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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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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AI에 윤리 가르치기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1.02. 20:34 업데이트 2024.01.03. 00:39 3년 전 네덜란드에선 인공지능(AI)이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내각이 총사퇴했다. AI를 활용해 아동수당 부정 수급자 2만여 명을 적발, 받은 돈을 토해내라고 통보했다. 자살자가 나오는 등 난리가 났는데 94%가 엉터리였다. 과거 데이터로 학습해 편견에 사로잡힌 AI가 죄 없는 이민자, 저소득층을 주로 낙인찍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 벨기에에선 정신과 상담용 챗봇이 환자에게 자살을 권유했다. 아마존 챗봇 알렉사는 10세 소녀에게 ‘감전사’ 위험이 큰 전기 장난을 권유해 물의를 빚었다. ▶자율주행차의 ‘트롤리(전차) 딜레마’는 AI가 윤리 영역에선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준다. 자율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났는데..
♥“딸아, 네가 살아서 너무 기뻐”… 아빠는 하늘에서 웃을 것이다 정용준 소설가 입력 2024.01.02. 03:00 업데이트 2024.01.02. 06:21 딸 구하고 떠난 아빠를 추모하며… ‘딸 셋 아빠’ 정용준 소설가 기고 살기 위해 애쓰는 건 생각과 의지가 아닌 본능이다. 날아오는 공을 순간적으로 피하는 것 같은. 생존에 직결된 방어 행동은 대뇌의 관여 없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본능적으로 삶을 원하는 것이다. 계속 살기를. 2022년 한 해 4만11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2323명이 다쳤고 317명이 사망했다. 이렇게 많은 화재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하게 했다는 사실이 두렵고 아득하다. 하지만 실감나진 않는다. 숫자와 통계는 일시적으로 충격을 줄 뿐 사건에 담긴 사연과 사람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12월 25일 도봉구 한 아파트에서 화..
[만물상] 세계의 관심사 된 한반도 야경 사진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4.01.01. 19:39 업데이트 2024.01.02. 00:39 2006년 봄 남북 장관급 회담 취재차 평양에 갔을 때 일이다. 회담 둘째 날 저녁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유명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전기가 나갔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전깃불이 스르르륵 약해지더니 완전히 암흑이 됐다. 식당 접대원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재빨리 초를 가져와 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장관급 회담 같은 큰 행사가 열리면 북한 당국도 신경 써서 화력발전소 가동을 늘린다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요즘은 우주에서도 한 나라의 경제 사정을 볼 수 있는 시대다. 북한의 전력난, 나아가 경제적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한반도 야경 위성사진이다. 다양한 사진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북한은 영토..
최저임금 9860원, 병장 월급 125만원… 3만원대 5G 요금 출시 새해 달라지는 것들 강우량 기자 입력 2024.01.01. 03:00 ◇금융·조세 ▲혼인·출산 증여세 공제 신설=혼인신고일이나 자녀 출생일 전후 2년 안에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증여받은 재산은 최대 1억원까지 증여세를 추가 공제해 준다. 기존 한도였던 10년간 5000만원과 합칠 경우 혼인이나 출산 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세금을 물지 않고 증여받을 수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 세액공제 확대=TV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에 드는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은 5%, 중견 기업은 10%, 중소기업은 15%로 각각 확대된다. ▲자녀 장려금 대상 및 지급액 확대=자녀 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연소득 상한이 4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최대 지급액도 작년 ..
열두 띠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꿈’을 꾼다 2024 甲辰年, 龍을 말하다 용띠 소설가 장은진 입력 2024.01.01. 03:00 업데이트 2024.01.01. 06:24 초등학생 때부터 나는 12지(支)를 이렇게 외우고 다녔다. 쥐소범토용뱀말양원닭개돼. ‘태정태세문단세…’ 마치 조선 시대 왕의 계보를 외우듯이. 어린 나이에도 ‘사람’이 태어난 해를 12마리의 ‘동물’과 매칭해 ‘띠’로 부른다는 게 재밌고 신기했다. 옛날 옥황상제가 주최한 동물들 달리기 경주에서 도착한 차례대로 12지의 순서가 정해졌다는 얘기를 접했을 때는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 나를 매료시킨 부분은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자기 해에 해당하는 동물을 딱 한 마리만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고 싫어도 바꾸거나 거부할 수 없는 정해진 숙명의 동물..
