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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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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부부 別姓제 김진명 기자  입력 2024.09.25. 20:47 업데이트 2024.09.25. 23:48 워싱턴 특파원 시절,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가 물었다. “아빠와 나는 ‘패밀리 네임(Family name)’이 같은데 왜 엄마만 달라?” 같은 가족인데 왜 성(姓)이 다르냐는 것이다. 미국에는 결혼 후 남편 성을 쓰는 여성이 많지만, 한국은 다르다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여성이 남편 성을 따르는 제도는 여성의 재산과 수입을 남성에게 종속시킨 중세 영국의 관습법 영향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권리가 남편에게 ‘양도’된다는 점을 확실히 하려는 제도다. 서구 국가 중 영미법권인 영국과 미국은 기혼 여성 10명 중 8~9명이 남편 성으로 변경하지만, 스페인을 포함한 라틴 문화권과 이탈리아 여성들은 자기 성을 유지한다...
[만물상] 양날의 칼, 스테로이드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9.24. 20:30 업데이트 2024.09.24. 23:50 미군 정보국은 1942년 독일이 최대 쇠고기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소의 부신(副腎)을 대량 수입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미군은 독일 조종사들이 고공에서도 저산소증을 겪지 않고 탁월한 전투 능력을 보이는 것과 관련 있을 것으로 의심했다. 소의 부신을 구하지 못한 미국은 서둘러 부신피질 호르몬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2차 대전이 끝났다. 독일 조종사들이 실제로 이 호르몬을 썼는지 여부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 합성물 개발자는 1948년 부신피질 호르몬이 부족한 환자와 관절염 환자의 피로 증상이 비슷하다고 보고 29세 관절염 환자에게 이 물질을 주사해 보았다. 그러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어떤 치료제도 효과..
♥[김철중의 생로병사] 우사인 볼트가 저녁에 세계 신기록을 세운 이유 김철중 기자 입력 2024.09.24. 00:02 업데이트 2024.09.24. 10:39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린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 그가 2009년 독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100m 세계신기록 9초58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때 순간 최대 속도는 시속 44km였다. 이번 파리올림픽 남자 100m 금메달 기록이 9초78이다. 거리로 치면 볼트 기록과 2m 차이가 나니, 당분간 그의 기록은 전설로 남지 싶다. 스포츠 의학계는 볼트 기록이 나온 시간대에 주목한다. 볼트의 최고 기록들은 거의 모두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에 나왔다. 그 시간에 근육 파워와 유연성이 가장 좋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그 시간대인가? 체온은 낮 동안 서서히 상승하다가 늦은 오후에 하루 중 가장 ..
[만물상] 암구호 정우상 논설위원  입력 2024.09.23. 20:58 업데이트 2024.09.24. 00:19 군(軍)에서 피아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암구호(暗口號)는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낮에는 눈으로 적과 아군을 구별할 수 있지만 밤이 문제였다. 지금과 달리 로마 시대 암구호는 문장 하나로 이뤄졌다. 황제나 장군들이 직접 암구호를 정해 내려보냈다고 한다. 카이사르는 ‘승리의 여신 비너스’, 폼페이우스는 ‘불굴의 헤라클레스’ 이런 식이었다. 서사시의 한 구절을 암구호로 정한 황제도 있었다. 로마군이 되려면 암기력도 좋아야 했을 것 같다. ▶노르망디 상륙 때 암구호는 플래시/선더(flash/thunder)였다. 섬광과 천둥이라는 뜻이다. 독일인들이 영어식 th 발음을 할 수 없어서 th가 들어간 선더를 암..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공기 분자 사이 거리를 상상할 수 있나… 반도체 3나노는 그런 거리다 민태기 에스앤에이치연구소장·공학박사 입력 2024.09.22. 23:58 업데이트 2024.09.23. 00:20 최근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0억분의 1미터를 말하는 ‘나노미터(nanometer)’ 같은 미세 단위가 자주 언급된다. 반도체가 인공지능(AI) 수준으로 발달한 것은 전자 회로가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로를 얼마나 가늘게 구현하는지가 기술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고, 이를 가능하게 한 반도체 공정의 에칭(etching)이나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도 이제는 일상으로 접하는 용어가 되었다. 그런데 나노라는 숫자가 얼마나 작은지 사실 잘 와닿지 않는다. 이 숫자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는 인류의 지식 욕구가 오래전부터 시도한 도전이었다는 사실과 밀접하게 ..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37] 의자 문태준 시인 입력 2024.09.22. 23:52 업데이트 2024.09.22. 23:56 의자 갈참나무 허리에 연선아 좋아해, 하고 새기는 일이나 원고지에 몇 자 적는 일이나 본질은 같다 의자 모서리를 움켜쥐고 그때 그 자리에 다시 노을이 젖어오고 나는 더 우회적으로 이 일을 생각한다 어떤 기적이 있어 기대앉은 의자에 새잎이 돋고 수맥이 흐르고 나는 둥둥 떠서 기어이 너에게 갈 수도 있다 -박철(1960-) 이렇게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겠다. 첫 사랑의 푸르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지금 그는 의자를 유심히 바라본다. 의자는 낡은 정물이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어쩌면 의자는 갈참나무를 켜서 만든 의자일지도 모른다. 갈참나무에는 “연선아 좋아해”라는 사랑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오늘..
