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083) 썸네일형 리스트형 엎드려 자고 욕하면 즉각 제지...뉴욕, 학생 인권만큼 책임도 묻는다 한국과 다른 ‘美 학생권리장전’ 뉴욕=정시행 특파원 입력 2023.07.25. 03:00 업데이트 2023.07.25. 07:36 최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문제가 부각되면서 학생의 자유와 권리에만 치중한 한국의 학생인권조례를 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 경기도와 서울 등 학생인권조례를 채택한 6개 교육청의 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 보호에만 치중해 있다. 반면 경기도가 2010년 김상곤 교육감 시절 국내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 때 참고했다는 미국 최대 교육구 뉴욕시의 ‘학생권리장전(Student Bill of Rights)’엔 학생들이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와 함께 책임 및 의무가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강조돼 있다. 뉴욕의 권리장.. “전쟁땐 가짜뉴스가 치명타...北, 대통령 도망·미군철수 퍼트릴 것” [NEWS&VIEW] 北·中의 거세진 대남 심리전 원선우 기자 김명성 기자 입력 2023.07.25. 03:00 업데이트 2023.07.25. 10:33 여론 분열, 좌우 대립, 남남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북한의 심리전이 갈수록 거세짐에 따라 평시에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놓지 않으면 전시(戰時)엔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면전 시 북한은 대한민국 사회를 내파(內破)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짜 뉴스를 살포할 것”이라며 “범정부적 콘트롤타워를 설치하고 민·관·군이 한 몸이 돼 북한의 심리전에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면전이 발발하면 북한은 국내 고정 간첩과 반(反)국가 세력을 총동원, 인터넷 심리전 우위를 점하려고 할.. 아이작 뉴턴은 위조화폐 범죄 수사도 전문가였다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박건형 기자 입력 2023.07.25. 03:00 업데이트 2023.07.25. 07:43 1600년대 말 윌리엄 3세 시대 영국은 위조화폐로 골머리를 앓았다. 위폐범은 물론 참여한 직공들도 손목을 잘랐지만, 돈을 만들어 돈을 벌려는 사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유통되는 동전의 20%가 가짜인 지경이 됐다. 영국은행 창립 멤버 찰스 몬터규는 부패한 왕립 조폐국을 바꿔야 한다며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감사관으로 추천했다. 이 감사관은 집요하게 위폐범을 추적했고, 수십 명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했다. 1699년 조폐국장까지 올라 25년간 화폐 개혁을 이끈 이 인물이 바로 아이작 뉴턴, 만물의 법칙을 수식으로 표현해 낸 천재였다. 뉴턴은 합리적 추론과 함정 수사, 스파이를 동원한 심.. [만물상] 중국발 ‘브러싱 스캠’ 박종세 논설위원 입력 2023.07.24. 20:08 업데이트 2023.07.25. 00:29 지난 주말 전국을 긴장케 했던 수상한 소포의 정체는 중국발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가짜 주문을 내고 제품 리뷰를 달아 특정 제품이 아마존, 알리바바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단에 오르도록 하는 사기 수법이다. 이 용어는 중국어 ‘솨단(刷單)’에서 왔다고 한다. 솨(刷)는 ‘쓸다’ ‘닦다’란 뜻으로 브러싱(brushing)으로 번역됐지만, 편법으로 취득한다는 의미도 있다. 즉 주문서[單]를 편법으로 취득하는 사기라는 뜻이다. 중국 업체가 이 수법을 사용해 대만을 경유하는 우편을 이용해 빈 껍데기 소포를 대량으로 한국에 보낸 것으로 의심된다. ▶미 경제지 .. [최영미의 어떤 시] [130] 호박(南瓜歎)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3.07.24. 