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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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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9] 전통의 지혜로부터 멀어진 공산당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24. 03:13 사람 됨됨이를 따질 때 중국인들은 일정한 잣대가 있다. 남보다 먼저 제 밑천을 드러내는 사람에겐 결코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셈에 셈을 거듭하며 신중하게 처신해야 중국에서는 ‘된 사람’ 취급받는다. 우리말 사전에도 올라 있는 성부(城府)라는 한자 단어가 있다. 중국에서는 ‘속이 깊은 사람’의 의미다. 이 말은 원래 도시의 성벽, 큰 저택의 담을 가리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의 담을 쌓아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새김을 얻는다. 마음속에 이런 담을 쌓아 좀체 속내를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는 이가 중국인에게는 ‘괜찮은 사람’이다. 가슴에 그런 속성을 지녔다는 흉유성부(胸有城府)라는 성..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8] 중국 공산당의 呪文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17. 03:12 유명 고전소설 ‘서유기(西遊記)’에 등장하는 주문이 있다. 철없이 날뛰는 원숭이 손오공(孫悟空)을 제압하려 현장법사(玄奘法師)가 외는 ‘긴고주(緊箍呪)’다. 손오공 이마에 채운 쇠고리는 이 주문이 나오면 마구 조여져 심한 고통을 준다. ‘불안정성’을 상징하는 캐릭터 손오공은 그로써 길들여진다. ‘긴고주’에 해당하는 현대 중국 공산당의 주문이 있다면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穩定壓倒一切)’는 말일 것이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유훈과도 같다.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 지도자들은 이를 주문처럼 외우다시피 했다. 다양한 문화적 갈래를 지닌 중국을 이끌기 위해서는 안정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잦은 전란 속에서 늘 태평(..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7] 전통을 誤讀하는 중국 지도층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10. 03:02 ‘칠월류화(七月流火)’라는 성어가 있다. 지독한 더위를 이르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무더위를 상징하는 대화(大火)라는 별이 서쪽으로 흐르면서 여름이 가을에 자리를 비킨다는 뜻이다. 중국의 대학 중문과 1학년 학생이 배우는 성어다. 유명 학부인 인민대학(人民大學) 총장이 이 말을 잘못 썼다. 대만의 고위 정치인이 2005년 여름에 학교를 방문하자 이 성어를 사용하면서 “환영의 열기가 어디 날씨뿐이겠느냐”고 했다. 더 큰 사달도 났다. 지난해 명문 베이징(北京)대학 개교 120주년 기념식이었다. 린젠화(林建華) 총장은 학생들에게 커다란 뜻을 지칭하는 '홍곡(鴻鵠)'의 포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홍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6] 부패가 번지기 쉬운 사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03. 03:13 남을 높이 우러른다는 뜻의 경(敬)이라는 글자는 중국에서 이상하게 쓰일 때가 있다. 효경(孝敬)이나 빙경(氷敬), 탄경(炭敬), 별경(別敬) 등의 조어와 함께다. ‘효경’은 본래 부모를 잘 모시며 공경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뇌물의 동의어다. 윗사람에게 상납하는 금전이나 재화다.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라고 건네는 그것은 ‘빙경’, 겨울철 추위를 잘 견디라는 뜻에서 주는 것은 ‘탄경’이다. 헤어질 때 바치는 것은 ‘별경’이라고 했단다. 관직도 부수입이 좋으냐 안 좋으냐에 따라 크게 나뉜다. 두둑하게 챙기는 자리는 살이 찐다는 의미의 비결(肥缺), 그러지 못하는 곳은 수척해진다는 맥락의 수결(瘦缺)이다. 덤으로 흐뭇하게 챙기는 수익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5] 중국엔 왜 暗器가 많을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4.26. 03:02 기계적인 장치를 이용해 멀리 쏘는 활이 쇠뇌(弩)다. 