♥[2024 신춘문예] 구덩이 희곡 당선작 이정 입력 2024.01.01. 03:00 등장인물 이 씨 40대 남자 김 씨 30대 남자 때 깊은 밤. 장소 어느 산. 정장 차림의 김 씨와 어두운 옷차림의 이 씨가 숲을 헤치고 나온다. 김 씨는 삽을 들고 있고 이 씨는 장우산을 지팡이처럼 짚고 있다. 이 씨 : (고통스러운 듯 주저앉으며) 아이고, 좀 쉬었다가 가시죠. 김 씨 : 어디가 안 좋으십니까. 이 씨 : 아니요. 산에 너무 오랜만에 왔더니 힘드네요. 김 씨 : 그러시군요. 다 왔습니다. 이 씨 : 여기군요. 김 씨 : (둘러보며)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이 씨 : 여기서 뭘 하시려는 겁니까. 김 씨 :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씨 : 올라오느라 옷에 흙이 잔뜩 묻었네요. 비싸 보이는데. 김 씨 : (옷을 털며) 어머니께..
♥[만물상] 시니어 아미(army)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3.12.31. 20:55 업데이트 2024.01.01. 01:28 카투사로 군 복무하던 1980년대 말, 야전 훈련에서 만난 미 육군 부대는 병사 상당수가 마흔을 넘긴 중년이었다. 너무 낯설어서 무슨 부대냐고 물었더니 “한국군과 함께 훈련받으러 온 예비군 소속”이라고 했다. 이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의 전투까지 아들뻘 한국군과 함께한 뒤 돌아갔다. 이런 예비군이 이라크전, 아프간전에도 파병됐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30대 초반도 보기 드문 우리와는 딴판이었다. ▶로마 제국이 유럽을 제패할 수 있었던 비결로 강력한 상비군 제도를 꼽는다. 17세 이상 남자가 입대해 20년간 전장을 누볐다. 현역이 끝나면 5년 더 예비군으로 복무했다. 30대에 불과했던 당시 평균수명으로 볼 때,..
♥[만물상] 노래가 돌아보게 한 가족 사랑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3.12.29. 20:58 업데이트 2023.12.30. 02:23 가수 김목경은 20대 시절 부모 슬하를 떠나 영국에서 공부했다. 주말이면 맞은편에 사는 영국 노부부 집에 아들 내외와 손주들이 방문하는데, 아들네가 돌아갈 때면 부부가 밖에 서서 오래 배웅했다. 그걸 보고 만든 곡이 국민 애창곡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새우던 밤들/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모두 말라/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김목경은 “여러 해 뵙지 못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라고 했다. 이 곡을 몇 해 전 임영웅이 ‘미스터트롯’에서 다시 불렀는데 올 상반기까지 유튜브 누적 조회 수..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정권 심판 對 86 운동권 심판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3.12.29. 03:00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은 결국 결별했다. “대통령과 당의 변화가 없다면 12월 27일 탈당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잡지 않았다. 형식은 탈당이지만 사실상 ‘출당’이다. 지난달 이 지면에서 이렇게 썼다. “이준석 탈당 가능성은 하루에 1%씩 올라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①이준석 신당 ②국민의힘 잔류 ③제3 지대 정당 합류. 현 시점에 ①50% ②30% ③20% 정도로 보인다. 12월까지 김기현 체제가 유지된다면 이준석 탈당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다. 김기현 체제가 붕괴하고 비대위로 전환한다면 탈당 가능성은 30%까지 떨어질 것이다.” 오판이었다. 이준석의 탈당 의지보다 윤석열의 출당 의지가 ..
♥[만물상] 수학 디바이드 강경희 기자 입력 2023.12.28. 20:25 업데이트 2023.12.29. 00:23 현재 중2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심화 수학이 빠지고 지금 문과 수준 수학 시험만 치른다는 발표가 나오자 대학에서 우려가 나온다. “미·적분도 모르는 학생들한테 어떻게 AI(인공지능)를 가르치나” “수학 교육 강화가 세계적 추세인데 거꾸로 간다”는 반발들이다. ▶올 초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수학은 더 많은 월급을 받을 능력과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나갈 자신감을 줄 것”이라며 수학 의무교육을 현행 16세에서 18세까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16세 때까지 의무교육을 마치고 GCSE 시험을 치르는데 수학 과목에서 학생 3분의 1이 낙제점을 받는다. 영국에 수학 문해력이 9세 아동 수준..
