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러스트=이철원

(1720)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공(公)-사(私) 혼돈의 시대에 ‘늘공 대통령’이 할 일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2.06.24 03:00 前 정부는 ‘남의 돈 제 것처럼 갖다 쓴’ 정부 公을 바로 세우라는 요구가 ‘늘공’ 尹 선출 여사들의 옷값·법카 논란은 정치 공세 아닌 공·사 확실히 구분하라는 시대정신의 요청 새 정부도 ‘공적 마인드’ 갖춰야 순항할 것 지난 정권에 여러 이름이 있지만, 나는 ‘남의 돈을 제 것처럼 갖다 쓴 정부’라고 부르고 싶다. 모든 국민이 낸 세금을 제 편끼리 높고 낮은 자리에 나눠 앉아 가져다 썼으니 하는 말이다.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은 국세를, 김어준 같은 인물은 지방세를 가져갔으며, 윤미향은 후원금을 편취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들은 지금도 세비로 가계를 충당하고 있다. 소박한 아파트에 살던 대통령은 양산에 큰..
[에릭 존의 窓] “파란 눈으로도 세상이 잘 보여요?” 에릭 존 보잉코리아 사장·前 주태국 미국 대사 입력 2022.06.23 03:00 38년 전 첫 한국 근무 때 “파란 눈으로 보면 파랗게 보이나” 질문 받아 처음엔 한국인들 관심 불편했지만 곧 애정에서 비롯된 것 깨달아 BTS 활동 중단을 외신이 톱뉴스로 전하는 나라 됐어도 情은 그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정도가 덜해졌을지 몰라도 한국에서 나는 항상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미군 헤어스타일도 아닌 데다 키는 멀대같이 크고 마른 백인을 1980년대에 부산에서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었기에, 어디를 가나 행인들 시선은 내게 향했다. 특히 반소매 셔츠를 입고 있거나 조깅할 때면 아이들이 어김없이 달려와 내 팔다리를 가리키며 “헬로 미스터 몽키”라는 노래의 후렴구를 부르곤 했다. 대체 어디서 나온 노래길래 그토록 많은..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아는 건 모른다는 것뿐이다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6.21 03:00 뇌에 임플란트를 심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기술의 임상 시험이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 임플란트는 심장 혈관을 확장하는 기구인 스텐트처럼 가느다란 그물망 모양의 금속이다. 그물망 곳곳에 뇌 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전극들이 붙어 있어 신경 신호를 가슴팍에 이식된 장치를 통해 컴퓨터로 전송한다고 한다. 이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중증 신체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스마트폰 문자를 보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뇌 임플란트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의 꿈은 더 원대하다. 물건들을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사물인터넷을 넘어 인체를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것이 그의 회사 뉴럴링크(Neuralink)의 목표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민주당이 실패한 이유, 민주당만 모른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2.06.17 03:00 정체성·리더십·지지기반 ‘트리플 위기’ 러, 우크라 침공으로 냉전 재연되면서 젊은이들 ‘자유’의 가치 알기 시작 2030 이탈로 3연패하고도 성찰 없어 닮고싶은 사람 없는 ‘촌스러운’ 당으로 정치적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방법은, 독재가 불가능한 시대라면 선거에서 이기는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보다 세상이 민주당을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한데,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민주당이 불과 2년 만에 민심을 놓친 탓에 정치적 지배력을 잃었다. 민주당이 해결해야 할 난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원인도 알고 해결책도 있는데 기득권 저항으로 해결 못 하는 문제도 있고, 원인은 아는데 해결책을 찾지 못한 문제도 있다. 또 아직 원인도 모르는 문제도 ..
