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1701) 썸네일형 리스트형 세금도 안붙는 초저가 중국 직구에 ‘아웃’ 당하는 中企 최연진 기자 입력 2024.03.29. 03:41 업데이트 2024.03.29. 06:10 알리·테무·쉬인 저가제품 공습 국내 제조업계 80% “매출 영향” “규제하기 전에 공장 문닫을 판” 국내의 한 영유아용 완구 제조 업체는 최근 장난감 생산량을 50%까지 줄였다. 지난해부터 알리익스프레스(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를 통해 초저가 직구 제품이 쏟아지면서 판매량이 매달 뚝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 수가 60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15명 수준으로 줄였다. 이 회사 대표 A씨는 “겉으로 보면 엇비슷하지만 중국산 제품은 어떤 소재를 썼는지, 안전 인증을 받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데 우리 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라 도저히 경쟁이 안 된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규제..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하는데 왜 역풍 안 부나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4.03.29. 03:00 대선 때 윤 대통령 찍은 중도층과 2030 대통령의 ‘정치적 태도’에 실망해 이탈 與는 정체성·리더십·지지기반 3중 위기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고? NO,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 돼야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역사적 선거다. 세계관의 충돌로 볼 수 있는 ‘주류 교체 전쟁’의 결정적 전투다. 전쟁과 스포츠처럼 선거도 전력·전략·정신력에서 승패가 갈린다. 세 가지 모두 민주당이 압도하고 있다. “3년은 너무 길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도 역풍이 불지 않을 정도로 ‘정권 심판’ 기류가 강하다. 조국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레임덕, 나아가서 데드덕을 만들겠다”며 “정치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무서울 정도로 솔.. [만물상] 영빈관의 용접공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3.28. 21:17 업데이트 2024.03.29. 02:44 엊그제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의 영빈관에 용접공 등 이 회사 외국인 기능공 42명이 초청받아 각별한 대접을 받았다. 세계 1위 조선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가 플라즈마 자동 용접 등 특수 용접 기술이다. ▶두 개의 금속 물체를 붙여 하나로 만드는 것이 용접이다. 휴대폰, 아파트, 자동차, 선박, 비행기에서부터 최첨단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의 뿌리 기술이다. 용접의 역사는 금속의 역사만큼 길다. 기원전 3000년경 청동기 시대에 수메르인들이 땜질로 이어 붙여 만든 칼이 발굴됐다. 불 속에 철광석을 넣어 무르게 한 다음 망치로 두들겨 붙인 최초의 단조(鍛造) 용접이다. 1801년 영국의 과학자 험프리 데이비가..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당신의 세계는 변하고 있습니다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4.03.28. 03:00 업데이트 2024.03.28. 06:15 영화 ‘오키쿠와 세계’의 몰락한 사무라이는 한 남자에게 묻는다. “자네, 세계라는 말을 아나?”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사무라이의 딸 오키쿠는 ‘세계’를 쓸 수는 있어도 그게 뭔지 모른다. 오키쿠를 도와주려는 스님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며 말한다. “여어어기서부터 저어어기까지”가 세계라고. 글자를 배우는 아이들도, 글자를 가르치는 오키쿠도, 세계의 뜻을 말한 스님도 모두 어리둥절하다. 영화 배경은 19세기, 서구어 번역어인 ‘세계’라는 말이 세상에 퍼지기 전이라 그렇다. 그들과 달리 21세기 사람인 우리는 ‘세계’를 안다. 그런데 ‘지구상 모든 나라’ 또는 ‘인류 사회 전체’가 세계라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뜻.. [만물상] ‘셰셰’ 명백인(明白人) 안용현 기자 입력 2024.03.27. 20:26 업데이트 2024.03.28. 01:30 국민당군에게 쫓기던 마오쩌둥이 공산당 선전 책을 써줄 외국 기자를 물색했다. 미국인 에드거 스노를 근거지 옌안으로 불러 인터뷰했다. 스노가 1937년 쓴 ‘중국의 붉은 별’은 공산당을 지나치게 미화한 내용이 많다. 거짓 수준의 ‘창작’도 있다. 그러나 중공에 대한 서방 인식을 180도 바꿔 놨다. 마오는 문화대혁명 도중에도 스노를 불러 대접했다. 