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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아부의 기술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2.09. 20:02 업데이트 2025.02.09. 23:27 2023년 별세한 헨리 키신저는 냉전 시대 소련과 중국 간 균열을 이용해 미·중 수교를 이끌어 냈다. 그에게는 ‘아부’도 중요한 외교 수단이었다. 1971년 중국을 비밀 방문해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와 만난 키신저는 회담 초반부터 “중국의 문화적 우월성에 비교하면 미국은 개발 중인 신흥 국가였다” “(중국은) 아름답고 신비한 나라”라며 상대를 띄워줬다. 이 회담에서 양측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에 합의했다. 미국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훗날 키신저 전기에 그가 “아부와 아첨으로 적들의 인정을 받은 뒤 그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려고 했다”고 썼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1937년 자신에 대한 아부가 ‘안이함’을 초..
로또라던 상가의 몰락… 강남 아파트도 비었다 이태동 기자 입력 2025.02.08. 00:55 81가구 분양에 3만5800여 명이 몰려 ‘로또 아파트’라 불렸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의 신축 아파트 메이플자이. 아직 ‘미분양’ 물건이 남아 있다. 이 아파트 상가 213개 점포 중 조합원 물량을 뺀 59개 일반 분양 점포(27%) 얘기다. 사실상 분양 대상이 된 상가 전체가 미분양이 난 셈이다. 이 단지 재건축조합은 59개 점포에 대해 지난달 ‘일괄 매각’에 나섰는데, 보름 넘게 입찰 업체가 없어 유찰됐고, 2차 입찰을 진행 중이다. 조합 측이 일반 분양이 수월하지 않을 걸 우려해 ‘통매각’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아파트 경쟁률은 442대1인데, 상가 경쟁률은 ‘제로’다. 조합원 가구 포함 3000가구, 거주민만 1만여 명에 이를 대단지인데도..
서울대 정시 합격자 5명 중 1명은 '장수생' 표태준 기자 입력 2025.02.07. 17:32 업데이트 2025.02.08. 00:37 올해 서울대 정시 모집 합격자 5명 중 1명은 수능을 세 번 이상 친 장수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출생)가 ‘대학 간판’을 높이려 입시에 재도전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일 서울대가 발표한 ’2025학년도 서울대 정시 모집 선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합격자 1570명 가운데 삼수 이상 합격자가 330명(21%)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았다. 고3 재학생 합격자는 633명(40.3%), 재수생 합격자는 571명(36.4%)이었다. 삼수 이상 합격자 비율은 2016학년도 89명(9.6%)에서 2020학년도 134명(15.5%), 2..
中당국, 수집정보 언제든 볼수 있다...정부·지자체·민간도 '딥시크 금지' 장형태 기자 유지한 기자 입력 2025.02.07. 00:55 업데이트 2025.02.07. 05:45  중국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의 이용자 정보 유출 우려가 확산하면서 접속을 차단하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기관,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딥시크는 출시 일주일 만에 한국 이용자가 12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관심을 모았는데, 민감한 업무·개인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용자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중소벤처기업부·환경부·여성가족부·금융위원회 등 중앙 부처가 정부망에서 딥시크 접속을 금지했다. 전날 외교부·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에 이어 다수의 중앙 부처와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선거관리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유현준의 공간과 도시] 수술실의 칼, 골목길의 칼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5.02.07. 00:02 칼 든 사람, 수술실선 의사·골목길선 강도 중요한 건 맥락… 시대적 변화 읽어야 할 때 역사를 잊는 국민에겐 미래가 없다고? 그런데 왜 중국 말고 일제만 이야기하나 강대국 된 중국, 지금 곳곳서 '친중 공작' 좁게 보면 부자 對 빈자가 정치현안 같지만 지금 우리에겐 '지정학적 변화' 더 중요해 그림은 배경이 중요하다. 칼을 든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사람의 배경이 어두운 골목이면 목숨을 위협하는 강도이고, 배경이 수술실이면 목숨을 살리는 의사가 된다. 사건 하나가 배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배경은 공간이다. 건축에서 배경은 크기와 범위가 중요하다. 작은 건물을 지을 때는 거리 배경을 살펴본다. 건축에서는 그것을 어려운 말로 ‘컨텍스트’..
