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99)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9] 2020년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2.27. 03:11 화양(華陽)이라는 지명은 한국에도 흔하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여러 곳에 있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얻고자 하는 바람이 들어 있는 말이다. 본래는 중국 산시(陝西)의 화산(華山) 남녘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는 볕이 잘 드는 산의 남쪽을 양(陽)으로 적는다. 유래는 이렇다. 약 3000년 전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적국 상(商)을 물리쳤다. 그는 전쟁을 끝내려는 뜻이 강했다. 그에 따라 전쟁에 동원했던 말을 화산 남녘에 방목하고 물자 운반에 썼던 소를 도림(桃林) 벌판에 풀었다. 그중 전쟁에 가장 긴요했던 말을 풀어놓은 일이 퍽 유명해졌다. 이른바 마방남산(馬放南山)이다. 그 '남산'은 곧 화산의 남녘이다. 그래서 '화양'이라고 적어도..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8] 덩샤오핑과 시진핑 이름의 平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2.20. 03:13 우리 쓰임새도 적지 않은 강구연월(康衢煙月)이라는 성어는 평화롭고 넉넉한 세상을 가리킨다. 앞의 ‘강구’라는 단어는 넓고 평탄한 길이다. ‘연월’은 아지랑이처럼 공중에 은은하게 낀 내와 그 위의 달이다. 넓게 펼쳐진 거리에 뭔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안정(安定)의 형용이다. 다른 한자 단어로 표현한다면 평온(平穩)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사평팔온(四平八穩)이라는 성어를 곧잘 쓴다. 퍽 안정적이어서 오류나 혼란 등이 없는 경우다. 중국인의 의식 속에 이 '평온'을 향한 갈구는 아주 집요하다. 우선 글자 '평(平)'의 조어(造語) 행렬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어의 peace는 중국어로 화평(和平)으로 적는다.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7] 먼지 많은 세상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2.13. 03:13 티끌과 먼지를 가리키는 한자는 진(塵)이다. 사슴[鹿]과 흙[土]의 합성이니, 뜻은 자명해진다. 사슴이 땅을 밟고 다닐 때 생기는 흙먼지다. 바람과 함께 먼지가 일어나기 쉬워 풍진(風塵)이라고 곧잘 쓴다. 세상은 각종 이해(利害)에 따른 다툼이 모질게 일어난다. 그를 먼지에 빗대 일컫는 말은 홍진(紅塵)이다. 사람의 잡다한 욕구가 소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인간 사회의 별칭이다. 한편으로는 번화한 도시 등을 일컫는다. 달리 진세(塵世), 진환(塵寰)으로도 적는다. 먼지 가득한 세상이라는 뜻이다. 사람의 번잡한 이해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불가(佛家)의 지칭이다. 그래서 출진(出塵)으로 적으면 세간의 잡다한 욕망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중국은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6] 만다린과 푸퉁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2.06. 03:12 만다린(mandarin)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단어다. 복잡하며 다양한 중국 언어 체계 속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표준어’를 말한다. 청(淸)나라 귀족을 뜻하는 ‘만주 대인[滿大人]’에서 나왔다고 먼저 알려졌다. 그러나 동남아 국가에서 관료를 비롯한 지배 계층을 가리켰던 mantri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이제 더 유력하다. 그럼에도 중국과 처음 접촉했던 포르투갈 등 유럽 상인들이 중국의 공식 언어[官話], 그를 사용하는 관료 계층을 일컫는 말로 사용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만다린은 이제 중국을 상징하는 무엇인가에 따라붙는 단어로 변했다. 고급 호텔, 상품, 항공사, 복장 등에 이 단어는 자주 등장한다. 특히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발달한..