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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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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상식에서 바라보면 진실은 복잡하지 않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2.10.28 03:00 결혼해 자녀 둘 둔 47세 대한민국 공무원이 설령 빚이 좀 있다 해도 스스로 월북하겠나 외국에 함께 나가 골프까지 같이한 사람을 “모른다” 하는 게 과연 상식에 맞는 말인가 시민 법정에서 보면 진실의 풍경이 보인다 일하러 간 40대 가장이 바다 위에서 실종되었다. 북한군이 사살해 시신을 소각했다는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다. 더 기막힌 건 정부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것이다. 가족은 졸지에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월북자 가족으로 낙인찍혔다. 2년 전 공무원 이대준씨 서해 피살 사건은 정권이 바뀐 후 해경과 국방부가 월북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새로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근 관련 공직자들이..
“돈 내면 OO가 싹 다 보여요”…금전 대가로 음란물 보내준 BJ 최후 박선민 기자 입력 2022.10.27 16:16 금전을 대가로 음란 행위 영상을 송출한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BJ)들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열린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에서 유료 아이템을 받은 대가로 텔레그램이나 화상회의 서비스 등을 이용해 음란 행위 영상을 송출한 BJ 3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최근 인터넷 개인방송에서의 음란물 유통 수법이 다양화, 음성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에서 “(유료 아이템) 300개 쏘시면 OO가 싹 다 보여요” “안 보이면 환불 2배” “많이 올수록 수위가 높아요” 등의 자극적인 멘트로 시청자를 유입시켰다. 이후 유료 아이템을 후원하는 시청자에게 접속 링크..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웃기는 아들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2.10.25 03:00 연극하는 아들 걱정하는 부모님께 “언젠가 웃게 해드릴 것” 다짐 임종 못한 아버지 빈소서 정장 마련 못해 꽉 끼는 옷 빌려 입고 사십구재선 실수로 남의 큰 옷 입어… 눈물 짓던 어머니도 빵 터져 내가 연극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많이 당황했다. 나는 원래 사람과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부끄럼을 타는 성격이었다. 그런 내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주로 코미디를 연기한다니. ‘누군가한테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가, 어떻게 누군가를 웃길 수 있지?’ 나를 말없이 바라보는 두 분의 눈빛은 대략 이런 뉘앙스였다. 언젠가는 꼭 두 분을 웃겨드리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공연에 쉽게 부르지 못했다. ..
♥잠이 보약 맞네…50세 이후 하루 5시간 못 자면 벌어지는 일 정채빈 기자 입력 2022.10.21 09:54 하루에 5시간 이상 수면을 하지 못하는 50세 이상 중·장년층이 심장 질환이나 우울증, 암,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2개 이상 동시에 앓을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과 프랑스 파리 시테대학 연구진은 영국 공무원 약 8000명의 건강 상태를 25년간 추적하는 방식으로 수면 부족과 복합 만성질환의 연계성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50세 때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인 경우, 7시간 이상 자는 사람보다 만성질환 2개 이상을 앓을 위험이 30% 높았다. 60세에는 32%, 70세에는 4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일수록 수면 부족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연구의 제1저자인..
데이트 비용 “남자가 다 낸다” 12%, “남여 반반”은?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입력 2022.10.20 08:00 고물가 시대, 청춘 남녀들의 新연애 트렌드 일본에선 데이트 더치페이 비율 50% [왕개미연구소] #내돈부탁해 “밥이랑 간장만 먹나요? 여자친구가 있다면서 고정 데이트 비용은 왜 없죠?” “여친 만나면 하루 5만원은 기본으로 나가는데, 한 달 생활비 50만원이라니 둘다 집돌이, 집순이인가요?” 지난 3일 조선닷컴에 소개된 ‘월 200만원 저축하는 20대 청년’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한 달에 200만원 저축한다는 20대 청년 스토리에 독자들은 “기사에 현실성이 전혀 없다”면서 가상의 인물이라는 주장까지 펼쳤다. “서울에서 데이트하면 한 달에 50만원은 족히 쓰는데, 월 생활비가 50만원인 청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남자 기생충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2년 넘게 구직 실패… 눈물의 취준생 35만명 정석우 기자 입력 2022.10.20 03:16 장기 구직자 비율 7년만에 최고치 올해 고졸 이상 미취업 133만명 이 중 장기구직자는 26.5% 달해 구직 단념한 니트족 비율도 증가 경남의 한 사립대 공대의 한 학과는 올 2월 졸업한 200명 가운데 9월 말까지 취직한 졸업생이 80명에 그쳤다. 이 학과의 A교수는 “3년 넘게 취업률이 50%를 밑돌고 있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며 “졸업 후 1년 정도는 취직 준비를 한다고 연락이 오기도 하지만, 2~3년 지나면 연락이 닿지도 않는다”고 했다. 같은 대학 인문대의 한 교수는 “공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우리는 취업 집계를 위한 연락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년 넘게 미취업 비율 7년 만에 최고 청년 고용 사정이 갈수록..