아이 낳으면, 금리 1.6%에 5억까지 대출 신생아 특례 대출 신수지 기자 강우량 기자 입력 2023.12.28. 03:00 업데이트 2023.12.28. 05:54 내년 1월부터 집이 없는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주택 구입 자금으로 최저 연 1%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5%대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부부 연소득이 8500만원 이하이면 금리가 최저 연 1%대이고, 대기업 맞벌이 부부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1억3000만원 이하로 소득 기준도 완화했다. 다만 더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또 아이를 더 낳으면 대출 금리는 낮아진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 29일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생아 특례 주택구매·전세자금 대출 신청을 받는다고 27일 밝혔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퍼컷 후보되면 망한다”...중국 측, 조직적 댓글 공작 2022 대선 등 개입 정황… 보수 쪽엔 악플, 진보 쪽엔 응원글 고유찬 기자 입력 2023.12.28. 03:00 업데이트 2023.12.28. 05:55 중국인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 댓글을 통해 조직적으로 우리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 댓글 활동을 벌인 이들은 국민의힘 후보를 비판하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지했다. 작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룸살롱 어퍼컷’이라고 부르며 “윤석열이 되면 나라가 망하고 전쟁이 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황제 폐하’라고 했다. 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60대 이상과 20대 남성, 영남 지역을 비하하는 내용도 많았다.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연구팀은 네이버 뉴스 댓글을..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예술이라서 죄송하지 않다고요?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3.12.28. 03:00 “신성한 것은 없다.” 얼마 전, 전시회에 갔다가 이 문구가 수놓아진 빨간 야구 모자를 사서 나왔다. 기억하고 싶은 전시라면 굿즈를 사는 게 오랜 습관이기 때문이다. 빨간 야구 모자를 쓰고 외출한 날 흥미로운 뉴스를 봤다. 내가 봤던 바로 그 전시에서 영감을 받아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건이었다. 범행자는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었다며 “예술을 했을 뿐”이라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일단 미스치프가 무엇이고,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은 무엇인지 말해야겠다. 전시의 제목이 ‘신성한 것은 없다(Nothing is Sacred)’고, 아티스트 이름이 미스치프다. MSCHF로 적고 ‘mischief’로 읽는다. ‘아이들이 하는 크게 ..
[만물상] 독일, 대만식 ‘인생 진로 결정법’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3.12.27. 20:32 업데이트 2023.12.27. 23:29 독일 초등학교는 4년제다. 4학년 말이 되면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학업 성적과 학습 태도, 성실성 등을 근거로, 대학에 갈 학생인지, 직업학교행 학생인지 통보한다. 대학 진학 코스인 김나지움엔 전체 학생의 30% 정도만 간다. 만 열 살에 인생 진로가 정해지는 셈이니 어찌 보면 잔인한 제도다. 유럽 특파원 시절 만난 독일 학부모는 “대부분 교사의 추천을 군말 없이 받아들이지만 집에 가서 눈물을 흘리는 학부모도 간혹 있다”고 했다. ▶독일 학부모들이 자녀의 직업학교행 통보를 대부분 수용하는 이유는 독일 직업교육 제도가 워낙 믿을만하고, 기능인의 삶이 대졸자 못지않게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5~10..
[자작나무 숲]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3.12.26. 03:00 윤선도가 귀양살이 한 양강도… 그곳에서 백석은 양치기로 살아 소련 여성 시인도 윤선도 ‘어부사시사’ 번역하며 체제 칼날 피해 고독했기에 강인했던… 흑백 선택의 시대에 ‘제3의 길’ 간 예술가들 최인훈의 1960년 문제작 ‘광장’은 갈림길에 선 인간 이야기다. 좌냐 우냐, 남이냐 북이냐, 이념이냐 사랑이냐, 광장이냐 밀실이냐 사이에서 갈등하던 지식인 청년은 종착지로 ‘중립국’을 택한다. ‘푸른 광장’(바다) 즉 자살로 수렴되는 그의 최종 선택이다. 소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밀실과 광장이 맞뚫렸던 시절에, 사람은 속은 편했다.” 흑백으로 양분된 사회, 그래서 선택이 강요된 시대는 불행하다. 그 시대를 사는 지식인·예술가의 삶이 특히 ..