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5] 중국의 구름 기상도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29. 03:12 드넓은 중국 땅을 지나가는 구름은 다양하다. 흰 구름 백운(白雲), 높은 하늘의 구름 청운(靑雲), 색색의 구름 채운(彩雲)은 어감이 좋다. 낭만적 감성을 자아낸다. 그러나 사람이 빚어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때 중국인이 입에 올렸던 구름도 많다. 우선 풍운(風雲)이다. 바람과 함께 닥치는 구름이다. 보통은 먹구름이 제격이다. 거센 바람과 함께 험악하게 모여드는 구름이다. 그 시커먼 구름은 흑운(黑雲)이라고 적거나 까마귀 색과 같다고 해서 오운(烏雲)으로도 부른다. 그래서 '풍운'이라는 단어는 거대한 기운, 아니면 그로써 생겨날지 모를 대단한 변화를 예고한다. 중국에서는 풍기운용(風起雲湧)이라고 성어식으로 적는다. 바람이 일고 구름이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4] 돌림병이 걱정인 땅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22. 03:12 소설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 손오공(孫悟空)은 말썽 많은 원숭이였다.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있는 천궁(天宮)에서 큰 소란을 벌이기도 했으나 결국 자리 하나를 얻었다. 필마온(弼馬溫)이라는 직함이었다. 그 유래를 푸는 설명이 흥미롭다. 옛 중국에서 귀중했던 말에게 돌림병이 돌면 치명적이다. 그를 방지하려고 마구간에 원숭이를 함께 길렀다. 원숭이 오줌이 말의 돌림병 예방에 효력이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이 점으로 보면 손오공이 천궁의 마구간에서 자리를 얻었다는 소설의 설정은 자연스럽다. 그 직함은 따라서 ‘말 돌림병을 피하다[避馬瘟]’라는 표현을 같은 음, 다른 뜻으로 적은 형태라는 설명이다. 대체로 수긍을 얻는 해설이다. 과거 돌림병..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3] ‘水滸傳’ 양산박과 홍콩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15. 03:12 문화적 함의로 칠 때 중국인들이 함부로 오를 수 없는 산(山)이 있다. 양산(梁山)이라는 곳이다. 지금의 산둥(山東) 서남쪽에 어엿한 행정구역 명칭으로 남아 있다. 소설 ‘수호전(水滸傳)’의 무대인 양산박(梁山泊)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졌다. 소설 내용처럼 이곳에 오른 두령 108명은 관(官)에 쫓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도와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대개는 행정적 수탈과 압박을 피해 살던 곳을 뜬 이들이다. 이들의 사정을 전하는 성어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양산에 올랐다[逼上梁山]'는 말이다. 이는 때로 백성이 일으키는 민란(民亂)을 가리킨다. 권력을 앞세워 가혹하게 나오는 관, 그에 처절하게 맞서는 민(民)의 구도다. 왕조 교..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2] 중국의 幕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08. 03:02 공자(孔子)가 제자 자로(子路)를 평가한 말이 유명하다. “당(堂)에는 올랐지만 실(室)에는 들어서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높은 경지에 오르다’는 뜻의 승당입실(升堂入室)이라는 성어가 탄생한 유래다. 중국의 고대 주요 건축은 대개 '당실(堂室) 구조'다. 앞의 '당'은 외부를 향해 열려 있는 장소다. 제사와 외빈 접견 등 공개적인 의례(儀禮)가 열린다. 그에 비해 '실'은 내밀(內密)하면서 개인적인 공간이다. 집채의 주인이 여기서 생활한다. 내실(內室) 또는 침실(寢室)이라 적어도 좋다. 외부에 공개하는 '당'과 주인이 개인적인 일상을 보내는 '실'은 따라서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둘 다 중요한 건축이지만 바깥과 안쪽이 갈리는 경계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1] 2000년 이어지는 經學의 시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01. 03:11 본래는 옷감 짜는 베틀의 세로와 가로 선을 일컫는 말이 경위(經緯)다. 그로부터 이 글자들은 더 나아가 남북(南北)을 잇는 길, 동서(東西)로 난 도로를 각각 지칭했다. 이는 나중에 지구의 좌표(座標)를 표현하는 서양 단어의 번역에도 등장한다. longitude는 동서로 떨어진 거리를 가리키는 단위다. 동양은 이를 경도(經度)로 옮겼다. 