♥[2030 플라자] 환자가 ‘선생님’이더라 박소진 간호사 입력 2022.10.20 03:00 병원에서 ‘간호사 선생님’으로 불리지만 늘 주의사항 알리는 말만 결혼·육아 조언부터 삶의 지혜까지 환자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아 나는 병원에서 ‘간호사 선생님’ 소리를 듣는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한테 선생님 소리를 듣는 것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꽤 익숙해졌다. 학창 시절 나의 ‘선생님’들은 다양한 지식을 알려주셨다. 나도 선생님이라 불리는 만큼 많은 걸 알려드려야겠지만 교육하는 내용은 정해져 있다. 지금은 투석실에서 근무 중이라 환자들에게 주로 식이 교육을 한다. 투석 환자들은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수분 제한 교육이 특히 중요하다. “물은 많이 마시면 안 돼요. 약 먹을 때도 최소한으로 드세요. 과일이나 야채는 칼륨이 많아서 안 되고요, 김..
♥[정진홍의 컬처 엔지니어링] 카카오 사태와 조선왕조실록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입력 2022.10.19 03:00 페일오버(故障切換) 안돼 ‘초연결’이 ‘초먹통’ 됐다 미래를 닫지 않고 열려면 실록의 생존방식 배워야! 거기 ‘오래된 미래’가 있다 # 지난달 25일부터 이십여 일 가까이 북한이 항공, 방사포, 미사일로 거의 연일 다중 위협을 가해와도 별 동요 없던 대한민국이 지난 주말 카카오 등의 부가통신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키자 그 즉시 난리가 났다.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카오톡을 위시해 이에 기반한 각종의 국민 실생활 부가통신서비스 플랫폼들이 먹통이 되자,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스마트폰 생태계도 작동을 일시나마 멈췄던 것이다. 혹자에게는 카톡 등의 디지털 족쇄에서 해방된 ‘디톡스’의 시간이었다고 하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는 먹고사는 일..
♥[박현모의 실록 속으로] ‘조선 망국 논란’보다 중요한 것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입력 2022.10.18 03:00 나라 구실 못 한 조선, 그렇다고 日의 강제 병탄이 정당화되진 않아 고종, 만민공동회의 개혁 건의 저버리며 마지막 회생 기회 물거품 100년 전 꼴 안 나려면 소모적 친일 논란 그만하고 미래 준비를 ‘조선왕조는 언제 왜 망했나? 이 질문에 대한 즉답은 “1910년 일본에 강제 합병되었다”일 것이다. 그런데 질문의 첫째 사항인 ‘언제’를 더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1897년 ‘해체설’이다. 그해 10월 ‘대한제국’이 성립하면서 고종은 ‘왕’에서 ‘황제’로 격상되었고, 국가 명칭도 ‘조선왕조’에서 ‘대한제국’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오백여 년 지속된 조선왕조는 종언을 고했다”는 게 해체설의 요지다. 1905년 ‘주권 박탈설’도 ..
한국서 매년 5%씩 늘었다... 50대 발병률 특히 높아진 ‘이 암’ 전세계 암 발병률, 90년대생이 80년대생보다 위험 정채빈 기자 입력 2022.10.17 10:37 50세 미만 성인의 암 발병률이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7일 CNN에 따르면 최근 학술지 ‘네이처 리뷰 임상 종양학’에는 50세 미만 청·장년층에서 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암 발생률이 높아진 것은 교대 근무와 수면부족, 비만, 당뇨, 술, 흡연, 서양식 식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의 의료기관 소속 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44개국의 유방암 ·대장암·자궁내막암·식도암·간암 등 14개 유형 암 등록 기록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암 가운데 50대의 발병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대장암으로 나타났다. 미..