[음재훈의 실리콘밸리 인사이더] 황소 물러가고 곰 내려온다 음재훈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 입력 2022.06.16 03:00 | 수정 2022.06.16 03:00 드디어 올 것이 왔다. 2009년 경제 위기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사상 최장기 호황장(bull market)이 막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S&P 500 지수나 다우 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불황장(bear market)이라 부른다. 황소(bull)는 공격할 때 뿔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고, 곰(bear)은 앞발로 위에서 찍어 내린다 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실리콘밸리에선 이번 불황장을 놓고 세대 간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경제 위기를 경험한 세대와 아직 불황을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의 차이다. 전자는 이미 긴 겨울을 예상하고 긴축..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요즘엔 자식이 손 안 벌리는 것도 부모로선 호강이지요”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2.06.14 03:00 못사는 집 외동아들인 나 “성공해서 엄마·아빠 호강시켜 주겠다” 커서는 연극인 꿈 숨기다 어머니 암 진단 소식에 포기하려고 생각 “먹고살 운명 타고났으니 걱정마세요” 스님 말에 용기 얻어 고백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2년 내내, 머릿속에는 연극 생각뿐이었다. 제대하면 학교 동기들과 극단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제대 날이 다가올수록 두근거렸다. 나는 외둥이였고 집은 어려웠다. 어릴 때부터 호언장담했다. 어른이 되면 반드시 성공해서 엄마 아빠를 호강시켜주겠다고. 학년이 오를수록 성적이 떨어졌고, 점수를 맞춰 대학에 갔다. 부모님은 별 내색이 없었다. 그 내색 없음이 나를 자꾸 부끄럽게 만들었다. 대학에서 우연히 연극을 보게 되었고, 곧바로 빠져들었다...
[최영미의 어떤 시] [74] 시계추를 쳐다보며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2.06.13 00:00 밤이나 낮이나 한결같이 왔다 갔다 (…)언제나 그것만 되풀이하는 시계추의 생활은 얼마나 심심할꼬 가는가 하면 오고 오는가 하면 가서 언제나 그 자리언만 긴장한 표정으로 평생을 쉬지 않고 하닥하닥 걸음만 걷고있는 시계추의 생활을 나는 나는 비웃을 자격이 있을까 나 역시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닌 그저 그 세월 안에서 세월이 간다고 간다고 감각되어 과거니 현재니 구별을 해가면서 날마다 날마다 늙어가는 인생이 아닌가 늙고는 죽고, 죽고는 나고, 나고는 또 늙는 영원한 길손여객이 아니런가 -김일엽(金一葉·1896~1971) 벽시계를 보며 이런 상념을 이끌어 내다니. 언어의 밀도는 시라기보다 산문에 가깝지만, 생활에서 우러나온 주제를 다루는 진정성, ..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빈 교실과 폐교… 도시 업그레이드할 열쇠를 쥐고 있다 유현준 교수·건축가 입력 2022.06.10 03:00 맥도날드는 햄버거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회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120여 국에 3만70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개발이 되기 이전에 토지를 매입해 맥도날드 가게를 오픈한다. 이후 도시가 정착되고 지가가 상승하면 맥도날드의 자산은 불어난다. 맥도날드의 기업 가치는 이렇게 부동산 자산이 올라가면서 성장하는 비중이 크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레미콘 회사다. 레미콘 회사는 콘크리트와 골재를 공장에서 배합해 공사 현장으로 운반한다. 가끔 도로에서 시멘트와 골조를 섞기 위해 빙빙 돌아가는 레미콘 차량을 볼 수 있다. 레미콘은 운반될 때 액상 상태로 되어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굳는다. 그래서 레미콘은 만들어지고 최대 9..
[김철중의 생로병사] 붙여야 산다, 패치 의료 시대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2.06.07 03:00 50대 후반 기업 임원인 권모씨는 왼쪽 팔뚝에 24시간 혈당 측정기를 붙이고 다닌다. 당뇨병이라는 말에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다. 연속 혈당 측정기로 불리는 이 장치는 동전 크기로 피부에 붙여 사용한다. 피부 안으로 들어간 센서가 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잰다. 장치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현재의 당 수치가 액정에 표시된다. 기존에는 혈당이 궁금할 때마다 손가락 끝을 미세 바늘로 찔러, 거기서 나온 핏방울을 검사지에 묻혀 쟀다. 사실상 실시간 혈당 변화를 알기가 어려웠다. 이제는 측정기를 몸에 붙이면 음식 먹을 때마다 바로 혈당 변화를 알 수 있다. 혈당이 가파르게 오르면 이를 대사하는 인슐린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이 지친다..
[최영미의 어떤 시] [73] 6월이 오면(When June Is Come)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2.06.06 00:00 6월이 오면, 하루 종일 내 사랑과 향긋한 건초 더미 위에 앉아 있을래: 산들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들이 만드는 햇살 눈부신 궁전들을 구경할 거야. 그녀는 노래하고, 나 그녀 위해 노래를 짓고 하루 종일 달콤한 시들을 읽어야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건초로 지은 집에 누워, 오, 인생은 즐거워라 6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Robert Bridges·1844~1930) When June Is Come (시 원문) When June is come, then all the day I’ll sit with my love in the scented hay: And watch the sunshot palaces high, That the whi..
