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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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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 中 전통 주택에서 드러나는 차별 의식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5.25. 03:10 베이징의 전통 주택 중 으뜸은 사합원(四合院)이다. 중국 북부에서 일찌감치 지어지기 시작했던 집이다. 그러나 청(淸)대 접어들면서 베이징에 아주 많이 들어섰다. 특히 황궁이었던 자금성(紫禁城) 주변을 아직도 장식하고 있다. 특징이 몇 있다. 우선 축선(軸線)이 분명하다. 대개는 남북의 종향(縱向)이다. 동남쪽에 조그맣게 난 문을 들어서면 남북 축선을 중심으로 동서 양쪽 건물들이 대칭을 이룬다는 점도 특색이다. 앞은 외부 사람을 맞이하는 당(堂), 뒤는 가족들만이 사는 실(室)의 구조라는 점도 눈에 띈다. '사합원'이라는 이름은 바깥을 이루는 동서남북의 네(四) 면이 중간의 뜰(院)을 향해 합쳐진다(合)는 맥락에서 유래했다. 우리식 'ㅁ'..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 ‘孔孟’ 아닌 또 다른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5.11. 03:11 네 갈래 길 오르막에 주막을 차린 여성. 이름은 손이랑(孫二娘). 별호는 모야차(母夜叉). 중국 4대 기서 ‘수호전(水滸傳)’의 양산박 108두령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세 여성 중 하나다. 특기할 점은 사람의 고기로 만든 인육만두(人肉饅頭)의 제조자. 호랑이도 때려눕힌다는 장사 무송(武松)을 혼미케 한 뒤 만두소로 만들려고 했던 인물이다. 남편 장청(張靑)과 함께 사람 고기를 잘게 썰어 만두로 만들거나, 쇠고기로 위장해 장에 내다 팔던 소설 속 캐릭터다. 이를 모티브로 삼았던 홍콩 영화 '신용문객잔(新龍門客棧)'도 우리의 기억에 뚜렷하다. 중국의 현대 문호 루쉰(魯迅)은 자신의 유명 소설 '광인일기(狂人日記)' 집필 동기를 설명하면서 "중..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 ‘허풍’ 가득한 중국 武術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4.27. 03:11 쉬샤오둥(徐曉東·사진 오른쪽)이라는 39세의 중국인 남성이 있다. 별명은 ‘격투기 광인(狂人)’이다. 지난해 5월 중국 태극권(太極拳)의 유명 무술인 웨이레이(魏雷)에게 도전장을 냈다. 결과는 싱거웠다. 20초도 지나지 않아 태극권은 격투기에 무참하게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올해 3월 쉬샤오둥은 다시 영춘권(詠春拳)에 도전장을 냈다. 영춘권은 세계적인 쿵푸 스타 '브루스 리', 즉 이소룡(李小龍)으로 인해 유명해진 중국 권법이다. 이 시합 또한 싱겁게 끝났다. 영춘권 고수는 줄곧 도망만 다니며 얻어맞았다. 중국이 자랑하는 전통 무술이 위기다. 그러나 사실은 요즘 두드러진 현상이 아니다. 1974년 중국의 쿵푸와 태국의 킥복싱이 맞붙었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 중국式 ‘냉정한 불 구경’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4.13. 03:11 강 건너편에 난 불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우리와 중국은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인들은 이를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관용구로 표현할 때가 많다. 안에 담긴 뜻은 ‘나와 관계없어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중국은 '격안관화(隔岸觀火)'다. 속뜻은 우리와 매우 다르다. 우선은 관망(觀望)이다. 사태의 추이를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이어 불이 번져 어떤 상황이 내게 닥칠지 주목한다. 남의 집이 불에 타 없어지는 일은 상관하지 않는다. 아울러 상대를 돕는 행위는 마음에 없다. 다음에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를 먼저 따진다. 중간에서 제 힘들이지 않고 얻는 이익, 즉 '어부지리(漁父之利)'에 더욱 관심을 둔다. 성벽을 쌓고 올라..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 ‘策士’와 대항마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3.30. 03:10 요즘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에서 두 사람이 눈길을 끈다. 왕후닝(王滬寧·63·사진)과 류허(劉鶴·66)다. 왕후닝은 시진핑·리커창을 포함해 7명뿐인 최상위 정치국 상무위원, 류허는 총 25명의 정치국원 중 한 명이다. 