[만물상] 인공지능(AI)은 태생적 좌파? 강경희 기자 입력 2023.12.25. 20:40 업데이트 2023.12.26. 01:32 대표적인 우파 인사인 일론 머스크가 선보인 AI(인공지능) 챗봇 ‘그록’이 좌파 성향을 드러내 우파들을 화나게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록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 “이슬람 세계의 빈곤은 서방 착취 탓” 같은 답변을 내놔 출시 2주 만에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심지어 그록은 트럼프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5명에, 바이든을 최고의 대통령 5명에 포함시켰다. 챗GPT의 좌(左) 편향을 바로잡겠다던 머스크의 의도가 무색해진 것이다. 당황한 머스크는 AI의 훈련 기반인 인터넷이 심한 좌편향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생성형 AI ‘챗GPT’가 등장한 이래 미국과 영..
전국이 ‘화이트 크리스마스’ 조유미 기자 입력 2023.12.25. 03:25 서울 8년·인천 5년 대전은 2년 만에 눈 내리는 성탄절 25일 수도권 등 전국 곳곳에 눈이 오며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겠다. 서울의 눈 오는 크리스마스는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일주일 넘게 이어지던 ‘북극한파’는 소강상태를 보이며 기온은 평년 수준을 되찾겠다. 기상청은 24일부터 백령도 부근에서 발달한 눈구름대의 영향으로 25일 수도권과 강원·충청·전라·경상·제주 등에 최대 10㎝의 눈이 쌓이겠다고 예보했다. 인천은 2018년 이후 5년 만에, 대전은 2021년 이후 2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밤부터 서울과 인천·경기·충남 내륙에 눈이 내리기 시작해 25일 1~10㎝까지 쌓이겠다. 특히 눈구름대가 관통해 흘..
[최영미의 어떤 시] [151]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3.12.25. 03:00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 오래된 친구들을 잊어야 하나, 다시는 마음에 떠올리지 말아야 하나? 그토록 오래된 친구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흘러간 옛날을 위하여, 그대여 (…) 우리 다정한 축배를 들자, 흘러간 옛날을 위하여. 그래 너는 너의 술을 사고 나는 내 술을 살 거야! 우리 다정한 축배를 들자, 흘러간 옛날을 위하여. 우리 둘은 언덕을 뛰어다니며, 아름다운 데이지 꽃을 꺾었지: 우리는 발이 닳도록 돌아다녔지(…)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1759~1796) 로버트 번스가 스코틀랜드의 민요를 채록해 곡을 붙인 ‘올드랭사인’은 오늘날 세계인이 애창하는 노래가 되었다. 1896년 배재학당 학생들이 올드랭사인..
♥[만물상] 안방 난로로 돌아온 ‘미스트롯3′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3.12.24. 20:41 업데이트 2023.12.25. 01:24 드라마·영화·쇼비즈니스 같은 엔터테인먼트 세계엔 ‘3의 저주’ 징크스가 있다. 처음 두 기획이 흥행해도 세 번째에선 부진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지난여름,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3′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많은 사람이 ‘3의 징크스’를 떠올렸다. 트로트 애호가들조차 “앞의 두 편에서 이미 다 보여준 것 아니냐” “새로운 게 있겠느냐”고 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지난 목요일 닻을 올린 ‘미스트롯 3′는 새로움을 위해 과감한 모험을 택했다. 많은 가요 경연이 조(組)를 나눌 때 우승 후보를 톱시드에 앉히는 월드컵 방식을 따른다. ‘미스트롯 3′의 대진표는 이런 안이함을 버렸다. 첫 대결부터 우..
