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3.09.14. 03:00 총이 무서워서 미국에 가고 싶지 않다던 사람이 말했다. 이제 한국도 미국이 되었네. 뭐라고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사람이 다쳤고, 죽었다. 다치거나 죽지 않았어도 그곳에 있던 사람도 있다. 몸이 다치지 않았다고 다치지 않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쇼핑몰에서, 산책로에서, 사무실 밀집지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서 느낀 가장 큰 감정은 무력감이었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어떤 실수도 하지 않았는데 죽을 수 있다니. 이런 공포심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아니다. 칼, 너클, 흉기, 괴한, 난동, 무차별, 범죄라는 단어로 무한 재생산되는 뉴스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