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러스트=이철원

(1714)
아동 학대 무혐의 받아도… 끝없는 민원·교육청 조사 보호 장치 없이 고통받는 교사들 장윤 기자 입력 2024.02.08. 03:00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교사들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거나,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에도 교육청 차원의 재조사를 수차례 받는 것으로 7일 나타났다. 수사 당국의 판단과 상관없이 피해 학생 측이 민원을 제기하면 교육청은 재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경기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특수반 담임을 맡았던 교사 김모(31)씨는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당했다. 한 달간 조사 끝에 경찰은 김씨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후 수차례 교육청 조사를 받았다. 교육청은 그해 5월 김씨가 혐의 없다고 판단했지만, 피해 학생 부모가 다시 민원을 넣어 3개월 뒤 재조사를 받았다. 같은 내용으로 3번 ..
[만물상] 의대 광풍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2.07. 20:17 업데이트 2024.02.08. 00:00 1950년대 후반 서울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어디였을까. 잠사학과와 광산학과였다. 서울대 경제학과 59학번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누에를 길러 실크 원단을 만들고 연구하는 잠사학과는 그나마 천연섬유학과를 거쳐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로 남아있지만 광산학과는 흔적을 찾기도 어렵다. ▶입시 전문 업체 진학사가 분석한 1964학년도 서울대 학과별 예상 합격 점수를 보면 자연 계열의 경우 약학과가 가장 높았다. 취업 잘되는 ‘전·화·기’(전자·전기공학과, 화학공학과, 기계공학과)가 그다음이었다. 의예과는 공대 중위권 학과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10위권 이내에 들지 못했다. 지금은 전국 의대를..
1만년전 매머드 엄니의 비밀 푼 과학, 6·25 전사 미군 신원 밝혀냈다 박건형 기자 입력 2024.02.06. 03:00 업데이트 2024.02.06. 15:49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1만4000년 전 유콘에서 태어나 스완 포인트에서 죽은 매머드 엘마 미국 연구팀, 동위원소 분석으로 이동 경로와 죽은 이유까지 재구성 6·25 전사자 신원 확인에도 활용… 4년간 미군 88명 고향으로 돌아가 1만4000년 전, 캐나다 북서부 유콘에서 암컷 매머드 엘마가 태어났다. 유콘은 10만 년 전부터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매머드 집단 거주지였다. 뜯어 먹을 풀이 넘쳐나는 건조한 초원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빙하기가 끝나면서 습지가 생기고 나무가 자라자 초원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굶주린 엘마와 동료는 풍족한 땅을 찾아 무작정 길을 떠났다. 1000㎞에 이르는 여정 끝에 알래스카..
[단독] “예쁜 후기 작성 도와주실 분, 한달 995만” 교활한 신종 스팸 걸러낸다 총선 앞두고… KT ‘불법 스팸과의 전쟁’ 나서 강다은 기자 입력 2024.02.06. 03:00 업데이트 2024.02.06. 06:31 단 한 건의 스팸 문자만 보내도 AI(인공지능)가 발신자를 추적해 차단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KT는 AI 기술을 활용해 기업이 발송하는 단체 문자 중 불법 스팸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AI 클린 메시징’을 올해 초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KT가 개발한 AI 클린 메시징 기술은 이용자가 1건이라도 불법 스팸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면 AI가 즉각 발신자 URL(인터넷 주소)을 확인해 발신자를 차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선거운동 사무소에서 발송한 문자로 위장하고서 실제로는 대부업체로 연결된다면 AI가 해당 문자의 URL을 확인하고, KT는 더는..
[만물상] 기업이 주는 ‘출산 장려금’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2.05. 20:06 업데이트 2024.02.05. 23:44 비교적 큰 규모로 출산 장려금을 주는 나라는 극심한 저출생(출산율 1.21명)에 시달리는 싱가포르 정도다. 첫째, 둘째 낳을 때 1만1000싱가포르달러(약 1090만원), 셋째는 1만3000싱가포르달러를 준다. 다자녀를 둔 가족에게는 정부 주택 입주에 대한 우선권도 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42만엔(약 380만원)인 출산 장려금을 50만엔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산 비용 정도를 보조하는 성격이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대로 추정돼 세계 최악인 우리나라에서도 출산 장려금이 올라가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말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만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원을 지원하겠다고 ..
