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1714) 썸네일형 리스트형 [만물상] 중동 난장판 이하원 기자 입력 2024.01.18. 20:38 업데이트 2024.01.19. 00:55 이란과 파키스탄 해군은 지난 1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파키스탄 군함이 이란 항구에 들렀다가 함께 훈련에 돌입했다. 비상시에 쓸 통신 회로를 점검하고, 전술 기동훈련을 함께 했다. 공중에선 이란 해군 헬기도 참여했다. 이란군은 “파키스탄 함대의 이번 방문은 군사 교류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성명도 발표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이란군은 파키스탄 남서부를 미사일로 타격했다. 반(反)이란 무장조직 기지가 있다는 곳이다.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어린이 2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쳤다. 그러자 파키스탄이 반격에 나섰다. 이란 남동부를 공격했는데 최소 9명이 숨졌다. 두 나라가 같은 날 한쪽에..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낭만 없는 시대의 눈사람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4.01.18. 03:00 ‘비가 시원하게 내려서 좋다’ ‘눈이 펑펑 오니 속이 다 시원하다’. 이제는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말들이다. ‘여자치고는 유능하다’라든가 ‘밥을 잘 먹는 게 남자답다’는 말보다도 그렇다. 기후변화로 지구 곳곳에서 사람이 죽고 있는 이 시대에 낭만적인 감탄이 들어설 자리는 없는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만큼이나 기후 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기후 위기 감수성? 기후 감수성? 공식적으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폭설이 왔던 날 나는 비감해졌다. 예전처럼 눈이 온다고 마냥 좋아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몇 년간 접한 기후에 관한 뉴스가 독소처럼 쌓이면서 그렇게 되었다. 폭우로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 [만물상] 북한 철도 사고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4.01.17. 19:59 업데이트 2024.01.18. 00:19 북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주민들이 열차 지붕에 오르거나 승강구 난간에 매달려 가는 장면이 흔하다. 북한 열차는 한번 놓치면 언제 다시 올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기를 쓰고 타는 것이다. 객실 안은 만원인 데다 난방, 냉방 시설이 없어 냄새가 진동한다고 한다. 가다가 연착하면 언제 출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며칠간 역에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인근 민가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왔더니 기차가 떠나버렸다는 탈북자들 증언도 많다. ▶북한에서 철도는 화물의 90%, 여객의 60%를 담당하는 중심 교통수단이다. 그런데도 철도 상태는 상상을 넘어선다. 평양에서 열차로 북부나 동부 지방에 가려면 최소 열흘은 각오해야 한다. 북한 .. [5분 명상] 출근길 버스 한 정거장… 휴대폰 주머니에 넣고 오롯이 호흡에 집중을 박희승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입력 2024.01.17. 03:00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명상이 가능할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우리는 명상을 참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명상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습니다. 하루 단 5분, 그것도 어려우면 3분씩만 해도 됩니다. 다만 짧게라도 매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마음의 근력이 자랍니다. 지하철, 버스 안에서는 호흡명상이 좋겠습니다. 호흡은 우리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반영합니다. 운동을 하면 호흡이 가빠지고, 긴장하거나 두려울 때에도 호흡이 빨라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호흡에 집중하면 빨랐던 호흡이 잦아들고 이완이 됩니다. 몸과 마음을 정리하는 시작이 호흡입니다.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의 한 구간을 정해놓고 스마트폰은 ..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간판·현수막… 집중력을 도둑질하는 도시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4.01.16. 03:00 스마트폰 중독만으로도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인데 도시 곳곳 LED 광고, 비방 정치 현수막까지 너무 많아 인터넷 댓글 도배 느낌… 분노와 선동 대신 美를 보고파 우리는 한때 ‘간판 정비 사업’을 열심히 했다. 