03:00 호박 (南瓜歎) 장마비 열흘 만에 모든 길 끊어지고 성안에도 벽항(僻巷)에도 밥 짓는 연기 사라졌네 태학(太學)에서 글 읽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문안에 들어서자 떠들썩한 소리 들려 들어보니 며칠 전에 끼니거리 떨어지고 호박으로 죽을 쑤어 근근이 때웠는데 어린 호박 다 따 먹고 (중략) 항아리같이 살이 찐 옆집 마당 호박 보고 계집종이 남몰래 도둑질하여다가 충성을 바쳤으나 도리어 야단맞네 (중략) 작은 청렴 달갑지 않다 이 몸도 때 만나면 출세 길 열리리라 안 되면 산에 가서 금광이나 파보지 만 권 책 읽었다고 아내 어찌 배부르랴 (후략)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송재소 옮김) 정약용이 22세에 지은 한시인데 소설 장면처럼 사실적이.. [만물상] 자식 잃은 부모 이하원 논설위원 입력 2023.07.23. 20:22 업데이트 2023.07.24. 00:02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순직한 문광욱 해병대 일병의 아버지 문영조 씨가 이듬해 여름에 연평부대를 방문했다. 문씨의 두 손은 무더위를 식혀 줄 수박을 들고 있었다. 아들 동료들이 죄송하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문씨는 “너희들은 잘 싸웠다. 광욱이 대신 연평도 잘 지켜라”고 위로했다. 같은 해 아들의 모교에 장학금을 내고 2021년 해병대에도 적지 않은 돈을 기부했다. 명예 해병이 된 그는 “광욱이는 만 18세에 시간이 멈춰버렸지만 아들의 후배들은 사회 생활 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2014년 세월호 사고로 사망한 단원고 교사 남윤철씨 장례식장에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조의금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교사 죽음에 ‘한기호 연루’ 가짜뉴스, 3시간만에 퍼졌다 김승재 기자 임경업 기자 입력 2023.07.22. 03:00 [비극 파고든 가짜뉴스] 가짜뉴스 어떻게 눈덩이가 되었나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의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교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여성이 21일 한 의원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이 전날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한 의원에게 직접 선처를 호소한 것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맘 카페에 ‘한 의원 연루설’을 썼다는 한 중년 여성이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해 한 의원에게 ‘용서해달라’며 선처를 구했다”고 했다. 이 여성은 한 의원에게 “나는 인터넷 여기저기에 있는 글을 짜깁기해서 썼는데, 내가 쓴 글이 이렇게 확산할 줄은 몰랐다”는 .. [만물상] 대통령의 별장 황대진 기자 입력 2023.07.21. 21:21 업데이트 2023.07.22. 00:21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는 매년 8월 초 공식 석상에서 동시에 사라진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휴양지 베이다이허 별장촌에 모인다. 피서 목적이라고 하지만 주요 인사, 정책이 이곳에서 정해진다.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승계 등이 여기서 결정됐다. 투표도 없고 총칼을 휘두르지도 않는데 정권이 교체되는 배경에 베이다이허 별장이 있다. ▶권력자의 별장은 외교 무대가 되기도 한다. 시진핑 주석이 2018년 인도 모디 총리를 후베이성의 옛 마오쩌둥 별장에 초대하자, 곧이어 일본 아베 총리도 야마나시현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도훈의 유행민감] “40년전 나는 경고했다, 인간과 터미네이터의 전쟁을”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입력 2023.07.21. 03:00 끝장이다. 인공지능 챗GPT가 등장하자 내 페이스북에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는 그게 뭐라고 비명까지 지르고 난리냐 묻고 싶은 분이 계실 것이다. 사람은 끼리끼리 놀게 마련이다. 소셜미디어는 더 그렇다. 여러분 소셜미디어는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어 있다. 