인류의 무기(武器) 발전사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발명이다. 이 쇠뇌가 처음 만들어진 곳은 중국이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인 춘추시대 전에 이미 등장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살상 무기다. 원거리에서 상대를 공격하니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나 당당한 싸움법과는 거리가 멀다. 우직하게 정면에서 곧장 달려들어 승부를 내는 결전 방식은 결코 아니다. 중국의 전통적인 싸움 방식은 일정한 패턴을 지니며 발전했다. 바둑의 예에서 드러나듯 보이지 않게, 조용히,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우회해 싸움을 벌인다. 서로 마주 서 있다가 순간적으로 총을 꺼내 쏘는 서양식 카우보이들의 결투를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4] 예절 뒤에 숨긴 칼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4.19. 03:13 술을 마셔도 혼자 마시는 독작(獨酌)보다는 상대와 어울리는 대작(對酌)이 낫다. 술자리에서 흔히 쓰는 말 ‘권커니 잣거니’의 뜻, 수작(酬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 말은 요즘 ‘웬 수작이냐’고 눈 부라릴 때의 쓰임으로 전락했지만…. 잔을 적당히 채우면 짐작(斟酌)이다. 앞뒤를 잘 헤아려 술잔을 채우면 참작(參酌)이다. 마침내 알맞게 잔을 채우면 작정(酌定)이다. 누군가 내게 잔을 권했으면 돌려서 따라줘야 한다. 보수(報酬)와 응수(應酬)다. 제사를 올리거나 남과 교제하는 예법(禮法)에서 나온 조어(造語) 행렬이다. 음주 예절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낱말을 만들어 낸 곳이 중국이다. 그 점에서 중국은 세계적이다. ‘의례(儀禮)’..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3] 城을 바라보는 중국인의 정서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4.12. 03:12 성(城)은 예로부터 중국인들이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는 장치였다. 안에는 정사를 논의하는 조정(朝廷)이 있고, 일반인 동네 여염(閭閻)이 있었다. 성이 외부와 이어지는 곳은 교(郊)다. 따라서 성 주변은 교외(郊外)다.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은 야(野)다. 때로는 비(鄙)로도 적었다. 둘을 합치면 야비(野鄙)다. 우리도 잘 쓰는 ‘야비하다’의 그 단어다. 퍽 나쁜 뜻이어서 성 안팎의 아주 다른 위상을 실감케 한다. 요즘도 도시 외곽에 사는 중국인은 자신의 경우를 '성외(城外)'라고 부른다. 도시인은 제 처지를 '성리(城裡)'라고 한다. 성의 안과 밖을 집요하게 구별하는 시선이다. 중국 도시의 성은 거의 없어졌다. 1949년 중국의 건국과..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2] 좋은 황제 콤플렉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4.05. 03:13 역대 중국인 모두는 땅 위 최고의 권력자 황제(皇帝)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삶의 대부분을 지배했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황제와 순민(順民)’의 구도는 그래서 중국 땅에서 살았던 사람 대부분의 생활 형태였다. 제 힘이 없어 권력의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모든 사람은 그저 황제의 발아래 노예처럼 엎드려 살아야 했다는 얘기다. 그래도 기왕이면 훌륭한 황제 밑에서 살기를 원했을 테다. 이른바 ‘좋은 황제 콤플렉스(好皇帝情結)’라는 말이 중국에서 나오는 이유다. 중국인이 요즘에도 많이 다루는 궁중 드라마의 큰 줄거리를 이루는 흐름이다. 한(漢)을 세운 유방(劉邦), 당(唐) 태종 이세민(李世民), 명(明)의 주원장(朱元璋) 등 역대 군주가 화..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 중국의 요즘 ‘아줌마’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3.29. 03:11 중국뿐 아니다. 가끔씩 세계의 토픽 한가운데 서는 중국 여성들이 있다. 이른바 ‘다마(大媽)’다. 우리식으로 풀면 ‘아줌마’가 적격이다. 조용하며 다소곳한 전통적 중국 여성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2013년 중국 언론 등에 '다마'라는 이름이 오르면서 이제는 세계적인 관찰 대상으로 변했다. 이들의 모습은 우선 중국의 모든 도시 광장에서 볼 수 있다.