우리 도시가 아름답지 않은 이유가 간판의 무분별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종로 뒷골목의 어지러운 간판들을 들었다. 그런데 정작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 간판을 이국적이라고 좋아한다. 반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의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을 보면 멋진 야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나의 미국인 친구들은 라스베이거스의 간판이 천박하다고 싫어한다. 이런 차이가 생겨나는 것은 모국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모국어로 되어 있는 .. 44회 ‘허위 보고서’에도… 면죄부 준 진실화해위 징계위 ‘해임’ 요구된 조사관 정직 1개월 징계 논란 김승현 기자 입력 2024.01.16. 03:00 과거사 조사 기관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관이 44차례에 걸쳐 현장에 가지도 않고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이와 같은 사실은 작년 말 진실화해위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진실화해위는 감사 보고서를 통해 해당 조사관의 ‘해임’을 청구했지만, 진실화해위 산하 징계위원회는 ‘정직 1개월’을 결정했다고 한다. 1개월 정직은 해임보다 2~3단계 가벼운 징계다. 징계위는 민주당 추천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징계위원장), 민변 출신 사무처장, 비상임위원과 외부 민간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징계 결정은 징계위원장을 비롯한 야권 성향 상임위원들이 주도.. [만물상] ‘삼겹살 지방은 1㎝ 이하로’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1.15. 20:21 업데이트 2024.01.16. 00:20 “북한 살 때 마을에서 돼지 잡으면 한 덩이 얻어다 기름만 물에 타서 몇 달간 먹었는데 한국 와서 삼겹살 먹으면서는 이것이 진짜 자본주의다 했습니다.” 탈북자들이 “북한서 구경도 못 해봤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 대표 음식이 삼겹살이다. 여럿이 앉아 지글지글 고기를 구워서 상추에 싸 먹는 삼겹살은 모임 문화에 잘 맞아 우리나라 직장 회식 1위 메뉴다. ▶지방 적은 부위를 즐겨 먹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유독 삼겹살을 좋아한다. 몇 년 전 TV에서 맛 칼럼니스트 한 사람이 “불행한 역사가 있다”면서 ‘대일 수출 잔여육’설(說)을 주장했다. 1960~70년대 일본 수출을 위해 대규모 양돈을 시작했는데 일본이 안심, 등심.. [단독] “北 공작원 고니시를 증명하라”… 페루에 있는 증인을 영상 신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검찰·피고인 ‘고니시 존재’ 공방 방극렬 기자 입력 2024.01.15. 05:00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6월 이정훈(당시 4·27 시대연구원 연구위원)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에게는 2017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북한 공작원과 4차례 만나 자신의 활동 상황과 국내 진보진영 동향을 보고하고 암호화된 지령문 송수신 방법을 교육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하지만 이씨는 ‘조작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가 맡고 있는 이 사건 1심 재판은 2년 7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이씨가 만났다고 검찰이 지목한 북한 공작원의 실재 여부를 놓고 검찰과 이씨가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접촉한 북한 공작원은 일본계 페루인으..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3] 오 따뜻함이여 문태준 시인 입력 2024.01.15. 03:00 오 따뜻함이여 군밤 한 봉지를 사서 가방에 넣어 버스를 타고 무릎 위에 놨는데,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갓 구운 군밤의 온기 ⸺ 순간 나는 마냥 행복해진다. 태양과 집과 화로와 정다움과 품과 그리고 나그네 길과…… 오, 모든 따뜻함이여 행복의 원천이여. -정현종(1939~)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큰눈이 오고 수은주가 영하로 뚝 떨어질 때 세상은 눈덩이와 얼음 속에 갇힌 듯해도 우리는 온기를 아주 잃지는 않는다. 시인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군밤 한 봉지에서 기쁨과 흐뭇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이런 감정을 맛보았던 순간들을 떠올려 적는다. 동트는 빛이며 살림의 가옥이며 놋쇠 화로며 선심(善心)이며 심지어 정처 없음까지도. 내게도 따뜻함을 안겨준 것이 많다. 꽃.. [만물상] 예멘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1.12. 