“유튜브서 뉴스 본다” 53%, 세계의 2배… 통제 안돼 가짜뉴스 천국 유튜브 영향력에 총선까지 흔들 신동흔 기자 박상기 기자 김승재 기자 입력 2024.02.05. 03:27 업데이트 2024.02.05. 06:41 유튜브는 국내 1위 플랫폼 지위를 누리지만,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동영상·쇼츠를 방치하는 등 콘텐츠 유통 기준이 자의적이고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작년 12월 유튜브에는 ‘윤석열, 임영웅 결혼식서 축가’ ‘삼성 이재용 재혼’ 등 엉터리 동영상으로 조회 수를 올리는 채널이 등장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삭제·차단을 요청했지만, 유튜브 측은 ‘본사 정책을 위반한 내용을 찾지 못했다’며 방치했다. 결국 방심위가 회의를 열어 국내 접속만 차단해 달라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에게 ‘시정 요구’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방심..
[리빙포인트] 먹다 남은 깻잎 보관법 조선일보 입력 2024.02.05. 03:00 먹다 남은 깻잎은 기다란 통에 꼭지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세워 넣은 뒤 물을 살짝 부어 냉장 보관해 보자. 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원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living/2024/02/05/FZMYPQJQPVFTVDSRPCJS4FHLPY/
[만물상] 신촌 “아, 옛날이여!”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2.04. 21:12 업데이트 2024.02.05. 01:29 설악산 입구에 있는 설악동은 1990년대까지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수학여행 1번지이자 신혼여행지로도 인기였다. 호텔과 콘도 등 숙박 업소가 80여 곳에 이르렀고 상가는 150개를 넘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유령 마을’이다. 오랜 시간 방치된 숙박 업소는 폐가나 진배없고 문 닫은 상가는 간판 도색이 벗겨져 을씨년스럽다. 옛모습만 생각하고 오랜만에 찾아갔다가 사람 발길조차 끊긴 풍경에 놀란다고 한다. ▶설악동은 원래 놀거리를 포함해 6개 지구로 계획됐다가 숙박 위주의 3개 지구만 개발했다. 그래도 돈이 벌렸다. 그 돈이 눈을 가렸기 때문일까. 국민 소득 증가로 관광 패턴이 먹고 자고 보는 데서 ..
누가 니코틴을 넣었나… 살인 혐의 아내 무죄 30대 女, 파기환송심서 혐의 벗어 권상은 기자 입력 2024.02.03. 03:00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이 섞인 미숫가루 등을 먹여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 30년형을 받은 30대 여성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만 2년 넘게 이어진 이른바 ‘화성 니코틴 살인 사건’의 결말이 무죄로 끝날 전망이다.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정현식·강영재 고법판사)는 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 범행을 했다고 보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5월 26일 오전 7시쯤 출근 전인 남편에게 미숫가루와 꿀, 우유를 섞은 음료와 햄버거를 줬다. 퇴근 후 오후 8시쯤 흰죽을 줬고, 이어 ..
[만물상] 영화 ‘건국전쟁’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2.02. 20:18 업데이트 2024.02.02. 23:16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향한 미국인의 사랑과 관심은 시대를 초월해 뜨겁다. 전기를 읽고 영화와 드라마로도 감상한다. 2000년대 들어서도 영화 ‘조지 워싱턴’(2000)과 ‘자유를 향한 싸움’(2006) 등이 만들어졌다. TV 드라마로도 방영된다. 일본에선 봉건제를 허물고 근대국가를 세운 메이지 일왕과 혁명가들이, 중국에선 마오쩌둥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건국 주역에 대한 당연한 관심이다. ▶반면 한국에선 ‘건국 대통령 이승만’ 영화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워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대통령인데도 그렇다. 신상옥 감독이 1959년 만든 ‘독립협회와 청년 리승만’ 이후 60년 넘..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사법적 정의보다 ‘정권적 정의’를 앞세운 대법원장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입력 2024.02.02. 03:00 美 대법관은 종신직, 오로지 ‘정의’에 따라 판결 대통령 잘못도 견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역할 前 정권 때 우리 대법원, 부끄러운 사건투성이 김명수 새빨간 거짓말·이념 편향 인사… 재판 지연 대통령제 성공 필수 조건은 대법원의 존엄성 인정 사법부 이념화 ‘장난질’… 국가 기강 쓰레기통에 지난해 미국의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지는 세계의 ‘강력한 나라’ 순위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뿌듯하게도 민주국가 중 4위를 차지했다. 1위인 미국과 불과 3계단 차이였다. 미국과 한국, 두 나라는 둘 다 대통령중심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크게 다른 점도 있다. 바로 민주화 과정이다. 미국은 200여 년 역사에서 ..