[만물상] 푸틴식 엽기 출산 대책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9.22. 20:42 업데이트 2024.09.23. 11:32 출산율을 높이는 국가 정책의 역사는 중국 춘추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월나라는 오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여자는 17세, 남자는 20세가 될 때까지 의무적으로 결혼하게 했다. 그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부모를 처벌했다. 현대엔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가 1967년부터 20여 년간 인권유린 수준의 출산 정책을 썼다. 주간 성관계 횟수를 3~4회로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했다. 피임하는 여성, 낙태 시술한 의사는 최고 사형에 처했다. 40세까지 자녀 넷을 두지 않으면 연봉의 최고 30%를 금욕세로 뜯어갔다. ▶나치 집권기 독일도 ‘레벤스보른’이란 인구 증가 정책을 도입했다. 나치 친위대..
"소셜미디어 중독은 빅테크의 큰그림" ['범죄 방조자' 거대 플랫폼]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입력 2024.09.21. 00:55 업데이트 2024.09.21. 06:27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the Federal Trade Commission)가 19일 글로벌 거대 플랫폼들의 무차별적인 개인 정보 수집 실태를 담은 ‘스크린 뒤를 엿보다(A Look Behind the Screen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129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은 개인 정보들을 수집하고, 이를 광고 등에 활용하는 유튜브·메타 등 거대 플랫폼의 행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추적하고, 필요에 따라 브로커(중개인)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구매했다. 미성년자의 데이터 수집 제한 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
[만물상] '로비스트' 박동선 조선일보 입력 2024.09.20. 20:13 업데이트 2024.09.20. 23:50 1950년대 말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 학생회장으로 동양인이 처음 뽑혔다. 한국 유학생 박동선이었다. 미국 학생들은 전쟁 폐허인 한국은 잘 몰랐지만 친화력 좋은 박동선은 좋아했다. 주유소 회사(미륭상사) 막내아들인 박씨는 1960년대 워싱턴에 사교 클럽인 ‘조지타운 클럽’을 열었다. 존슨 전 대통령과 포드 부통령, 상원의원 등이 드나들었다. 박씨는 미국 잉여 식량을 미 정부가 사들여 한국에 원조하는 프로그램을 중개해 돈을 벌었다. 농업 지역 미 의원들과 가까워졌다. ▶1970년 한국은 안보·경제가 모두 위기였다. 주한미군 7사단이 철수했고 미국 원조도 대폭 줄었다. 미군이 완전히 빠지면 경제 개발에 써야 할 돈을 군사..
65세 이상 경제활동 어느덧 OECD 1위 65세 이상 취업자, 청년층 추월 권순완 기자 강우량 기자 입력 2024.09.20. 00:55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불어난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의 비율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고령층 인구 자체가 늘어난 것이다. 또 평균수명 증가로 노후 기간은 길어졌는데 노후 준비는 제대로 안 된 고령층이 돈을 벌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경기 부천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모(68)씨는 “60세까지는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애들 다 키우고 나니 노후 준비가 안 돼 일을 시작했다”며 “내가 돌봄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지 않는 이상 계속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은퇴는 60세인데 연금 수급은 63세 정년이 60세인 우리나라에선 정년퇴직 이후 최소 3년에 달하는 ‘소득 크레..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멈춰 선 재건축을 살리는 방법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4.09.19. 23:58 업데이트 2024.09.20. 00:14 최근 공사 현장을 가 보면 우리말과 중국어 두 가지로 쓴 안전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로 현장 소장은 한국인이고 건설 노동자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이런 인력 구조가 건설 품질 저하를 부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LH 부실 시공을 비롯한 문제도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건설 현장에 용변을 숨기고 마감 공사를 하는 일도 있을 정도다. 과거 70년대에는 우리나라 건설 노동자들이 뜨거운 중동에 가서 건설 일을 했다. 잘살게 된 지금은 건설 노동은 꺼리는 직업이 되었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이 채우고 있다. 하지만 몇 년만 일하고 이 나라를 떠나면 되는 ..
