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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집 구경 요금'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5.04.25. 20:36 업데이트 2025.04.26. 00:01 17년 전 특파원으로 부임해 프랑스 파리에서 집을 구할 때 고생을 적잖이 했다. 프랑스에선 월세가 어지간히 밀려도 쫓겨나지 않을 만큼 세입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강해 집주인이 세입자를 까다롭게 선별한다. 우선 집 구경 자체가 쉽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신분과 소득이 증명돼야 집 구경 날짜를 잡아줬다. 약속된 날짜에 가보면 경쟁자 여럿과 함께 집을 구경해야 했다. 집주인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 옷차림과 태도, 말투에도 엄청 신경을 써야 했다. ▶영국 런던도 파리만큼 집 구경하기가 어렵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집 구경(viewing appointment) 날짜를 잡는데, 집 구경 한 번에 75파운드(약 1..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국민의힘은 '3不 전략' 알고 있나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5.04.25. 00:02 전쟁이든 스포츠든 선거든 전력·전략·정신력에서 승패가 갈린다. ‘6·3 조기 대선’은 민주당이 세 가지 요소 모두 압도하고 있다. 전설적 복서 마이크 타이슨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얻어맞기 전까지는”이라는 유명한 말로 상대방을 싸우기도 전에 주눅 들게 했다. 국민의힘 눈에는 이재명이 타이슨처럼 보인다. 지난 17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National Barometer Survey) 결과는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 54%,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 33%였다. 18일 발표한 갤럽 조사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당선’ 45%, ‘국민의힘 후보 당선’ 32%였다. 이재명 지지율은 양자..
[만물상] 정치 테마주도 세계 최대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5.04.24. 21:31 업데이트 2025.04.25. 00:04 지난해 7월 13일, 대선 유세장에서 트럼프 후보가 총격을 당했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았다. 트럼프가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트(fight)’를 외치자, 증시에서 불이 났다. 트럼프가 만든 소셜미디어(SNS) 기업,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DJT) 주가가 74% 폭등했다. 반면 바이든 테마주였던 2차 전지, 태양광, 풍력 기업 주가는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있었던 지난 4월 4일.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NE능률은 곧장 하한가(-30%)를 맞은 반면 상지건설은 상한가(+30%)로 치솟았다. NE능률은 대주주 회장이 같은 윤씨 문중이라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 상지건설은 과거 ..
마약 중독자 "죽고 싶어요"… 상담사는 새벽까지 그를 붙잡았다 국내 첫 마약 전화 상담 센터 가보니 정해민 기자 입력 2025.04.24. 01:27 업데이트 2025.04.24. 06:13 “마약 때문에 인생이 망가졌어요. 정말 죽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달 13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1342 상담 센터’에 전화가 걸려왔다. 본인을 ‘마약 중독자’라고 밝힌 A씨는 “교도소에 다녀왔는데 취업도 안 되고 삶에 희망이 없다. 자살하겠다”고 했다. 상담사는 “전화 잘 주셨다. 얼마나 힘드셨냐”며 안심시켰다. 그로부터 몇 시간, 통화는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됐다. 상담사는 A씨가 잠이 든 걸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센터에는 이런 전화가 하루 20~30통씩 온다. 마약의 늪에 빠져 고통을 겪으면서도 고민을 말할 곳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천현우의 세상 땜질] 교복 위에 입는 작업복… 당신은 아십니까 천현우 용접공·작가 입력 2025.04.24. 00:21 업데이트 2025.04.24. 01:05 인생게임이란 보드게임이 있다. 원문부터 The Game of life. 성인에서 시작해 칸이 앞으로 나갈수록 노년기로 향하는 구성이다. ‘인생’이란 큼직한 단어를 차용했지만 실제로는 ‘은퇴까지 얼마나 벌 수 있을까’가 핵심이다. 맨 마지막 칸에 도달하면 ‘은퇴’라는 설정이고, 모두가 은퇴했을 때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이 이긴다. 이 게임은 시작할 때 대학을 갈지 바로 취업할지 결정한다. 바로 취업하면 일찍 돈을 벌 수 있지만 고점이 낮다. 반면 진학하면 직장 생활이 늦어지고 학자금도 나가지만 취업 후 돈을 더 벌 수 있다. 1960년도에 출시한 이 고전 게임은 취업과 진학을 같은 선상에 두고 표현하고 있다...