[박상현의 디지털 읽기] 물고기 잡는 법 애플에 가르쳐주고 21년만에 떠난 ‘아이팟’ 박상현 ‘오터레터’발행인 입력 2022.06.03 03:00 PC 시장서 MS에 밀려 ‘영원한 2인자’ 신세였던 애플 2001년 MP3 ‘아이팟’ 출시로 휴대용 기기 노하우 습득 표면 문지르고 누르는 획기적 발상, 아이폰으로 이어져 세계 1위 기업 성장 비결, 불확실성에도 도전한 덕분 지난달 애플이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을 때 “애플이 아직도 아이팟을 팔고 있었어?” 하며 놀란 이들이 있다. 하지만 애플은 그동안 아이팟 생산을 멈춘 적이 없다. 아이팟 기능이 내장된 아이폰(iPhone)을 선보인 2007년 이후에도 아이팟 판매는 계속됐다. 이번에 애플이 재고 소진 때까지만 아이팟을 판다고 발표하자 아이팟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많은 사람이 매장으로 달려갔다고 한..
[2030 플라자] K팝 글로벌 인기, 뜨거울수록 반발도 커지고 있다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2.06.02 03:00 “숨 참고 love dive!” 지난달 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경기장 도이체 방크 파르크에 낯선 한국어 함성이 울려 퍼졌다. 4만여 유럽인 관중이 K팝 걸그룹 IVE의 인기곡 ‘LOVE DIVE’의 한 구절을 다 같이 ‘떼창’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처음 열린 K팝 페스티벌인 ‘KPOP.FLEX’의 한 장면이었다. IVE 이외에도 (여자)아이들, 마마무, NCT 드림, 카이 등 인기 가수가 나올 때마다 공연장은 팬들의 열기로 뜨거워졌다. 프랑크푸르트를 사로잡은 K팝의 이런 인기는 역설적으로 K팝 산업의 위기였던 코로나 팬데믹의 산물이다. 대면 생활의 위축과 비대면 문화의 팽창은 인터넷으로 전파되는 한국 대..
[김성윤의 맛 세상] 코로나에 숨통 틔워준 피렌체의 ‘와인 창문’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2.05.31 03:00 건물 외벽 어깨 높이 지점에 뚫린 아치형 구멍… 와인 주고받는 창문 흑사병 때 애용됐지만 20세기 이후 벽돌·판자로 막아 무용지물로 코로나 때 ‘와인 창’ 되살린 가게 명소로… 팬데믹 후에도 열려 있길 “바바에(Babae)는 피렌체 올트라르노에 있다”고 호텔 컨시어지가 말했다. 올트라르노(Oltrarno)는 ‘아르노(Arno)강 건너편’이란 뜻으로, 이탈리아 피렌체를 관통하는 아르노강 이남 지역을 말한다. 두오모, 시뇨리아 광장 등이 있는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중심이던 북쪽과 구별해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걸으니 산토스피리토 거리에 있는 식당 바바에가 금세 눈에 들어왔다. 식당 외벽에는 어깨 ..