남북을 잇는 선이 일정한 사이로 떨어져 있음을 표현한다. 이른바 종축(縱軸)이다. 옆으로 이어지면서 남북으로 떨어진 간격을 표현하면 위도(緯度)다. 횡축(橫軸), latitude의 번역어다. 동양에서는 그 앞뒤를 따진다. 경위(經緯)라고 적어 남북 종축을 먼저 세우고, 동서의 횡축을 뒤에 붙인다. 남북의..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0] 중국 부자들의 운명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0.25. 03:10 재물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경우가 있을까. 꿈같은 이야기다. 현실성은 없으나 사람들이 늘 바라면서 기다리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재물이 저절로 가득 차는 그릇 이야기가 전해진다. 취보분(聚寶盆)이다. 우리의 ‘화수분’ 또는 ‘보물단지’ 격이다. 중국인들이 이 신비한 그릇의 소유자였으리라 추정하는 역사 속 인물이 심만삼(沈萬三)이다. 명(明)나라 초반 지금의 동남부 장쑤(江蘇)에 실재했던 사람이다. 그는 중국 역대 부자 중에서도 가장 이름이 높다. 명나라를 세웠던 주원장(朱元璋)이 도읍을 건설할 때 돈이 없어 그에게 난징(南京) 성곽의 절반을 짓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렇듯 대단한 부자였지만 비운(悲運)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너무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9] 담 안에 또 담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0.18. 03:10 중국 옛 왕조의 바깥을 두르는 크고 긴 담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이었을 테다. 그 담을 넘어 다시 중국 수도에 들어서려면 베이징성(城)의 견고한 벽을 통과해야 한다. 거기서 또 중국의 권력 중심에 진입하려면 자금성(紫禁城)의 높은 담과 마주친다. 개인 집을 방문해도 마찬가지다.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사방 집채가 모두 안쪽 뜰을 향해 있는 대표적 전통 주택 사합원(四合院) 역시 완연한 성채의 모습이다. 그 문에 들어서면 안팎을 가르는 조그만 벽이 또 발길을 가로막는다. 소장(蕭墻)이라고도 적고, 또 조벽(照壁)으로도 부르는 ‘담 안의 담’이다. 그래서 중국과 제대로 교류하려면 국가의 울타리, 왕궁의 벽, 개인의 담을 다 넘어서야 우선 가능하..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8] 고자질 문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0.11. 03:13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리는 화살이 있다. 무방비 상대에게 치명적 타격을 주는 암기(暗器)다. 그런 행위를 암전상인(暗箭傷人)이라고 적는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칼을 품어 상대를 해친다. 소리장도(笑裏藏刀)다. 중국에서는 이런 성어가 참 많이도 발달했다. 정상적 방법이나 절차를 무시하고 목적을 이루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대개는 남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로를 따른다. 비겁함, 졸렬함, 부당함의 요소가 다 들어 있다. 그렇게 남을 해치는 행위 하나가 ‘고자질’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고밀(告密)이라고 적는다. 대상의 약점을 캐서 다른 이에게 알리는 행위다. 은밀하게 벌이는 '남 뒤통수 때리기'다. 소보고(小報告)로도 적는다. 정식으로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7] 더 굳어지는 중국의 얼굴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0.05. 03:13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은 늘 무겁다. 도시의 얼굴인 천안문(天安門) 광장이 특히 그렇다. 옛 황궁(皇宮)인 자금성(紫禁城)의 붉은 담이 우선 일반인의 접근을 가로막고, 광장 복판으로는 과거 최고 권력자만이 거닐던 황도(皇道)의 축선이 지난다. 현대 중국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공산당의 최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을 비롯해 건국 영웅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와 그 시신이 놓인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불만을 지닌 사람이 시위를 할라치면 편복(便服) 경찰이 순식간에 나타나 즉각 제압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공산당 최고 권력의 선율(旋律), 옛 황제 권력의 기운이 그대로 살아 흐르는 곳이다. 