20:33 업데이트 2024.01.13. 02:23 아라비아반도 남쪽 끝에 있는 예멘은 과거 ‘풍요로운 아라비아’로 불리며 번영했다. 구약성경 열왕기에는 예멘이 시바 왕국으로 불리던 시절, 시바의 여왕이 값비싼 향료와 엄청나게 많은 금은보석을 가지고 예루살렘을 방문해 솔로몬왕과 만난 일화가 나온다. 현대 사가들은 잘살던 두 나라 왕이 통상 교섭을 한 증거로 본다. 로마제국 시절엔 향신료 무역으로도 풍요를 누렸다. ▶세계적인 커피 산지로도 명성이 높다. 모카 커피는 15~17세기 예멘 항구도시 모카를 통해 커피가 유럽 전역에 수출되며 붙은 이름이다. 이 중 모카 마타리는 오늘날 세계 유명 커피의 하나다. 남쪽의 항구도시 아덴은 1960년대 초만 해도 미국 뉴욕에 ..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의사 선생님, 정치 눈치 보지 마세요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4.01.12. 03:00 야당 대표 피습, 서울대 의사가 아무리 설명해도 응급이면 부산대, 아니라면 헬기는 타지 말았어야 비전문적·비윤리적 정치인과 타협한 슬픈 자화상 정치 액세서리 된 의사들, 소중한 무형 자산 잃어 후진 정치가 다른 전문 분야까지 수준 끌어내려 1981년 괴한의 총격을 받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조지워싱턴대 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에게 “여러분이 공화당 지지자였으면 좋겠네요”라고 한 말은 유명하다. 경호원들로 둘러싸여 잔뜩 긴장해 있던 의사들은 대통령의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그중 민주당 지지자인 한 의사가 “오늘 우리는 모두 공화당원입니다”라고 답해 레이건을 안심시켰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 [만물상] ‘3천억 짜리 피자’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1.11. 20:46 업데이트 2024.01.12. 01:07 2008년 10월 31일 세계 각국 암호학 전문가들에게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발송자는 “중개인 없이 1대1로 운영되는 새 전자 통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 A4 9장 분량의 논문을 다운받는 웹사이트 링크를 보내왔다. 논문 제목은 ‘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이었다. 비트코인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1년 여 뒤인 2010년 5월 미국에서 비트코인이 상거래 결제 화폐로 처음 사용됐다. 한 개발자가 “1만 비트코인을 줄 테니 피자 두 판을 배달해달라”고 주문했다. 집 근처 피자 가게가 주문에 응했다. 현재 가격으로 환산하면 한 판에 3000억원짜리 피자를 먹은 .. [박찬용의 물건漫談] 창 대신 셀카봉을 든 돈키호테 저비용·고성능 유튜브 장비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입력 2024.01.11. 03:00 1년에 한 번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급 시계 박람회가 열린다. 나는 2023년 4년 만에 제네바를 찾았다. 그 박람회를 갈 때마다 비슷하게 놀란 구석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중국인 저널리스트였다. 매해 사람이 너무 많이 왔고, 해가 갈수록 거짓말처럼 세련되어졌다. 사람이 외양에서 세련미를 갖추기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았다. 또 하나 놀란 건 저널리스트들의 촬영 장비였다. 중국인들은 늘 대단한 촬영 장비를 가지고 왔다. 기술이 최첨단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대단했다. 작년에 본 어떤 중국인은 낚싯대 같은 셀카봉을 가지고 와서 드론 없이 항공 촬영 장면을 찍었다(그러고 그걸 주변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만물상] 막스 플랑크 연구소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1.10. 20:51 업데이트 2024.01.11. 00:38 독일의 천재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1858~1947) 평전은 이렇게 시작한다. ‘막스 플랑크는 두 가지 위대한 발견을 했다. 하나는 양자 역학이고, 하나는 아인슈타인이다.’ 물질과 에너지의 최소 단위 중 하나인 양자를 발견한 사람이 플랑크다. 양자 역학의 기본 상수를 플랑크 상수라고 한다. 1905년 베른 특허청의 무명 공무원이던 아인슈타인이 논문을 발표했을 때 그 진가를 알아본 사람도 플랑크였다. 1914년 베를린대 총장으로 취임해 아인슈타인을 스카우트했다. 두 천재는 음악도 좋아해 함께 연주도 했다. ▶그의 이름을 딴 막스 플랑크 협회는 독일만이 아닌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이다. 1911년 설립 당시 이름은 카이..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이름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히틀러 딱정벌레 박건형 기자 입력 2024.01.09. 