1만원으로 휴게소 돈가스도 못 먹네 박상현 기자 입력 2024.09.14. 01:20 업데이트 2024.09.14. 08:05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가격 5년 만에 20% 가까이 올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음식 가격이 최근 5년 새 20% 가까이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돈가스 가격이 25% 넘게 올랐고, 호두과자·커피 등 간식거리도 15~18%씩 뛰었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매출 상위 10개 메뉴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5년 평균 17.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돈가스 1인분 평균 가격이 2019년 8517원에서 올해 1만659원으로 25.1% 올라 인상 폭이 가장 컸다. 돈가스는 2022년 934..
"중환자 처치 때 천국과 지옥 오가지만 우리 아니면 누가 하나" 전공의 이탈 후 첫 명절 맞는 '권역응급센터' 해운대백병원 르포 부산=오경묵 기자 입력 2024.09.14. 01:03 업데이트 2024.09.14. 08:04 지난 12일 오전 11시 20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응급실. 키 150㎝ 정도 깡마른 체구의 80대 할머니가 바퀴 달린 이동 병상에 실려 안으로 들어왔다. 창백한 얼굴에 눈을 감은 할머니는 의식이 없었다. 박하영 응급의료센터장과 4명의 간호사가 동시에 할머니 병상으로 뛰어갔다. 환자의 맥박이 정상의 30%로 떨어져 있다. “빨리! 맥박부터!” 박 센터장이 다급히 지시를 내리자, 간호사들이 환자 양팔에 주사기를 꽂아 약물을 투여했다. 박 센터장은 보호자에게 “심박수가 떨어져 있어 우선 약을 써서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며 “호전이 되면 정밀..
열차가 달려간다… 홀린 듯 책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고향에 귀성·귀경길 읽기 좋은 책 10 황지윤 기자 곽아람 기자 김광진 기자 유석재 기자 이태훈 기자  입력 2024.09.14. 00:32 추석이다. 귀성·귀경길은 지루함과의 싸움. 기차 안에서 후루룩 읽으며 길동무하기 좋은 책 10권을 추석 특집으로 소개한다. 출판·문학·학술·어린이 책 담당 기자들이 열띤 논의와 고민을 거쳐 골랐다. 기차가 배경인 시와 소설, 뉴욕을 배경으로 청춘들의 분투를 그린 그래픽 노블 ,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에세이 등이다. 정보가 많은 책을 선호하는 독자를 위한 학술서,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부모들을 위한 그림책도 함께 준비했다. 묵묵히 나아가는 기차처럼 우리의 삶도 전진하고 있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정호승 시집| 창비|102쪽|9000원 리스본행 야간열차..
[만물상] 북한의 '자해 소음' 김광일 기자 입력 2024.09.13. 20:15 업데이트 2024.09.13. 22:42 1989년 12월 미군이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잡으러 파나마시티에 들어갔으나 그는 바티칸 대사관으로 도망쳤다. 무력 체포를 할 수 없게 된 미군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썼다. 전차와 장갑차를 갖다 놓고 공회전을 시켰고, 대사관 옆 공터를 헬기 착륙장으로 만들었다. 이때 나오는 소음이 효과가 있을 듯하자 이번에는 대형 스피커로 록 음악을 24시간 틀었다. 더 클래시, 밴 헤일런 등 주로 과격 밴드의 연주였다. 견디다 못한 노리에가가 열흘 만에 손들고 나왔다. ▶헤비메탈 같은 강렬한 비트 음악은 그걸 접해 볼 기회가 없었던 문화권 사람에겐 적잖은 고통이다. 미군은 중동의 아랍권 포로에게 ‘소음 고문’을 자주 써먹었다...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대통령과 여당은 2년 6개월째 충돌 중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4.09.13. 00:03 용산과 여의도 양대 권력 '비토크라시' 시대 '4+1개혁' 옳아도 지지율 낮으니 실행 어려워 게다가 정권 재창출 실패하면 '무업적 정부' 역대 정권 몰락은 늘 '내부 분열'에서 시작 지난 주말 韓대표 빼고 용산서 최고위원 만찬 공멸 꿈꾸는가… 양쪽 다 전략 바꿀 마지막 기회 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역사적 업적’과 ‘정권 재창출’을 모두 해내야 한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둘 다 쉽지 않은 목표다. 극단적 여소야대라 야당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후 풍족했던 자산을 허무하게 탕진했다. 그 결과 통치의 중요한 기반인 ‘지지율’과 ‘총선 승리’ 모두 잃었다. 이제 개혁은 이룰 수 없는 꿈..