[만물상] AI 시대 희소 자원 '언론 기사'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5.02.06. 20:53 업데이트 2025.02.07. 00:03 국내 한 부동산 전문가가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에 “ㅇㅇ(자신의 필명)이 누구니?”라고 물었다. 결과가 놀라웠다. 주요 활동,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는 왜 유명한지까지 설명해 주었다. 정보의 품질과 깊이가 오픈AI의 챗GPT를 능가했다. 딥시크는 어떻게 이런 정보까지 알까. 오픈AI는 딥시크가 자사 데이터를 훔쳐 갔다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그게 다가 아닐 수 있다. ▶미국 빅테크가 챗GPT 같은 AI 모델을 만들 때 세상의 온갖 정보를 다 수집했는데, 그 중심엔 언론사들이 100년 이상 축적한 뉴스 기사가 있었다. 빅테크가 AI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를 가장 많이 수집한 상위 10개 웹사이트를 조사했더..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우리의 민주주의는 노인들을 얼마나 존중해왔나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5.02.05. 23:58 젠더 갈등·반중 정서·민주당 반감 등 청년보수 대거 거리로 탄핵반대 집회 현장 나가보니 노인과 청년들 서로 함박웃음 새삼 각성… 거리의 노인들은 '의식 뒤떨어진 사람들'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많은 이가 윤석열 대통령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탄핵안이 가결되고 난 뒤 상황은 다르게 전개되었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계속 상승해 오히려 최고점을 향해 달려갔다. 거리에서도 무언가 다른 에너지가 나타나고 있었다. 탄핵 반대 집회는 모일 때마다 무서운 기세로 불어나고 있었다. 이들은 서부지법에서는 경찰 병력마저 뚫고 폭력 사태를 벌이기까지 했다. 검거된 구성원 절반이 2030 남..
[만물상] 한국 국회 황당 증인 역사 정우상 논설위원 입력 2025.02.05. 20:29 업데이트 2025.02.05. 23:39 디자이너 앙드레김의 인생은 1999년 옷 로비 국회 청문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가 참고인 선서 때 “앙드레김입니다”라고 하자, 법사위원장은 “본명을 말하세요”라고 했다. “김봉남입니다.” 프랑스 유학파 앙드레김의 고향(구파발)과 본명(김봉남)이 처음 알려졌다. 좌중에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그는 의원들에게 “제 패션쇼에 꼭 와달라”는 말로 청문회장을 떠났다. 그러나 집에 와선 가족에게 “우리 이민 갈까”라며 힘들어했다고 한다. 천안에 있는 그의 묘비에는 영어로 쓴 ‘앙드레 김’과 한자로 된 ‘개령김공봉남지묘(開寧金公鳳南之墓)’가 함께 새겨져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적폐 청산’이라면 안 되는 일이..
산후조리원 비용 2주 286만원...산모 10명 중 7명 산후조리원行 원하지만 비용 꾸준히 증가 정해민 기자 입력 2025.02.05. 12:00 업데이트 2025.02.05. 14:30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산모가 평균 286만5000원(2주 기준)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 10명 중 7명은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머물기를 바라고 있지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산후조리원 비용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5일 보건복지부는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모자보건법에 따라 2018년 처음 실시한 후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23년에 출산한 산모 중 지역과 연령에 따라 추출한 3221명의 표본 산모를 대상으로 지난해 9~10월 동안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산후 조리 이용 비용은 첫 조사 때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서 산모들은 산후조리원..
[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꿈에 등장한 '검은 용'… 조선 대표 유학자 율곡 이이 태몽이었대요꿈 이한 작가·'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 저자 입력 2025.02.04. 00:32 2025년 새해 첫날, 어떤 꿈을 꾸었나요? 꿈은 여러 가지 인지적, 생리적 과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요. 현실과 꿈은 큰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쁜 꿈을 꾼 날은 마음이 뒤숭숭해지지요. 옛날 사람들은 꿈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견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해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꿈과 엮여 있지요. 태몽에서 곰을 보면 남자아이가, 뱀을 보면 여자아이가 태어난다고 믿었어요. 최고는 역시나 용꿈이었습니다. 검은 용이 나오는 꿈을 꾸고 낳은 아이의 이름을 현룡이라고 짓고, 그 꿈을 꾼 방을 몽룡실(夢龍室)이라고 지은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조선을 대표..
[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 忌日이 되면 '홀로그램 묘비'가 솟아난다는데… 장강명 소설가 입력 2025.02.04. 00:11 업데이트 2025.02.04. 00:25 수목장 나무 DNA에 고인 코드 삽입…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직접 방문 어려우면 유족 아바타 보내 산 자·죽은 자 디지털 대면 "추모의 마음만 있으면 되지 않습니까"… 네카팡·유족의 윈윈일까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8회 #디지털 제사 한국의 대기업 네카팡이 내놓은 추모와 애도 서비스, 일명 ‘디지털 제사’는 세 가지 아이디어가 결합한 것이었다. 첫 번째는 물론 ..
