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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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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당, 송영길당, 용혜인당… 총선 노린 ‘떴다당’ 쏟아질 채비 주희연 기자 입력 2023.12.05. 03:00 업데이트 2023.12.05. 06:19 野홍익표 “연합 비례정당 필요” 내년 4월 총선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비례 의석을 노리는 신당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선거제가 현행대로 갈 경우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쉬워지는 점을 노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주도하는 신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연합 비례 정당’ 필요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자 정치권에선 “선거 때만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이른바 ‘떴다당(黨)’ 천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 원내대표는 4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본소득당은 물론이고 현재 소위 비례 정당 창당 작업이 곳곳에서 있는데, ..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인구 17만 시골 도시 바젤은 전 세계를 市場으로 생각한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3.12.05. 03:00 스위스 바젤의 인구는 17만 명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63만 명, 프랑크푸르트는 75만 명이다. 반면 청주 인구는 83만, 창원 107만, 울산 116만, 광주광역시 150만 명이다. 인구수로만 보면 바젤, 슈투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는 위기의 인구소멸 도시라 할 만하다. 하지만 바젤은 전 세계 아트의 수도라고 여겨지는 도시다. 인구 17만 명의 도시에 에르메스, 루이비통, 디올 같은 명품 숍들이 있다. 우리나라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에도 없는 명품숍들이다. 명품가게가 있어야 좋은 도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구가 17만 명밖에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명품 구매 소비자가 살 정도로 좋은 일자리가 많다는 이야기다. 유럽의 도시를 ..
♥[만물상] 8개 면에 쓴 키신저 부고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3.12.04. 20:08 업데이트 2023.12.04. 23:33 한 분야를 오래 맡아 취재하다 보면 ‘이런 사람의 인생은 잘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려면 취재원에 대한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 문학을 담당하던 시절 필자는 박경리·박완서·이청준 세 작가의 부고 기사를 썼다. 인생과 작품 세계를 파악하고 작가에 대한 평론까지 대강 읽어 두었는데도 준비 부족을 절감했다.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는 게 부고 기사다. ▶영미권 언론은 부고 기사에 각별한 정성을 쏟는 것으로 유명하다. 16세로 미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가 된 엘리너 스미스에 대한 뉴욕타임스 부고 기사는 놀랍게도 그녀가 만 20세였던 1931년에 처음 작성됐다. 스..
♥[최영미의 어떤 시] [148] 인연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3.12.04. 03:00 인연 맨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모르는 사이였지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한 그 순간 나는 키가 작아 앞줄에 앉고 너는 키다리. 맨 뒷줄이 네 자리 아, 우리가 어떻게 단짝이 됐을까! 키다리 친구들과 둘러서서 바람이 가만가만 만지는 포플러나무 가지처럼 두리번거리다 나를 보고 너는 싱긋 웃으며 손짓한다 너를 보면 내 코는 절로 벌름벌름 내 입은 벙글벙글. -황인숙(1958~) 마지막 두 행이 멋지다. “내 코는 절로 벌름벌름/내 입은 벙글벙글”이라는 표현이 재미있어,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진짜 친구를 보면 말보다 먼저 몸이 반응한다. 친한 사람들은 멀리서도 서로 알아볼 수 있다. 중학교 동창, 오랜 벗들을 ..
대한민국 소멸? [만물상] 강경희 기자 입력 2023.12.03. 21:20 업데이트 2023.12.03. 23:56 독설가로 유명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5월 X(트위터)에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과 홍콩을 꼽으며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3세대 안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6%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5100만명인 우리나라 인구가 300만명 정도로 쪼그라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출산율이 낮은 일본과 이탈리아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부부 2명에 자녀 두 명이면 인구수가 유지될 듯하지만 태어난 아기가 모두 성년까지 자라는 게 아니라서 대체 출산율을 2.1명으로 잡는다. 현재 우리 출산율은 0.7명으로 떨어졌다. 이대로면 대략 한 세대마다 유소년 인구가 3분의 1로 준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25..