[만물상] 간병 지옥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12.22. 21:05 업데이트 2023.12.22. 23:30 1994년 9월 남해안 소도시에서 70대 노인이 90대 노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사건을 취재한 일이 있다. 70대 노인은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자신도 지병 악화로 노모를 모실 길이 막막해지자 수도권에 사는 자식 다섯을 차례로 찾아갔다. 그런데 모두 할머니를 모실 수 없다고 하자 아내 무덤 옆에서 노모 목을 조른 것이다. 넋이 나간 듯 “어머니를 더 이상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는 말만 중얼거리던 70대 노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벌써 30년 가까이 된 일인데 간병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집안에 간병이 필요한 노인이 생기면 시한폭탄을 안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
[단독] 임신 36주도 2000만원에 낙태… 그런데 처벌할 법이 없다 낙태죄 폐지 후 입법 공백 4년… 보호받지 못하는 태아 생명권 주형식 기자 입력 2023.12.22. 05:00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모든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의 취지는 일정 기간 이내 특수한 사정 때문에 하는 낙태도 있으니 해당 조항을 현실에 맞게 고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4년이 넘도록 낙태 허용 범위 등을 규정하는 조항을 만들지 않고 있다. 낙태가 합법도 불법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산부인과에서는 ‘30주 이상’의 임신 말기 낙태 수술이 암암리에 이뤄지는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만약 낙태 관련 법이 정비돼 있었다면 처벌 대상이 됐어야 할 행위들이다. 본지가 이날 서울에 있는 A 산부인과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내..
[김도훈의 유행민감] K컬처의 미국 정복? J컬처의 역습이 시작됐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입력 2023.12.22. 03:00 업데이트 2023.12.22. 05:53 2023년은 한국 대중문화 미국 정복의 해였나? 빌보드만 보면 그렇다. 올해만 해도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과 정국이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트레이 키즈, 에이티즈는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빌보드 차트 정복은 강력한 팬덤의 집중적 첫 주 앨범 구매로 쟁취한 성취라는 말도 많다. 강력한 팬덤이 죄는 아니다. 강력한 팬덤도 성취다. 물론 뉴진스의 성과는 강력한 팬덤이 만들어지기 전이므로 더 의미가 있다. 내가 뉴진스 팬이라서 하는 소리 맞는다. 한편 넷플릭스에서는 ‘더 글로리’ ‘피지컬: 100′ 등이 미국에서도 높은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한국 대중문..
[만물상] 모두를 감시하는 나라, ‘여행 기피국’ 된 중국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3.12.21. 20:10 업데이트 2023.12.22. 00:43 올 크리스마스 시즌, 여행 가성비만 보면 일본보다 중국이 훨씬 낫다. 도쿄 최고급 제국호텔의 1박 숙박비는 230만원에 달하는 반면 상하이 최고급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의 스위트룸은 100만원 수준이다. 상하이 5성 호텔의 평균 숙박비는 50만원 정도로 도쿄의 절반도 안 된다. 황금 시간대 서울~도쿄 왕복 항공료는 100만원에 달하지만 서울~상하이는 50만원 선이다. 상하이가 가성비 여행지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외국인들이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중 중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7만명에 불과했다. 일본 방문객(1071만명)의 4% 수준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상반기(856만명)에 비하면 ..
대규모 여론 조작, 과거보다 더 쉬워져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입력 2023.12.21. 03:38 업데이트 2023.12.21. 07:23 베스트 댓글 같은 빅테크 서비스 조작꾼들의 좋은 무기로 변질 대량의 정보가 최소한의 검열만을 거쳐 인터넷상에 공개되는 디지털 시대의 역설은 광범위한 여론 조작이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와 맞춤형 광고, 포털사이트의 ‘베스트 댓글’과 같은 빅테크 서비스들이 조작꾼들이 활용하기 좋은 무기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과거엔 정보를 은폐해 여론 조작을 했다면, 이제는 특정 정보만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방식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정보 유출 사건은 빅테크 플랫폼이 처음으로 대규모 선거 조작에 쓰이며 충격을 안겼다. ..
[박찬용의 물건漫談]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지포라이터’서 보수의 가치를 떠올리다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입력 2023.12.21. 03:00 선진국의 저력은 다양성과 더불어 지킬 건 지키는 보수성 주식 상장 없이 90년째 그 자리… 무료 수선·교체도 여전 美 본사엔 한글 지포라이터도… ‘퐁, 치익’의 손맛 그리워 영화 ‘서울의 봄’에는 담배 피우는 장면이 많다. 1980년 결핵협회가 집계한 한국 남성 성인 흡연율이 79.4%였음을 생각하면 일리 있다. 영화 속 장군들은 아무 라이터나 안 쓴다. 주인공 전두광은 자기가 불을 붙이지도 않는다. 담배를 물면 옆 사람이 불을 붙여준다. 불을 붙일 때 끽연가라면 익숙할 소리가 들린다. 뚜껑을 열 때 퐁, 불을 붙일 때 치익. 지포 라이터 소리다. 지포 라이터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나는 ‘영화가 소품 고증에 공을 기울였구나’라고..
