단순 노무직.. [서초동 25시] 법원 한편에 웬 명상실? 판사도 재판에 지칩니다 김나영 기자 입력 2025.06.21. 01:24 서울종합법원청사 6평 남짓한 방에 명상 도구 갖춰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종합법원청사 동관 7층에 있는 ‘바로미건강센터’에서 명상실 현판식이 열렸다. 6평 남짓한 공간에 방석과 싱잉볼(명상 도구) 등을 갖춘 이곳 명칭은 ‘까야 수카(Kāya Sukha·행복한 몸)’. 내과 전문의 염혜정 센터장은 “살면서 가급적 가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로 법원이 꼽히지 않냐”며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들 중에서도 심신이 지친 사람이 적잖은 것 같다”고 했다. 정신 건강에 이상 신호를 느낀다고 호소하는 판사가 늘고 있다. 재판을 진행하면서 쌓인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이다. 이에 서울종합법원청사 건강센터가 최근 명상실을 만들었다. 서울고법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판사 생..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텅 빈 미래… 당신은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십니까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5.06.19. 23:55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고,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부족한 곳을 메우며 과정에 충실해야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군자(君子)의 도리를 빗댄 표현이지만, 현대인들은 이 말을 더 폭넓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자기가 행복해야 남을 생각할 수 있다’고 읽기도 하고, ‘빚부터 갚아야 돈이 모인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부터 채우는 것이 자명한 물리적 이치이고, 누구에게나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웅덩이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니, 모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탁월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또 하나 상상을 보태본다면, .. ♥[만물상] 美서 태풍 된 한식 바람 어수웅 논설위원 입력 2025.06.19. 20:59 업데이트 2025.06.20. 00:07 “맨해튼이 최초로 한식 파인다이닝을 경험했다.” 뉴욕타임스의 음식 평론가 피트 웰스는 2011년 개업한 뉴욕의 한국 식당 ‘정식’(Jungsik)을 이렇게 평가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레스토랑 이름을 정한 오너셰프 임정식(47)은 이민자 출신이 아니다. 한국에선 스타 셰프였지만 뉴욕의 시작은 악전고투였다. 한때 손님보다 직원 수가 많을 정도였지만, 2014년부터 10년 연속 미쉐린 별 둘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뉴욕 한국 식당 최초의 별 셋 레스토랑이 됐다. ▶10년 전만 해도 불고기·김치·비빔밥만 익숙했던 한식은 이제 뉴욕에서 ‘누벨 퀴진(새로운 요리)’의 선구자다. 경희대 호텔관광학부를 나온 박정현·박정은 부부의.. ♥여전히 사랑은 희생… 당신은 아늑한 호수에, 나는 험한 산맥을 넘으리라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5.06.19. 00:16 업데이트 2025.06.19. 07:00 [윤동주 80주기 어둠 넘어 별을 노래하다] [7] 사랑의 전당 사랑의 전당 순아 너는 내 전殿에 언제 들어왔던 것이냐? 내사 언제 네 전에 들어갔던 것이냐? 우리들의 전당은 고풍한 풍습이 어린 사랑의 전당 순아 암사슴처럼 수정 눈을 내려 감아라. 난 사자처럼 엉클린 머리를 고르련다. 우리들의 사랑은 한낱 벙어리였다. 청춘! 성스런 촛대에 열熱한 불이 꺼지기 전 순아 너는 앞문으로 내달려라. 어둠과 바람이 우리 창에 부닥치기 전 나는 영원한 사랑을 안은 채 뒷문으로 멀리 사라지련다. 이제 네게는 삼림 속의 아늑한 호수가 있고, 내게는 준험峻險한 산맥이 있다. ― 1938. 6. 19. 지금은 사랑이 범.. [박찬용의 물건만담] 잘나가는 K뷰티? 슬픔도 만만찮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입력 2025.06.19. 00:11 업데이트 2025.06.19. 10:01 한국 화장품 신생 베스트셀러 수없이 태어나지만 스테디셀러는 바늘구멍 고급화도 난망… 高價 화장품은 이제 피부과 '시술'과 경쟁 ‘K뷰티’라 부르는 한국 화장품의 성공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이미 다양한 분석을 통한 산업 전망이 관련 회사들의 주가에도 반영되어 있다. 다만 K뷰티 안에는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들여다보면 K뷰티라 부르는 건 화장품 제조업이라는 산업 하나를 넘어 여러 산업이 모인 무형의 생태계에 가깝다. 이 안에는 기쁜 면도 슬픈 면도 있다. 그 모든 요소가 한국 시장의 현실이자 특징이 된다. 일단 기쁨 부분. 지금의 K뷰티 성장은 예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핵심은 다양성. 2000~2010년대.. [만물상] 공포의 벌 독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6.18. 20:58 업데이트 2025.06.19. 