새벽 재택근무 후 출근, 오후 3시 퇴근... 출산율 기적 일어났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입력 2022.10.14 03:39 [성호철의 뉴스 저격] 日 고학력 출산 19년만의 기적 재택근무·정시퇴근 적극 도입, 작년 출산율 1.74명으로 반등 집에서 새벽 근무 후, 오후 3시 퇴근… 육아시간 생기자 출산율 ‘1.97′로 고학력 일본 기혼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19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 일본 사회가 반색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로, 인구 추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30여 년 동안 인구 감소와 전쟁을 벌였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해법을 찾지 못한 일본에 실낱 같은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출생 동향 기본 조사’에 따르면, 대졸 이상 학력인 기혼 여성의 출..
[모종린의 로컬리즘] 을지로·익선동·홍대… 세계가 주목한 서울 안의 100개 도시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저자 입력 2022.10.14 03:00 해외 언론도 인정하는 서울의 동네 경쟁력 골목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지역도 함께 떠 글로벌 경쟁력 높일 해법 ‘동네’서 찾아야 영어 상용화 지구 지정도 적극 추진해볼 만 ‘브랜드 동네’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서울 안의 100개 도시(One Hundred Cities within Seoul). 2015년 7월 뉴욕타임스가 서울 여행을 소개한 기사의 제목이다. 서울의 매력을 동네의 다양성에서 찾은 것이다. 뉴욕, 런던, 도쿄, 파리 등 우리가 선망하는 글로벌 도시도 모두 동네가 강한 도시다. 동네마다 주민의 생활 문화에서 배어 나오는 고유성과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 다른 해외 언론도 서울의 동네 경쟁력을..
[2030 플라자] 좋아해서 괴롭히는 건 범죄다 서솔 유튜브 ‘하말넘많’ 운영자 입력 2022.10.13 03:00 영단어 ‘stalking’ 발음을 그대로 옮긴 ‘스토킹’의 사전적 정의는 ‘상대방의 의도와 상관없이 고의로 쫓아다니면서 집요하게 정신적,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다. 그러나 한국말 ‘스토킹’은 영어가 외래어로 정착된 탓에 내포된 의미가 많이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 스토킹이 단순히 ‘좋아해서 쫓아다니는 것’ ‘헤어진 연인의 사랑 싸움’쯤으로 여겨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뉴스에 ‘스토킹’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범죄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직장 동료를 스토킹하며 살인 계획을 세우다 잡힌 20대 남성, 일주일간 200번 연락을 하며 전 여자 친구를 스토킹한 40대 남성, 그리고 얼마 전 모두를 경악에 빠뜨린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의 후속 ..
‘위험 회피’ 성향 아이, 스마트폰 중독되기 더 쉽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2.10.13 03:00 이른바 ‘위험 회피’ 성향을 가진 아이일수록 스마트폰 중독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위험 회피’란 미국 정신의학자 로버트 클로닝어가 분류한 네 가지 기질(자극 추구, 위험 회피, 보상 의존성, 인내력) 중 하나로, 매사에 조심성이 많고 신중하며, 낯선 장소, 사람, 물건 등에 대해 쉽게 불안해하거나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성향을 말한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소영 교수, 삼성서울병원, 의정부성모병원 공동 연구팀은 평균 연령 13.2세 아동·청소년 184명을 대상으로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스마트폰 중독 이해를 위한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아동·청소년의 성격과 스마트폰 중독 사이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위험 회피 ..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DNA와 치아가 알려준 고대 전쟁의 비밀 박건형 기자 입력 2022.10.11 03:00 2500년전 고대 그리스와 카르타고 전쟁서 활약한 용병의 존재 ‘위대한 그리스’ 그린 역사가들이 지웠지만, 과학적 분석으로 밝혀 돈과 계약으로 산 평화는 영원할 수 없다는 중요한 교훈 일깨워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심금을 울리는 돌 조각이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1880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위스 호수 도시 루체른에서 본 ‘빈사(瀕死)의 사자상’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이 조각은 1792년 프랑스 혁명에서 루이16세를 마지막까지 지키다 전사한 스위스 용병(傭兵) 786명을 기리기 위해 1824년 만들었다. 심장을 찔린 채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백합 문양이 새겨진 방패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사자의 압도적인 모습에는 스위스의 슬픈 과거가 비춰진..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당신은 대한민국의 ‘세계화’된 시민입니까? 전성철·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입력 2022.10.07 03:00 인류의 삶의 질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세계화 시대 세계화 가치 수용 여부에 따라 국가 운명 엇갈려 글로벌 스탠더드는 행복·풍요 안겨준 가치와 제도 그 핵심적 가치는 투명성·다양성·시장성·문화성 나는 세계화되었나… 자문하며 각자 의미 찾기를 인류는 그동안 소위 ‘제국의 시대’라는 것은 많이 경험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 ‘세계화 시대’는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당신은 그렇다면 지금 ‘세계화’된 사람이신가? 어떤 사람이 ‘세계화된 사람’인가? 유학 갔다 온 사람? 외국 책을 원서로 읽는 사람? 해외 자주 다니는 사람? 아니다. 그분들은 단지 세계와 접촉이 더 많은 사람들일 뿐이다. 우선, ‘세계화 시대’란 ..