♥“자유 찾았는데 일 못 찾겠다” 탈북민 취업 박람회 가보니 9년 만에 탈북민 취업 박람회 김민서 기자 정해민 기자 입력 2023.12.02. 03:27 업데이트 2023.12.02. 06:30 “예전에 회사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관들이 군대는 왜 안 갔다 왔냐고 해서 탈북민이라고 대답하자마자 ‘나중에 연락 드리겠다’고 하더군요. ‘입구 컷’을 당한 거죠.” 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9년 만에 열린 ‘탈북민 일자리 박람회’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탈북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탈북민들은 최근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남북하나재단 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실업률은 6.1%로 일반 국민(3.0%)보다 두 배 정도 높다. 취업이 어려운 건 모든 청년들에게 마찬가지이지만, 이들은 ‘탈북’ 꼬리표라는 또 하나의 벽을 넘어야 한다. 박람회장에서 만난 탈북민들은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71] 공산당의 이권 카르텔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입력 2023.12.02. 03:00 업데이트 2023.12.02. 05:34 ‘천리가 넘는 기나긴 방죽도 개미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진다(千里之堤 潰於蟻穴)’는 내용의 경구가 있다. 아주 미세해서 잘 드러나지 않는 곳, 그래서 방심을 부르는 구석에서 큰 실패가 비롯한다는 뜻이다. 때론 개미구멍이란 뜻의 ‘의혈(蟻穴)’이라는 단어로 이 구절을 압축한다. 의미가 같은 단어는 굴뚝 틈을 가리키는 ‘돌극(突隙)’이다. ‘커다란 집채도 굴뚝 틈에서 샌 불꽃에 타버린다(百尺之室 以突隙之煙焚)’는 글귀에서 나왔다. 개미구멍과 굴뚝 틈에서 번지는 그런 큰 무너짐은 보통 붕궤(崩潰)로 적는다. 그러나 두 글자를 쓰는 중국인의 어감에는 차이가 있는 듯하다. 앞의 붕(崩)은 대개 산이나 땅이 무너지는..
[만물상] ‘정조의 꿈’이 현실로 된 화성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3.12.01. 20:17 업데이트 2023.12.02. 01:34 경기도 화성(華城)의 이름은 조선 정조가 작명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수원으로 옮겨 현륭원을 조성했다. 정조는 능을 보호할 성곽 터를 둘러보면서 장자의 화인축성(華人祝聖) 고사를 떠올렸다. 화(華) 지방 제후가 요 임금에게 부귀, 장수, 다산을 기원했다는 내용이다. 정조는 ‘백성은 왕실의 안녕을, 임금은 백성의 번영을 기원하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의미로 ‘화성’이라 이름 지었다. 풍요의 고을이 되라는 염원을 담은 셈이다. ▶정조의 바람과 달리 현대사에서 화성은 ‘오욕’에 시달렸다. 1986~1991년 사이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건의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잔혹하게 살해된 여인들 사체가..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분열의 중심, 이준석과 이낙연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3.12.01. 03:00 업데이트 2023.12.01. 07:34 총선 4개월 앞, 여야 전직 당대표가 그 중심 이준석 탈당 가능성 매일 1%씩 올라가는 중 비대위·재창당 수준 혁신 없인 결별 불가피 이낙연 이재명 직격, 안철수의 文 공격 떠올라 ‘통합 비대위’ 안 되면 야권도 그때처럼 분열 4월 총선을 앞둔 12월은 정치권의 분열과 통합의 시간이다. 오래 분열했던 민주당은 2012년 총선을 앞둔 2011년 12월 문재인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포함된 ‘혁신과 통합’이 만든 시민통합당과 합쳤다. 2016년 총선을 앞둔 2015년 12월 안철수 탈당으로 민주당은 다시 갈라졌다. 2019년 12월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탈당했던 유승민이 돌아가 자유한국당과 합쳐 만든 ‘미..
[만물상] 키신저와 한반도 이하원 기자 입력 2023.11.30. 20:44 업데이트 2023.12.01. 00:17 6·25전쟁이 터졌을 때 헨리 키신저가 미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었다면 휴전선은 지금보다 150~200km 북상(北上)했을지 모른다. 키신저는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미국이 중국을 자극하지 말고 청천강과 함흥만을 연결하는 선(線)이나 남포~원산 주변의 북위 39도를 기점으로 휴전했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은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1954년 하버드대 박사가 될 때부터 강대국 위주의 세력 균형에 관심을 가진 키신저에게 중견 국가나 약소국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2017년엔 미국과 중국이 ‘북한 정권 붕괴와 주한 미군 철수’를..