[만물상] 공산당의 '오픈 소스' 전략? 김성민 논설위원·콘텐츠전략팀 차장 입력 2025.02.03. 20:44 인터넷 여명기인 1990년대 초반 넷스케이프가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다.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도전장을 냈지만 처음엔 상대가 안 됐다. MS는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끼워 파는 마케팅 전략을 동원해 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갔다. 궁지에 몰린 넷스케이프는 1998년 프로그램 설계도인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더 많은 개발자가 기능 개선에 참여하는 집단 지성을 기대한 것이다. 넷스케이프는 이를 ‘오픈 소스’ 방식이라고 이름 붙였다. ▶오픈 소스는 MS가 대표하는 상업용 폐쇄 체제와 함께 IT(정보 기술) 역사의 양대 축을 차지해 왔다. 컴퓨터 운영체제인 리눅스,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가 대표적 오픈 소스다...
"AI 작동방식 다 공개해야 되나"… 딥시크가 증명한 '오픈소스' 위력 후발주자들 '공개형'으로 급성장 윤진호 기자 입력 2025.02.03. 00:50 업데이트 2025.02.03. 14:35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로 테크 업계에 충격파를 던진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AI 모델 개발 방식과 관련한 논쟁에도 불을 붙였다. 지금까지 AI 기술은 오픈AI·구글 등 폐쇄형 모델이 이끌어 왔다. 자신들이 개발한 AI 모델의 작동 방식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해 성능을 끌어올리고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딥시크와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등 AI 후발 주자들이 오픈소스 모델을 채택하며 단기간에 AI 성능을 끌어 올리고, AI 산업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오픈 소스’는 소프트웨어 코드 등 AI 모델의 개발 정..
[만물상] '안티 드라이빙' 세대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2.02. 20:38 업데이트 2025.02.02. 23:52 필자가 대학 다니던 1980년대 후반, 대한민국은 ‘3저(低) 호황’으로 활기가 넘쳤다. 사회 분위기는 운전면허 취득 붐으로도 나타났다. 많은 청년이 학력고사 직후 또는 대입 후 방학을 이용해 운전면허를 땄다. 그런데 한 세대 만에 옛얘기가 됐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태어난 필자의 아들딸만 해도 운전에 관심이 없다. 아들은 속칭 장롱 면허이고 대학 졸업반인 딸은 면허가 아예 없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경찰청이 엊그제 내놓은 통계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전국의 운전면허 학원 수가 2018년 383곳에서 지난해 344곳으로 줄었다고 한다. 2020년 106만여 명이던 연간 면..
통일신라 탐정은 살인사건 파헤치고 빚쟁이 마법소녀는 범죄를 소탕하고… [특집 : 지금 문학은] 낯선 세계로 떠나는 모험 황지윤 기자 입력 2025.02.01. 00:52 업데이트 2025.02.01. 06:28 태양제도 다와다 요코 소설| 정수윤 옮김 | 364쪽 | 은행나무 | 1만8000원 설자은, 불꽃을 쫓다 정세랑 소설| 336쪽 | 문학동네 | 1만6800원 마법소녀 복직합니다 박서련 소설| 232쪽 | 창비 | 1만7000원 좋은 시리즈물은 ‘탄탄한 세계관’을 가졌다. 독자가 낯선 세계에 푹 빠져들게끔 해야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세계가 닳아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지금 문학은’ 특집으로 다와다 요코, 정세랑, 박서련 작가가 최근 펴낸 시리즈 소설 세 편을 추렸다. 모두 여성 작가가 쓴, 여성 캐릭터의 모험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편..