엄마가 들이마신 검은 자동차 매연, 배 속 아이 뇌까지 간다 문지연 기자 입력 2022.10.06 15:26 임신 중 들이마신 오염된 공기 입자가 배 속 태아의 장기까지 침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과 벨기에 하셀트 대학 등 연구팀은, 임신부가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면 블랙 카본(black carbon) 같은 유독성 입자가 태반을 거쳐 태아의 폐·간·뇌 조직에 닿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국제 의학 전문지 ‘랜싯’에 발표했다. 블랙 카본이란 석유·석탄 등의 화석연료나 나무가 불완전연소해서 생기는 그을음·분진을 말한다. 자동차 주행 시 뿜어져 나오는 매연 등이 해당된다. 장기간 흡입할 시 폐 기능과 인지능력 저하를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는 임신 7~20주 사이에 유산된 태아 14명을 검사..
♥[2030 플라자] 우리 안의 ‘낯선 나라’ 돌아보기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2.10.06 03:00 태국 농촌서 지내면서 어른들이 들려준 1970년대 한국 풍경 생각나 ‘낯선 나라’ 같은 과거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이며 세대 간 소통했으면 이번 여름 태국의 한 시골 마을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수도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350㎞가량 떨어져 있는 이곳은 방콕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나무로 만든 마루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고, 찌는 더위를 식혀주는 것은 힘겹게 돌아가는 낡은 선풍기 하나가 전부였다. 화장실 변기에는 물을 내리는 레버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는데, 돌가루가 가라앉아 있는 물통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물을 내렸다. 밥을 먹는데 갑자기 소들이 마당으로 들어와 느긋하게 풀을 뜯기 시작했다. 소 바로 옆에서 나란히 같이 식사하는 경험은..
중증장애·독거노인 맡는 응급관리요원…인천은 1인당 119명, 광주는 383명 정채빈 기자 입력 2022.10.04 23:25 중증장애인과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막기 위한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맡은 응급관리요원에 대한 처우가 지역별로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담당 인원도 적지않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중증장애인·독거노인의 가정에 화재·가스감지기 및 활동량 감지기, 응급호출기, 출입문 감지기 등을 설치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응급관리요원을 통해 위급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응급관리요원은 해당 장비를 통해 이용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응급상황에 1차적으로 대처하는 역할을 한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응급관리요원 1명의 월평균 급여는 208만원으로 조사됐다..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가을날, 올갱이국을 끓이며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2.10.04 03:00 며느리들 눈총에 전쟁 같은 명절 치르고 고향에 돌아오니 태풍으로 결딴난 참깨밭, 고구마밭이 주인을 기다리네 어미라고 천날만날 무쇠 몸이더냐… 가을 하늘만 야속하네 남편 보내고 삼년째 서울 큰아들네로 역귀성하는 미자씨는 전쟁 같은 명절을 치르고 귀환한다. 둘째 며늘애가 성균관인가 의금부에서 전(煎)금지령을 내렸다고 협박하거나 말거나 생전 남편이 즐기던 육전, 고추전에 깨송편까지 악착같이 빚어서는 한 상 거룩하게 차린 뒤 바람처럼 내려온 길이다. 지가 박사면 다여? 전 굽기가 무섭게 볼때기가 미어터져라 집어먹던 게 누군디, 송편도 솔잎까지 싹싹 훑어서 봉지봉지 싸가더라만. 띠띠띠띠, 차르륵! 4개의 숫자를 눌러 현관문이 단박에 열리자 미자씨 얼굴이 환해..