“동선 겹치지 말자” 美돌싱들 이혼하고도 동거하는 까닭 정석우 기자 입력 2023.11.30. 04:59 업데이트 2023.11.30. 08:21 집값에 대출금리까지 함께 뛰며 독립 땐 감당 못해 ‘불편한 동거’ 미국 조지아주 스넬빌의 한 60대 여성은 지난해 8월 이혼한 남편과 ‘남남’인 상태로 8개월 넘게 같이 살았다. 부부 금슬이 좋을 때 받았던 연이율 3.5% 저금리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다. 살림을 둘로 쪼개자니 연 7%를 넘어선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집값도, 월세도 훌쩍 뛰었다. 결국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기로 했다. 식료품을 각자 구입해 따로 식사하고, 남편을 마주치기 싫을 땐 손자를 돌본다는 이유로 아들 집으로 갔다. 이런 ‘쇼윈도 부부’ 생활은 아내가 결국 남편의 주택 지분을 사들이면서 끝이 났다. 최근 미국 남녀들이 고..
고령자들 은행 믿고 ‘네, 네’ 하며 가입했는데… 8조 ELS 반토막 김은정 기자 김지섭 기자 한예나 기자 입력 2023.11.30. 04:05 업데이트 2023.11.30. 06:06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 고령자에 ELS 판매 적절했나” “고객의 서명받고 녹취 운운하지만 책임 면제 안 돼” 최근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의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을 고령자에게까지 무리하게 판매한 게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LS는 주가지수 등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금융 상품인데, 2021년 1만2000대였던 홍콩H지수가 최근 5000대까지 폭락하면서 3년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초 ELS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원장은 29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한 후 기자들과 만나 “고위험..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아와모리, 29년 만의 축배라서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3.11.30. 03:00 업데이트 2023.11.30. 05:32 메두사의 목을 베고 마셨던 페르세우스의 祝杯처럼 LG 트윈스의 ‘오피셜 축승주’에는 古典의 느낌이… 세상에는 어른을 위한 감미로운 동화도 필요하다 몇 년 전에 ‘야구단의 아와모리’를 소재로 신문에 글을 쓴 적이 있다. 어느 야구단의 구단주가 오키나와로 전지 훈련을 갔다가 우승하면 따려고 아와모리를 사두었는데 27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신문의 편집자는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27년째 봉인 중인 그 술 언제 맛볼 수 있을까?” 야구단이 오키나와에 갔던 해는 1994년, 야구단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해였다. 우승한 해에 연달아 다음 해까지 석권하겠다는 구단주의 의지이자 동기 부여가 아와모리였다. 야..
♥[만물상]‘역사상가장똑똑한사진’ [만물상] ‘역사상 가장 똑똑한 사진’ 김민철 기자 입력 2023.11.29. 20:29 업데이트 2023.11.30. 01:51 1510년 라파엘로가 바티칸 성당에 그린 벽화 ‘아테네 학당’은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학자들이 한곳에 모여 학문을 논하는 장면을 담았다. 작품 중심에 있는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플라톤, 푸른 옷을 입은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 주위에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디오게네스, 유클리드 등 54명의 인물을 그렸다. ▶'아테네 학당’은 상상화지만 이에 버금가는 인물들이 모인 순간을 찍은 실제 사진이 있다.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5차 솔베이 회의 사진이다.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 마리 퀴리,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등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인류의 전설과 같은 물리학..
“AI의 거짓말 막아라” 글로벌 테크들 신기술 속속 선보여 인물의 혈류 변화로 가짜 식별… AI가 사진 인식 못하게 ‘포토 가드’ 임경업 기자 입력 2023.11.29. 03:00 글로벌 테크 기업과 인공지능(AI) 연구자들은 AI가 만들어낸 허위·가짜 콘텐츠를 탐지하거나 사전에 차단하는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챗GPT가 등장한 뒤 1년간 AI 서비스의 개발과 확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그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대곤 KAIST 교수는 “AI가 생성한 허위 콘텐츠가 많아지면, 결국 AI 기술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컴퓨터 바이러스가 늘어나면서 사이버 보안 기술이 급성장한 것처럼, AI 산업도 가짜·허위 콘텐츠 차단 기술과 함께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텔은 지난 7월..
