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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의사 증원만큼 돌봄 인력 증원도 중요합니다”

한예나 기자
입력 2024.03.26. 03:29

‘외국인 차등 임금’ 보고서 논란
한국은행 오삼일 팀장 인터뷰

일러스트=이철원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팀장이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돌봄 서비스 인력난'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 작성을 총괄했다. 오삼일 팀장은 "국내 노동시장에서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곳이 돌봄서비스 분야"라고 했다. /고운호 기자


국내 노동시장에서 인력난이 제일 심한 분야가 간병과 육아 등 돌봄 서비스입니다. 의사 수급(수요와 공급)만큼이나 돌봄 서비스 인력난도 심각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육아와 간병 등 돌봄 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돌봄 서비스 인력난·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고령화 등의 여파로 돌봄 서비스 인력 부족 규모가 2042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최저임금과 외국인 노동자 같은 민감한 사안을 정면으로 다룬 보고서는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공감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비판도 적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외국인 노동자 인권 단체 등은 한은 본관 앞에서 “차별적이고 반인권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오삼일 팀장은 지난 21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보고서 때문에 한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면서도 “돌봄 서비스 이슈가 공론화된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돌봄 서비스직, 인력난이 가장 심한 곳

-보고서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비판 시위 등)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각자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국은행은 리서치(연구)를 기반으로 얘기하는 곳이다. 연구를 토대로 해야 할 얘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이 정도 얘기도 못 하면 안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었다.”

-돌봄 서비스를 보고서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작년 여름쯤부터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국내 노동시장에서 인력난이 제일 심한 곳이 어디일까’ 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연구를 하다 보니 단순 현상 분석에 그치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근로자 문제, 최저임금 제도까지 논의가 확장됐다. 다소 이례적으로 논쟁적인 이슈를 발표하게 됐다.”

-돌봄 서비스 노동시장은 어떤 상태인가.

“돌봄 서비스라는 일자리는 특이하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이 도맡아야 하는 일자리다. 그런데 고령화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선호도가 낮아 공급은 아주 제한적이다. 구조적으로 인력난과 비용 부담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20년 뒤 돌봄 서비스 노동 공급은 수요의 약 30%밖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근로자만으로 이런 부족을 메우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최근 의료 대란도 의사 수를 늘리는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됐다.

“의사 직군은 고숙련 직종이다 보니 경제적 논리만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원론적으로는 어느 직종이든 지대가 높을 경우 이를 낮추는 게 경제 전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사 수급 문제만큼이나 돌봄 서비스 인력난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의료가 생명과 관련 있다면 돌봄은 일상에서 누구나 직면할 수 있는 생활 문제다. 돌봄이 해결되지 않으면 여성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저출산 등 사회 문제나 가족 간병에 따른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재정 투입은 근본적 해결책 아냐”

-외국인 노동자 도입과 함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도입할 경우, 고소득층에서만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돌봄 서비스는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비용을 줄일 대안을 모색한 것이다.”

-노동계는 “내국인 돌봄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데.

“이 문제는 결국 소비자와 공급자의 처지가 갈리는 이해 충돌과 관련 있다. 하지만 노동 공급자도 결국 이 서비스의 수요자가 된다. 연구진은 소비자 처지에서 인력난과 비용 부담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논의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돌봄 서비스직을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금을 높이면 노동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어떤 이슈와 맞닥뜨렸을 때 가장 쉬운 방안은 재정을 푸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은 문제의 본질을 푸는 방법이 아니다. 결국 그 빚은 나라에 돌아오게 돼 있다. 우리의 대안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고서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환영한다. 앞으로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4/03/26/O5YMIK6UW5AAVFFD4Z7HIYCL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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