내 페이스북에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정치적·문화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래서 소셜미디어가 위험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하고만 교류하다 편향적 사고를 갖게 되는 에코 챔버(Echo Chamber) 효과가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내 타임라인의 비명은 조금 과장됐을 수도.. [만물상] 샌프란시스코의 기억 이하원 논설위원 입력 2023.07.20. 20:29 업데이트 2023.07.21. 00:25 1967년 여름, 히피 차림의 젊은이들이 하나둘 샌프란시스코에 모여들었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고 자유 연애, 대마초를 추앙하는 이들이었다. 수 만 명이 기성 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문학, 그림, 음악, 명상을 얘기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머리를 꽃으로 장식한 ‘꽃의 아이들’이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으로 불린 이 집회는 미국 문화사에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됐다. 가톨릭의 성인 이름을 딴 샌프란시스코가 자유와 보헤미안 중심지가 됐다. ▶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이 가사로 유명한 노래 ‘샌프란시스코’는 서머 오브 러브의 주제곡이었다.. ♥[김지수의 서정시대] 소녀들의 목소리는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김지수 인터뷰 작가 입력 2023.07.20. 03:00 나는 핑클과 S.E.S의 노래를 들으며 1990년대 IMF 시절을 버티고 2000년대 초 IT 버블까지 지내왔다. 지금 소녀들의 목소리는 우리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데려간다. 예컨대 뉴진스의 ‘디토’, 아이브의 ‘I am’,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 같은 곡은 뇌의 숲에서 가지를 뻗은 860억 개 신경 나무의 잎사귀를 흔드는 바람이다. 뉴런의 숲에 바람이 불고 그들의 음색이 초콜릿 분말처럼 귓가에 부서지는 순간, 은은한 마법이 시작된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머금는 순간 유년의 기억으로 플래시백 되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법처럼. 그것을 향수라 할까, 환각이라 할까. 듣다 보면 가수의 목소리가 공기 중을 떠다니는 무형의 음원.. [만물상] ‘실종인민공화국’ 이하원 논설위원 입력 2023.07.19. 20:45 업데이트 2023.07.20. 00:59 2018년 9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멍훙웨이 총재가 갑자기 사라졌다. 최초의 중국인 인터폴 총재로 모국에 출장 갔다가 연락이 끊겼다. 열흘쯤 뒤 중국 국가감찰위가 그를 억류 중인 것이 알려졌다. 결국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유죄를 받고 수감됐다. 인터폴에서 일하면서 공산당 눈 밖에 났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멍 총재 아내는 3년 후 인터뷰에서 “(권력에 의해 갑자기 실종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중국의 많은 가정이 나와 비슷한 운명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실제 중국 정부에 의한 ‘강제 실종’ 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만 해도 투자은행 차이나 르네상스의 바오판 회장이 지난 2월 자취를 감추었다. 얼.. 꼭 '국평'을 사라?…모르면 낭패, 집 살 때 꼭 따져봐야 할 7가지 [붇 이슈] 박기람 기자 입력 : 2023.07.18 16:23 | 수정 : 2023.07.18 16:27 [땅집고] “생각보다 의외로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아서 공유합니다. 