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고 전통 무용이나 서양식 댄스로 몸을 단련한다. 때로는 시간을 불문하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둔 채 춤을 춰서 주변 사람들이 몸서리를 칠 정도다. 이들의 춤은 대마무(大媽舞)라고 적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金門橋) 주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 광장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0] 제갈량 신드롬의 속내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3.15. 03:11 “주유가 있는데 왜 제갈량을 세상에 나오게 했습니까(旣生瑜, 何生亮)….”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조조(曹操) 군대에 맞서 적벽(赤壁) 싸움을 치른 주유(周瑜)가 동맹군이었던 제갈량(諸葛亮)을 시기하며 내뱉은 유명한 탄식이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이다. 둘은 생전에 만난 적이 없다. 제갈량은 이 전투에 아예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중국 역사에서 퍽 유명한 이 싸움의 진정한 주역은 주유다. 제갈량이 싸움을 잘했다는 말도 거짓이다. 그는 유비가 죽은 뒤 벌인 여러 차례의 북벌에서 사마의(司馬懿) 등에게 우롱만 당했다. 바람과 비를 부른다는 호풍환우(呼風喚雨)의 경지에 닿았다는 제갈량의 실제 전쟁 지휘 능력은 꽝이다. 그럼에도 유비의 촉..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9] 江湖라는 중국의 민간 세계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3.01. 03:07 묘당(廟堂)이라는 단어가 있다. 왕실 제사를 벌였던 종묘(宗廟)와 정치를 논했던 명당(明堂)을 합성한 말이다. 나중에는 나랏일을 집행하는 조정(朝廷)의 뜻으로 발전했다. 이 묘당의 대척점이 지금도 실재하는 ‘강호(江湖)’다. 유래에는 여러 풀이가 있다. 그러나 큰 흐름으로 보면 나라 행정과 정치가 벌어지는 곳으로부터 떨어진 일반인 삶의 터전이다.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는다. 정치적 구속력이 약해 자유롭다. 그러나 나름대로 고단하다. 치열한 생존의 경쟁이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수준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위기가 때로는 매우 험악하다. 언어도 공식적인 말과 사뭇 다르다. 은어(隱語)가 풍성하다. 강호에서 쓰였던 말은 달리 순전(..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8] 권모와 술수의 바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2.15. 03:12 제왕(帝王)이 머무는 곳을 궁(宮)이라고 한다. 깊고 넓어 보통은 구중궁궐(九重宮闕), 구중심처(九重深處) 등으로도 적는다. 그러나 어딘가 음습한 분위기도 풍긴다. 깊고 넓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그악한 다툼 때문이다. 땅 위의 최고 권력을 쥐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경쟁이니 지독하기 짝이 없다. 황후와 비빈, 관료와 제왕의 인척(姻戚), 궁녀와 내시(內侍) 등 다양한 그룹 사이에서 벌어진다.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끔찍한 방법이 다 펼쳐진다. 독을 타서 상대를 죽이는 독살(毒殺)은 외려 평범하다. 반역의 틀에 가둬 멸문멸족(滅門滅族)을 이끌어 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추잡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간계(奸計)가 온갖 형태로 펼쳐진다. 그 토..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7] ‘말발’ 약해진 중국 공산당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2.01. 03:12 지도를 보면 길이 800㎞, 폭 200여 ㎞의 커다란 산줄기가 중국의 복판을 흐른다. 친링(秦嶺)이라는 산맥이다. 옛 당나라의 수도 장안(長安)이 있던 산시(陝西)가 무대다. 큰 관심을 받는 곳이다. 지상의 최고 권력자인 황제의 기운이 흐른다고 하는 풍수상의 용맥(龍脈) 관념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산맥의 한 줄기도 개혁·개방 이후 거센 개발 붐에 싸인 적이 있다. 