[최영미의 어떤 시] [72] 담벼락 틈새에 피어난 꽃 (Flower in the Crannied Wall)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2.05.30 00:00 갈라진 담벼락에 피어난 꽃이여, 틈새에서 너를 뽑아 내 손에 들었네, 여기 너의 뿌리며 모두 다 있네, 작은 꽃-네가 무엇인지, 너의 뿌리와 전부를 내가 이해할 수 있다면, 신과 인간이 무엇인지 알게 되겠지.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1809~1892) Flower in the Crannied Wall (시 원문) Flower in the crannied wall, I pluck you out of the crannies, I hold you here, root and all, in my hand, Little flower—but if I could understand What you are, root and all, a..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우리 모두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위하여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2.05.27 03:00 그게 뭐라고 그동안 그렇게 맞섰을까.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놓고 그동안 온갖 촌극을 연출했던 5·18 기념식에 보수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민주의 문’으로 입장해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엉킨 실타래를 자르고 매듭지었다. 기념사는 “우리 모두가 광주 시민”이라는 새로운 좌표를 제시하며 광주의 정신을 자유, 민주, 인권의 보편적 가치로 끌어올렸고, 덩달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누구나 힘차게 불러도 좋을 노래로 위상이 달라졌다. 윤 대통령이 한 일은 ‘임’을 재정의(redefine)해준 것이다. 단어의 궤도를 수정해 문제를 해결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
[2030 플라자] 의사가 치료할 수 없는, 病보다 아픈 삶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작가 입력 2022.05.26 03:00 “퇴원하겠다” 고집하던 할머니, 알고 보니 청소 일 잘릴까 걱정 때문 의사는 치료에 전념하는 환자 바라지만… 그렇지 못한 분 더 많더라 인턴 시절 병원은 내게 직장이자 삶의 공간이었다. 항상 수술복에 의사 명찰을 걸고 의사의 자아로 살았다. 병원은 대체로 의사 중심으로 돌아간다. 의사가 오더를 내면 다른 직종이 수행하고, 환자는 의사 스케줄에 맞추어 진료를 받거나 수술대에 오른다. 효율적 시스템이지만 의사는 병원의 많은 일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쉽다. 당시는 외과 인턴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회진과 브리핑에 참석한 뒤 수술방에 들어가거나 병동 일을 했다. 의사의 일은 끝없어 보였다. 피검사를 하고 심전도를 찍고 소변 줄을 넣고..
[자작나무 숲] 백학의 노래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2.05.24 03:00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워낙 긴 소설이다 보니 ‘전쟁’은 건너뛰고 ‘평화’만 읽는다는 농담도 있다. 하지만 전쟁 이야기가 의외로 재미있음을 실제 독자들은 잘 안다. 가령 주인공 안드레이 공작이 치명상을 입고 하늘을 바라보는 대목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뒤로 쓰러진 안드레이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직전의 전투 장면이 아닌 드높은 하늘이다. 무한한 하늘은 전쟁의 덧없음을 깨우쳐준다. ‘참으로 조용하고, 평온하고, 장엄하다…. 우리가 뛰고 소리치고 싸우던 것과는 다르구나. 적의와 공포에 불타는 얼굴로 프랑스인과 포수가 서로 장전봉을 잡아당기던 것과는 전혀 다르구나. 저 높고 끝없는 하늘에서 구름은 전혀 다르게 흐르는구나. 전에는 왜 저 ..
[모던 경성] 논밭 팔아 東京 공연까지 보러다닌 음악狂 김영랑 김기철 학술전문기자 입력 2022.05.21 06:00 [뉴스 라이브러리속의 모던 경성]성악으로 유학 꿈꿔…판소리·거문고·북 연주실력도 수준급 영랑(永郞) 김윤식(1903~1950)이 성악가가 됐으면 ‘모란이 피기까지는’같은 절창(絶唱)을 불렀을까. 1921년 여름 도쿄 아오야마(靑山)학원 중학부에 유학하던 영랑이 방학을 맞아 귀국했다. 아버지께 도쿄음악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성악가를 딴따라 취급하던 아버지는 결사반대했다.학비를 끊겠다고도 했다. 영랑은 하는 수 없이 성악가의 꿈을 접고 아오야마학원 영문과에 진학했다. ◇우에노 음악당 단골 손님 전남 강진의 지주 집안 맏아들로 태어난 영랑은 어려서 바이올린을 배웠고 음악을 좋아했다. 김학동이 정리한 영랑 연보에 따르면, 일본 유학 시절 자..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승복이냐 불복이냐… 지방선거는 대선 연장전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2.05.20 03:00 1995년 민주·자민연합, 대선 ‘DJP연합’으로 DJ 정부 임기 초 ‘허니문 선거’서 여당 압승 2006년 지선 패한 민주, 이듬해 대선도 참패 4년 뒤 친노 부활, 2018년 자유한국당 몰락 정치 구도가 인물·이슈 압도하는 경향 보여 6월 1일은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이다.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단체장을 뽑기 시작한 1995년에 시행됐다. 19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를 은퇴했던 DJ(김대중)는 1995년 지방선거에서 ‘지역등권론(地域等權論)’을 내걸고 돌아왔다. 그는 “그동안 TK, PK 패권주의 속에서 살아왔으나 이번 지방선거로 우리는 패권주의가 아닌 등권주의,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대등한 권리를 가진 지방화 시대로 가고 있다”고..