[만물상] ‘한국의 칼텍’ 꿈꿨던 포스텍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4.02.01. 20:53 업데이트 2024.02.02. 01:38 프랑스 최대 국경일인 혁명 기념일에 파리의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군사 퍼레이드가 열린다. 이 퍼레이드에는 언제나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들이 선두에 선다. 이 학교는 사관학교가 아니다. 이공계 그랑제콜(고등교육기관) 중 하나다. 에콜 폴리테크니크 학생들이 선두에 서는 것은 나폴레옹 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프랑스가 얼마나 이공계 인력을 우대하고 존중하는지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프랑스 학생들은 지옥 같은 경쟁을 치른다. ▶이승만은 1907년부터 하버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공부할 때 근처에 있는 MIT를 방문했다. 이때 그는 미국이라는 거대강국의 힘이 과학과 공업에서 나온다는 것을..
운동도 술·담배처럼 중독되면 오히려 건강 해친다 안상현 기자 입력 2024.02.01. 10:50 업데이트 2024.02.01. 11:15 운동도 술·담배처럼 중독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기 마련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1일 운동중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가 진단법을 소개했다. 운동중독은 평소 매일 빠짐없이 운동하는 사람이 이를 중단했을 때, 일종의 금단 현상을 겪는 것을 말한다. 운동중독의 배경에는 호르몬이 있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 아난다마이드와 같은 행복 호르몬들이 분비되면서 불안과 우울증 완화는 물론 스트레스 감소, 성취감 등을 느끼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신체 한계를 넘어선 운동을 수행하면 심한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뇌에서 다시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럴 경우 즉각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통증을 줄이기..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이젠 등을 밀어줄 사람이 없다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4.02.01. 03:00 아들은 어릴 때부터 설과 추석만 다가오면 심장이 쿵쿵 뛰었다. 아버지가 목욕탕에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아들은 목욕탕에 갈 때마다 다짐하는 것이 있었다. 이번에는 꼭 아버지를 이기겠다는 것이었다. 아들은 목욕탕만 가면 늘 아버지에게 졌다. 온탕까지는 그럭저럭 비슷한 시간을 견뎠지만 열탕은 발을 담그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바빴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한 호흡으로 목까지 잠수하는 내공을 뽐냈다. 사우나는 1분이 10분처럼 흐르는 곳이었다. 아들은 늘 1분을 못 견디고 탈출했다. 아버지는 여유롭게 두 눈을 감고 “시원하다” 소리를 판소리처럼 흥얼거렸다. 아들의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은 때를 미는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돌아가면..
[만물상] 고비용 산후조리원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1.31. 20:43 업데이트 2024.02.01. 00:22 “미국 사는 언니가 애 낳고 나서 커다란 간호사가 번쩍 들어 찬물 나오는 샤워기 밑에 세웠다나 뭐라나. 이틀 있다 퇴원했대요.” “제 지인도 초여름에 아기를 출산했는데 바로 찬물로 샤워하라는 걸 안 하고 버티니 냄새 난다고 간호사가 엄청 구박하더래요. 한국 여성들은 왜 그러느냐며.” 해외에서 출산하는 한국 여성과 한국 와서 출산하는 외국 여성이 가장 크게 느끼는 차이가 산후조리 문화다. ▶우리나라는 “산후조리 잘못 하면 평생 골병든다”며 출산 후 한 달간 산모를 특별하게 보호하는 문화가 있다. 1990년대까지는 친정어머니나 산모 관리인의 도움을 받아 집이나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했다. 별도 시설을 갖춘 산후조리원이 ..
♥[5분 명상] 혼밥 때 휴대폰은 그만… 눈으로 음식 관찰하고 향 느끼며 먹기에 집중 박희승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입력 2024.01.31. 03:00 혼자 식사하는 일, ‘혼밥’이 일상화된 시대입니다. 혼밥은 다른 사람 방해를 받지 않고 명상 시간으로 활용할 좋은 기회입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씀처럼요. 우리는 혼밥을 할 때조차도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으로 허겁지겁 때우는 경우가 많지요. 이때 스마트폰까지 보면서 먹는다면 정말로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지요? 식사하기 전에 우선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넣고, 먼저 식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음식을 준비해 준 사람은 물론이고, 이 음식이 내 앞에 올 때까지 이어진 모든 것에 감사 기도를 하는 것이죠. 그다음 단계로 나의 감각을 일깨워 보세요. 눈으로 음식을 관찰하고, 코로 ..