스노의 책은 우리나라 586세대를 포함해 전 세계에 ‘마오쩌둥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스노는 중국의 1호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가 됐다. ▶1969년 중·소 국경 우수리강에서 충돌이 벌어져 200명 가까운 양국 군인이 전사했다. 중국은 소련의 핵 공격에 대비해 수.. ♥[5분 명상] 호흡으로 잡념 비우고 상대의 눈을 보며 경청… 마음에 귀 기울여보자 박희승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입력 2024.03.27. 03:00 소통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빠르게 변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유명한 종교인도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하더군요.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소통이 중요하지요. 소통은 대화로 이루어집니다. 오늘은 대화할 때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경청 명상을 소개합니다. 대화나 회의를 할 때 내 생각을 잘 전하는 것만큼이나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하지요. 대화하면서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TV나 딴 곳을 바라본다면 대화가 잘되지 않겠지요. 대화할 때는 대화에 집중해야 해요. 대화하기 전에 잠깐 호흡에 집중하여 잡념을 비워 보세요.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상대의 눈이나 인중을 보고 마음을 열고 말을 들어.. [만물상] 잠에서 깬 ‘하이엔드 중국’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3.26. 21:01 업데이트 2024.03.27. 00:54 중국은 수천 년간 외국에서 공물을 받고 하사품을 주는 조공(朝貢) 무역을 했다. 조공 체제를 유지한 힘 중 하나는 중국산 하이엔드(high end·최고 품질) 물건이었다. 주변국들은 조공을 통해서만 도자기, 종이, 비단, 의약품, 과학기구 등 당대 최고 물품을 접할 수 있었다. 조선 왕조가 3년에 한 번만 조공하라는 명나라 요구를 무시하고 매년 여러 차례 조공 사신단을 보낸 것도 고품질 물품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17세기 유럽 왕실, 귀족 저택엔 ‘차이나 룸’이란 별실이 있었다. 중국 도자기, 옻칠 가구, 비단 같은 중국산 공예품을 따로 모아둔 장소였다. 차이나 룸의 규모가 부의 척도로 여겨질 정도였다. .. ♥“의사 증원만큼 돌봄 인력 증원도 중요합니다” 한예나 기자 입력 2024.03.26. 03:29 ‘외국인 차등 임금’ 보고서 논란 한국은행 오삼일 팀장 인터뷰 “국내 노동시장에서 인력난이 제일 심한 분야가 간병과 육아 등 돌봄 서비스입니다. 의사 수급(수요와 공급)만큼이나 돌봄 서비스 인력난도 심각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육아와 간병 등 돌봄 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돌봄 서비스 인력난·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고령화 등의 여파로 돌봄 서비스 인력 부족 규모가 2042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최저임금과 외국인 노동자 같은 민감한 사안을 정면으로 다룬 보고서는 상당.. ♥“개같이 벌어 개한테 쓴다”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4.03.26. 03:00 업데이트 2024.03.26. 07:48 최근 찾은 애견용품 박람회, 축구장보다 훨씬 큰 전시장에 ‘人山犬海’ 犬체공학적 가슴줄, 50만원짜리 개소파…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팔려 저출생 시대, 개같이 벌어봐야 줄 사람도 없다는 말이 우스개 아니더라 얼마 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애견용품 박람회에 갔더니 입구에 이렇게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개같이 벌어 개한테 쓴다.” 처음에는 우습게만 여겼는데 곱씹을수록 그럴듯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돈 버는 일은 점점 더 힘들고 개 키우는 사람은 줄곧 늘어나고 있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으니 개 먹이고 치장하는 게 낙이다. 나는 설령 개같이 벌더라도 그 돈을 개한테 쏟아부을 생각이 없지만 .. [만물상] 러시아와 이슬람의 ‘불구대천’ 안용현 기자 입력 2024.03.25. 20:25 업데이트 2024.03.26. 00:05 19세기 남진하는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이 10여 차례 전면전을 벌였다. 러시아가 이겼다. 흑해부터 중앙아시아에 걸친 이슬람 영역을 차지했다. 지금도 러시아 인구 1억4300만여 명 중 2000만명 이상이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다. 차르가 이슬람교 대신 기독교 일파인 러시아 정교를 강요하자 무슬림들이 집단 반발했다. 