선거철 되자 우후죽순 자서전... 그보다 한 줄 '참회록' 부터 쓰십시다 [윤동주 80주기 - 어둠 넘어 별을 노래하다] [3] 참회록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5.04.24. 00:10 업데이트 2025.04.24. 06:55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1942. 1. 24. 선거철이 되자 자서전 출판이 늘어났다..
[만물상] '분조장' 골든타임 15초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4.23. 21:08 업데이트 2025.04.24. 00:03 알렉산더 대왕은 그리스부터 페르시아·인도에 이르는 광대한 땅을 정복했지만 정복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마음이었다. 그가 28세 때 페르시아를 정복한 다음 부하들과 만찬을 함께 할 때 심복 중 한 명이 교만하지 말라고 직언했다. 격분한 왕은 위병의 창을 빼앗아 심복을 향해 던졌다. 창은 가슴을 관통했다. 왕은 곧바로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며 사흘 밤낮을 방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요즘으로 치면 분노 조절 장애를 의심해야 할 일이다. ▶서울 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른 용의자가 숨지고 주민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60대 방화 용의자가 윗집 주민과 층간 소음 갈등을 겪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싹 속았수다 삽입곡+OST 노래모음 (1화~16화) & 등장인물 폭싹 속았수다 삽입곡+OST 노래모음 (1화~16화)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참고: (나무위키)폭싹 속았수다/음악노래 제목을 클릭하면 YouTube와 링크됩니다.. 앨범을 클릭하면 수록된 곡 앨범 YouTube와 링크됩니다..My ♡best ♡good ♥ 삽입곡 ♥ 오프닝 ♡♡봄 - 김정미 앨범♡♥ 1회차♡Yesterday - 비틀즈 앨범♡ 감격시대 - 남인수 앨범 ♡나도 몰래 - 양희은 앨범♡ ♥ 2회차 ♡너의 의미 - 산울림 앨범 자아도취 - 푸른하늘 앨범 대머리 총각 - 김상희 앨범 ♡바람 - 김정미 앨범 7일간 부산항 - 정향 ♥ 3회차 Theme from Bonanza - Jay Livingston & Ray Evans소문났네 - ..
응급실 지키다가… 10분 만에 준비해 화재 현장으로 응급의학과 의사 현장 출동기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작가 입력 2025.04.23. 01:20 업데이트 2025.04.23. 06:07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아침 출근길이었다. 응급실 자리에 앉자마자 재난의료지원팀(DMAT: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목적지는 봉천동 아파트 화재 현장이었다. 큰 재난 상황임을 직감했다. 응급실을 지키는 의사가 현장까지 출동해야만 하는 드문 상황이기도 했다. 우리는 십 분 안에 시동을 걸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병원 소속으로 대기하는 구급차가 있었다. 우리 팀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행정, 운전, 재난의료관리자까지 여섯 명이었다. 현장에서 환자를 처치할 수 있는 의료 장비가 든 카고백과..