산맥의 북쪽 한 자락이 옛 장안, 지금의 시안(西安)으로 흘러내리는 곳에 호화 별장이 많이 들어섰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201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 자리에 오른 시진핑(習近平)은 2년 뒤 이 별장들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 총서기의..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6] 달빛에서도 ‘간첩’ 떠올리는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1.18. 03:12 문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달빛이 있다면 먼저 시정(詩情)이라도 품을 만하다. 그러나 갈라진 틈에 싸움 또는 전쟁을 잇는 사고(思考)가 일찍이 중국에서 나왔다. 한자 간(間)을 두고서다. 이 글자는 본래 한(閒)으로 적었다. 문(門)에 달빛을 가리키는 월(月)이 붙었다. 문틈으로 들어오는 달빛이다. 나중에 달빛을 햇빛[日]으로 대체한 글자가 간(間)이다. 모두 문의 '틈', '사이'에 주목한다. 중국의 사유 체계는 이를 상대의 빈틈으로 파고드는 간첩(間諜)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간첩'이라는 조어는 '육도(六韜)'라는 병법서에 일찌감치 등장한다. 이를 본격적으로 개념화해 사용한 사람은 병법의 대가 손자(孫子)다. 그는 간첩의 효용성을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 한국의 친구, 중국의 朋友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1.04. 03:11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로 시작하는 조용필의 ‘친구여’라는 노래가 있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우리 대중가요다. 노래는 세상을 떠난 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다가 “모습은 어디 갔나, 그리운 친구여”로 맺고 있다. 중국과 대만, 홍콩에서 친구 노래로 가장 유명한 저우화젠(周華健)의 '펑유(朋友)' 가사 일부는 이렇다. "친구야 평생을 함께 가자…한마디 말에 인생을 걸고, 한 잔 술에 한평생의 정을 담고(朋友一生一起走…一句話一輩子, 一生情一杯酒)." 대중에게 잘 알려진 한국과 중국의 두 노래는 모두 '친구'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정서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노래가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데 비해 중국의 그것은 비장하다. 벗끼리의 유대를 강..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4] 체스와 바둑의 ‘美·中 결투’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12.21. 03:11 ‘메이드 인 차이나’의 오랜 명품 중 하나는 바둑이다. 이기고 지는 승부(勝負)를 다루는 전쟁 게임이다. 적어도 2500년 전에 지금의 중국 땅에서 출현했다. 복잡한 싸움 방식이 특징이다. 백병전(白兵戰)처럼 직접 달라붙어 혈전을 벌이는 게임이 아니라 공간을 먼저 차지하는 ‘포석’과 상대를 부지불식간에 무력화시키는 ‘포위’를 통해 국면을 이끌어 승부를 가린다. 여기서 '세(勢)'라고 하는 추상의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맞붙어 힘을 직접 겨루는 '전술'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는 영역을 먼저 차지하려는 '전략'이다. 그래서 바둑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고차원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에 비해 서양의 체스는 직접적이..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3] 황금과 利慾을 향한 중국인의 사랑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12.07. 03:10 중국에 오래 전해지는 인생의 ‘네 가지 큰 기쁜 일(四大喜事)’이 있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비(久旱逢甘霖), 낯선 타향에서 만나는 친구(他鄕遇故知), 촛불 타오르는 신혼의 밤(洞房花燭夜), 과거 급제 명단에 이름 올릴 때(金榜題名時)”다. 남송의 홍매(洪邁)라는 유명 문인이 저서 '용재수필(容齋隨筆)'에 당시 민간의 말을 채록하면서 유명해진 중국인의 전통적 가치관이다. 네 가지 기쁨이 모두 현실적이다. 농사라는 생업, '관시(關係)' 확대, 생육의 고민, 출세 지향이다. 이를 거꾸로 해서 익살스럽게 만든 버전도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 한 방울, 타향에서 마주친 고향 빚쟁이, 옆집의 신혼 방, 동명이인의 과거 급제"라는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 密告者 양산하는 중국 체제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11.23. 