그래서 베이징은 예부터 '천자..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6] 호리병박과 중국 국경일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9.27. 03:12 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식물 중 하나는 호로(葫蘆)다. 우리는 보통 호리병박이라고 부른다. 줄기가 여럿 감기며 올라가는 덩굴성이며 씨앗도 많다. 중국인이 이 열매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호로와 중국어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복록(福祿)이다. 행복, 출세해서 얻는 높은 샐러리의 뜻이 담겨있다. 게다가 호로가 지닌 복잡한 덩굴과 풍부한 씨앗은 번영(繁榮)에 다산(多産)까지 의미한다. 색깔까지 황금색이다. 커다란 박을 몇 개 엮으면 물에서도 뜬다. 부(富)를 상징하고, 홍수에서도 사람 목숨 건지는 구명(救命)의 용도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그런 호리병박에 장수(長壽)의 기원까지 곁들이면 최고다. 그래서 진짜 호리병박을 말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5] 중국 ‘큰 형님’들의 쓸쓸한 퇴장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9.20. 03:13 부형(父兄)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단어다. 아버지와 형을 동렬에 놓았다는 점이 특색이다. 혈연을 바탕으로 적장자(嫡長子) 중심의 가족 관계망을 형성하는 중국의 오랜 전통, 종법(宗法)과 관련이 있다. 종법의 체계에서 가부장(家父長)인 아버지의 역할은 퍽 크다. 집단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사라졌을 때 자리를 물려받는 존재가 형이다. 따라서 중국은 ‘형님’을 믿고 따르는 문화가 꽤 발달했다. 문헌에서는 형장(兄長)이라는 말을 잘 쓴다. 그러나 입말에서는 '다거(大哥)'가 훨씬 일반적이다. 우리식으로 옮기자면 '큰 형님'이다.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자주 나와 친숙한 말이다. 대형(大兄)이라는 표현도 있다. '다거'와 같은 맥락이..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4] 돼지고기와 중국인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9.06. 03:12 집에 돼지를 키운다? ‘집’의 한자 가(家)의 풀이다. 주거용으로 지은 건물[宀·면]에 돼지[豕·시]가 들어앉은 꼴이다. 처음부터 그 동물이 ‘돼지’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언제부턴가 중국인들은 돼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집’으로 적었다. 중국인들의 돼지 사랑은 아주 유명하다. 4대 기서(奇書)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 하나는 저팔계(豬八戒)다. 돼지 형상으로 맹활약을 하는 캐릭터다. 아울러 한자 가(家)의 예에서 보듯이 돼지를 일찌감치 재산으로 다룬 흔적이 있다. 중국에서 돼지는 또 왕성한 생명력,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상(吉祥), 그리고 복(福)을 상징한다. 오랜 농경(農耕)의 습속 때문에 돼지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던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3] 주원장이 明을 세운 힘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8.30. 03:13 명(明)을 세운 주원장(朱元璋)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 경솔함을 눌러 채비를 더욱 견고하게 갖추도록 이끈 주승(朱升)이다. 주원장이 주변의 군벌들과 거친 전쟁을 치르며 왕조 창업을 위해 다가가던 무렵이었다. 초야에 숨어 있던 주승을 찾아간 주원장은 먼저 천하 통일을 위한 방책을 물었다. 주승은 짤막한 권유를 건넨다. “성을 높이 쌓고, 식량을 널리 모으며, 왕을 서둘러 칭하지 말라(高築墻, 廣積糧, 緩稱王).” 왕조 건업에 혈안이었으나 영리했던 주원장은 재빨리 이 말의 요체를 알아들었다. 