상담·치료 필요한 학생 25만명… 어른들은 “사춘기 땐 다 그렇다” ‘마음의 병’ 곪아가는 1020 최은경 기자 오유진 기자 정해민 기자 입력 2024.01.30. 03:31 고3 A군은 지난달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렸다. 수능으로 의대에 가려 했지만 올해 원하는 점수를 못 받았다. 그런데 평소 모의고사 점수가 낮던 친구가 수시로 의대에 들어가자 극단적 행동을 한 것이다. A군은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는 의대 가는데 나는 못 가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대학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정신과 의사 말에도 귀를 막았다. 중학생 B양은 약물 과다 복용 등 자해·자살 시도로 최근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학교 친구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따돌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교육 현장에선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2022년 정신병원에 입원한..
[자작나무 숲] 아니, 저 사람 귀가 왜 저런 거야?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4.01.30. 03:00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남편 귀 묘사, 문학의 ‘낯설게 하기’ 플래카드·표어 천지 한국… 천편일률적 언어는 낭비·공해일 뿐 익숙한 것과 결별… 낡고 의미 없는 것 거부하고 새롭게 봐야 ‘낯설게 하기’라는 문학 용어가 있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문학이란 무엇인가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으로, 문학은 낯익은 것(언어, 감정, 풍경, 사고 등)을 새삼스럽게 만든다는 얘기다. 단골 예시가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귀 묘사 부분이다. 소설 초반부에 나오는데, 여주인공 안나는 며칠간 모스크바 오빠 집에 다녀오는 길이고, 페테르부르크 기차역에는 남편이 마중 나와 있다. 기차에서 내린 순간 그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이 남편의 귀..
[만물상] ‘오피스 빌런’ 박은주 기자 입력 2024.01.29. 20:34 업데이트 2024.01.30. 01:38 서울시가 근무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50대 공무원을 직위 해제했다. 이 공무원은 코로나 후에도 재택근무를 고집하고, 노조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3개월 교육 후 뚜렷한 변화가 없으면 직권면직된다. 서울시 공무원 약 1만명 중 고작 한 명이지만, 일단 제도가 작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무원 노조가 이 조치에 합의한 것도 ‘오피스 빌런’에 대한 노조원들 불만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짓무른 사과 하나를 방치하면, 바구니 속 사과가 모두 썩는다. ▶고대 로마의 대형 농장(Villa)에 속했던 농부를 뜻하는 ‘빌런(Villain)’은 영화 용어로 많이 쓰였다. 영웅(Hero)을 괴롭히..
[만물상] 공포의 중국 입국 심사 이하원 기자 입력 2024.01.26. 20:49 업데이트 2024.01.27. 00:56 올 초 20대 한국 남성이 서울을 출발, 베이징에 들렀다가 유럽으로 갈 때다. 베이징 국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 다른 여행객 속에 섞여서 나오는데 중국 세관원이 그를 지목해 따라오라고 했다. ‘환승(transit)’ 피켓을 든 안내원에게 다가가기 전이었다. 몇 시간 공항 밖을 나갔다 출국하는데도 열 손가락 지문을 찍고, 안면인식기에 얼굴을 대야 했다. 중국 세관원이 어떤 시스템에 의해 그를 지목했는지 알 수 없었다. 세관원은 이미 그의 얼굴과 여행지를 알고 있는 듯했다. ▶40대 회사원 K씨는 지난해 중국 출장용 비자 신청서를 쓰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총 6페이지 신청서에 군 복무 관련 6개 항이 있었다. 병과·..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여사 리스크’가 아니라 공천 문제가 핵심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4.01.26. 03:00 업데이트 2024.01.26. 06:12 용산의 일관된 목표는 ‘윤석열당’ 만들기 역대 모든 대통령이 똑같은 생각 가져 윤·한 충돌의 속 깊은 곳엔 공천 주도권 명품 백 문제 해소, 공천 물밑 조율이 타협책 파국이냐 타협이냐, 선택은 윤 대통령 몫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명운을 결정할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지난 일요일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윤 대통령, 한 비대위원장 줄 세우기 공천에 기대·지지 철회’라는 ‘쿠키 뉴스’ 기사를 의원 단톡방에 올렸다. 올린 사람도 올린 내용도 충격이었다. 기사에서 인용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한 비대위원장에게 보냈던 기대와 지지를 철회..