한 번 집을 살 때 필수적으로 따져볼 핵심 요소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스터디’에 최근 올라온 ‘집 살 때 기본으로 따져야 하는 중요 핵심 요소 7가지’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일 기준 이 글은 올라온 지 3일 만에 조회수 9778회, 댓글 89개가 달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부동산스터디 회원 수는 현재 199만명에 달한다.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요소가 하나하나 공감된다” “노하우를 전수해 줘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오늘은 쪽지를 받으면서 저는 당..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7] 관문(關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7.10. 03:14 “그대에게 권하노니 술 한 잔 더 드시게, 서쪽으로 양관을 나가면 아는 이 없으리니(勸君更進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는 명구가 있다. 당나라 문인 왕유(王維·701~761)의 작품이다. 먼 곳으로 떠나는 지인에게 술 한 잔 권하는 마음을 표현한 시구 가운데에서는 절창(絶唱)으로 꼽힌다. 여기 나오는 양관(陽關)은 지금 중국 둔황(敦煌)에 있던 당나라의 서남쪽 경계다. 그 북쪽에 있던 옥문관(玉門關)과 함께 서역(西域)을 향해 나갔던 마지막 국경 관문(關門)이라 아주 유명하다. 이별의 정서를 다루는 문학작품에 곧잘 등장한다. 중국에는 관문이 참 많다. 유비(劉備)가 죽은 뒤 북벌에 나서는 제갈량(諸葛亮)이 자주 넘었던 검문관(劍門關),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6] 동류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7.03. 03:12 북송(北宋·960~1127) 때의 문인 소식(蘇軾)이 삼국(三國·220~280) 시절의 적벽(赤壁)을 회고한 문구가 있다. 시작이 이렇다. “큰 강이 동쪽으로 흘러, 물결이 천고의 영웅을 다 휩쓸고 지나갔다(大江東去, 浪淘盡, 千古風流人物).” 중국의 대부분 하천은 동쪽으로 흐른다.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은 지세(地勢) 때문이다. 이른바 서고동저(西高東低)의 지형이다. 가장 서쪽에는 매우 높은 고원, 다음 단계는 산지(山地)가 이어지다가 동쪽으로 진입하면서 드넓은 평원(平原)을 보인다. 세 단계의 사다리꼴 지형이 중국 땅의 특성이다. 따라서 물은 동류(東流)하기 마련이다. 가장 대표적인 남쪽의 장강(長江)과 북쪽의 황하(黃河)를 비롯해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5] 대륙의 홍수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6.25. 03:10 중국에서 ‘옛날’을 지칭하는 한자 석(昔)의 본래 글꼴이 흥미롭다. 이 글자의 초기 모습에는 해와 물이 등장한다. 물에 잠긴 해, 또는 해가 떠있는 하늘 아래 넓게 펼쳐진 물의 모습이다. 나중 이 글자의 새김은 ‘옛날’ ‘이전’ 등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 '옛날'을 지칭하며 중국인들이 잠재의식 속에 떠올렸던 이 해와 물은 뭘까. 해석이 조금 갈리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큰물, 즉 대규모 홍수(洪水)에 관한 기억이리라는 추정이다. 이 풀이가 맞는다면, 중국인의 '옛날'은 큰물로 인한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다. 실제 중국이라는 땅에는 아주 많은 재난이 닥쳤다. 그중에서 홍수는 가뭄에 못지않게 매우 빈번했던 자연재해다. 유력한 통계에 따르..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4] ‘짐(朕)’이 부른 외로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6.19. 03:14 텔레비전 사극 등에서 왕조의 최고 권력자가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 있다. 짐(朕)이다. 이 글자의 유래를 찾다 보면 조짐(兆朕)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본래는 어떤 ‘틈새’ 등을 가리키는 글자였기 때문에 ‘조짐’이라는 말로 발전했을 듯하다. 처음 쓰임은 그랬지만 이 글자는 옛 중국에서 대개 1인칭 대명사, ‘우리’라는 뜻의 호칭으로 잘 쓰이다가 중국 판도를 최초 통일로 이끈 진시황(秦始皇) 때 이르러 제왕이 스스로를 칭하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고대 동양의 군왕을 모시는 일은 아주 두려웠다. 