러시아 혁명이 터지자 차르 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던 무슬림 중에서도 공산주의자들이 나왔다. ▶러시아 무슬림들은 레닌과 스탈린을 지지했다. 종교·민족 문제에서 관대하다고 봤다. 커다란 오판이었다. 스탈린은 1920~1930년대 정적과 무슬림 공산주의자들을 대거 숙청했다. 종교·이념·민족이 결합하면 1인 .. ‘12대88의 벽’ 깨뜨리려 서울시가 먼저 응답했다 지자체 최초 플랫폼 근로자 보호 지침 명문화 최종석 기자 입력 2024.03.25. 03:00 업데이트 2024.03.25. 06:38 서울시가 웹툰 작가 등 프리랜서와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을 만든다고 24일 밝혔다. ‘비정형 근로자’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근로자처럼 일을 하면서도 개인 사업자이다 보니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별도로 지침을 만들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본지가 전태일재단과 함께 만든 ‘12대88의 사회를 넘자’ 기획 시리즈에서 노동법의 울타리 밖에 있는 프리랜서 문제를 지적한 이후 나온 조치다. 서울시는 ‘비정형 노동자 권익보호지침’에 비정형 근로자가 알아야 할 기본 권리와 공정한 계약의 요건, 권익 침해 시 구제 방.. [리빙포인트] 봄철 미더덕 고르는 요령 조선일보 입력 2024.03.25. 03:00 미더덕은 봄이 제철이다. 보통 황갈색이지만 붉은색을 띠는 미더덕이 더 맛있다. 몸통이 통통하고 특유의 향이 강한 미더덕을 고르자. 원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living/2024/03/25/UF2PBGMDVRBXJCRBIIVNBJ435U/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천덕꾸러기 된 ‘민변’ 황대진 논설위원 입력 2024.03.24. 21:18 업데이트 2024.03.25. 01:35 1984년 9월 1일부터 3일간 서울에 폭우가 쏟아졌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이 망원동이다. 330㎜가 넘는 집중호우에 유수지 펌프장 수문이 붕괴돼 1만여 가구가 물에 잠기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만 해도 천재(天災)로 인식됐지만 조영래 변호사는 달랐다. 부실 공사를 하고 유수지 관리를 잘못한 서울시와 건설사의 인재(人災)라며 주민을 모아 집단소송을 냈다. 수임료는 승소하면 받겠다고 했고, 결국 주민 1만2000여 명이 53억여 원을 배상받았다. ▶이 소송을 계기로 모인 변호사들이 만든 단체가 후에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됐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순우리말로 ‘모임’이라고 이름 붙인 게 .. “의대 ‘지방 유학’ 어디로?” 맘카페선 열띤 토론 수도권 학부모, 의대 증원 결정에 들썩… 교육청에 문의도 표태준 기자 김병권 기자 입력 2024.03.23. 03:00 서울 서초구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올해 초등학생 둘째 아이를 강원도 춘천으로 전학 보낼 예정이다. 지난 20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고 82%를 지방대에 배정하자 자녀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대에 보내려고 이사를 결심한 것이다. A씨는 “마침 대학교수 남편이 강원도에서 일하기 때문에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평일엔 춘천에서 학교 보내고 주말엔 서울로 데려와 강남 학원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의대에 쉽게 보내기 위해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를 하는 이른바 ‘지방 유학’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인재 전형은 의대가 있는 지역.. ‘디플레이션’ 수출하는 중국... 내수 침체되자 헐값 공세 친중 국가까지 “중국산 막아야” 이정구 기자 입력 2024.03.23. 03:00 업데이트 2024.03.23. 06:43 “중국산 제품의 약탈적 영업에 맞서 국내 시장을 지켜야 한다.” 중국 주도의 경제 협력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으로 대표적 친중(親中) 행보를 보여온 브라질의 화학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는 중국산 철강·석유화학 제품 등에 대해 반(反)덤핑 조사에 나섰다. 중국의 초저가 공세가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국내 양대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중국산 등 수입 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 신청을 검토 중이다. 실제 올 1~2월 중국의 철강 수출량이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치인 1590만t을..