[만물상] 교황의 묘비명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4.22. 20:12 업데이트 2025.04.23. 00:02 죽은 이의 삶을 기록하는 묘비명(墓碑銘)은 미라를 만들던 고대 이집트 때부터 있었다. 망자의 나이와 관직, 이름을 적었다. 로마인들은 묘비명에 망자의 삶도 담고자 했다. 눈길 끄는 문장이나 시(詩)로 인생을 축약했다. 오가는 사람들이 묘비명을 읽고 고인을 오래 기억하도록 묘를 붐비는 길가에 썼다. ▶묘비명 작성엔 문학적 함축과 은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동원된다. 심지어 문장을 쓰지 않기도 한다. 원주율을 소수점 이하 35개까지 계산한 네덜란드 수학자 뤼돌프 판쾰런의 묘비명은 그가 계산해 낸 원주율 숫자다. 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묘비명은 ‘THE VOICE(목소리)'다. 그녀의 팬들은 정관사 ‘the’를 붙임으로..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곱셈을 아는 지도자를 보고 싶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5.04.18. 00:02 두 종류의 지도자가 있다고 한다.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지도자와 상대방의 똑똑함을 이끌어낼 줄 아는 지도자다. 스스로 잘난 지도자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해’라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관여하고 독점하며 상대방을 위축시킨다. 반면, 후자에 속하는 지도자는 상대방이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능력을 발휘하도록 격려한다. 글로벌 리더 150여 명을 탐구한 미국의 리더십 연구가 리즈 와이즈먼은 전자를 ‘디미니셔(Diminisher)’, 후자를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라고 명명했다. ‘디미니셔’는 글자 그대로 쪼그라뜨리는 사람, ‘멀티플라이어’는 ‘곱셈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
[만물상] '다크 패턴'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5.04.17. 21:12 업데이트 2025.04.17. 23:41 항공권 구매 사이트에서 제일 싼 티켓을 찾아내 결제하려고 보니, 특정 신용카드만 결제가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귀찮기도하고 시간이 아까워 결국 기존 신용카드로 살 수 있는 더 비싼 항공권을 구입하게 됐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가성비 좋은 호텔을 힘들게 찾아 예약하려고 보면 수수료, 세금 등이 붙어 처음 제시된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가격이 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품절 임박’ 메시지가 뜨면, 조바심이 일며 급히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된다. 구매 대상을 찾고 있는데, ‘오늘 420명이 주문했어요’ ‘이 상품을 300명이 보고 있어요’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으면 홀린 듯 결제 코너로 직..
'이오지마 성조기'까지 기획·정리=박재형 기자 입력 2025.04.17. 15:11 일러스트=이철원 1945년 2월 19일 미 해병대가 일본 본토에 가까운 작은 섬 이오지마(硫黃島)에 상륙했다. ‘손바닥’만 한 이오지마 정도는 단숨에 점령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군은 섬 전체에 개미굴을 파고 미 해병대를 괴롭혔다. 일본군은 병사들에게 ‘미군 10명을 죽이기 전에는 죽지도 말라’고 명령했다. 첫날에만 미 해병대 2500여 명이 전사(戰死)했다. ▶이오지마에 고지는 수리바치라는 산 하나밖에 없다. 2월 23일 미 해병 5사단 28연대의 한 소대가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경사가 심해 손과 무릎으로 기어올랐다. 동굴 속 일본군이 튀어나와 공격했다. 마침내 오전 10시 반쯤 미군 6명이 성조기를 올리는 데..
[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개미가 일렬로 움직이면 비가 오고, 흩어지면 맑은 날… 왜 그럴까요? '기상예보관' 개미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입력 2025.04.17. 05:03 최근 전국에 봄비가 내리며 조금씩 기온이 오르고 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바뀌는 날씨 때문에 우산을 챙기지 못해 낭패를 본 분들도 있을 텐데요. 동물이나 곤충 중에는 예보만큼이나 날씨를 잘 알아맞히는 종이 있답니다. 대표적인 곤충이 개미예요. “개미는 5일 앞의 비를 알고, 뛰어난 장군은 100리 밖의 적을 알아차린다”라는 말도 있는데요. 개미는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기상 변화를 읽고 비가 올 것을 예측하고 대비하지요. 고사성어 중엔 ‘의봉혈우(蟻封穴雨)‘란 말이 있습니다. ‘개미 의(蟻)‘ ’봉할 봉(封)‘ ’구멍 혈(穴)‘ ’비 우(雨)‘ 자를 쓰는데, 비가 올 것 같으면 개미가 입구를 막는다는 뜻입니다. 그럼 ..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망해 가는 중국? 유튜브만 믿지 마라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5.04.17. 00:44 업데이트 2025.04.17. 09:54 시진핑이 경제 망쳐? 실상은 상하이 중산층 희생하는 '내륙 굴기' 내수 키우는 '쌍순환'·농민 지원 '三農' 정책으로 국토·산업 개편 중국 향한 오만, 한국을 망칠 위험… 中에 맞설 우리 전략은 뭔가 “중국이 힘을 충분히 기르기 전까지는 미국과 잘 지내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정책을 시진핑이 섣불리 깨버려 중국이 주저앉았다. 그러니 서방은 시진핑에게 감사해야 한다.” 익숙한 이야기다. 유튜브를 키면 비슷한 경제 해설 영상이 수두룩하다. 실제 지표로 봐도 그럴듯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 이후 중국 경제성장률은 큰 타격을 입었고, 첨단 산업도 광범위한 제재를 받았다. 미국은 여전히 전 세..