반군여호(伴君如虎)라는 성어가 나온 이유다. 임금 모시기가 호랑이 대하듯 어렵다는 얘기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3] 길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6.12. 03:12 남송(南宋)의 유명 시인 육유(陸游)가 길을 묘사한 시구는 퍽 유명하다. 산과 물이 계속 겹쳐지는 경우를 그렸다. “산중수복의무로(山重水複疑無路)”다. 산과 물[山水]이 줄곧 이어져[重複] 더 이상 길이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앞부분은 달리 ‘산궁수진(山窮水盡)’으로 적기도 한다. 산길이나 물길이 다 막힌 상황이다. 모두 더 이상 나아가기 힘든 상태, 궁지에 몰린 경우다. 다니기 힘든 길인 험로(險路)에 갇힌 사람의 형편이다. 길에 관한 중국인의 심사는 복잡하다. 우선 다니기 쉬운 길에 집착한다. 평평(平平), 평로(平路), 평탄(平坦), 평전(平展), 탄탄(坦坦), 대도(大道), 대로(大路) 같은 단어가 그 맥락이다. 좋은 길에 관한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2] 통치와 복종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6.05. 03:12 충신(忠臣)이나 효자, 열녀 등을 기리기 위해 세웠던 붉은 문이 있다. 우리는 보통 정문(旌門)으로 적지만 홍살문, 정려문, 홍문으로도 부른다. 왕조가 지향하는 가치에 가장 충실한 이를 표창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따라 배우도록 하는 기능이다. 그 원류는 역시 중국이다. 한(漢)나라 때는 궐(闕)이라는 명칭이었다가 유교의 통치 이념이 최고조로 발달했던 명(明)과 청(淸)에 들어서는 패방(牌坊) 또는 패루(牌樓)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둘은 거의 같지만 지붕 양식이 없으면 패방, 있으면 패루다. 명과 청나라 왕조의 수도였던 베이징(北京)에는 그런 패방과 패루가 즐비하다. 왕조의 통치 이념에 가장 충실했던 황도(皇都)였기에 그렇다. 나..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1] 성벽(城壁)과 교량(橋梁)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5.29. 03:14 외부 위협으로부터 제 안전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담을 쌓는다. 성벽(城壁)은 그래서 ‘전쟁 의식’의 소산이다. 담을 올리는 작업은 축성(築城)이다. 중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에 집착하는 특징을 보인다. 신석기 시대 이후 청(淸) 이전까지 중국은 길고 굳센 담을 쌓고 또 쌓았다. 인류가 쌓은 세계에서 가장 긴 담, 중국 '만리장성(萬里長城)'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에서 그 점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언어의 흔적에서도 이 점은 두드러진다. 위기가 올 때마다 예나 지금의 중국은 늘 "여럿의 뜻으로 성을 쌓자(衆志成城)"는 구호를 외친다. 아주 튼튼한 장벽을 세우려는 갈망은 '구리와 쇠로 만든 담(銅牆鐵壁)'이라는 성어도 낳았다. 견고한 성벽 앞.. [자작나무 숲] 진리는 대학 밖에 있다, 그러나…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3.07.18. 03:00 스펙·자기계발 바쁜 학생들, 성공의 길은 교실 밖에 있다 여겨 그러나 진리 찾는 의미를 단기간·집약적으로 알려주는 건 대학 기계적 시험과 평가의 노예 넘어, 자기탐구 경험으로 학교 지켜야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시를 쓴다. 자신이 아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말을 한다.” -이오시프 브로드스키(I. Brodsky). 망명 시인 브로드스키가 미국 대학에서 강의하던 시절 얘기다. 소련 사회의 ‘기생충’으로 낙인찍혀 끝내 추방당한 시인의 학력은 중등학교 중퇴가 전부. 열다섯 살 되었을 때 레닌과 스탈린으로 도배된 학교를 뛰쳐나와 각종 노동 현장을 전전하며 책만 읽었다 한다. 독서와 실체험으로 단련된 그는 박학다식했고, .. [만물상] 재난 문자는 홍수인데 최원규 논설위원 입력 2023.07.17. 20:38 업데이트 2023.07.18. 