♥[자작나무 숲] 바람 쌩생, 외투의 계절이다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3.11.28. 03:00 외투의 계절이 왔다. 요즘은 한국이 러시아보다 춥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만난 페테르부르크인도 서울 겨울이 뼛속을 파고들어 더 매섭다 했다.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 바람과 습기의 합성물인 이 추위가 서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 런던, 베를린, 페테르부르크에도 있다. 보통은 이방인이 타향의 추위를 그렇게들 느끼고, 그래서 골병든다고들 말한다. 뼛속 깊은 추위란 다름 아닌 뼛속 깊은 외로움, 즉 상대적 소외감의 체감 온도다. 어떻든, 남극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추운 나라는 러시아다. 그러나 길거리가 얼어붙었지, 건물 벽은 두툼하고, 소비에트 정권이 정비해놓은 도시 난방 시스템은 견실하며, 에너지 공급도 문제없어 보인다. 무..
[만물상] 범죄 가족의 책 판매 배성규 기자 입력 2023.11.27. 20:49 업데이트 2023.11.27. 23:52 2015년 일본의 연쇄 살인마가 회고록을 냈다. 범죄 당시 중학생이었던 그는 사건 파일의 ‘소년 A’를 필명으로 썼다. 자기 범행에 대해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뉘우침은 없었다. 발간 사흘 만에 6만7000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보다 잘 팔렸다. 수억원을 벌었다. 앞서 그의 부모도 아들에 대한 회고록을 썼다. 다만 인세 전액을 피해자 위로금으로 내놨다.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다. ▶미국 최초 여성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는 남성 7명을 죽인 범행 과정과 불우한 삶을 적은 자서전 ‘몬스터’로 큰 인기로 끌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챗GPT 1년...여론조사에 상품기획까지 세계 500대 기업 92%가 활용 [챗GPT 1년, 기업 혁명] 일하는 방식이 통째 바뀌다 임경업 기자 입력 2023.11.27. 03:00 업데이트 2023.11.27. 06:15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둔 3년 차 스타트업 옥소폴리틱스는 한때 20명이 넘었던 인력 중 현재 셋만 남았다. 트위터 에어비앤비 엔지니어 출신인 유호현 창업자 겸 대표, 최고운영총괄(COO), 한국 사업 개발 담당자 셋뿐이다. 옥소폴리틱스는 정치·사회 등을 주제로 토론을 주최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가입자 최대 30만명의 플랫폼을 세 명이서 돌릴 수 있는 이유는, 두달 전부터 모든 운영을 챗GPT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에 맡겼기 때문이다. 옥소폴리틱스의 AI는 8시간마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 뉴스를 스스로 검색해 10개 핵심 토픽을..
“마약 입원 치료 석 달 기다리다… 다시 약에 빠졌다” 민간 재활센터 중독자 만나보니 조유미 기자 입력 2023.11.27. 03:00 업데이트 2023.11.27. 06:27 지난 23일 경기도 양주시의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DARC·다르크). 중독자 황모씨는 2년 전쯤 클럽에서 친구 권유로 엑스터시와 필로폰에 손댔다가 마약의 노예가 됐다. 그는 지난해 단약(마약 끊기) 결심을 하고 마약 치료 전문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연락하는 병원마다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3개월 후에나 첫 진료가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황씨는 “마약을 끊겠다는 의지가 무너지더라”며 “3개월 뒤에 끊자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마약에 빠졌다”고 했다. 중독자 남모씨는 마약 전문 병원에 자리가 없어 일반 정신건강의학과로 갔다. 그러나 일주일에 2번 병원 가서 30분 상담받는 것이 전부..
[만물상] 운동권 의전[儀典]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3.11.26. 20:42 업데이트 2023.11.27. 00:14 1980년대 대학생 시절, 운동권 학생 조직인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집회에 참석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들었다. 단상의 사회자가 외쳤다. “전대협 의장님께서 입장하십니다.” 같은 학생인데 극존칭으로 부르는 게 거슬렸다. 몇 해 후 다른 대학에서 열린 전대협 집회엔 의장이 가마를 타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임금님 행차를 보는 듯했다. ▶전대협이 학생운동을 이끌던 1980년대 말~90년대 초 운동권엔 ‘운동권 의전(儀典)’이란 게 있었다. 학생 조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극존칭과 현란한 무대로 의장의 권위를 높였다. 이를 담당하던 곳은 전대협 사무국이었다. 의장이 들어오는 입구에 ‘문선대(문화선전대)’..