[만물상] 동물의 언어 곽수근 기자 입력 2025.04.16. 20:58 업데이트 2025.04.16. 23:41 ‘고양이 통역기‘인 미야오(야옹) 톡(Meow Talk)은 2000만건 이상 내려받은 스마트폰 앱이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개발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고양이 울음소리 2억6000만건을 AI에 학습시켰다. 이용자가 고양이 소리를 앱으로 전송하면 AI가 “화났어요” “배고파요” 등으로 해석해주는 식이다. 개발사는 고양이 감정을 70% 이상 정확도로 알아맞힌다고 주장하나, 이용자들은 “사랑해요” “예뻐해 주세요”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동물의 언어에 대한 과학적 관심은 1960년대부터 본격화했다. 동물은 자극에 반응하는 단순 기계가 아니라,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라는 인..
[단독] 의대생 복귀율 낮지만, 내년 '증원 0명' 확정할 듯 40개 대학 총장들, 오늘 회의 최인준 기자 오주비 기자 입력 2025.04.16. 01:06 업데이트 2025.04.16. 11:15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들이 16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0명’(3058명)으로 확정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의대생들이 돌아오면 내년도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직 학생들의 수업 복귀율은 낮지만 현실적 문제들을 고려할 때 대학들이 ‘3058명’으로 확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16일 오후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확정하는 회의를 연다. 교육부는 이날 대..
[만물상] 천국의 골프장, 오거스타 내셔널 최수현 논설위원·스포츠부 차장 입력 2025.04.15. 20:53 업데이트 2025.04.15. 23:38 올해 마스터스 골프 대회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는 “남은 생에 오직 한 골프장에서만 플레이 해야 한다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을 택하겠다고 했다. “지구상에 더 아름다운 코스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선수들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매년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은 그림 같은 풍경과 완벽한 코스 관리로 ‘천국의 골프장’이란 평을 받는다. 1930년대 문을 연 오거스타 내셔널은 다른 골프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코스 관리팀 자체가 모두 세계 최고 전문가들이다. 마스터스 기간엔 세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드는데, 선발되려면 충분한 업계 경험에 신뢰할 만한..
착한 택시라더니… 논란 싣고 달리는 택시협동조합 기사들이 낸 출자금 배임·횡령 김아사 기자 입력 2025.04.15. 00:53 업데이트 2025.04.17. 16:11 법인택시 업체들이 경영난과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사이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중간 성격의 ‘택시 협동조합’이 전국적으로 100곳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조합들이 ‘사납금을 없앤 착한 택시’라는 점을 내세워 기사 가입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 증가가 택시 업계 전체를 흔들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사들이 협동조합에 가입할 때,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1억원 가까운 목돈을 내야 하는데 이 돈의 사용이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택시 기사 70%가 60세 이상 고령으로 노후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 곳곳에 민원 응대 AI… 3시간 하소연해야 인간이 받는다고? 장강명 소설가 입력 2025.04.15. 00:02 업데이트 2025.04.16. 15:03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소설 내용은 허구이며 실제 행정기관과 무관합니다 10회 #민원 대응 민원 전화 대응을 처음으로 인공지능에 맡긴 한국의 공공기관은 충주시였고, 다음은 국립생태원이었다. 방문 민원인 대응을 처음으로 로봇에 맡긴 공공기관은 금융위원회였고, 다음은 김포시였다. 초기에는 AI가 민원 내용을 요약해 담당자에게 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점점 공공기관..
[만물상] 오바마의 사생활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4.14. 20:19 업데이트 2025.04.14. 23:33 2013년 12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영결식에 세계 지도자들이 모였는데, 여기서 찍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사진이 구설을 낳았다. 오바마가 덴마크의 여성 총리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활짝 웃으며 대화하는데 부인 미셸 여사가 마치 이를 노려보는 듯한 시선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금발에 푸른 눈, 훤칠한 키로 유명한 덴마크 총리와 셀카까지 찍는 동안 미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논란이 일자 보수 성향 뉴욕포스트엔 “추파나 던지는 오바마(Flirty Obama)는 아내와 국민에게 사과하라”는 글까지 실렸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에 다니던 1990년 로펌에 인턴을 하러 갔다가 동문인 미셸을 만나 2년..