서열 못지않게 둘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두 사람은 중국의 오랜 전통에 견줘 생각해 볼 대상이다. 왕조 시절 군주를 보필했던 책사(策士)의 전통이다. 중국의 4대 기서(奇書) 중 하나인 '서유기(西遊記)'의 맥락을 떠올리면 좋다. 책은 두 유형의 축(軸)을 보여준다. 서역(西域)의 부처 말씀, 즉 진리를 얻고자 길을 떠나는 현장 법사와 그를 돕는 손오공(孫悟空)·저팔계(猪八戒)·사오정(沙悟淨)의 행자(行者) 그룹이다. 전자..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 대륙의 風雨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3.16. 03:11 “산 비 쏟아지려니 바람이 다락에 가득하다”는 시구가 있다. 당나라 허혼(許渾)의 작품이다. 원문은 “산우욕래풍만루(山雨欲來風滿樓)”다. 본래 단순한 서경(敍景)이었으나 현대 중국에서는 곧 닥칠 위기의 전조(前兆)를 암시하는 말로 변했다. 중국인에게 바람과 비, 풍우(風雨)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문화적인 함의로는 불원간 맞을 변수, 위험 요소를 머금은 무엇 정도로 풀 수 있다. 풍운(風雲), 풍상(風霜), 풍설(風雪), 풍파(風波), 풍랑(風浪) 등도 모두 곧 닥칠지 모를 위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국인의 문화적인 심리를 드러내는 조어들이다. 상황이 닥치기 전 그에 먼저 대비하려는 중국식 '위기 사고'의 패턴을 잘 보여준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 皇帝와 順民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3.02. 03:13 2300여년 전 전국(戰國)시대 말기, 법가의 싹을 틔운 중국 정치가 상앙(商鞅·B.C. 390~B.C. 338)은 진(秦)에서 개혁을 주도했다. 그가 다진 토대로 진나라는 중국 전역을 통일하는 대업을 이룬다. 상앙이 남겼다는 ‘상군서(商君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백성이 싫어하는 일을 정치가 행하면 백성이 약해지고, 백성이 좋아하는 일을 정치가 행하면 백성이 강해진다.’ 이어 그가 도출한 결론은 이렇다. ‘백성이 약해지면 나라는 강해지고, 백성이 강해지면 나라는 약해진다(民弱國强, 民强國弱)’이다. 상앙의 사고에서 두드러지는 이른바 ‘약민(弱民)’의 주장이다. 가능한 한 백성의 힘을 빼놔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논리다. 백성을 물, 임..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 대륙의 虛實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2.09. 03:12 무실(務實)이라는 말이 있다. “실질(實)에 힘쓰라(務)”는 주문이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중국인은 반대의 조어, 무허(務虛)라는 말을 잘 쓴다. 아예 ‘무허 회의’라는 말도 만들었다. 중국으로서는 1978년이 매우 중요했다. 복권에 성공한 덩샤오핑(鄧小平·사진)이 11기 3중전회(中全會·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의 약칭)에서 개혁·개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듬해 3월 덩의 주재로 회의가 하나 열렸다. 향후 중국의 이념적 행보를 다뤄 '무허'라는 명칭을 얻은 회의다. 단어를 글자 그대로 풀면 이상하다. 허망함에 힘을 쏟으라고? '무실'의 대척점에 놓였다고 보면 그렇게 풀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보완의 관계라면 풀이가 달라진다. 개..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 皇帝와 붉은 자본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1.26. 03:12 마윈(馬雲)은 중국 최고의 기업인이다. 전자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창업자다. 1999년 창업해 지난해 말 재산은 2555억3000만위안(약 42조4179억원)이다. 보유 재산으로는 중국 3위지만 지명도에서는 으뜸이다. 그래서 마윈은 늘 화제다. 요즘 두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일 그는 ‘기업가 설맞이 모임(商界春晩·사진)’에서 노래 실력을 뽐냈다. 인민해방군 복장으로 무대에 올라 “반동파를 없애 세상을 바꾸자(要消滅反動派改地換天)”는 내용의 1960년대 문화대혁명 시절 중국식 오페라 노래를 불렀다. 공산당의 ‘코드’에 맞추려는 눈물겨운 노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11월 11일, 우리식 ‘빼빼로 데이’인 광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