[만물상] ‘이슬람 금주 족쇄’ 푼 사우디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1.25. 21:06 업데이트 2024.01.26. 01:42 이슬람 국가 대부분이 율법으로 술을 금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그중에도 엄격해서 술을 마약과 함께 중범죄로 다룬다. 중동 국가가 모두 사우디 같은 것은 아니다. 두바이는 호텔에서의 음주를 허용하고, 요르단은 ‘아락’이라는 도수 높은 증류주를 공항 면세점에서 판다. 금주 규정이 들쑥날쑥한 것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 자체가 애매해 저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믿는 자들이여 술과 도박과 우상 숭배를 피하라’면서 한편으론 ‘취하는 것이 인간에게 좋은 점도 있지만’처럼 장점을 거론한다. ▶기독교도 술을 금하지는 않는다. 성경에는 결혼식에 참석한 예수가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물을 포도주로 바꾼 기적이 나온다. 다만 당..
[에릭 존의 窓] 스마트폰 없이 떠나는 1년간의 해외여행 에릭 존 보잉코리아 사장·前 주태국 미국 대사 입력 2024.01.25. 03:00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긴장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화적 간극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이를 좁히려는 의지조차 찾기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할 때가 있다. 가장 적절한 예로 1990년대 외교관으로서 북한을 상대하는 공식 회담과 협상을 주재했던 때가 생생히 떠오른다. 북한은 유구한 역사, 언어, 그리고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유사해 보이는 협상 스타일을 한국과 공유하지만, 세계관은 그 뿌리부터 본질적으로 달랐다. 미북 양자 회담에서 북한 측 외교관들을 만나보면, 아무리 뉴욕에 장기간 체류하며 유엔에서 근무했던 이들이라 할지라도 북한에 대한 미국 및 국제사회의 인식에 대해 지극히 왜곡된 이해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
회의 한 번에 875만원, 年 100회 골프… ‘황제 사외이사’ 요지경 사외이사의 세계 류정 기자 한예나 기자 입력 2024.01.24. 03:00 ‘시급 28만9000원의 최대 꿀보직.’ 지난 2022년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에서 활동한 사외 이사들의 활동과 보수를 분석한 결과다. 금융지주 사외 이사 29명은 월 기본급으로 400만~500만원을 받았고, 이사회 내 위원회 활동을 하면 월 50만원 수당을 추가로, 회의 한 번 참석할 때마다 ‘거마비’로 100만원을 또 받았다. 평균 연봉은 약 7000만~8000만원으로 이사회 의장 등을 맡으면 1억원에 달했다. 이 밖에 연 1회 종합건강검진, 회의 참석 시 의전 차량이 지원됐다. 하지만 이들이 이사회에 참석하고 서류 검토 등에 들인 ‘활동 시간’은 300~400시간. 일반 직장인이 1년간 2000시..
[만물상] ‘돈 벽돌’ 쌓기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1.23. 20:34 업데이트 2024.01.24. 00:35 1920년대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하면 떠오르는 사진이 있다.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마르크화 돈다발로 벽돌쌓기 놀이를 하는 장면이다. 어른들은 빵을 사러 가면서 돈다발을 수레에 실어 나르고, 장작 대신 돈다발을 땔감으로 썼다. 요즘도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에서 비슷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인플레와 잦은 화폐개혁 탓에 휴지가 된 현금 뭉치를 벽돌처럼 쌓아 놓고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정상 국가에선 중앙은행 금고에서나 현금 더미를 볼 수 있지만 예외도 있다. 사법기관이 범죄자에게서 은닉 현금을 압수한 경우다. 2018년 중국에선 은행감독위원회 출신 부패 관리의 집에서 현금 뭉치 3t을 압수했다. 2억7000만위안..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4.01.23. 03:00 업데이트 2024.01.23. 