[만물상] 다변 대통령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1.31. 20:38 업데이트 2025.01.31. 22:58 2009년 9월 23일,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유엔총회에 등장했다. 신종 플루가 군사용으로 개발된 것 같다는 음모론부터 존 F 케네디가 이스라엘 핵무기를 조사하려다 암살됐다는 주장까지 1시간 36분간 장광설을 쏟아냈다. 그런 카다피도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를 이기지는 못했다. 다변(多辯)으로 유명했던 카스트로는 1960년 9월 26일 유엔총회에서 4시간 29분간 연설해 “마라톤 스피커”란 별명을 얻었다. 유엔총회에서 국가 정상이 한 연설로는 최장 기록이다. 1986년 쿠바 공산당 대회에서 그는 무려 7시간 10분 동안 연설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는 ‘TV형 다변가’였다. 2007년 한 프로그램에서 ..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미·중 AI 경쟁 시대에 한국은 '反지성 팬데믹'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5.01.30. 23:56 85년생 동갑 올트먼과 량원펑의 AI 대결 미·중 청년들은 과학적 합리성 기반 경쟁 우리는 혁신 고사하고 음모론으로 이념 대결 '정치 훌리건' 판치고 반칙과 폭력 난무 선거 승패는 결국 중도적 스윙보터가 좌우 '反지성' 퇴치용 '합리적 이성 백신' 맞아야 설 연휴 세계를 강타한 뉴스는 단연코 ‘딥시크’다. 1985년생 량원펑이 2023년 창업한 딥시크는 연구 개발 인력이 대부분 경력 1~2년 차 20~30대다. 딥시크는 오픈소스를 활용해 개발한 자사 AI 모델을 다시 오픈소스에 공개했다. AI 생태계 구축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엄격한 인터넷 통제와 검열’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딥시크가 던진 충격파는 엄청나다. 실리콘 밸리 벤처..
[만물상] 위험한 항공기 수하물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1.30. 20:49  1990년대 초만 해도 항공기 수하물 규제는 까다롭지 않았다. 기내 흡연도 자유로웠던 시절이라 휴대용 라이터 반입을 지금처럼 한 개로 제한하는 규정 같은 것도 없었다. 수하물 반입 규제의 주된 목적은 사고 예방과 테러 방지에 있다. 1970년대 일본 적군파와 팔레스타인의 검은9월단은 여객기 납치 테러로 악명 높았다. 무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의 기내 반입을 막아야 했다. 우리도 북한의 대한항공 858기 폭파 테러 이후 여행객과 휴대품의 보안 검색을 강화했다. ▶그래도 9·11 테러 이후와 비교하면 관대한 편이었다. 2001년 9·11 이후 특히 미국행 비행기 승객은 사생활 침해 수준의 몸수색을 당했다. 그해 12월 영국 국적의 무슬림 테러리스트가 신발..
전 부치던 며느리 집나갈라… 명절 대세 된 '차례상 대행' 내수 침체에도 업체들 호황 김병권 기자 이호준 기자 서일원 기자 입력 2025.01.25. 01:24 업데이트 2025.01.25. 13:37 울산 거주 자영업자 A(38)씨는 3년 전부터 명절 때마다 ‘차례상 대행 업체’를 이용한다. 그는 “아내가 제사 음식 준비에 버거워해 처음 이용할 때는 집안 어르신 반대가 많았다”며 “음식 품질이 만족스럽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이제 어르신들도 만족스러워하신다”고 했다. 계엄·탄핵 사태 여파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차례상 대행 업체’는 대호황(大好況)을 누리고 있다. 명절 음식에 부담을 느껴온 MZ세대 젊은 부부들이 “빨리 차례 지내고 해외여행 가자” “고물가로 직접 음식 준비하는 것보다 대행 업체가 싸다”며 대행 서비스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3..
[만물상] 미국 성공회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1.24. 20:55 업데이트 2025.01.25. 00:00 미국을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라고 표현할 때 대개 떠올리는 것은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지금의 매사추세츠주(州) 플리머스에 내린 순례자들이다. 이들이 영국 성공회의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떠났기 때문에 미국은 반(反)성공회적인 나라일 것 같다. 하지만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독실한 성공회 신도였고, 그가 태어난 버지니아는 ‘성공회의 보루’였다. 청교도보다 먼저 신대륙에 도착한 것도 성공회 신도들이었다. ▶영국 성공회는 아내와 이혼하고 앤 불린과 재혼하고 싶었던 헨리 8세가 1534년 이혼에 반대하는 로마 가톨릭과의 단절을 선언하며 만들었다. 영국은 1607년 북미에 첫 식민지를 건설했는데 앤 불..