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87] 입 닫고 살아야 편한 사회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입력 2024.03.22. 03:00 업데이트 2024.03.22. 05:31 침묵이 소중하다는 점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이 인정한다. 그러나 그 각성을 넘어 ‘말을 함부로 하면 큰일 난다’는 강박감은 중국이 별나다 싶을 정도로 강하다. 우선 입 가벼운 사람에게 쓰는 말이 심상찮다. 요설(饒舌)이 대표적이다. 꺼리지 않고 마구 내뱉는 말이다. 교묘하게 꾸미는 말은 교설(巧舌)이라고 부르며 경계한다. 그런 말을 교언(巧言)이라고 적어 공자(孔子)가 일찌감치 배척했다. 말수가 적어 바람직한 인간상은 침묵과언(沈默寡言)으로 적는다. 한 번 내뱉은 말이 부르는 위기에 중국인들은 퍽 민감하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 속도로도 입을 빠져나간 말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뜻의 사불급설(駟不及舌)이 .. [만물상] 선거판의 백의민족 배성규 기자 입력 2024.03.21. 20:13 업데이트 2024.03.21. 23:51 파라오를 숭상한 고대 이집트인들은 흰옷을 즐겨 입었다. 흰색은 태양을 상징했다. 그리스와 로마에선 신부에게 흰 예복을 입혔다. 순결을 의미한다고 여겼다. 바로크 시대엔 천사를 하얗게 표현했다. 흰색은 정치적 순결도 의미했다. 로마 집정관과 원로원 의원들은 흰색 양모 토가를 걸쳤다. 공직의 상징이었다. 영어의 공직 선거 후보자 ‘candidate’는 ‘흰옷을 입은 사람’이란 의미의 로마어 ‘Candidatus’에서 유래했다. 정부 보고서도 ‘백서(white paper)’라 부른다. ▶우리는 삼국 시대 전부터 흰옷을 즐겨 입어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 했다. 중국 ‘위지(魏志)’에 따르면 부여인들은 흰색 도포와 바지를 ..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세계화 멈춤? 非서구에선 중단 없이 달린다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4.03.21. 03:00 2월 14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도착했다. 바쿠는 러시아 제국 치하에서 대규모 석유 단지로 개발되면서 급성장한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바쿠 최대 번화가인 사힐 구역은 러시아 여느 대도시 못지않은, 화려하고 웅장한 러시아식 건물들을 뽐내고 있었다. 한편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소련 시대에 세워진 시가지가 눈에 들어오는데, 한국인에게도 무척 친숙한 소련식 아파트가 즐비했다. 러시아와 소련은 아제르바이잔을 지배하면서 수많은 표준을 제공하거나 강요했다. 번창하는 석유 도시로 수많은 민족이 이주해 왔고, 그들의 소통은 오직 제국 언어인 러시아어로만 가능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독립한 뒤 30년이 훌쩍 넘게 지난 지금, 바쿠의 내면.. [만물상] ‘엘리베이터 단 반도체’ HBM 곽수근 기자 입력 2024.03.20. 20:43 업데이트 2024.03.21. 01:39 1854년 뉴욕 산업박람회에서 미국의 엔지니어 엘리샤 오티스가 박람회장에 설치한 대형 엘리베이터에 발을 디뎠다. 그는 자신이 타고 올라간 엘리베이터에 연결된 케이블을 끊게 했다. 그가 개발한 엘리베이터는 줄이 끊어져도 추락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도르래를 이용한 형태로 첫선을 보였지만 안전성 우려에 2000년 넘게 물건 나르는 용도에 머물렀던 엘리베이터가 오티스의 시연을 계기로 사람이 탈 수 있는 기구로 도약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수요가 급증한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아파트’로 비유된다. 아파트는 수직으로 쌓아올린 D램 ..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NASA의 비밀 계획이 만든 위대한 여정, 보이저와 작별을 준비할 때 박건형 기자 입력 2024.03.19. 03:00 업데이트 2024.03.19. 06:18 닉슨 설득해 175년 만에 행성 정렬한 1977년 쌍둥이 탐사선 발사 지난해부터 통신 두절, 원자력 동력 꺼지면 지구와는 영원히 작별 보이저 1호, 4만년 뒤 북극성 방향 별 ‘글리제 445′와 첫 조우 예정 1970년대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위 관계자가 백악관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찾아갔다. 그는 “우주 탐사의 가장 큰 기회가 175년 만에 찾아왔다”고 했다.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 태양계에서 지구 바깥쪽 궤도를 도는 외행성(外行星)이 일자로 늘어서는 이른바 ‘행성 정렬(Grand Alignment)’을 맞아 탐사선을 쏘아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행성 정렬 시기에는 탐사선이 가장 짧은 거리로.. [만물상] ‘저임금 선진국’ 일본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3.18. 