03:11 한국인이 많이 살고 외국 대사관이 밀집한 베이징 시내 차오양(朝陽)구에서는 언행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1㎢의 면적에 평균 277명의 ‘감시자’들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은밀한 시선으로 낯선 이를 지켜보다 경찰에 통보하는 일이 업무다. 이들의 별칭은 '차오양 군중(群衆)'이다. 정부로부터 수고비를 받기도 한다. 마약을 복용하거나 매음을 한 연예인 검거에 공을 세워 유명해졌다. 정부의 통제와 감시에 적극 호응하는 밀고자(密告者)들이다. 버전도 새로워졌다. 지난해에는 정식으로 앱을 만들어 13만명의 '밀고자'를 모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 CIA, 영국 MI6, 이스라엘 모사드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정보기구'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 漢字가 낳은 중국式 과장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11.09. 03:12 미인을 형용하는 수준이 대단하다. 한 번 돌아보면 성이 무너지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무너진다. “일고경인성(一顧傾人城), 재고경인국(再顧傾人國)”이다. 한(漢) 무제(武帝)가 총애했던 이부인(李夫人)의 미모를 표현한 말이다. 성어 경국지색(傾國之色)의 유래다. 웅장하며 멋진 여산(廬山)의 폭포를 바라보던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마구 흘러 곧장 아래로 삼천 척 내려오니, 마치 은하가 우주에서 쏟아지는 듯(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이라고 적었다. 이백은 그런 표현 기법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머리에 자라난 흰머리를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라고 했다. 지금 단위로 환산하면 길이 3㎞다. "아침에 검었던 머리카락이 저녁..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 울타리의 숲에 갇힌 중국인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18.10.26. 03:11 베이징은 ‘담[圍墻]’의 도시다. 북쪽에는 길고 두꺼운 만리장성이 늘어서 있고 왕조 시대의 황궁 자금성(紫禁城)은 약 12m의 높은 담을 둘렀다. 공산당을 비롯한 중앙 부처의 관공서 담도 아주 높다. 도시의 전통 주택 사합원(四合院)도 견고한 담이 돋보인다. 새로 짓는 고급 아파트 또한 담장이 발달했다. 자금성과 그 외곽의 옛 도성(都城) 주위를 중심으로 고리 형태의 환상(環狀) 도로가 6차선까지 뻗어나간 점도 담의 연역(演繹)이다. 중국의 모든 지역은 '울타리[圈子]'의 숲이다. 자신과 제가 속한 집단의 외부를 성벽처럼 두르는 무형(無形)의 울타리다. 친구는 친구끼리, 공무원은 공무원끼리, 동향은 동향끼리 뭉쳐 크고 작은 이익을 주고받는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9] ‘총명함’에 발목 잡힌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10.12. 03:12 중국인은 바람머리 앞에 잘 나서지 않는다. 앞에 닥치는 바람이 뭘 품고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바람을 위기의 요소로 읽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잘난 척하며 앞에 나서는 사람의 행위를 출풍두(出風頭)라고 하며 매우 경계한다. 중국인의 언어에는 '회색(灰色) 영역'이 발달해 있다. 좋다, 나쁘다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다. "좋으냐, 싫으냐?"를 물을 때면 대개 "그럭저럭…괜찮아" 정도의 뜻인 '하이싱(還行)'이라는 표현으로 얼버무린다. 가부(可否), 호불호(好不好), 시비(是非) 사이에서 사태를 더 따져 보고 대응하려는 심산에서다. 모두 중국인 처세(處世)의 가장 큰 맥락인 중용(中庸)의 흐름이다. 극단으로 향하지 않고 중간에서 제..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8] ‘세 자루의 칼’과 창업 열기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9.28. 03:11 중국인 사회에서 ‘세 자루의 칼(三把刀)’ 이야기는 제법 유명하다. 보통은 요리용 칼[菜刀], 머리 깎을 때 쓰는 칼[剃刀], 옷감 자르고자 사용하는 가위[剪刀]를 가리킨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업의 종류를 지칭한다. 