03:00 1932년 발견돼 히틀러에게 헌정, 나치 수집가들 때문에 몸값 치솟아 식물학자 린네 학명 체계로 수많은 사람 이름이 동식물 학명에 붙어 독재자, 인종주의자, 학살자 등 이름 삭제 여부로 과학계 논란 가열 스위스 바젤 자연사박물관에는 100년 가까이 된 딱정벌레 표본이 한 점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 곤충은 1932년 오스트리아 아마추어 곤충학자 블라디미르 코드릭이 슬로베니아 페켈 동굴에서 발견했다. 코드릭에게 이 딱정벌레를 받은 엔지니어 오스카어 샤이벨은 이전에 발견된 적 없는 종(種)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1937년 베를린에 “존경의 표현으로 제국 총통 아돌프 히틀러에게 바칩니다”라는 편지를 보냈다. 샤이벨이 붙인 딱정벌레 이름은 아놉탈무스 히틀러리.. ♥[만물상] 손웅정씨의 ‘교육 철학’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1.08. 20:27 업데이트 2024.01.09. 02:05 조선 초기 영의정을 지낸 황희에겐 기방을 자주 드나드는 아들이 있었다. 말로 타일러서는 듣지 않자 충격 요법을 썼다. 기방에서 돌아오는 아들을 대문에서 큰절로 맞으며 “네가 내 말을 듣지 않는 걸 보니 나를 아비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너를 손님의 예로 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제야 아들이 무릎을 꿇고 “기방에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명재상 황희조차 자식 교육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양자역학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의 아버지는 유니폼 판매원이었다. 변변한 지식은 없었지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산책 학습’이었다. 아들에게 가르치고 .. 빚 갚는데 월 175만원… 2030에 날아든 ‘영끌 청구서’ [영끌족 4년의 그늘] [下] 김지섭 기자 입력 2024.01.06. 03:00 업데이트 2024.01.06. 07:11 직장인 이모(37)씨는 2019년 6억원을 주고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샀다. 은행에서 2억3000만원, 저축은행에서 1억원을 빌렸다. 그런데 2022년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씨는 매달 230만~240만원 정도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대출 갚는 기간이 30년으로 길고, 저축은행 대출은 원금을 뺀 이자만 갚는데도 그렇다. 아이 1명을 키우는 이씨는 생활비가 빠듯해 5000만원의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이씨는 “월급이 400만원대지만, 빚 갚는 돈 빼면 200만원도 안 남는다”며 “틈 나는 대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과 주식 호황기에 ‘영끌(영혼까지.. ♥[만물상] 게임의 종착점 ‘킬 스크린’ 김성민 논설위원·디지털기획팀장 입력 2024.01.05. 21:11 업데이트 2024.01.06. 00:09 30년 전쯤 초등학생 시절 한 친구는 오락실에서 죽치고 살았다. 100원 동전 하나면 한두 시간은 거뜬했다. 친구가 게임을 하면 갑자기 화면이 멈추거나 꺼지는 현상이 자주 벌어졌는데, 돌이켜보면 그때마다 오락실 주인이 수상쩍었다. 이제 그만하고 꺼지라는 일종의 ‘킬 스크린(Kill Screen)’이었던 셈이다. ▶지난달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13세 소년 윌리스 깁슨이 인류 최초로 ‘테트리스’를 정복했을 때도 킬 스크린이 떴다. 킬 스크린은 게임의 특정 레벨에 도달하면 더는 플레이가 불가능한 지점이다. 게임기 메모리가 작아 플레이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때 화면이 멈추거나 깨지는 것을 말한다. ..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대한민국의 케네디’를 기대한다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입력 2024.01.05. 03:00 흑백 갈등 정점 때 대통령 된 케네디 흑인 민권 법안 추진하며 국민 통합 이뤄 극한 대립으로 두 동강 나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도 야당 대표도 통합 노력 안 해 與野 새 인재들이 정치 문화 바꾸길 소망 지금 이 나라 국민은 사실상 두 동강이 나 있다. ‘보수’와 진보’라는 ‘두 동강’이다. 평화 시에 우리 국민이 이렇게 분열된 적은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 분열은 문재인 정권에 책임이 있다. 5년 재임 중 그가 입법·사법·행정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보여준 극단적 ‘진보 편향적’ 경향 때문이었다. 그는 그 목적을 위해서는 ‘정의’라는 가치를 과감히 무시하는 것으로 보였다. 참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그 분노가 진보의 정권 재창.. [만물상] 후계자 김주애? 이용수 논설위원 입력 2024.01.04. 20:24 업데이트 2024.01.05. 01:46 국정원은 2017년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에게 2010년생 아들, 2013년생 딸, 성별 미상의 2017년생 셋째가 있다고 보고했다. 다양한 첩보를 수집·분석해 내린 결론이었다. 결정적인 건 노동당 서기실의 물품 조달 내역이었다. 출산 시점을 전후해 유럽제 고급 출산·육아용품을 집중 수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2010년엔 남아용, 2013년엔 여아용이었다. 