00:50 코로나 때 재난 문자 같지 않은 재난 문자가 많았다. 2020년 3월 9일 하루에만 지자체 11곳이 ‘손 씻기’를 권하는 문자를 발송했고, 6곳은 ‘확진자 없음’ 문자를 보냈다. 그런 문자를 보낸 지자체 공무원이 속사정을 털어놨다. “인근 지자체에선 매일 문자 보내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놀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면피성 문자였다는 것이다. ▶기초 지자체까지 재난 문자를 보낼 수 있게 된 계기는 2016년 발생한 경주 지진이었다. 당시 정부의 재난 문자 발송이 10분이나 늦어 논란이 됐다. 이후 정부는 광역지자체(2017년 8월)와 기초지자체(2019년 9월)에 재난 문자 송출 권한을 줬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90] 중국에 내리는 비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5.21. 21:30 업데이트 2020.05.21. 23:29 비는 많이 와도 말썽이다. 재난이 자주 닥쳤던 중국에서는 그런 비를 바라보며 키운 사람들의 노심(勞心)과 초사(焦思)가 제법 깊다. 비를 소재로 명시(名詩)를 남긴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도 그중 하나다. 그는 참혹한 내전인 ‘안사지란(安史之亂)’을 피해 760년 지금의 쓰촨(四川) 청두(成都)로 쫓겨 가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초가집 한 채를 마련했다. 이듬해 두보는 ‘가을바람에 초가지붕이 뜯기다(茅屋爲秋風所破)’라는 시를 쓴다. 거세게 불어닥친 그해 가을 비바람에 지붕이 날아갔다. 동네 개구쟁이들은 일부를 주워 내뺐다. 지붕이 사라져 차가운 비를 맞으며 잠자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젖은..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9] 삼계탕(蔘鷄湯)과 중국인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5.15. 03:12 중국인들에게 한국 삼계탕(蔘鷄湯)은 명성이 자자하다. 고려 인삼에 닭을 함께 끓여 내놓는 요리라 유명하다는 게 일반의 생각이다. 그러나 중국인에게 닭고기를 넣고 끓인 탕, 즉 계탕(鷄湯)이 주는 의미를 먼저 짚어 볼 일이다. 음식으로 몸의 에너지를 보탠다는 '식보(食補)'의 개념은 세계에서 중국인이 가장 잘 따진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인이 으뜸으로 꼽는 음식이 계탕이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양생(養生)과 면역(免疫) 기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몸이 허약해진 아이에게 엄마가 흔히 끓여주는 계탕은 중국인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게다가 한국의 삼계탕은 고기가 질기지 않은 연계(軟鷄)에 약효가 높은 인삼까지 더해 중국인에게는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8] ‘늑대’ 꿈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5.08. 03:13 글 읽는 사내가 어느 날 중산(中山)이라는 곳을 향했다. 사냥꾼에게 쫓기던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자루에 숨겨달라”고 애걸했다. 마음 약한 사내는 늑대를 살렸다. 사냥꾼이 지나간 다음 늑대는 돌변해 사내의 목숨을 노린다. 전통의 맥락에서 중국인들이 늑대를 보는 시각이다. 이른바 ‘중산랑(中山狼)’이라는 유명 우화다. 늑대를 지칭하는 중국 언어들도 결코 곱지 않다. 탐욕스러운 사람을 지칭하는 시랑(豺狼) 등이 대표적이다. 앞뒤 다리가 각기 짧은 늑대 종류 둘이 만나 하나를 이루는 전설상의 짐승은 낭패(狼狽)다. 이 말 쓰임새도 역시 좋지 않다. 늑대가 몸을 틀었던 자리의 모습은 나뭇가지들이 엉켜 어지럽다. 그를 일컫는 말이 낭자(狼藉)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7] 우환의식(憂患意識)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5.01. 03:12 계란 쌓기, 살얼음 딛기는 한자어로 누란(累卵)과 이빙(履氷)이다. 누란지위(累卵之危), 여리박빙(如履薄氷)의 준말이다. 아주 위험한 경우를 일컫는 말들이다. 한자어에는 이처럼 위기와 대응에 관한 표현이 매우 풍성하다. 