00:04 단맛이 귀했던 시절, 동네 뒷산에 꽃이 피면 친구들과 무리 지어 돌아다니며 꽃을 빨곤 했다. 그러다가 꽃 속에 숨어 있던 벌에게 손이며 입을 쏘였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꿀벌의 독은 모질지 않아서 잠깐 붓고 쓰라리다 가라앉았다. 몇 해 전 허리를 다쳐 봉침(蜂針) 치료를 받았다가 벌 독의 위험을 체감했다. 처음에는 허리 아픈 게 주는 듯하더니 여러 번 침을 맞자 온몸의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며 몹시 가려웠다. 벌 독 알레르기였다. ▶벌 독에 포함된 40여 가지 성분은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가졌다. 멜리틴·아파민·히스타민 등은 천연 항암·항염·항균·항바이러스제이고 면역 기능도 조절해 준다. 그러나 알레르기가 .. [김진영의 자작나무 숲] 푸시킨은 왜 러시아 통합의 상징이 됐나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5.06.16. 23:55 서울 시내 한복판에 ‘푸시킨 플라자’가 있다. 그곳에 ‘푸시킨 동상’이 있다. 2013년 푸틴 대통령 방한 때 세운 동상이다. 크지 않은 입상 하단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하는 시가 새겨졌다. 당시만 해도 젊고 경쾌하던 푸틴이 한·러 양국의 문화적, 인도적 상호 교류를 기원하며 헌화했다. 푸시킨 동상을 세우고, 푸시킨 이름을 붙이고, 푸시킨 메달을 수여하고, 푸시킨 시를 인용하는 일이 러시아에서는 흔한 공공 행사다. 시대와 체제를 막론하고 푸시킨이라는 이름은 러시아의 국가 정체성과 통치 이념을 대변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기능해 왔다. 19세기 후반의 보수·진보 지식인부터 레닌, 스탈린, 푸틴, 그리고 일반.. [만물상] 스토킹의 정신세계 최원규 논설위원 입력 2025.06.16. 20:31 업데이트 2025.06.16. 23:04 3년 전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은 1심 재판 중 반성문을 10여 차례 냈다. 피고인이 반성하면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 재판부는 심리 전문가를 불러 반성문에 진정성이 있는지 물었다. 전문가는 “그렇게 보기엔 무리”라고 했다. “전주환이 자기 감정엔 풍부히 반응하지만 타인의 입장이나 반응엔 공감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였다. 전주환에겐 결국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그가 실제로 반성했는지, 재범 가능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존 연구 결과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쪽이다. 2000년대 초반 독일 심리학자 이사벨 본드락이 스토커 100여 명을 면.. [서초동 25시]수사팀 100~200명씩... 특검 '덩치' 감당할 사무실 없나요? 이민준 기자 입력 2025.06.16. 01:17 업데이트 2025.06.16. 11:05 내란·김건희·해병 3대 특검 준비 착수 100~200명 수사팀 감당할 수 있는 사무실 찾기 어려워 군·경찰 수사하는 내란 특검은 보안 유지 필요해 검찰청·경찰서 등 공공기관 고려 중 지난 12일 임명된 내란·김건희·해병대원 특별검사들이 사무실 마련을 시작으로 수사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각 특검팀의 규모가 100~200명 수준으로 대규모여서 사무실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첫 단추인 사무실 임차부터 전쟁”이라는 말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검은 서울고검 청사와 경찰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등을 사무실로 고려..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75] 그러거나 말거나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6.16. 00:16 그러거나 말거나 골목길 미용실에선 수다꽃이 피었습니다 커트가 어떻고 파마는 또 어떻고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끝나지 않습니다 어제는 모종비, 오늘은 가루비 미용실 앞 작은 텃밭엔 강냉이 새싹들이 이모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 구경 한창입니다 -이달균(1957-) 동네 사람들의 단골집 미용실에선 손님 여럿이 모여서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다. 조금은 쓸데없는 말이 들어 있고, 또 조금은 쓸데없이 말수가 많지만 그 얘기가 꿀처럼 달기만 하다. 이런저런 얘기가 끝없고, 그 얘기 소리는 한데로 문 열고 나오듯 바깥으로도 들려온다. 바깥에는 비 자분자분 내리는데, 어제는 모종하기에 딱 좋은 비가 오고, 오늘은 가루처럼 잘게 부스러지듯이 비가 오고, 바깥으로도 들려오는 얘.. [만물상] KF-16 배성규 기자 입력 2025.06.13. 20:36 업데이트 2025.06.14. 00:00 F-16은 1970년대 말 미국에서 개발됐다. 당초엔 F-15 전폭기의 보조 전투기였다. 하지만 가볍고 민첩해 공중전에 능하고 지상 폭격까지 하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1980년대 중동 분쟁 때 러시아의 미그-21과 수호이-22 등을 44대 격추했다. 반면 공중전에선 한 번도 격추된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게임 체인저로 투입될 정도로 롱런하고 있다. ▶F-16은 1980년대 한국형 전투기 사업 때 F-18과 경쟁했다. 