사찰 음식에 반해… 정관 스님 요리책 낸 스위스인들 작년 유럽서 책 낸 스위스 출판사 '정관 스님 나의 음식' 한글판 출간 남정미 기자 입력 2025.04.11. 00:52 업데이트 2025.04.11. 21:02 전남 장성 백양사 천진암 주지인 ‘정관 스님’은 세계에서 요리사 제자를 가장 많이 둔 스님이다. 국내 유일 미쉐린 3스타 식당(2025) ‘밍글스’ 강민구 셰프, ‘아시아 최고 여성 요리사’로 선정된 조희숙 셰프 등이 그를 ‘스승’으로 모신다. 프랑스 파리 ‘르 코르동 블루’ 학과장 에릭 브리파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스타 셰프들도 매해 스님의 ‘사찰 음식’을 배우기 위해 백양사를 찾는다. 이런 스님의 요리 세계를 담은 첫 책 ‘정관 스님 나의 음식(윌북)’이 지난 3일 국내에 처음 나왔다. 책은 출간 일주일 만에 7000부 이상이 팔리며, ..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66] 이슬 세상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4.13. 23:52 이슬 세상 이슬들 모여 앉아 쪽방촌을 이루었다 아침 물고 날아온 새, 살짝 떨군 물똥처럼 물방울 은빛 사리가 가지런히 눈부신 곳 오늘의 특별 손님, 실잠자리, 무당벌레 터줏대감 소금쟁이, 청개구리, 까마중 조금은 옹색하지만 불평 없이 동거하는 주인도 세를 사는 하늘이 맑은 동네 온몸을 톡, 던져서 풀잎 발등 적시는 작아서 더 좋은 것, 저 깨끗한 전신공양 -유재영(1948~) 풀잎 위에 떨어진, 영롱한 이슬을 이 시조에 간곡하게 모셨다. 하늘 아래 첫 동네처럼 깨끗한 자연이 있는 곳인데, 그곳의 생명 살림을 쪽방촌에 빗대었다. 작고 좁은 방이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모인 이 쪽방촌에는 거주하는 생명이 많다. 사람, 날고 기는 것, 물에 사는 것, 한해살이풀..
[만물상] 벚꽃 위에 내리는 눈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4.13. 23:45 업데이트 2025.04.13. 23:47  2~3월 눈이 오면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서둘러 카메라를 챙긴다. 이른 봄 눈 속에 핀 설중화(雪中花)를 찍는 것은 이들의 로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빠르면 2월 초순 눈을 뚫고 피는 복수초 사진은 비교적 흔한 편이다. 설중매는 매화 중 으뜸으로 친다. 설중 노루귀는 물론 설중 앉은부채, 설중 처녀치마까지 보았다. 그러나 설중 벚꽃은 본 적이 없다. ▶13일 벚꽃이 만개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눈이 내려 설중 벚꽃도 생겼다. 이날 오전 벚꽃 구경하려고 서울 남산 둘레길을 걷다가 싸락 우박을 맞았다. 강한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고 우박도 떨어지는데 어느 것이 꽃잎이고 우박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다...
[박은식의 보수주의자의 Rock] 소련 붕괴에는 메탈리카도 한몫했다 박은식 내과 전문의 입력 2025.04.11. 00:02 헤비메탈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미국 밴드 메탈리카(Metallica).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멤버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일들이 많았다. 밴드의 보컬과 리듬 기타를 담당하는 제임스 헷필드는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과 가출에 이어 16살 때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했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팀의 핵심 멤버인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튼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슬픈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술이라는 도피처에 허우적거리던 헷필드는 결국 알코올 재활 센터에 입소했다. 록스타에서 알코올 중독 환자로 추락해 버린 그가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일어서는 의지를 담아 낸 곡이 바로 ‘Sad but True(슬프지만 사실인..