그에 따라 자신의 근기(根基)를 튼튼히 다지고, 전쟁 수행을 위한 경제력 확보에 나서면서 창업 시점을 앞당기고자 서두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2] 광둥과 홍콩의 人文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8.23. 03:12 우링(五嶺)이라는 험준한 산지(山地)를 남쪽으로 넘으면 중국의 끝자락 광둥(廣東)이다. 다른 말로는 영남(嶺南)이라고 적는다. 이 지역 인문(人文)이 지니는 특색의 키워드는 일탈과 자유, 그리고 변혁이다. 중국 당국이 개혁·개방을 펼치면서 가장 주목받던 곳도 광둥이다.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쳐 내놓은 중앙정부의 ‘정책(政策)’은 늘 이곳 ‘대책(對策)’의 맞바람에 흔들렸다. “위에서 정책을 내놓으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마련한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이 가장 유행했던 곳이 광둥이다. 정부 말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제 편의대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만큼 광둥은 ‘중앙’에서 거리상으로 멀고, 심리적으로 자유로운 ‘지방’..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1] 중국의 ‘착하게 살자’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8.16. 03:12 서방 언론들이 ‘디지털 레닌주의’로 표현한 중국의 사회 공공 신용 체계(社會公共信用體系)가 신속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으로 면밀한 감시망을 구성해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했다. 주요 도시별로 현지 상징물을 앞세운 새 ‘도덕 지표’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쑤저우(蘇州)는 ‘계수나무 꽃 점수(桂花分)’, 항저우(杭州)는 ‘첸장 점수(錢江分)’, 푸저우(福州)는 ‘백로 점수(白鷺分)’ 등이다. 개인의 준법성을 점수로 따지는 시스템이다. 교통과 쓰레기 분리 배출 등의 준법 여부, 개인의 채무 불이행, 정부 방침에 저항하는 행위 등을 점검한다. 당국이 권장하는 항목을 실천에 옮..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0] 중국인이 사랑하는 꽃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8.09. 03:12 중국에는 나라를 상징하는 꽃, 국화(國花)가 아직 없다. 이제야 나라꽃을 선정하느라 분주하다. 올해 초 중국 화훼협회가 앞장섰다. 일반인 33만2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했다. 우선은 모란꽃이 가장 유력하다. 한자로는 목단(牧丹)이다. 부귀(富貴)의 상징이어서 현세적 가치를 중시하는 중국인 기호에 딱 맞는다. 크고 듬직하며 색깔도 화려해 ‘꽃의 왕[花中王]’이라고도 부른다. 화훼협회 여론조사에서 거의 80%에 이르는 지지율을 보였다. 그다음으로 꼽힌 꽃은 매화(梅花)다. 겨울의 모진 추위를 이겨낸 뒤 먼저 망울을 터뜨리는 꽃이다. 삶의 고달픔을 이겨내는 의지의 상징이다. 모란 못지않게 중국인 심성에 어울리지만 매화는 이미 대만 국화라서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9] 중국인, 華人 그리고 唐人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8.02. 03:08 중국인을 지칭하는 말은 여럿이다. 우선은 한인(漢人)이다. 초기에 중국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한(漢) 왕조의 신하와 백성을 가리켰다. 현대 중국의 주류를 이룬 ‘한족(漢族)’이라는 호칭의 토대다. 화인(華人)이라는 이름도 있다. 주변의 여러 민족과 견줘 스스로를 더 우아하게 부르는 말이다. 자신을 세계의 중심, 주위 사람을 오랑캐로 치부하는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설정이다. 더 고풍스러운 표현은 '화하(華夏)민족'이다. 옛 중국 정통성의 한 갈래인 하(夏)를 덧붙였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통칭은 화교(華僑)다. 화민(華民)으로도 적는다.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는 화상(華商)이다. 출신 지역에 따르는 경우도 있다. 광둥(..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8] 중국의 黑社會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7.26. 03:12 건달이나 깡패 등을 일컫는 중국 단어는 유맹(流氓)이다. 본래는 전란이나 재난 등에 쫓겨 정처 없이 떠도는[流] 백성[氓]을 가리켰다. 