처음엔 밀렸지만 가성비(대당 264억원)로 뒤집었다. 한동안 ‘방산 비리’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미국 직수입(40대)과 국내 면허 생산(140대)을 합쳐 총 180대였다. 한국은 세계에서 .. [박은식의 보수주의자의 Rock] 마침내 '벽'을 부순 핑크 플로이드처럼 박은식 내과 전문의 입력 2025.06.12. 23:55 업데이트 2025.06.12. 23:56 5·18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던 광주광역시 충장로에는 30년 가까이 호남 음악 애호가들의 성지로 건재한 ‘25시음악사’라는 음반 매장이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충장로의 가장 중심 골목에서 2개 층을 통째로 임대했을 정도로 호남 최대 음반 매장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록에 입문한 나에게도 그 공간은 특별했다. 두 층을 가득 채운 뮤지션들의 다채로운 CD를 고르는 일은 큰 행복이었다. 사고 싶은 음반은 많았지만 돈이 부족해 고민이었다. 그럴 때면 사장님께서 음반을 추천해 주셨다. 어느 날 사장님은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을 추천하며, 프로그레시브 록의 정수이자 사람과 사람 사이 벽을 허무는.. [만물상] 히스패닉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6.12. 20:28 업데이트 2025.06.12. 23:03 2007년 10월 워싱턴포스트가 한인과 히스패닉 사이에 ‘예상치 못한 경제 동맹’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한인 소상공인들은 수퍼마켓, 식당처럼 노동력은 많이 필요하지만 이익이 작은 사업을 많이 한다. 이 한인들이 급증하는 히스패닉 노동력에 의존하며 일자리를 통해 서로 섞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식료품점 사장이 “그라시아스(고맙다)” 같은 스페인어를 배우고, 히스패닉 직원은 “배추” “만두” 같은 한국어를 익히며 몇 년째 함께 일하는 사례 등이 소개됐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이 동맹은 진행 중이다. 한인 식당 주방, 한인 마트 계산대에는 히스패닉 직원이 흔히 있다. 한인 미용실에 가도 히스패닉.. "황혼기에 의료 서비스·건보 이용하자" 돌아오는 老年의 재외동포 박강현 기자 입력 2025.06.12. 16:01 업데이트 2025.06.12. 22:23 복수 국적제 활용 위한 국적 상실 신고 늘어나 전문가들 "우리나라 위상 올라간 덕분" 올해 졸수(卒壽·90세)인 A씨는 1970년대에 미국인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결혼 이민’을 가 시민권을 취득했다. 얼마 전 남편이 별세하자 A씨는 한국행을 고민했고, 가족들의 오랜 설득 끝에 최근 귀국했다. 이후 A씨는 법무부의 ‘65세 이상 복수 국적제’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달 국적 상실 절차를 시작했다. 복수 국적제의 전제가 되는 한국 국적 회복을 위해선 국적 상실 신고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미국 시민권을 딸 당시에 하지 않아 뒤늦게 한 것이다. 외국에서 오랜 기간 시민권자로 살아오다, 노년기에 귀국한 뒤 국적.. 영화관서 폰 보고 떡볶이 먹고… 비매너 관객 '관크' 늘어난 까닭은 백수진 기자 입력 2025.06.12. 01:33 업데이트 2025.06.12. 10:35 상영 중 떠들고 통화까지… OTT 시청에 익숙해진 까닭에 비매너 관객인 '관크' 늘었다 분석 ‘택시 드라이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 많은 명작을 남긴 영화계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더 이상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다. 스코세이지는 최근 원로 영화 평론가 피터 트래버스와 인터뷰하며 “영화를 보는 중에도 휴대전화로 통화하거나, 간식을 사러 나가고, 대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시끄럽게 떠드는 관객 때문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요즘 극장 매너는 최악이다” “5분에 한 번씩 휴대전화 불빛이 보인다”며 스코세이지의 불만에 공감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자택에 전.. 서초동 법원판 '골 때리는 그녀들'...풋살팀 이름은? 김나영 기자 입력 2025.06.12. 01:15 업데이트 2025.06.12. 10:58 女판사 등 30명 풋살팀 창설 팀명은 'FC 정의구현' 유력 "함께 뛰며 유대감 쌓고 싶어" “풋살팀 회원을 모집합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최근 풋살팀이 창설됐다. 같은 담 아래 모여 있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 서울회생법원 구성원들이 두루 참여했다. 판사에서부터 재판연구원, 법원 사무직원, 법원 보안관리직원 등 직종 불문이다. 현재까지 모집한 인원은 30여 명. 이들의 공통점은 일부 간부를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 풋살 예능 프로그램 콘셉트처럼 법원판 ‘골 때리는 그녀들’이 탄생한 것이다. 풋살팀은 회칙 제정, 코치진과 임원진 구성 등을 마친 단계로, 이달 중순 첫 연습에 돌입한다... 이전 1 2 3 4 ··· 2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