17명 중 5명이 법정에… "차라리 교육감 선거 폐지해야" 재선거 후보도 비위 혐의 재판 중 김민기 기자 입력 2025.01.23. 00:54 업데이트 2025.01.23. 07:30 오는 4월 2일 치르는 부산교육감 재선거에 진보·보수 진영 후보들이 속속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하윤수 전 교육감이 사전 선거 운동 혐의로 기소돼 작년 12월 당선 무효형(벌금 700만원)이 확정됨에 따라 치러진다. 교육감은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작년 10월 서울에서 조희연 교육감이 불법으로 물러나 보궐선거가 치러진 데 이어, 제2의 도시 부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2일 현재 진보 진영에선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과 차정인 전 부산대 총장 등 2명, 중도·보수 진영에선 박종필 전 부산교총 회장, 전영근 전 부산교육청 교..
"한국, 20년간 10대 수출품목 그대로… 끓는 냄비 속 개구리" 곽창렬 기자 입력 2025.01.23. 00:31 업데이트 2025.01.23. 06:44 '트럼프 2기 정책과 영향력' 맥킨지 한국 사무소 보고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해 한국의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9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전망이 나왔다. 이 9개 품목은 한국의 전체 수출액의 약 60%를 차지한다. 22일 맥킨지에 따르면, 맥킨지 한국 사무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트럼프 2기 주요 정책과 한국의 잠재적 영향력’ 보고서를 만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폐지 등의 정책으로 인해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의 9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할 것이란 내용이다. 또 맥킨지는 한국이 지난 20여 년 동안 주요 수출품을 다각화하는 데 ..
♥[박찬용의 물건만담] 남극 횡단… 아문센 시대보다 무게는 절반, 따뜻함은 두 배로 김영미의 방한의류 박찬용 칼럼니스트 입력 2025.01.22. 23:58 내게 2025년 1월 ‘이 달의 한국인’은 산악인 김영미다. 그는 지난 18일 남극 대륙 단독 횡단에 성공했다. 1700km를 69일 8시간 31분 만에. 2023년 본인이 달성한 ‘아시아 여성 최초 남극점 무보급 단독 도달’에 이어 또 갔다. 탐험가 단 한 명이 영하 30도에 이르는 혹한에 하루도 쉬지 않고 약 24km씩 뛰다시피 걸었다. 100kg에 이르는 썰매를 끌고. 성마른 현대 한국인들은 ‘요즘 세상에 그게 내 삶에 어떤 의미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극한에 아무런 관심 없는 이들에게도 모든 탐험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많은 일상 용품이 탐험 속에서 연마된다. 김영미의 두 번째 남극 탐험 성공은 그와 함께한 장비들이..
[만물상] 작년 해외 관광 2800만명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1.22. 20:53 업데이트 2025.01.22. 23:55  얼마 전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온 지인은 가는 관광지마다 온통 한국 사람밖에 없어서 기분이 묘하더라고 했다. 관광지만 아니라 도쿄나 오사카 시내 번화가에 가도 일본어보다 한국말이 더 많이 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주위엔 1년 동안 일본만 5번 이상 관광한 사람들도 있다. 일본 유명 맛집 한 끼를 먹고 온다는 사람도 보았다.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엔화 약세로 우리나라 여행객들의 여행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3687만명 중 한국인이 882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26.7%나 늘어났다. ▶일본만이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 관광 출국자 수는 역대 ..
[5분 명상] 삼천 배 같은 세배로 마음을 다해 '큰절'하고 올해엔 '큰 복' 받으세요 성소은 '반려명상' 저자 입력 2025.01.22. 00:31 어제는 중년을 대상으로 한 ‘자화상 명상’ 수업이 있었습니다. 후회 없는 인생 2막을 위해 자기 모습을 돌아보고, 새로운 나를 찾고자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수업 중 오가는 모든 언어는 마지막 침묵 명상으로 내면화합니다. 가장 단순하고 쉬운 명상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앉아보면 바로 알게 됩니다. 내가 얼마나 생각이 많고, 잠시도 집중을 못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남녀노소, 예외가 없습니다. 좌선(坐禪)에 진전이 더딜 때 비장의 무기인 절(bowing) 수행을 소개합니다. 몸을 쓰는 절은 명상을 명상답게 하는 강력한 엔진이 됩니다. 흔히 절은 불교를 상징하는 행위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에고(ego)를 여의는 방편일 뿐입니다. 겉모습은 붓다나 스님을..