[김지수의 서정시대] 아이를 안아준 적 언제였나요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5.19 03:00 여배우 이혜영 “아버지 이만희 감독이 안아주던 기억이 최고의 유산” 사랑은 청각·시각·미각으로도 전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감각은 촉각 매일 포옹받은 사람은 감기에 걸릴 확률이 32% 낮다는 연구 결과도 여배우 이혜영을 인터뷰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는 아버지인 이만희 감독에게 받은 가장 큰 선물은 ‘깊은 포옹’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한번 안으면 가슴부터 무릎까지 달라붙도록 힘 있게 안아줬다고 했다. 실로 강렬한 포옹이었다며 웃었다. “그게 나한테 최고의 유산이었어요. 그래서 나도 우리 애들 키울 때 으스러지도록 안아줬어요.” 오은영 박사를 만나 그 이야기를 했더니, 또 다른 일화를 보태주었다. 생의 의욕을 잃은 한 여성에게 구원처럼 떠올랐다는 ..
지금 대통령이 태종이라면...가장 먼저 했을 일은? [박현모의 실록 속으로]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입력 2022.05.17 03:00 ‘전환의 리더 태종에게 배울 점.’ 지난주 열린 태종 서거 600주년 학술회의 대주제다. 태종이 산 시대는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격변기였다. 대륙 중원에서는 원나라가 몰락하고 명나라가 새롭게 패권국으로 부상했으며, 국내에서도 새로운 나라 조선이 들어섰다. 태종 이방원이 14세기 말 걸출한 인물들을 제치고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나 중국을 오가며 거대한 시대 전환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스스로 조타수가 돼 조선이라는 배를 안전하게 목적지에 정착시키려는 비전과 방략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가장 높은 관심은 ‘태종이 지금 대한민국을 다스린다면 우선적으로 할 일’이라는 주..
[모종린의 로컬리즘] 새 공간 열리는 청와대와 용산… ‘작은 길’로 살리자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저자 입력 2022.05.13 03:00 서울이 기대감으로 차 있다. 청와대, 용산, 한강변에 새로운 공간이 열리고, 그 공간이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린다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용산 재생이 쉬운 일일까? 지금은 고도 성장기가 아닌 저성장기다. 대형 상업 시설을 짓기만 하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코엑스, 타임스퀘어, 아이파크몰, IFC몰 등 이미 건설된 대형 쇼핑몰도 간신히 버틴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오히려 서울에서 사람과 돈을 모으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권은 다른 곳에 있다. 성수동, 한남동, 연남동 등 MZ세대가 여행 가듯 찾는 골목 상권이다. 대기업도 MZ세대를 따라간다. 수년 전부터 연예 기획사, 대기업, 해외 명..
[2030 플라자] 조기 축구 하는 여자 강민지 '따님이 기가 세요' 저자 입력 2022.05.12 03:00 TV 예능 보고 가입한 ‘풋살 클럽’서 함께 땀 흘리며 공 차는 기쁨 느껴 여자가 체육 열심히 하면 “독하다”… 어릴때부터 평등한 기회 누렸다면? 늦은 밤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길, 동네 운동장에서 웃통 벗은 남정네들이 미친 듯이 공을 차는 모습을 혀를 끌끌 차며 본 적이 있다. 대학 시절에는 남자 동기들이 축구화에 유니폼에 온갖 장비를 다 챙겨 입고 조기 축구를 하는 모습을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2002년 월드컵에 대한 추억도 없다. 그랬던 내가 공에 미쳐버렸다. 시작은 TV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었다. 설 특집으로 방영한, 여성 연예인들이 팀을 꾸려 풋살 대회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축구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
풀고 또 풀고…역대급 규제 완화에도 MB정부 집값 떨어진 이유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리=김리영 기자 입력 : 2022.05.10 11:28 [역대 정부 부동산 정책에서 배운다] ④MB정부, 수급 균형 깨져 규제 완화에도 집값 계속 하락 [땅집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7년은 노무현 정부 시절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 여파가 뒤늦게 효과를 내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준 시기였다. 리먼 사태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2008년 9월15일 뉴욕 남부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며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당시 국내 건설업체는 연이은 도산에 시달렸고, 전국적으로16만가구가 넘는 미분양..