[자작나무 숲] 윤치호와 서정주 러시아 가다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2.09.29 03:00 영어·프랑스어 배운 윤치호, 78세에 러시아어 익힌 서정주 인간에게 외국어는 속마음의 고삐를 풀어주는 자유의 도구 한글·한국어 확산 집착은 식민주의의 또 다른 모습 아닌지 윤치호는 복잡한 인물이다. 조선 최초 일본 유학생, 조선 최초 영어 통역관에 덧붙여, 최소한 내가 알기로 조선 최초 영문 일기 기록자다. 미국 유학 시절 시작된 일기는 무려 50여 년간 지속되었다. 첫 문장이 이렇다. ‘지금까지는 한글로 썼으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표현하기에는 아직 어휘가 충분하지 않아서 영어로 쓰기로 마음먹었다.(1889.12.7)’ 어휘만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일본에서 공부하던 10대 때부터 영어 개인 교습을 받고, 상하이 선교사 학..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장강명 소설가 입력 2022.09.27 03:00 에피스테메, 시좌… ‘평론가 단어’에 대한 반감 이해는 하지만 ‘사흘’ ‘심심(甚深)’ 같은 개념어까지 논란이 되는 현실은 절망스러워 길고 어려운 글 읽기 위해 문해력 키우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지키는 것 문예지를 처음 펼쳤을 때는 주눅이 들었다. 평론가들의 글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에피스테메, 시좌(視座) 같은 단어는 어찌어찌 검색해가며 해독했다. 하지만 ‘여기―우리’라든가 ‘(비)존재’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사전에 없는 표현을 맞닥뜨리면 당혹스러웠다. 그런 단어를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 너무 똑똑하고 학식이 풍부해 보였다. 지금은 문예지를 읽으며 움츠러들지는 않는다. 가끔은 콧방귀를 뀌기도 한다. 그사이 나도 식견이 늘었고, ‘업계 용어, 업..
♥[조은산의 시선] ‘쓴다’와 ‘산다’는 같은 일이더라 조은산·'시무 7조' 청원 필자 입력 2022.09.22 03:00 글과 삶은 닮아 있다. 진실한 글은 한 사람의 영혼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글을 쓴다는 건 한 삶을 산다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한 적 없는 나는 글을 모르고, 나이 갓 마흔을 넘긴 나는 아직 삶도 모른다. 그러나 쓰는 고통과 사는 아픔을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은 그러한 경험적 사실에서 비롯된 글과 삶에 관한 내 생각의 기록이다. 살아 있는 누구나 글을 쓴다. 내 아들도 글을 쓴다. 올해 여덟 살 난 아들의 코 묻은 일기장에도 삶은 피어있다. 직장인은 보고서를 쓰며 구직자는 이력서를 쓴다. 글은 살아 있다는 인식의 증서요, 기어이 살겠다는 열망의 필사다. 여백을 앞에 둔 나는 언제나 암담했다. 무슨 말을..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미래의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을 나에게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9.20 03:00 수학자들은 이상한 사람들이다. 숫자를 들여다보고 이리저리 조합해 보는 게 그들의 일이다. 그러다가 어떤 규칙을 발견하면 ‘아무개의 추측’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다. 그러면 전 세계 수학자들이 그 문제를 풀려고 달려든다. 1937년 독일 수학자 로타르 콜라츠가 제시한 ‘콜라츠 추측’은 아직도 증명되지 않았다. 그가 발견한 규칙은 간단하다. 어떤 수(x)가 홀수면 ‘3x+1′에 대입하고 짝수면 반으로 나눈다. 그러면 어떤 숫자든 결국 ‘4→2→1′의 순환 고리에 갇힐 것이라는 추측이다. 3을 생각해 보자. 3은 홀수이므로 3x+1에 대입하면 10, 짝수가 나왔으므로 반으로 나누면 5, 다시 수식에 대입하면 16→8→4→2→1이 된다. 1을 3x+1에 대입..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與 갈등의 숨은 코드, 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2.09.16 03:00 영국 엘리자베스 2세는 70년 재임했다. 그 기간 우리는 이승만부터 윤석열까지 대통령을 열 세 명 거쳤다. 그런 그가 서거했으니 ‘한 시대가 끝났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한 세기가 끝난 느낌이다. 훗날 영국인들은 21세기는 2022년에 시작됐다고 회고할지도 모른다. 1919년 ‘베르사유 체제’로 비로소 20세기가 시작된 것처럼.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을 21세기가 시작된 해로 볼 수 있다. 팬데믹은 일하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인공지능(AI)이 상징하는 ‘기술의 시대’는 이미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대전환했지만 팬데믹은 그것을 ‘급가속’했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대선은 21세기 첫 번째 선거다. 전통적 20세기(..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전은 ‘셀프’입니다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2.09.15 03:00 추석은 하기 싫은 일 하고 듣기 싫은 말 들으며 가족 간 불화하는 날 성균관서 “전 부칠 필요 없다” 해도 전 부쳐 먹어야 하는 날인가 다음 추석엔 각자 원하는 만큼 ‘셀프’로 부쳐 먹으면 어떨까 추석이란 무엇인가. 추석 전후로 나는 궁금해진다. 주위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와 인터넷 게시판과 댓글 창에 빼곡한 추석을 원망하는 글들을 보면서. 추석으로 인한 가정불화와 사연도 다양해서 몰입해서 읽게 된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맞아. 저 러시아의 톨스토이 선생께서 그러셨지.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르게 불행하다고. 추석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음력 팔월 보름날로,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따위의 음식..