♥노년을 밀도 있게 살고 싶다면 공부·운동… '자발적 불편'을 즐겨보라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입력 2025.01.22. 00:08 업데이트 2025.01.22. 08:38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 늙었다고 편해지려는 마음이 '만악의 근원'… 기능 감퇴, 무력해질 뿐 그 결과 교수는 연구, 관료는 민생, 의사는 환자에서 점점 멀어져 편하다고 누워 버릇하면 남는건 早老한 두뇌·신체… 사실상 '고려장' 많은 이들이 1월이 되면 금연, 절주, 운동을 비롯해 새해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인생의 농밀한 마지막 30년을 만들고 싶은 분들께 제안하는 새해의 목표는 ‘불편을 즐기는 마인드셋’이다. 100년을 사는 동안 계속해서 성장하는 동시에 조로(早老)를 피하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노력이 있지만, 이 노력의 전제 조건으로 결국 내 몸과 머리, 마음이 불편한 것을 ..
[만물상] '매킨리'산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1.21. 21:14 업데이트 2025.01.22. 00:03 한인(韓人)들의 미국 이민은 1903년 하와이에서 시작됐다. 그 10년 전까지 하와이는 미국이 아니라, 원주민들이 세운 ‘하와이 왕국’이었다. 그런데 1892년 하와이에 정착한 미국인들이 ‘합병 클럽’을 만들어 미 정부에 하와이 합병을 요청했다. 1893년엔 미 해군의 도움으로 마지막 여왕도 폐위했다. 제국주의에 반대했던 민주당의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합병을 거부했다. 하지만 1897년 대통령에 취임한 공화당의 윌리엄 매킨리는 달랐다. 그는 “이것은 ‘명백한 운명’”이라며 1898년 하와이를 합병했다.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란 말은 미국이 멕시코 영토였던 텍사스·캘리포니아에 눈독 들이던 ..
원숭이는 우주가 소멸하기 전에 햄릿을 쓸 수 있을까 박건형 기자 입력 2025.01.21. 03:22 18세기 영국 풍자한 '걸리버 여행기', 종교·정치·법·과학 비꼬아 원숭이도 셰익스피어 전집 쓸 수 있다는 이론 탄생으로 이어져 원숭이와 차이 없던 AI는 9년 만에 인류 상식 바꾸는 수준 발전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 걸리버는 선의(船醫)로 취직해 세계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승선한 배마다 암초에 부딪히거나 폭풍을 만나 걸리버를 릴리퍼트(소인국)·브로브딩내그(대인국)·라퓨타(하늘을 나는 섬)·후이넘(말들의 나라) 같은 기이한 곳으로 데려간다. 조너선 스위프트가 1726년 쓴 ‘걸리버 여행기’는 풍자 문학의 시초로 꼽힌다. 장면 곳곳에 유럽의 종교·정치·철학·법 제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숨어 있다. 과학도 예외가 아니다. 걸리버는 소설 3부에서 가상의 아..
아이 돌보미 줄퇴사… "근무 짧아 일당 3만원, 누가 하겠나" 신규 채용 규모의 70%가 그만둬 김나연 기자 김도연 기자 입력 2025.01.21. 01:14 업데이트 2025.01.21. 07:04 맞벌이 부부가 겪는 ‘육아 공백’을 해소하고 저출산을 타개하고자 도입된 ‘아이 돌봄 서비스’에 취업한 사람들이 열악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일터를 떠나고 있다. 최근 4년간 매해 취업자 수의 약 70% 규모의 돌보미들이 퇴직한 것으로 20일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이 여성가족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아이 돌보미’는 2433명으로 취업자 3453명의 70.4%였다. 2023년엔 2564명(60.9%)이 퇴직했고 2022년에는 2637명(77.6%), 2021년 2456명(62.9%)이 퇴직했다. 아이 돌보미 총 인력은 2020년 2만4469..
[만물상] 수퍼챗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1.20. 21:09 업데이트 2025.01.21. 00:02 지난해 개봉한 영화 ‘드라이브’의 주인공 한유나는 인기 유튜버다. 어느 날 잠이 든 유나는 어두운 자동차 트렁크 안에서 눈을 뜨고, 그를 납치한 범인은 휴대전화를 통해 “지금 바로 방송 시작하세요”라고 말한다. 유튜브 생방송에서 ‘슈퍼챗’을 받아 1시간 안에 몸값 6억5000만원을 벌면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범인의 제안에 유나는 ‘긴급 라이브! 실제 상황!’이라며 생중계를 시작한다. ▶이런 영화까지 등장한 것은 그만큼 수퍼챗이 유튜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유튜브에 도입된 수퍼챗은 생방송 도중 시청자가 1000원부터 50만원까지 현금을 결제하면, 유튜버와 주고받는 실시간 채팅창에 특별한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