요리사, 이발사, 재단사다. 칼의 종류는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목욕 문화가 발달했던 장쑤성 양저우(揚州)에서는 손톱·발톱 자르는 칼이 꼭 나온다. 특유의 근면함으로 요리와 이발업, 옷감 재단과 목욕업 등으로 성공한 중국인의 창업 스토리에서 이 ‘세 자루의 칼’ 이야기는 늘 입에 오른다. 해외로 나간 화교(華僑)들이 그랬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다진 손기술과 성실함으로 화교들은 음식을 만들거나 이발업에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7] 가을엔 책보다 전쟁을 떠올린 中國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9.14. 03:12 북반구의 가을은 목가적이다. 푸르렀던 식생이 빨강, 노랑, 갈색으로 변하면서 맑고 높은 하늘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경치에 젖었다가 바람에 흩날리는 추풍낙엽(秋風落葉)을 바라보며 감상에도 빠져든다. 계절의 변화에서 시간의 덧없음을 떠올리는 정조(情調)는 한반도와 중국이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대지에는 특별한 감성이 하나 덧붙여진다. 전쟁에 뒤따르는 조바심이다. 우선 천고마비(天高馬肥)의 성어를 보는 시각차가 뚜렷하다. 우리는 이 성어 뒤에 하나를 더한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이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에 말도 살을 찌우니, 등불을 가까이해서 책 읽으라는 권유다. 하지만 이 성어를 만들어 낸 중국의 원전은 엉뚱..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6] 현세적 가치에 묶인 중국·중국인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8.31. 03:12 기원전 7세기에 태어난 탈레스는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걷다가 웅덩이에 빠졌다. 이웃의 누군가에게 꾸중을 들었다. “발밑의 땅도 알지 못하면서 하늘만 쳐다보느냐”는 힐난이었다. 그래도 그는 꿋꿋하게 하늘과 별을 관찰했다. 만물의 근원을 살핀 ‘서양 철학의 아버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중국에도 하늘을 무척 궁금하게 여겼던 주체가 있었다. 기(杞)라는 춘추전국시대 작은 나라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잠도 못 이루고, 밥도 먹지 못할 정도였다. 급기야 한 사람은 현자를 찾아가 품고 있던 걱정을 털어놓았다. "공기로 이뤄진 하늘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서야 겨우 시름을 멈췄다고 한다. '쓸데없는 걱정'..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5] 공산당에 아부하는 中 지식인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8.17. 03:12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백화제방(百花齊放)하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부터 2300년 전의 중국에서다. 그러나 춘추전국(BC 770~BC 221) 때 화려하게 피어올랐던 중국의 지식 전통은 금세 시들어 버린다.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있었고 오로지 유가 사상만을 으뜸으로 치는 한무제(漢武帝)의 독존유술(獨尊儒術)이 있었다. 나와 다른 남을 모두 배제한다는 맥락에서 이는 '사상의 금고(禁錮)'에 해당하는 사건이었다. 중국의 지식 전통은 그 뒤로 지금까지 아주 오랜 침체기를 거친다. 춘추전국 시대에 자유를 누렸던 중국의 선비[士]들은 이후 군주에게 전략을 만들어 바치는 책사(策士)로 내려앉는다. 그마저도 잇지 못해 작은 꾀를 바치는 모사..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 가짜와 짝퉁 끊을 양심 중국에 있나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8.03. 03:12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때 일이다. 그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각 지역 성장(省長)을 접견했다. 허난(河南) 성장과 악수할 차례였다. 장쩌민 주석은 느닷없이 이렇게 물었다. “이 사람은 가짜 아닌가?” 2000년 무렵 베이징에서 유행하던 우스개다. 당시 가짜 제품 생산지로 유명했던 허난을 비꼬던 베이징의 블랙 유머다. 소득 수준이 낮아 베이징에서 허드렛일에 종사하던 허난 사람들로서는 억울했던 농담이다. 