[만물상] 추석(秋夕) 아니라 하석(夏夕)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9.12. 20:54 업데이트 2024.09.13. 00:32 어릴 적 추석이 다가오면 어머니는 장에 가서 자식들 옷을 한 벌씩 사오셨다. 명절 아니면 새 옷을 입기 힘든 시절이라 추석 때면 어머니가 어떤 옷을 사 오실지 기대에 부풀었다. 어머니가 내놓은 옷은 언제나 가을에 입는 긴팔에 긴바지였다. 그 옷을 입어도 이른 아침 성묘를 가면 추워서 몸이 떨릴 때가 많았다. ▶올 추석(17일) 연휴엔 긴팔은 상상도 못 할 것 같다. 추석 연휴에 한낮 기온이 평년 기온보다 5도 안팎 높은 30도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한반도 대기 상층엔 티베트고기압, 중하층엔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 잡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30도 이상이면 해수욕을 할 수 있을 기온이다. 보름달이 ..
[2030 플라자] 너는 부도덕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천현우 작가·前용접 근로자 입력 2024.09.11. 23:58 업데이트 2024.09.12. 00:19 카페서 아이랑 노는 엄마는 맘충·기초생활수급자는 진상이다? 속으로 삭여도 될 일을 인터넷 댓글창서 굳이 훈계하는 세상 易地思之 필요한 시대…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도덕적이지 않다 대한민국 청년 직장인 대표 커뮤니티는 단연 ‘블라인드’다. 한국에서만 600만명 넘게 가입한 이 앱은 이용자의 아이디(ID) 대신 직장이 노출된다. 구조가 이러니 대기업 직장인이 발언권 얻기 쉬운 구조다. 주요 담론 또한 이직, 커리어, 면접 후기, 연봉 협상 및 비교 같은 대기업 직장인들의 먹고사는 이야기들이다. 대기업 일자리가 20%도 되지 않는 나라에서 이런 커뮤니티가 대표성을 가진 현실은 ‘평균 올려치기’라는 유행어의..
[만물상] 블루칼라 '인생 역전'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9.11. 20:41 업데이트 2024.09.11. 23:46 육체 노동자를 뜻하는 블루칼라(blue-collar)라는 말은 1920년대 미국 신문 구인 광고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옷깃(collar) 색깔로 직업 세계를 구분한 것이다. 당시 미국의 육체 노동자들은 청바지에 청색 셔츠를 주로 입었다. 과거엔 불황이 닥치면 블루칼라부터 희생양이 됐다. 기업들이 ‘생산 감축’ 카드를 먼저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며 블루칼라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 인구 감소, AI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육체 노동 재평가 등으로 블루칼라의 몸값이 크게 올라 ‘빈익부 부익빈’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코로나 팬데믹이..
"1900조 육박한 가계빚, 부실 막기가 우선 목표 돼야" 방현철 기자 입력 2024.09.10. 00:32 [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가 말하는 가계부채의 경제학  10년 전인 2014년 아티프 미안 프린스턴대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교수는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이란 책으로 경제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재무장관)는 “아마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뒤이은 대침체에 관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극찬했다. 두 경제학자는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에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을 은행의 실패보다는 과도한 빚에 짓눌린 가계가 원리금 부담 때문에 소비를 줄이면서 경제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데서 찾았다. 한국의 2분기(4~6월) 가계 부채는 1896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
[자작나무 숲] 구태여 태극기가 아니더라도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4.09.09. 23:57 100m 광화문 국기게양대 논란되자 한 달간 의견수렴 참여 겨우 522명… 전 국민 0.001%가 대표성 있나 구심점 간절하겠지만… 광장의 정체성이 무엇일까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바실리 성당을 배경으로 외국인 여학생이 셀피를 찍는다. 손에 흰 종이가 들렸고, 거기 ‘THE’라고 적혔다. 그렇다. 여기가 바로 러시아의 ‘그곳’이다. 이반 뇌제가 바실리 성당을 세우고 그 앞에서 법령을 선포한 16세기 이래 붉은 광장은 러시아제국, 사회주의 소연방제국, 포스트 소비에트 제국이 민중과 만나는 역사 현장 1번지였다. 기념일 열병식, 지도자 장례식 같은 국가 행사도, 각종 대규모 집회, 시위, 대중 퍼포먼스도 거기서 열린다. 한겨울이면 거대한 스..