사람잡는 개소리 ‘층견소음’ 갈등폭탄 한예나 기자 입력 2022.05.10 03:50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 1500만… 커지는 이웃다툼 올해 1월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박모(23)씨는 요즘 유튜브에서 ‘맹견 소리’ ‘강아지 짖음 방지 소리’ 같은 영상을 검색하고 있다. 박씨의 옆집엔 4인 가족이 작은 강아지를 키우며 사는데, 최근 강아지 짖는 소리가 너무 커졌다. 그 집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나면 홀로 남은 강아지가 하루 종일 시끄럽게 짖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했다. 박씨는 “몇 번이나 이웃집에 말해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유튜브에서 맹견 짖는 소리라도 틀어놔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는 등 강아지와 같이 사는 이가 많아지면서 이른바 ‘층견(犬) 소음’ 갈등이 곳곳에서..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글쓰기로 수메르인과 만나는 방법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5.10 03:00 글씨 쓴 게 언제였던가… 부조금 봉투 뒷면에 이름 쓴 게 고작 취재수첩에 볼펜으로 쓰던 기자들도 이젠 타이핑·녹음으로 손글씨는 쐐기문자 쓰던 고대인과 다르지 않은 인류의 유산 고등학교 때 한 친구의 별명은 ‘대서소’였다. 그만큼 글씨를 잘 썼을 뿐 아니라 뭔가 많이 배운 어른의 풍모가 느껴지는 글씨였다. 월말고사 성적표가 나오면 대서소에게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부모님 대신 성적표 확인 문구를 써 달라는 것이었다. 용의주도한 대서소는 그중 한 명의 부탁만 들어줬는데, 혹여 여러 개를 써줬다가 같은 필체가 적발될까 봐서였다. 그렇게 대서소는 ‘잘 받아 보았습니다.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립니다’ 같은 뻔한 문장을 친구 성적표에 써주고 라면이나 콜라 같은 ..
정무특보 거론 장제원… ‘무보직’으로 黨政 막후조율사로 뛸 듯 최경운 기자 입력 2022.05.09 03:59 [주목! 이 사람] 국회로 돌아가는 장제원 尹당선인 비서실장 장제원(55)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부처님오신날인 8일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서 사찰을 돌았다. 장 실장은 “대선이 끝나고 당선인 곁을 지키느라 지역구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장 실장은 이날도 오후에 상경해 윤석열 당선인을 만나 새 정부 출범 준비 상황을 보고했다. 현역 국회의원인 장 실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회로 돌아간다. 한때 “첫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을 것”이란 말이 돌았지만 그는 “여의도로 돌아간다는 약속을 지킨다”고 했다. 인수위 주변에선 장 실장이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장 실장은 “정기국회 때까지는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고 조용히 의정 활..
[최영미의 어떤 시] [69] 아버지의 마음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2.05.09 00:00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김현승 (金顯承 1913~1975) (원시와 다르게 행을 배열함) 마지막 두 행의 여운이 길다. 아버지의 ‘때’ 혹은 ‘죄’는 어린 자식들이 간직한 깨끗한 피로 씻김을 받는다니. 어느 ..
이대남 70% “여자도 군대가야” 이대녀 70% “남자가 취업 유리” 특별취재팀 입력 2022.05.06 03:00 [2022 젠더리포트] 갈등 최대 요인은 군대·취업·성범죄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한국 사회의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고 여기는 가운데, 젠더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청년 세대의 성(性) 인식 차이는 군복무, 성범죄, 취업 전선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공동으로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5~20일 16세 이상 총 17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국민의 66.6%(남성 63.0%, 여성 70.2%)가 “한국 사회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세대별로는 20대가 79.8%로 가장 높았고, 30대 78.4%, 40대 72.2%, 10대 65.4%, 50대 60.2%, 60대 이상 55...
尹 찍은 이대남 49%, 李 택한 이대녀 38% “이준석 젠더발언 때문” 특별취재팀 입력 2022.05.06 03:00 [2022 젠더리포트] 20대 남녀 대선표심 ‘젠더 공약’이 갈랐다 득표율 0.73%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갈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할 후보를 정하는 데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 젠더 공약이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공동조사에 따르면, ‘대선에서 투표할 후보를 정할 때 후보의 젠더 공약이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0.9%가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30.6%였다. 젠더 공약을 염두에 두고 지지 후보를 결정한 경우는 40세 이상에선 38.0%였지만 30대에선 44.2%, 20대에선 50.6%, 10대에선 42.1%로, 그 영향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