초등생 장래희망 직업서 의사 2위로 껑충... 그럼 1위는? 중학생 41%는 “장래 희망 없다” 최은경 기자 입력 2023.11.26. 16:28 업데이트 2023.11.27. 00:29 ‘초등 의대반’까지 생겨나는 등 의대 열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초·중·고교생 장래 희망 조사에서 의사 순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과 군인에 대한 인기가 떨어진 반면, 생명과학자·컴퓨터공학자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은 늘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초·중·고교 1200곳의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 3만83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6일 공개한 결과다. 초등학생이 희망 1순위로 꼽은 직업은 운동선수(13.4%)였다. 이어 의사와 교사, 크리에이터(유튜버 등), 요리사·조리사가 뒤를 이었다. 중학생은 교사(9.1%), 의사, 운동선수, 경찰관·수사관, 컴퓨터공학..
♥[김도훈의 유행민감] 서울대도, 하이브도… 이제 모범생만 갈 수 있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입력 2023.11.24. 03:00 문제아였던 적은 없다. 나를 포함, 기자라는 사람들이 그렇다. 학창 시절 잘난 외모로 유명해 근처 학교까지 소문이 났던 친구들은 기자가 되지 않는다. 교실 뒷자리를 장악하고 주먹 좀 치고 다녔던 친구들도 기자가 될 리는 없다. 샌님처럼 공부만 하던 다소 병약한 친구들이 택하는 직업 중 하나가 기자다. 쓰고 보니 기자라는 직업군에 대한 편견을 키우는 것 같아 조금 떨떠름하긴 하다. 어쩌겠는가. 사실은 사실이다. 당장 조선일보 편집국을 둘러봐도 드물게 강하거나 드물게 잘생긴 사람은 드물 것이다(아니라면 죄송합니다). 나도 좀 전에 거울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본 뒤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니 이것은 편견이 아니다. 자폭이다. 당연히 나는 학폭(학교 폭력)..
일본 위스키 버블 [만물상]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3.11.23. 21:10 업데이트 2023.11.23. 23:02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최백호 ‘낭만에 대하여’) 도라지 위스키는 1950년대 밀수로 유통되던 일본 산토리의 ‘도리스 위스키’의 이름만 따서 만든 가짜 위스키였다. 부산 국제 양조장에서 소주에 색소를 넣어 만들었다. 상표 도용 시비 끝에 이름을 ‘도리스’에서 ‘도라지’로 바꿨다. 노랫말처럼 다방에서 도라지 위스키를 탄 위스키 티를 비싸게 팔았다. ▶요즘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 일본 위스키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몇 달 전 일본 여행을 갔다가 할인점 주류 코너를 찾았다. 직원이 필자를 보자마자 ‘히비키, 야마자키 아리마센(없..
[박찬용의 물건漫談]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 취향이 좋을까?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입력 2023.11.23. 03:00 달리기, 재즈 음악, 싱글 몰트위스키. 모두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소재고 한국에서도 유행했다. 애호가들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 행켈 손톱깎이까지 찾아 쓴다. 한국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스타일 아이콘’이라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독자적인 스타일 아이콘이라 볼 수 있을까? 그의 세대와 당시 일본을 들여다보면 그리 보기 힘들다. 하루키는 1949년 교토에서 출생해 1968년 도쿄 와세다 대학에 입학한다. 1968년이면 일본에서 전공투(全共闘) 운동이 치닫던 때다. 하루키는 투쟁에서 물러나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도쿄가 아닌 좋은 지방도시의 문학 인텔리, 나는 이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
영국 선교사들의 한국 사랑 [만물상]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3.11.22. 20:40 업데이트 2023.11.23. 00:38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영국 의회에서 수교 140주년을 맞는 한영 양국의 인연을 언급하면서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베델, 독립유공자로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스코필드 박사와 함께 선교사 존 로스를 거명했다. 대통령 연설은 미국 선교사들에게 가려 덜 주목받았지만 이 땅에서 인류애를 실현했던 영국 선교사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한반도에서 영국 선교사와의 인연은 비극으로 시작됐다. 영국 웨일스 출신의 로버트 토머스 선교사는 1866년 조선 선교의 꿈을 품고 미국 상선 제너럴 셔먼호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대동강에서 조선군에게 붙잡혀 27세 나이로 목숨을 잃었다. 이 소식을 들은 모친은 “내 아들을 죽인 조선을 위해 ..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누가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는가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3.11.21. 03:00 재벌 사생아면서 여자인 동시에 남자의 시한부 삶이라니 輕重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당하지 않나 욕망 좇다 ‘꾼’의 손아귀를 찾아 들어간 자신을 책망할밖에 기자 4년 차에 사기를 당했다. 당시 유행하던 기(氣) 관련 특집 기사를 준비하다가 어떤 기 수련 단체를 알게 됐다. 중국에서 대단한 능력의 기 수련가가 온다고 했다. 죽은 닭을 살려내고 공중 부양도 한다고 했다. 그들은 미심쩍어하는 나를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설득했다.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이 오면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얼마 뒤 그 도사가 정말 한국에 왔는데 20대 젊은 친구였다. 군살이라곤 전혀 없는 몸매에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처럼 표정과 어조가 근엄했다. 산 닭의 ..