해외 정보기관들과 교차 확인도 거쳤다. ▶김정은이 공개 석상에서 처음 ‘후사’를 언급한 건 2022년 10월이다. 노동당 간부 학교에서 “몇 백 년의 후사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유능한 일꾼을 키워내라”고 했다. 4대 세습 작업에 시동을 걸겠단 예고였다. .. 李 의사소통 가능… 의료계 “일반적으론 일주일 내 퇴원” 이재명 호전… 일반 병실로 옮겨 안준용 기자 입력 2024.01.04. 03:57 업데이트 2024.01.04. 05:48 2일 피습 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후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일단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은 “내경정맥에 9㎜ 이상 자상(刺傷)이 확인됐고, 이는 내경정맥 둘레 60%가 손상된 심각한 부상”이라며 “초기에 매우 위중한 상태에 놓였었고, 천운이 목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약 두 시간 동안 경정맥 혈관 재건 수술을 받았다. 경정맥은 머리의 혈액을 모아 심장으로 보내는 혈관이다. 이번 수술은 먼저 상처 인근에 생긴 혈전·혈종을 얇은 관을 통해 제거하고.. ♥[2030 플라자] 선배 세대가 무능? 아니, 인간관계의 달인이었다 천현우 작가·前용접 근로자 입력 2024.01.04. 03:00 업데이트 2024.01.04. 05:39 관계 맺는 데 서툰 청년 세대, 코로나 거치며 더 악화 “IT 무능” 무시한 선배들, 알고 보니 인간관계 ‘인싸’ 2024년엔 세대 장점 서로 인정하고 본받는 한 해로 유능함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각자 우선순위야 다르겠지만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임은 확실하다. 대한민국은 특히 유능함의 압박감이 심한 나라다. 어릴 때부터 학교 안에서 과한 경쟁을 하고 결과 값이 눈에 보이는 성적으로 나타난다. 그 과정에서 능력이란 눈에 보이는 형식만이 전부라고 믿기 일쑤다. 이때 생긴 착시는 대체로 집과 학교 바깥 사회에서 온갖 경험을 하며 벗겨지곤 한다. 공부 머리가 사리분별력을 담보하지 않으며, 좋은 대학이 만병통.. [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푸른 하늘 은하수~’ 첫 창작 동요 100살 됐어요 윤극영과 ‘반달’ 유석재 기자 기획·구성=장근욱 기자 입력 2024.01.04. 03:00 이 노래의 제목을 한번 맞혀 보세요.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노래는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고 ‘쎄쎄쎄’ 놀이에도 빠른 박자로 활용되지만 의외로 제목을 맞히기 어려운 노래입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로 알고 있는 사람도 꽤 많아요. 정답은 노래 가사에 나오지 않는 ‘반달’입니다. 마치 바다 같은 넓은 밤하늘을 떠다니는 배 모양으로 생겼지만 돛대도 삿대(배질할 때 쓰는 긴 막대)도 당최 보이지 않는 반달을 노래한 거지요. 올해는 한국 첫 근대 동요로 인정받는 ‘반달’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혐오·팬덤·선동정치...“민주주의는 총구가 아니라 투표함에서 죽는다” 노석조 기자 입력 2024.01.03. 16:27 업데이트 2024.01.03. 17:06 [노석조의 외설(外說)] 바이든이 읽은 외서 민주주의의 깨어남(Democracy Awakening) 운명을 바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슨 책을 읽었을까요? 지난해 11월 24일 추수감사절 때 바이든은 손녀 피네건과 함께 매사추세츠주(州) 휴양지를 찾았습니다. 거기서 그는 한 서점에서 들렀다가 나오면서 구입한 책 한 권을 기자들에게 흔들어 보였습니다. 푸르고 노란 빛깔의 책이었습니다. 눈에 확 띄었습니다. 무슨 책인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국내 어느 매체도 이 책이 뭔지 다루지 않았더라고요. 뉴스레터 외설(外說)이 챙겼습니다. 사진을 확대해보니까요. 제목이 ‘데모크러시 어웨이크닝.. ♥[만물상] AI에 윤리 가르치기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1.02. 20:34 업데이트 2024.01.03. 00:39 3년 전 네덜란드에선 인공지능(AI)이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내각이 총사퇴했다. AI를 활용해 아동수당 부정 수급자 2만여 명을 적발, 받은 돈을 토해내라고 통보했다. 자살자가 나오는 등 난리가 났는데 94%가 엉터리였다. 과거 데이터로 학습해 편견에 사로잡힌 AI가 죄 없는 이민자, 저소득층을 주로 낙인찍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 벨기에에선 정신과 상담용 챗봇이 환자에게 자살을 권유했다. 아마존 챗봇 알렉사는 10세 소녀에게 ‘감전사’ 위험이 큰 전기 장난을 권유해 물의를 빚었다. ▶자율주행차의 ‘트롤리(전차) 딜레마’는 AI가 윤리 영역에선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준다. 자율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났는데.. ♥“딸아, 네가 살아서 너무 기뻐”… 아빠는 하늘에서 웃을 것이다 정용준 소설가 입력 2024.01.02. 03:00 업데이트 2024.01.02. 