[김지수의 서정시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9.08 03:00 김연수 작가를 좋아한다. 그는 오래전 문 닫은 여성 잡지에서 함께 일한 동료였다. 20대 시절, 춘천으로 간 MT에서 김연수가 시원하게 내지르던 이상은의 노래 ‘담다디’나 김천에서 치른 그의 결혼식에서 류시화 시인이 읊던 인디언풍 축시가 생각난다. 시조와 하이쿠의 서정이 어우러진 김연수의 애잔한 문체를 좋아하지만, 기실 나는 그가 낸 책의 제목에 먼저 반하곤 했다. 왜 있지 않은가. 제목만으로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책들. 이를테면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든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같은 책들. 그리고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 친구’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같은 책들. 특히 ‘파도가..
[박현모의 실록 속으로] 한산도 대첩 일군 조선 수군, 칠천량에선 왜 무너졌나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입력 2022.09.06 03:00 한산도 승리 5년 뒤인 1597년 7월, 1만여명 조선 수군 괴멸 조정의 압박 못 견딘 원균 ‘유리할 때 공격하라’는 원칙 무시 이순신은 기회 기다리면서 싫은 사람과도 손잡는 리더십 보여 ‘이 섬에서 한 달쯤 살고 싶다.’ 지난달 거제도 북쪽 섬 칠천도에 답사 여행을 갔을 때 든 생각이다.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연륙교를 통해 들어간 칠천도는 ‘아름다운 정적(靜寂)’ 그 자체였다. 이 작고 아름다운 섬에서 425년 전 1만여 조선 수군이 괴멸되었다. “조선 수군 최대 치욕”으로 간주되는 칠천량해전은 한산도대첩보다 정확히 5년 뒤인 1597년 음력 7월에 벌어졌다. 조경남의 ‘난중잡록(亂中雜錄)’을 보면,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조정의 ..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국민은 ‘담대한 개혁’에 나서는 대통령을 지지한다 전성철변호사·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입력 2022.09.02 03:00 특별한 사고도 없었는데 임기 시작 몇 달 만에 대통령 지지도가 유례없이 심하게 추락했다. 왜 그랬을까? 다른 대통령들의 집권 초기 모습에서 그 단서를 한 번 찾아보자. 1993년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 그는 선거때 국민에게 ‘변화와 개혁’을 약속했다. 그리고는 취임하자마자 과감하게 실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 취임 한 달여 만에 전격적으로 장군 수십명을 한꺼번에 예편시켰다.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한 것이다. 이어 자신의 전 재산을 공개하면서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제’ 전면 실시를 발표했다. 이렇게 시작된 ‘변화와 개혁’ 드라이브는 급기야 사상 최대 경제 개혁이라고 일컬어지는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로 그 절정에 달했다..
[김성윤의 맛 세상] 끊어먹기 vs 후루룩 먹기... 국수 먹방서 불거진 ‘면치기 논란’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2.08.30 03:00 국수 먹방서 불거진 논란… ‘끊어먹기 vs 후루룩 먹기’ 호불호 엇갈려 한 번에 소리내며 흡입하는 ‘면치기’, “청각 효과 극대화 상술” 비판도 長壽 의미 깃든 음식… 한입에 들어갈 만큼만 조용히 먹는 게 어떨까 최근 ‘면치기 논란’의 시작은 배우 겸 감독 이정재씨가 출연한 방송이었다. 지난 13일 방송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씨와 만난 이정재씨는 칼비빔국수를 젓가락으로 집어 한입에 다 넣지 않고 적당량을 끊어 먹었다. 이영자씨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이정재씨를 쳐다봤다. 스튜디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출연자들도 “되게 조용히 드신다” “그걸 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영자씨는 “국수 (먹는데) 소리를 안 내요? 소리가 나야죠”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