따라서 유민(流民)이라 적어도 무방하다. 조직을 갖춘 폭력배는 흑사회(黑社會)로 적는다. 현대에 들어와 생긴 조어(造語)다. 전통적 개념은 방회(幫會)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스스로 무장해 각종 위험에 대응해야 했던 상인 그룹, 즉 상방(商幫)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청(淸)대에 대운하에서 조운(漕運)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조직했던 청방(靑幫)이라는 집단이 아주 유명하다. 지금도 대만에서 명맥을 유지한다. 한때 중국을 다스렸던 장제스(蔣介石)도 이들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고 알려졌다. 홍방(紅幫)이라고도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7] 싼샤댐과 人定勝天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7.19. 03:08 자연에 감응하는 사람, 그래서 하늘과 인간이 하나를 이룬다는 뜻의 성어가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이 녹아 있다.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자연을 어떻게 보느냐를 말할 때 흔히 등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말도 전해진다.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 있다는 인정승천(人定勝天)이다. 여기서 ‘인정(人定)’은 사람의 사고나 행위다.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환경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의 '천인합일'은 주로 관념적인 흐름이다. 유가(儒家)와 불가(佛家), 도가(道家) 등 종교철학 영역에서 각자 깊은 해석을 시도했다. 촘촘한 사유의 체계를 지녀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중국인의 자연관을 대표했다고 보기..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6] 현대 중국인의 民生苦 셋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7.12. 03:11 2000년대 들어 도시의 중국인에게 유행했던 ‘세 마리 뱀’ 이야기가 있다. 검은 뱀인 흑사(黑蛇), 하얀 뱀 백사(白蛇), 안경을 걸친 듯한 안경사(眼鏡蛇)다. 도시의 중국인을 괴롭히는 세 존재다. 검은 뱀은 제복을 입은 공무원이다. 경찰을 비롯해 철거 및 단속을 집행하는 도시 관리 공무원이다. 거리에서 상업 행위 등을 하는 일반인에게 가장 무섭다. 돈을 상납받는 관행이 있어서 ‘뱀’으로 꼽혔다. 하얀 뱀은 흰 가운을 걸친 의사나 간호사다. 입원, 진료, 수술 등을 할 때 ‘촌지’를 밝혔던 의료 종사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안경사’는 실제 코브라의 지칭인데 눈 주위의 무늬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중국 민간이 가리켰던 대상은 학교 선생..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5] 자금성 붉은 담 위의 난초꽃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7.05. 03:13 베이징(北京)의 큰 상징은 자금성(紫禁城)이다. 명(明)과 청(淸) 두 왕조의 황제(皇帝)가 머물렀던 황궁(皇宮)이다. 1925년 이후 고궁(故宮)으로 불렀지만 원래 명칭은 그렇다. 자금(紫禁) 두 글자는 따로 떼서 이해해야 좋다. 앞 글자는 중국 천문(天文)에서 가장 높은 별자리, 자미성(紫微星)을 가리킨다. 뭇 별을 거느리는 최고 별이다. 중국의 전통 천문은 땅 위의 권력을 그대로 투영했다. 지상(地上) 최고 권력자인 황제(皇帝)와 그 주변에 있는 대신(大臣)의 역할 등을 하늘의 별자리로 옮겨 설명한다. 그 복판이자 가장 높은 곳의 별 자미성은 곧 황제의 상징이다. 둘째 글자 금(禁)은 새김 그대로다. 사람의 통행을 제한하는 행위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4] 진화 vs 天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6.28. 03:11 ‘evolution’이라는 영어를 진화(進化)라고 옮기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이제 없다. 그러나 한자 문화권에서 이 단어를 번역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그런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던 까닭이다. 