[만물상] 점점 현실이 돼 가는 게임 김성민 논설위원·디지털기획팀장 입력 2023.11.20. 21:16 업데이트 2023.11.21. 08:18 11년 차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인 루카스 지올리토(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소속)는 등판 전날 꼭 야구 컴퓨터 게임 ‘MLB 더 쇼’를 한다. 선발진과 유니폼, 구장을 실제 경기와 똑같이 설정하고 진지하게 버튼을 누른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통산 61승 62패의 이 투수는 “실제 경기에서 위기를 맞으면 전날 컴퓨터 게임 속에서 호투한 공을 떠올린다”고 했다. ‘라이언킹’ 이동국도 “축구 컴퓨터 게임은 이미지 트레이닝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자주 즐기고 있다”고 했다. ▶올 9월 출간된 머스크 전기에는 그의 스마트폰 게임 활용법이 나온다. 그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폴리토피아를 하며 휴식하고, ..
[리빙포인트] 얼린 떡은 상온에서 해동하세요 조선일보 입력 2023.11.20. 03:00 떡을 오래 두고 먹으려면 한 번 먹을 만큼씩 봉지에 담아 냉동 보관하면 된다. 먹기 30분 전에 꺼내 상온에서 천천히 해동하면 된다. 원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living/2023/11/20/XCK4FZNQFVGZTC2EWMM43BR5OA/
[만물상] “드론만 제발 띄우지 말라” 이하원 기자 입력 2023.11.19. 20:55 업데이트 2023.11.20. 01:14 지난해 7월 이른 아침 테러 단체 알 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아프가니스탄의 은신처 발코니에 잠시 나왔을 때였다. 갑자기 상공에서 나타난 미군 드론에서 발사된 ‘닌자 미사일’ 헬파이어에서 6개의 칼날이 펼쳐지며 그를 덮쳤다. 알자와히리는 즉사했다. 그의 가족들이 같은 건물에 있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드론 대 드론의 전쟁’으로 불린다. 양측 모두 드론을 주요 무기로 사용, 우크라이나 상공엔 매일 수 백대의 정찰·공격용 드론이 날아다닌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가 “매달 1만대 가량의 드론이 쓰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약 500달러, 50㎝ ..
“킬러문제 풀려고 학원 갈 필요 없어” 전문가들 수능 긍정평가 김연주 기자 입력 2023.11.18. 03:30 업데이트 2023.11.18. 07:51 2024학년도 수능은 “킬러 문제가 없지만 국어·영어·수학 모두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학원과 일부 일타 강사가 “새로운 스타일의 수능” “학원에서 대비해야 한다”며 ‘불안 마케팅’을 벌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런 수능 출제 기조가 이어지면 ‘배배 꼬인 킬러 문제’ 푸는 요령을 배우려고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한다. 공교육에서 배운 개념을 스스로 성실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시험이라는 뜻이다. 올해 수능 출제위원장인 정문성 경인교대 교수는 17일 “사교육은 킬러 문제를 원하겠지만, 이제 그런 킬러 문제를 출제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문제 푸는 요령을 배우러 학원에 갈 필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