06:21 딸 구하고 떠난 아빠를 추모하며… ‘딸 셋 아빠’ 정용준 소설가 기고 살기 위해 애쓰는 건 생각과 의지가 아닌 본능이다. 날아오는 공을 순간적으로 피하는 것 같은. 생존에 직결된 방어 행동은 대뇌의 관여 없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본능적으로 삶을 원하는 것이다. 계속 살기를. 2022년 한 해 4만11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2323명이 다쳤고 317명이 사망했다. 이렇게 많은 화재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하게 했다는 사실이 두렵고 아득하다. 하지만 실감나진 않는다. 숫자와 통계는 일시적으로 충격을 줄 뿐 사건에 담긴 사연과 사람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12월 25일 도봉구 한 아파트에서 화.. [만물상] 세계의 관심사 된 한반도 야경 사진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4.01.01. 19:39 업데이트 2024.01.02. 00:39 2006년 봄 남북 장관급 회담 취재차 평양에 갔을 때 일이다. 회담 둘째 날 저녁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유명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전기가 나갔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전깃불이 스르르륵 약해지더니 완전히 암흑이 됐다. 식당 접대원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재빨리 초를 가져와 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장관급 회담 같은 큰 행사가 열리면 북한 당국도 신경 써서 화력발전소 가동을 늘린다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요즘은 우주에서도 한 나라의 경제 사정을 볼 수 있는 시대다. 북한의 전력난, 나아가 경제적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한반도 야경 위성사진이다. 다양한 사진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북한은 영토.. 최저임금 9860원, 병장 월급 125만원… 3만원대 5G 요금 출시 새해 달라지는 것들 강우량 기자 입력 2024.01.01. 03:00 ◇금융·조세 ▲혼인·출산 증여세 공제 신설=혼인신고일이나 자녀 출생일 전후 2년 안에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에게 증여받은 재산은 최대 1억원까지 증여세를 추가 공제해 준다. 기존 한도였던 10년간 5000만원과 합칠 경우 혼인이나 출산 시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세금을 물지 않고 증여받을 수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 세액공제 확대=TV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에 드는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은 5%, 중견 기업은 10%, 중소기업은 15%로 각각 확대된다. ▲자녀 장려금 대상 및 지급액 확대=자녀 장려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연소득 상한이 4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최대 지급액도 작년 .. 열두 띠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꿈’을 꾼다 2024 甲辰年, 龍을 말하다 용띠 소설가 장은진 입력 2024.01.01. 03:00 업데이트 2024.01.01. 06:24 초등학생 때부터 나는 12지(支)를 이렇게 외우고 다녔다. 쥐소범토용뱀말양원닭개돼. ‘태정태세문단세…’ 마치 조선 시대 왕의 계보를 외우듯이. 어린 나이에도 ‘사람’이 태어난 해를 12마리의 ‘동물’과 매칭해 ‘띠’로 부른다는 게 재밌고 신기했다. 옛날 옥황상제가 주최한 동물들 달리기 경주에서 도착한 차례대로 12지의 순서가 정해졌다는 얘기를 접했을 때는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 나를 매료시킨 부분은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자기 해에 해당하는 동물을 딱 한 마리만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고 싫어도 바꾸거나 거부할 수 없는 정해진 숙명의 동물.. ♥[2024 신춘문예] 구덩이 희곡 당선작 이정 입력 2024.01.01. 03:00 등장인물 이 씨 40대 남자 김 씨 30대 남자 때 깊은 밤. 장소 어느 산. 정장 차림의 김 씨와 어두운 옷차림의 이 씨가 숲을 헤치고 나온다. 김 씨는 삽을 들고 있고 이 씨는 장우산을 지팡이처럼 짚고 있다. 이 씨 : (고통스러운 듯 주저앉으며) 아이고, 좀 쉬었다가 가시죠. 김 씨 : 어디가 안 좋으십니까. 이 씨 : 아니요. 산에 너무 오랜만에 왔더니 힘드네요. 김 씨 : 그러시군요. 다 왔습니다. 이 씨 : 여기군요. 김 씨 : (둘러보며)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이 씨 : 여기서 뭘 하시려는 겁니까. 김 씨 :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씨 : 올라오느라 옷에 흙이 잔뜩 묻었네요. 비싸 보이는데. 김 씨 : (옷을 털며) 어머니께..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