05:56 묵은 머릿속 비우고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찾은 여수 정직한 음식으로 삿된 몸 채우고, 먼바다 보며 지난해 떠올려 돌계단 길 不見·不聞·不言 삼불상… 중생에게 다가온 부처님 말씀 여수 바다는 산맥을 집어삼킨 채 얌전히 찰랑였다. 먼 옛날 백두대간이 태백산에서 돌연 남서쪽으로 내달리며 솟아난 소백산맥은 여수 앞바다에서 끝난다. 질주하던 산맥이 바다를 만나 풍덩 빠지면서 거대한 땅덩어리들이 바다로 튕겨 나갔고, 이 땅들이 돌산도와 금오도, 개도가 됐다. 그래서 여수 앞바다는 망망대해가 아니라 육지와 섬들이 둥글게 서서 마주 보는 땅들의 바다다. 호남평야처럼 산맥이 내려앉지 않고 사납게 깎아지른 언덕에 여수가..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4] 사랑 문태준 시인 입력 2024.01.22. 03:00 사랑 더러운 내 발을 당신은 꽃잎 받듯 받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흙자국을 남기지만 당신 가슴에는 꽃이 피어납니다 나는 당신을 눈물과 번뇌로 지나가고 당신은 나를 사랑으로 건넙니다 당신을 만난 후 나는 어려지는데 나를 만난 당신은 자꾸 늙어만 갑니다 -이성선(1941~2001) 책상에 올려놓고 수시로 들춰 읽는 시집들이 있다. 개중에는 이성선 시인의 시집도 있다. 어젯밤에는 ‘별똥’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었다. “별과 별 사이/ 하늘과 땅 사이/ 노오란 장다리꽃 밭 위로/ 밤에 큰 별똥 지나간다./ 소풍 가는 시골 초등학교 아이처럼”이라고 짧게 쓴 시를 읽고 난 후 밤의 마당을 서성거렸다. 이성선 시인은 산(山)을 소재로 해서 많은 시를 남겼고 정신의 고요와 ..
♥[만물상] ‘사나이’의 퇴장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1.21. 20:41 업데이트 2024.01.22. 01:25 88올림픽을 앞두고 한 화장품 회사가 만든 남성용 스킨로션의 광고 모델은 차범근이었다. 웃통을 벗어던진 근육질 몸매로 사나이다움을 강조했다. 그런데 10년도 못 갔다. 1990년대 인기를 끈 화장품 브랜드가 선택한 모델은 안정환과 김재원 같은 꽃미남이었다. 안정환은 머리를 곱게 빗어 뒤로 넘겼고 귀고리까지 했다. 2000년 대 들어 ‘남자는 피부다’처럼 여성 느낌의 카피가 등장하더니, 최근엔 색조 화장에 립스틱까지 손에 들고 나온다. 사나이다움의 퇴장이다. ▶사나이는 ‘한창 혈기 왕성한 남자’라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용맹한 남자들이 간다는 특전사가 10년 전 군가 ‘검은 베레모’ 후렴에 나오는 ‘아아, 검은 베..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78] 대만 선거의 또 다른 의미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입력 2024.01.20. 03:00 업데이트 2024.01.20. 06:38 영남(嶺南)과 호남(湖南)은 중국에도 있다. 중국은 대륙 남단인 광둥(廣東)을 영남, 동정호(洞庭湖) 남쪽을 호남으로 적는다. 넓은 땅의 크기만큼 중국 각 지역의 차이는 매우 크다. 언어·문화가 다른 나라의 그것처럼 다르다. 광둥의 언어는 수도 베이징(北京)의 말과 아예 다르다. 표준어인 보통화(普通話)를 쓰지 않으면 두 지역 사람들은 소통할 여지가 전혀 없다. 베이징과 쌍벽을 이루는 상하이(上海) 언어도 마찬가지다. 어디 그뿐이랴. 베이징 인근 허베이(河北)는 한국 경기도처럼 수도 외곽이다. 그럼에도 베이징 시내 언어와 허베이 농촌 언어는 퍽 차이가 난다. 장강(長江)을 경계로 이북의 언어 분화는 크지..
♥[박원순의 도시의 정원사] 그리운 자연… 현대인은 ‘도시 정글’을 꿈꾼다 박원순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실장 입력 2024.01.19. 03:00 업데이트 2024.01.19. 05:42 뉴욕 패션모델 오크스, 아파트에 화분만 1100개 쇼핑몰·호텔·빌딩 등 온갖 식물 실내·벽면 채워 치열한 도시… 가까이서 식물 기르며 자연 열망 과거 이집트·로마·한중일 분재도 가드닝 문화 옛 바빌론 공중 정원처럼… 新'도시 정글’ 시대 뉴욕의 패션모델이자 환경 운동가인 서머 레인 오크스(Summer Rayne Oakes)는 식물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거주하는 아파트 안에 무려 560여 종류에 이르는 식물 화분을 1100개 이상 기르고 있는데, ‘플랜트 원 온 미(Plant One On Me)’라는 타이틀로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은 54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를 자랑한다.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