[만물상] 트럼프의 금전 감각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4.10. 21:01 업데이트 2025.04.10. 23:14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취임 선서가 있었다. 투자은행 CEO 출신인 그는 2001년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 658명을 잃었지만 혼자 살아남았다. 아내 말에 따라 당시 5세였던 장남 카일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느라 늦게 출근한 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선서식에 온 러트닉 장관의 3남 1녀 중 카일을 찾더니, “네가 아버지를 구했구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얘한테는 다른 자식들보다 (유산을) 좀 더 물려줄 거죠?” 기적처럼 생명을 구한 사연이 돈 얘기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사업 실패로 막대한 부채를 지고 파산 위기에 몰렸던 199..
전입신고 해도, 대학 가도… 수백만 원 뿌리는 지자체들 인구 붙잡으려 현금 지원 확대 김민기 기자 입력 2025.04.10. 01:18 업데이트 2025.04.10. 05:34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충북 제천시 세명대와 대원대에는 ‘전입신고 현장 접수’ 부스가 차려졌다. 다른 시도 출신 대학생들이 신분증을 들고 오면 제천시청 직원들이 그 자리에서 학생들이 전입 신고서를 쓰는 일을 도와줬다. 그 결과 대학생 744명이 제천시로 주민등록지를 옮겼다. 대학생들이 주소를 옮긴 건 제천시가 전입신고한 대학생에게 최고 280만원씩 장학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전입신고만 하면 우선 100만원을 주고, 추후 주소를 유지하는 기간에 따라 추가로 1년 50만원, 2년 60만원, 3년 70만원 등 최고 180만원을 지역 화폐나 공공 배달 앱 포인트로 준다. 제천시는 ..
[박찬용의 물건만담] 150불짜리 열쇠고리에 매달린 전쟁 한 조각 박찬용 칼럼니스트 입력 2025.04.10. 00:31 업데이트 2025.04.10. 10:35 전쟁 열쇠고리 서러운 우크라이나 국민 생각하다 '전쟁 굿즈'를 알게 됐다 러 수호이機 잔해로 만든 열쇠고리에 격추지점 좌표도 새겨 결제 페이팔·배송 페덱스… "기부·판매금은 재건 기금으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와 밴스에게 둘러싸여 망신을 당하던 날 내 안의 뭔가가 끓어올랐다. 국제 정세의 비정함처럼 형이상학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돈 없고 힘 없으면 서럽다는, 인류의 유서 깊고도 너저분한 진리를 한번 더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살면서 돈과 힘이 없었던 적이 더 많다. 국제 망신을 당하는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인들이 남 일 같지 않았다. SNS에 허망한 탄식과 분노를 올리기보다 실질적인 일을 하기..
[만물상] 김신조 안용현 논설위원 입력 2025.04.09. 22:31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습격 사건이 터졌을 때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 무장 유격대가 청와대 앞까지 공격했다’고 대서특필했다. 김일성이 무장 공비를 내려보냈다는 내용은 한 줄도 없었다. 북 주민은 남한 내 친북 유격대가 일을 벌인 줄 알았다. 북 공비들이 대거 사살되고 한 명은 투항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외교관 출신 탈북민은 “해외 공관에 나가서야 ‘김신조’란 사람이 붙잡혔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북은 김신조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1·21 사태 직후 피랍된 푸에블로호의 미군과 김신조를 교환하자는 제의도 묵살했다. 김신조의 북한 가족은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끌려갔다. ▶김신조는 2년 넘게 조사를 받고 사회로 나왔다. 어느 날 만취한 청년이..
[윤동주 80주기] 역풍에도 피는 배추꽃처럼… 인생, 봄 같지 않다고 주저앉아 있어서야 [어둠 넘어 별을 노래하다] [2] 봄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5.04.09. 00:24 업데이트 2025.04.09. 09:30 봄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 아른, 높기도 한데······ ― 1942. 봄 (추정) 아름다운 봄꽃과 고운 향기가 봄 소식을 전하기 전에 거친 불길이 경상북도 일대의 초목을 휩쓸어 갔다.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화마에 잠기고 천년 고찰 고운사 경내가 불에 덮여 폐허가 되었다. 연기 오르는 잔해 사이에 덩그러니 남은 범종의 참혹한 모습이 머리에 떠오른다. 건조 기후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