우선 유방(劉邦)에게 쫓긴 항우(項羽)가 막다른 지경에 몰린 경우를 사면초가(四面楚歌)라고 한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퍽 친근하다. 잘못 건드리면 그대로 터져버리는 상황은 일촉즉발(一觸卽發)이다. 옛 문인들이 문자놀이를 벌이다가 "가장 위험한 경우를 형용해보자"며 내기를 건 적이 있다고 한다. '백세 늙은이 나뭇가지 끝에 매달리기' '우물 위 도르래에 아기 놔두기' 등 희한한 표현이 나오다가 급기야 '장님이 야밤에 눈먼 말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6] 복잡한 싸움법의 한계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4.24. 03:13 건괵(巾幗)이라는 낯선 단어가 있다. 본래는 중국 선진(先秦) 때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모자 등 머리에 쓰는 수식(首飾)이었다. 그러나 한(漢) 이후에는 여성이 머리에 두르는 모자와 장식을 지칭했다. 유비(劉備)가 죽자 제갈량(諸葛亮)은 여러 차례 북벌(北伐)에 나섰다. 그를 맞이하는 위(魏)나라의 최고 지휘관은 사마의(司馬懿). 그러나 사마의는 후방 보급이 문제였던 제갈량의 도전을 아예 무시하며 싸움에 나서지 않았다. 그를 싸움터에 끌어들이기 위해 제갈량이 사마의에게 보낸 물건이 '건괵'이다. 이 단어의 용례는 우리에게 흔치 않으나 중국에서는 퍽 많다. 특히 스포츠 등 특정 분야에서 큰 업적을 쌓은 '여장부'에게 곧잘 붙이는 단어다. 제.. ♥‘수퍼 에이지’ 세대 [만물상] 강경희 논설위원 입력 2023.07.16. 20:42 업데이트 2023.07.17. 00:13 얼마전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인이 아내 혼자 가수 임영웅의 LA 콘서트에 가버리는 바람에 아들과 둘이서 썰렁한 휴가를 보냈다고 했다. 그의 아내는 열광적 ‘임영웅 올콘족’인 50대 여성이다. ‘올콘족’이란 좋아하는 가수의 모든(all) 콘서트에 빠짐없이 구경 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유행어다. 세계적으로 K팝의 영향력은 BTS나 블랙핑크 등의 팬덤에서 나오지만, 국내 가요 시장에서는 트로트 가수들에 대한 50·60대 이상의 열혈 팬덤이 10·20대를 능가한다. ▶ 역시 트로트 가수인 김호중의 열혈 팬인 60대 지인은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수백 장씩 사서 주위에 나눠 준다. 이런 구매력 있는 중·장년층 팬들 덕에 앨..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5] 몸집만 큰 ‘아기’들의 나라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4.16. 21:45 업데이트 2020.04.16. 23:13 중국의 면적은 960만㎢다. 유럽연합에 시베리아를 뺀 러시아 일부를 합쳐야 가능한 크기다. 그러니 대국(大國)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크기의 중국을 형용하는 말은 앙앙(泱泱)이다. 아주 넓은 땅을 뜻한다. 그래서 자부심 또한 유명했다. ‘세상 중심에 내가 있다’는 나라 이름 중국(中國), 땅의 왕조를 하늘에서 내려온 천조(天朝)로 자칭한 경우가 다 그렇다. 다스리는 구역은 천하(天下)라고 했다. 그 땅 사람들도 크고 멋졌을까. 최근 2~3년 중국 사회에서 크게 유행했던 단어 하나는 거영(巨嬰)이다. 몸은 자랐으나 마음은 영글지 못한 아기를 일컫는다. 2017년 금서(禁書)에 오른 '거영국(巨嬰國)'..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4] 커튼으로 가린 중국인 생각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4.09. 21:30 업데이트 2020.04.09. 23:22 아래위로 오르내리는 커튼은 막(幕)이다. 좌우로 여닫는 그것은 유(帷)다. 옛 중국의 구별이다. 담으로 집, 나아가 국가 경계까지 두르는 중국의 ‘담장 문화’에서 이런 커튼은 최종으로 자신을 가리는 장치다. 상하(上下), 좌우(左右)로 여닫는 구별 없이 중국 커튼의 대명사는 그래도 ‘막’이 우선이다. 입막지빈(入幕之賓)이라는 성어가 있다. 커튼 안쪽으로 들이는 손님이라는 풀이다. 속뜻은 가장 내밀한 사람, 그래서 기밀(機密)까지 공유하는 인물을 일컫는다. 보통은 책사(策士)를 가리킨다. 생사존망(生死存亡)에 부귀영달(富貴榮達)을 함께 논의하는 사이라서 가장 깊숙이 쳐놓은 커튼 뒤로 들일 수 있는 ..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27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