20:20 업데이트 2024.03.18. 23:45 1990년대 초 일본 사회를 다룬 만화 ‘짱구는 못 말려’. 무역상사 계장인 짱구 아빠의 연봉은 650만엔이었다. 당시 5대1 원·엔 환율을 곱하면 3250만원 수준이다.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은행 대리 아빠가 등장한다. 그의 월급은 58만원. 보너스를 600%로 잡으면 연봉이 1000만원 수준이다. 30년 전엔 일본 대기업 연봉이 한국 은행원보다 3배쯤이었던 것 같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한일 간 임금 역전을 가져왔다. 엊그제 한국경총이 발표한 ‘한일 임금 추이’를 보면, 2022년 기준 한국 대기업의 평균 월급은 588만원으로, 일본 대기업 443만원보다 32%나 많다. 지난 20.. 삼성 스마트폰 두뇌 가격 30% 뛰었다... 부품·원자재 가격 급등에 IT업계 한숨 올해 실적 반등에 악영향 박지민 기자 입력 2024.03.18. 04:08 업데이트 2024.03.18. 06:14 전자 업계의 주요 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 값이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함께 미·중 무역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IT 기기 등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정체된 소비자 수요는 회복되지 않으면서, 완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자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기업들의 실적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원자재·공사비 모두 올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은.. “파업 전공의 군대 가거나 징역”… ‘反尹 전선’에 뛰어든 中 매체 총선 앞두고 왜곡된 정보 확산 김민서 기자 입력 2024.03.18. 03:27 업데이트 2024.03.18. 06:01 구독자 수십만 명의 한 중국 유튜브 채널은 최근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파업 전공의들에게 ‘사직할 거면 군대 가라’고 협박해 의사들이 겁에 질렸다”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게시했다. 이 채널은 “한국인들이 입대를 기피하는 이유는 신병 괴롭힘 문화 때문인데 많은 신병들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차라리 감옥 생활이 나을 정도”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하지 않은 발언을 마치 직접 한 것처럼 왜곡하고 한국 병영 문화의 일부 부정적 측면을 과장한 것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일부 중국 매체와 중국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의료 파업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에 부정적인 콘텐츠와 기사 등을 조.. [만물상] 레이저 무기 곽수근 기자 입력 2024.03.17. 20:49 업데이트 2024.03.17. 23:47 지난해 하와이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미국에서는 ‘레이저’가 화재 원인이란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로 퍼졌다. 무장 단체가 산을 겨냥해 레이저를 발사해 불이 났다는 소문이었다. 1960년 당시 미국 휴즈 연구소의 연구원 시어도어 메이먼은 높은 에너지를 가진 원자에 빛 에너지를 가하면 더 강한 빛을 낼 수 있다는 이론에 착안해 광자(光子·빛의 입자)를 생성하고 증폭해 쏘는 장치를 개발했다. 영어 약자로 ‘복사 유도 방출에 의한 광증폭’을 뜻하는 ‘레이저(LASER: Light Amplification by the S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 훨씬 전부터 공상과..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총선 판의 정치인들 험한 말… 국민 가슴은 멍든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4.03.15. 03:00 ‘패륜 공천’ ‘비명횡사 공천’ ‘몽둥이로 때려야’… 더럽고 거친 말들 전장의 총알처럼 날아다녀 상대방 공격 위해 온갖 신조어… 천박한 은어도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한 솜과 같지만 잘못 사용하면 가시·칼·도끼가 돼 사람 해쳐 나는 말 곱게 하는 사람에게 한 표 보태겠다 톨스토이가 그랬던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정당이 선거에 나설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공천’에 이렇게 많은 색깔과 이름이 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자기 당 후보 공천이나 잘하면 될 일이지, 남의 당 공천이 잘못되었다며 비난하는 데 온 힘을 다해 다채로운 표현을 동원하며 애를 .. ♥[만물상] 놀라운 ‘AI 화가’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3.14. 