♥[만물상] 용서의 힘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9.09. 20:35 업데이트 2024.09.09. 23:47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은 ‘인간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용서인가 처벌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이다. 소설 주인공 장발장은 빵을 훔친 죄로 19년 감옥살이하는 내내 세상을 증오한다. 그런데 출소 후 성당에서 은식기를 훔치다가 들켰을 때 성당 사제가 “내가 준 것”이라며 장발장을 감싸고 은촛대까지 선물하자 분노를 털어내고 이후 선한 삶을 추구한다. ▶소설 밖 세상에도 범죄와 비행의 나락에 빠진 이를 처벌 대신 용서로 구원하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많다. 서울 용산에서 국숫집을 하던 배혜자 할머니는 생전에 노숙자에게 공짜로 국수를 대접했다. 한 번은 어느 사람이 국수값을 내지 않고 도망..
♥시주함 훔친 소년 품어준 스님… 남자의 인생 바꿨다 김한수 기자 입력 2024.09.09. 01:36 업데이트 2024.09.09. 06:28 IMF 시절 통도사서 돈 훔친 소년 27년 만에 갚으며 '참회의 편지' “어린 시절 생각이 없었습니다. 27년 전에 여기 자장암에서 시주함을 들고 산으로 가서 통에서 돈을 빼갔습니다. 약 3만원 정도 기억납니다.” 최근 경남 양산 통도사 자장암 시주함에서 편지 한 통과 함께 5만원짜리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가 발견돼 불교계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도 남기지 않은 편지의 주인공은 27년 전 자신이 자장암 시주함에서 3만원을 훔쳤던 사실을 고백하면서 “곧 아기가 태어날 예정인데, 아기에게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다.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200만원을 동봉했다. 27년 전은 1997년, 한국 사회 전..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36] 산그늘 문태준 시인 입력 2024.09.08. 23:52 산그늘 장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나에게 젖을 물리고 산그늘을 바라본다 가도 가도 그곳인데 나는 냇물처럼 멀리 왔다 해 지고 어두우면 큰 소리로 부르던 나의 노래들 나는 늘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했으나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어느 곳에서 기러기처럼 살았다 살다가 외로우면 산그늘을 바라보았다 -이상국(1946~) 시인은 아주 어렸을 적의 일을 회상한다. 물건을 사고파는 장에 다녀온 어머니는 아이를 품에 안아 젖을 물리면서 먼 산에 산그늘이 내린 것을 망연히 바라본다. 하루의 해가 뉘엿뉘엿 기운 무렵이었을 것이다. 장성(長成)한 시인은 어느 날 옛집에 들러 산그늘을 바라보면서 그때의 어머니를 생각한다. 시인은 그동안 대처(大處)로 나가 사느라 힘들고 고생스러운 ..
♥[만물상] 사후(死後) 이혼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9.08. 21:22 업데이트 2024.09.08. 23:33 가수 자두가 부른 ‘김밥’에 사별하는 순간까지 사랑하겠다고 맹세하는 대목이 있다.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중략)/ 세상이 우릴 갈라 놓을 때까지/ 영원히 사랑할 거야.’ 하지만 사별조차 부부의 연을 끊지 못한다고 믿는 커플도 많다. 그런 이들은 ‘세상이 우릴 갈라 놓아도 저승에서 다시 만나면 된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오르페우스가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가고, ‘신곡’에서 단테가 연인 베아트리체와 재회하는 곳은 모두 사후 세계다. ▶그런데 일본에선 사별한 배우자와 이혼하는 사후(死後)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12년 2213건이었는데 해마다 늘어 2022년엔 300..