메이지(明治) 때 일본은 이를 '진화'로 옮겼지만, 청말(淸末)의 중국은 '천연(天演)'이라고 적었다. 토머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Evolution and Ethics)'라는 책에 자신의 관점을 곁들여 '천연론(天演論)'으로 번역한 엄복(嚴復·1854~1921)이 주인공이다. 그는 생명체들의 경쟁을 물경(物競), 자연의 선택을 천택(天擇)으로 적었다. 그리고 다툼 끝에 살아남는 일을 최적자존(最適者存)으로 적었다. 생존경쟁(生存競爭),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3] 바람 피하는 항구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6.21. 03:12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로 시작하는 우리 예전 가요가 있다. 1954년 나온 ‘홍콩(香港) 아가씨’다.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홍콩을 그렸다. 홍콩의 역사·문화적 지칭은 ‘바람 피하는 항구’다. 중국인들은 피풍당(避風塘)으로 적는다. 그곳은 본래 중국 대륙에서 빠져나온 이민자들의 도피처였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중국 건국 뒤의 문화대혁명 등 극심한 혼란기에 대륙을 탈출한 사람들이 모여든 사회였다. 따라서 중국 현대사에 번졌던 여러 얼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초기 이민자들의 삶은 보통 바다를 떠나기 힘들었다. 형편이 여의치가 않아 방파제 안의 선상(船上)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배들이 모여 이룬 독..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2] 長江의 앞 물결과 뒷물결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6.15. 03:12 우리는 곧잘 조국의 영토를 강산(江山)이라는 말로 쓰기도 한다. ‘삼천리금수강산(三千里錦繡江山)’이 좋은 예다. 이 말은 국토 전체를 지배하는 권력을 가리킬 때도 있다. 중국에서는 타강산(打江山)이라고 적으면 '국가 권력을 손에 넣다'는 뜻이다. 현대 중국에 견줘 보면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등의 역할이다. 붉은 공산주의 이념으로 사회주의 중국을 건국한 1세대다. 따라서 보통은 '홍일(紅一)'로 줄여 적는다. 이들과 혈연으로 이어져 다음 세대를 형성한 사람들은 '홍이(紅二)'로 부른다. 혁명 세대인 시중쉰(習仲勳)의 아들로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習近平), 그에 앞서 권력 정상에 올랐던 장쩌민(江澤民) 등이 다 그렇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1] 중국의 持久戰 전략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6.07. 03:13 중국은 6·25전쟁을 대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뒤에 구호 하나가 더 붙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적다. 보가위국(保家衛國)이다. 집과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다. 당시 전쟁에 뛰어든 중공군 병력은 240만명 이상이다. 이들의 명칭은 중국 군대의 공식 이름인 인민해방군(人民解放軍)이 아니라 인민지원군(人民志願軍)이다. 미국의 한반도 ‘침략’에 맞서려 인민들이 자원해 참전했음을 강조하는 이름이다. 물론 군대 건제(建制)는 해방군 그대로였고, 전력 추진과 보급 및 운송 등은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대외적으로 명분을 그럴싸하게 내세우고자 이름을 거짓으로 포장..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0] 中華에 못 미치는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31. 03:13 ‘중국’은 본래 성벽으로 싸인 타운을 지칭했던 단어다. 처음에는 국중(國中)으로 적었다. 한자 국(國)에는 네모가 두 개 있다. 안의 네모는 작은 성(城), 밖의 네모는 더 큰 성인 곽(郭)이다. 성을 두 개나 두를 정도면 옛사람들 생활 수준으로 따질 때 아주 큰 정치적 주체다. 따라서 ‘국중’은 주(周)나라 천자(天子)가 있는 도성이라는 뜻이다. 그러다가 차츰 ‘중국’으로 적었다. 중국의 옛 명칭은 다양하다. 북부 중국의 일부를 점유했던 주나라는 적현(赤縣)으로도 불렀다. 빨강을 숭상하는 전통 때문이다. 전역을 아홉으로 나눴다고 해서 얻은 이름은 구주(九州)다. 인도가 중국을 불렀던 호칭 중 하나는 치니(Chini)다. 여기서 나온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