20:48 업데이트 2024.03.15. 00:13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혼자 그렸다. 비계를 오르내리며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그리느라 4년이나 걸렸다. 후대 화가 루벤스나 렘브란트였다면 몇 달 안에 끝냈을지 모른다. 두 화가는 ‘그림은 화가가 직접 그려야 한다’는 오랜 통념을 깼다. 밑그림만 직접 그리고 완성은 조수들에게 맡겼다. 자신의 대표작 ‘스폿 페인팅’ 연작을 조수와 함께 그린 현대 영국 화가 데이미언 허스트도 “작품의 개념만 잘 전달된다면 그리는 작업을 누가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예술의 통념을 깨는 시도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세기 초 마르셀 뒤샹은 세라믹 재질의 남자 소변기에 ‘샘’이란 제목을 붙여 전시했다. 작품 .. ♥월세 보증금까지… 김밥 할머니 마지막 선물 서보범 기자 입력 2024.03.14. 03:35 6억 기부 박춘자 할머니 별세 유언으로 모든 것 나누고 떠나 남한산성 길목에서 김밥을 팔며 모은 돈으로 사회 곳곳에 기부해 온 박춘자(95) 할머니가 지난 11일 별세했다. 박 할머니는 마지막 재산인 월세 보증금 5000만원도 기부해 달라고 유언했다. 가졌던 모든 걸 사회에 내놓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1929년 태어났다. 열 살 무렵부터 경성역(현 서울역) 앞에서 김밥을 팔았다. 노점을 단속하는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어렵게 장사했다고 한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아래서 살았기 때문에 학업은 이어갈 수 없었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을 중퇴했다. 6·25전쟁 중인 1951년 결혼했지만, 자녀를 낳지 못.. [박찬용의 물건漫談] 카리나 CD 1000만원어치 샀으니, 연애하지 마라? 오늘날의 CD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입력 2024.03.14. 03:00 업데이트 2024.03.14. 05:09 이번 달 내게 가장 인상적인 글은 ‘카리나 연애 반성문’이었다. 카리나씨는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 멤버다. 이 멤버가 어느 배우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팬 여론이 나빠졌다. 급기야 카리나 본인이 지난 5일 소셜미디어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아이돌 산업의 경제적 작동 원리와 그 심적 근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한편에 음반이라는 물건이 있다. 아이돌 팬은 크게 코어 팬과 나머지로 나뉜다. 코어 팬은 다른 사람들을 ‘일반인’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일반인을 지칭하는) ’머글’이라 부른다. 아이돌을 보통 이상으로 좋아하는 우리는 팬 .. ELS 팔아 얼마 벌었나 봤더니… 4대 은행, 4년간 수수료 2.3兆 챙겨 김보연 기자 입력 2024.03.13. 06:00 신탁 수수료 3조원 육박…80%가 ELS 판매 수익 홍콩 ELS 판매 늘린 국민은행, 9830억원 거둬 홍콩H지수 ‘고점’인 2021년 집중 판매 주요 4대 시중은행이 지난 4년간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신탁 상품을 팔아 3조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H지수 ELS를 가장 공격적으로 판매한 KB국민은행이 신탁 수수료 이익으로 1조원을 거둬들였다. 국민은행은 지난 3년간 홍콩 H지수 ELS를 12조원 넘게 팔았다. 이는 나머지 은행이 같은 기간 판매한 금액(6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은행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벌어들인 신탁.. “안전한 상품” 말 믿었다 반토막.... 홍콩 ELS 손실 몇 % 배상 받을 수 있나 내 손실 몇 % 배상 받을 수 있나 최형석 기자 황지윤 기자 입력 2024.03.12. 03:00 업데이트 2024.03.12. 06:24 2021년 1월 예·적금에 가입할 생각으로 은행 지점을 찾은 80대 A씨는 창구 직원 권유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2500만원을 넣었다. 은행 직원은 “안전한 상품”이라고 강조했지만, 3년 만기가 지난 올 1월에 받아 든 결과는 수익은커녕 1250만원으로 반 토막 난 원금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는 은행에서 원금 손실액의 75% 정도를 배상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설명 의무 위반 등 은행의 과실에 의한 배상 비율이 50%이고, 80세 이상 초고령자(15%포인트), 원금 보장 상품 가입 목적(10%포인트) 등이 ..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