중국에는 사실 가짜와 짝퉁이 넘친다. 이는 중국의 오랜 '베끼기 전통'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 베끼기 전통에 견줘 먼저 생각해 볼 단어는 의고(擬古)다. '옛것을 본받다'는 뜻의 조어다. 지난 것을 익혀 새로 알아간다는 온..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 자연적이라며 조작에 능한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7.20. 03:12 옆으로 눈이 튀어나와 출목금(出目金) 또는 툭눈이라고 하는 붕어, 눈이 위로 향해 있는 정천안(頂天眼), 머리 쪽에 혹을 돌출시켜 사자 모습을 한 금붕어(일명 오란다)…. 귀에 익지는 않지만 모두 이상하게 생긴 관상용 금붕어를 가리키는 이름들이다. 이런 금붕어들의 원산지는 북송(北宋) 때의 중국이다.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고자 비늘을 떼거나 바늘로 찌르는 '유전자 변형'의 기술을 거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6세기에는 일본, 18세기 이후에는 유럽으로 번져 세계의 상품으로 자리 잡은 '메이드 인 차이나'다. 여성의 전족(纏足)도 눈길을 끈다. 어렸을 적의 여성 발을 헝겊으로 동여매 일정한 크기로 묶어 두는 일이다. '세 치 금쪽같은 연꽃..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2] 수시로 얼굴 바꾸는 중국인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7.06. 03:12 쉴 새 없이 얼굴에 덮인 가면을 바꾸는 중국 민간 예술이 있다. 얼굴 바꾸기라는 뜻의 ‘변검(變臉·사진)’이다. 서남부 쓰촨(四川)에서 생겨나 지금은 중국 서커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4대 기서(奇書) '서유기'의 대표 캐릭터 손오공이 늘 외치는 구호가 있다. "변(變)!"이다. 난적인 요괴를 만났을 때 자신이 그를 압도하는 동물로 변신하기 위해 외치는 말이다. 소설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중국 민간에는 닥치는 변화에 먼저 대응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래서 '바람을 보고 키를 놀린다(見風使舵)' '때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한다(臨機應變)' '상황을 보고 일을 처리한다(見機行事)' '몸 잰 뒤 옷감 자른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1] ‘太平’에 집착하는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6.22. 03:11 중국인들은 ‘비상구(非常口·Exit)’를 한때 ‘태평문(太平門)’으로 불렀다. 그러나 요즘은 안전문(安全門)이나 긴급출구(緊急出口)로 변했다. 바뀐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내용은 없다. 태평문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온전함을 염원하는 데서 나온 작명이었을 것이다. 저세상으로 떠나는 사람의 시신이 잠시 머무는 안치실을 중국인들은 태평간(太平間)으로 적는다. 이 태평문과 태평간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 나아가는 통과의례(通過儀禮)를 상정하고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평안한 곳으로 나아가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옮겨가는 통과의 절차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제 안녕을 염원하는 점도 같다. 중국에는 문신(門神..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0] ‘縱的 질서’ 되살리는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06.08. 03:11 느닷없이 재물이 들어오면 횡재(橫財), 제멋대로 사납게 굴면 횡포(橫暴), 남의 재물을 슬쩍 챙기면 횡령(橫領), 별안간 불행이 닥치면 횡액(橫厄), 좋지 않은 일이 마구 번지면 횡행(橫行)…. 한자 표기를 단 위의 단어들은 '횡(橫)'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그 새김이 대개는 '불법' '비정상' '무질서'의 흐름이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감이 썩 좋지 않은 글자다. 본래 글자 뜻은 '가로'다. 또 그 형태로 걸쳐 있는 상태의 무엇을 지칭한다. 그런데도 이 글자는 억울하게 불길함 또는 불행과 닿아 있다. 한자 세계가 표방하는 질서와 어긋나서 그렇다. 한자(漢字) 세계는 가로세로를 종횡(縱橫)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