[만물상] 서울 마지막 연탄 공장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9.05. 20:35 업데이트 2024.09.05. 23:47 일본 규슈 지방에선 무연탄을 벽돌 형태로 빚어서 구멍을 2~3개 뚫어 난방에 썼다. 그 모습이 연근을 닮아 ‘연꽃 연탄’으로 불렸다. 1900년대 초 한반도와 중국으로 퍼졌다. 지금처럼 원통형에 구멍을 뚫은 연탄이 한반도에 등장한 해는 1932년이었다. 구멍 9개를 뚫어 구공탄이라 했다. 이후 구멍 19~49개 등 다양하게 변형됐지만 원통형이면 모두 구공탄이라 부를 만큼 연탄의 대명사가 됐다. ▶연탄은 산업화 시절 우리 사회의 대표 연료였다. 외화 없이 경제개발에 나선 박정희 대통령은 처음엔 석탄을 주 연료로 하고 수입 석유를 보조로 사용하는 주탄종유(主炭從油) 정책을 택했다. 탄광촌에선 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
"환자 11명 동시에 돌봐… 응급실서 홀로 외줄타는 심정"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작가 입력 2024.09.05. 00:55 업데이트 2024.09.05. 07:00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4일 최근 불거진 응급실 의료 공백 이슈에 대해 “응급실에 어려움이 일부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료진이 힘겹게 응급실을 지키고 있지만 번아웃(극도의 피로)으로 힘들어하고 있고, 많은 응급실이 문을 닫는 ‘셧다운’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서울 서남권에서 중증 응급 환자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대목동병원도 이날부터 매주 수요일 야간(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 30분)엔 성인 응급 환자를 받지 않는 ‘제한적 운영’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이 병원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가 현재 응급실에서 겪고 있는 상황을 ..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키오스크 피로 사회… 그 식당에 가지 말아야겠다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4.09.04. 23:58 김밥집·푸드코트는 몰라도 비싼 청어 국수·인도 식당까지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어놓고 왜 시니어에게 배우라 하나 인간 소외시켜서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 기계'로 불러 주마 최근에 메밀 소바 맛집을 다녀온 친구가 이제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맛이 변했냐고 했더니 키오스크 때문이라고 했다. 비싼 돈을 주고 소바를 먹으면서 키오스크로 주문까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청어 소바로 유명해져 분점도 낸 그 식당의 소바는 2만원이다. 맛있을뿐더러 접객의 태도와 분위기가 좋았고, 그렇기에 그 가격을 지불할 수 있었다. 이제 그 태도는 없는데 가격은 예전보다 훨씬 올랐다. 맛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바 한 그릇에 2만원을 내고 싶지는 않다. 그 식당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
[만물상] '친환경'의 역습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9.04. 20:38 업데이트 2024.09.04. 23:49 2015년 여름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해양생물학 전공 대학원생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그는 빨대를 빼주자 콧구멍에서 피가 쏟아지며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전 세계에서 6000만명이 보는 등 파장이 커지자, 미국 시애틀시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령을 내렸다. 스타벅스, 아메리칸항공 등 기업들도 속속 동참했다. ▶한국 정부도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한동안 금지한 바 있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가 등장했다. 하지만 엊그제 나온 환경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부터 폐기 과정까지 종이 빨대가 이산화탄소 배출은 4.6배, 토양 산성화 정도는 2..
♥[5분 명상] 출퇴근할 동안 심호흡… 들숨에 행운을 마시고 날숨엔 걱정 내보내요 성소은·'반려명상' 저자 입력 2024.09.04. 00:30 새들의 합창이 적막을 깨웁니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는 경고 사인, 알람입니다. ‘아 벌써 아침이라니 5분만….’ 어렵게 일어나 준비하면 나갈 시간도 빠듯한 게 현실이지요. 그런데 아침에 명상을 하라고요? 말은 좋지만 안 하던 행동을 일상에 끼워 넣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명상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전히 ‘그림의 떡’이거나 물과 기름처럼 일상을 겉도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집에서 여념이 없다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보면 어떨까요? 자동차나 지하철, 버스 안에 있는 시간을 다르게 써보는 겁니다. 우선 손에 들려 있는 휴대폰은 주머니에 깊이 넣어두고 이동하는 내내 ‘좋은 숨’을 쉬어 보세요. 좋은 숨이란 호흡에서 생각을 빼낸 숨이에요.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