♥[만물상] 보복운전 대응법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12.20. 23:21 업데이트 2023.12.21. 06:02 2017년 6월 일본 도메이고속도로에서 20대 남성이 모는 차가 40대 남성이 운전하는 승합차 앞에서 급정거를 반복했다. 그 직전에 두 사람은 휴게소에서 주차 문제로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는데 20대 남성이 고속도로까지 따라와 벌인 일이었다. 결국 4인 가족이 탄 승합차가 급정차하는 사이 뒤에서 대형 트럭이 덮쳤고 40대 남성과 아내가 숨지고 두 딸이 크게 다쳤다. 일본은 이 사건을 계기로 보복 운전 단속과 처벌을 크게 강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소한 시비로 상대 운전자를 위협하거나 불안을 느끼게 하는 보복 운전이 빈번하다. 경찰에 신고한 건수만 한해 4000~5000건에 이른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20년 진..
“냄비 물 더 끓어… ‘개구리’ 한국경제 빨리 꺼내 큰 틀 새로 짜라”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의 ‘개구리 한국경제’ 보고서 안중현 기자 입력 2023.12.11. 16:21 업데이트 2023.12.12. 07:31 지난 2013년 “한국 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한국 경제를 서서히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해 큰 주목을 받은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가 10년 만에 후속 보고서를 냈다. 맥킨지는 11일 ‘한국의 다음 상승 곡선(Korea’s next S-curve)’이라는 보고서에서 “노동 생산성 감소와 국가 기간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냄비 속 끓는 물의 온도가 더욱 올라갔다”면서 “끓는 물의 온도가 내려가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과감하게 끓는 물 속 개구리를 냄비 밖으로 꺼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의 큰 틀을 대대..
‘안 해도 될 충고하면 꼰대’...직장인 45% “내가 꼰대 될까 무섭다” 김명진 기자 입력 2023.12.09. 09:38 업데이트 2023.12.11. 17:25 20∼50대 절반은 자신이 ‘꼰대’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온라인을 통해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꼰대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꼰대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꼰대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를 묻는 말(중복응답)에 ‘권위적’이라는 응답이 62.0%로 가장 많았다. ‘고집이 세다(58.7%)’ ‘말이 통하지 않는다(53.7%)’ ‘참견하기 좋아한다(44.2%)’ 등의 답도 있었다. 꼰대인지 알아볼 수 있는 특징으로는 ‘굳이 안 해도 될 조언..
♥[만물상] “알파고가 돌아왔다” 김성민 논설위원·디지털기획팀장 입력 2023.12.08. 20:53 업데이트 2023.12.08. 23:13 1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서 ‘구글 엔지니어링의 전설’이라던 인공지능(AI) 연구 총괄 선임 부사장 제프 딘을 만난 적이 있다. 오픈AI의 챗GPT가 막 출시됐지만 아직 주목받지 못하던 때였다. 회색 스웨터에 청바지 차림의 그는 구글의 압도적 AI 기술력을 설명하며 자신만만해했다. 하지만 그 여유는 채 한 달이 가지 못했다. 챗GPT 열풍이 불면서 AI 주도권이 완전히 오픈AI로 넘어갔다. ▶구글은 오랜 기간 AI 기술력 1위 기업이었다. 2016년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는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해 인류에게 충격을 줬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5회 대국해 네 번 이겼다..
층간소음이 부른 폭력 등 강력범죄 5년새 10배 급증 정순우 기자 입력 2023.12.08. 03:00 업데이트 2023.12.08. 08:44 앞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는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지자체의 준공(竣工) 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다. 현재는 층간소음 기준으로 충족 못해도 입주 후 건설사가 보강 공사를 하거나 입주민과 협의해 금전적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예 준공 승인이 떨어지지 않게 처벌 규정을 둬 입주가 불가능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주 지연에 따른 비용은 건설사가 모두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도 소유자가 층간소음 저감 공사를 하면, 나중에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에서 공사비를 빼주는 방안이 도입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주택법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원희룡 국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