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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3] 간부(幹部) 천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4.03. 03:13 우리 국어사전에도 ‘탄관(彈冠)’이라는 단어가 올라 있다. 중국 동한(東漢) 때 친구 덕으로 벼슬자리에 나갈 수 있었던 사람이 제 모자[冠]를 꺼내 먼지를 털며[彈] 기뻐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의관(衣冠)이라는 단어는 옷과 모자를 우선 가리키지만, 문화적 함의로는 문물(文物)과 지식(知識)이나 제도(制度)까지 포함한다. 옷과 모자를 제대로 차려입거나 쓰는 사람이 지닌 사회적 역량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옷과 함께 모자는 사람의 지위를 상징한다. 중국인은 특히 위정자가 쓰는 관모(官帽)를 매우 중시했다. ‘과거 급제 명단에 이름 올릴 때(金榜題名時)’를 인생 사대(四大) 기쁨 중 하나로 꼽았으니 말이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2] 중국의 최대 성씨(姓氏)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3.26. 21:34 업데이트 2020.03.27. 01:52 14억 인구의 중국에는 성씨(姓氏)가 참 많다. 앞머리를 차지하는 성으로는 이(李), 왕(王), 장(張), 유(劉), 진(陳)이다. 그다음은 양(楊), 조(趙), 황(黃), 주(周), 오(吳)의 순이다. 이들 상위 10개의 성씨 전체 인구는 5억5000만명이다. 제법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중국인도 살아생전에는 좀체 마주치기 힘든 성씨가 여럿 있다. ‘없다’는 뜻의 무(無), ‘죽다’는 새김의 사(死), ‘짐승’의 축(畜), 사람의 성별인 남(男), 수컷 생식기 고(睾), 머리카락 없는 ‘민머리’ 독발(禿髮)씨 등이다. 최근 중국 인터넷 세계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성은 조(趙)다. 네티즌들은 흔히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2] 중국의 최대 성씨(姓氏)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3.26. 21:34 업데이트 2020.03.27. 01:52 14억 인구의 중국에는 성씨(姓氏)가 참 많다. 앞머리를 차지하는 성으로는 이(李), 왕(王), 장(張), 유(劉), 진(陳)이다. 그다음은 양(楊), 조(趙), 황(黃), 주(周), 오(吳)의 순이다. 이들 상위 10개의 성씨 전체 인구는 5억5000만명이다. 제법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중국인도 살아생전에는 좀체 마주치기 힘든 성씨가 여럿 있다. ‘없다’는 뜻의 무(無), ‘죽다’는 새김의 사(死), ‘짐승’의 축(畜), 사람의 성별인 남(男), 수컷 생식기 고(睾), 머리카락 없는 ‘민머리’ 독발(禿髮)씨 등이다. 최근 중국 인터넷 세계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성은 조(趙)다. 네티즌들은 흔히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1] 유연함을 잃어가는 중국 외교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3.20. 03:12 합종연횡(合從連橫)은 매우 익숙한 성어다. 세로로, 가로로 연대해 자신을 위협하는 상대에게 맞서는 전략의 하나다. 원교근공(遠交近攻)도 그렇다. 먼 곳과 유대를 맺어 가까운 적에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따지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중국식 전통 외교 책략들이다. 유연한 시야로 멀리 내다보는 장점이 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며 주변과 느슨하게 교류하는 기미(羈縻)의 방식 또한 그 노력의 산물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독립자주(獨立自主)와 평화(平和)라는 원칙으로 외교의 틀을 구성했다. 얼마 전까지 중국이 유지해온 외교 전략의 근간은 전통적 개념으로 보면 도광양회(韜光養晦)다. 제가 지닌 장점의 예리한 빛을 감..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80] 중국인의 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3.13. 03:12 816년 가을. 정쟁에 밀려 장시(江西)의 외딴 지역으로 좌천당한 문인 백거이(白居易)는 ‘비파행(琵琶行)’이라는 유명한 시를 쓴다. 퇴기(退妓)로 쓸쓸한 삶을 살던 여인을 만나 비파 연주를 들으면서다. 616자(字)의 작품에는 멋진 시구가 넘친다. 나이 든 기생이 제 신세를 한탄하며 “사람 찾지 않아 문 앞이 쓸쓸해졌다(門前冷落車馬稀)”고 한 표현도 그 하나다. 그때부터 문전냉락(門前冷落)은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성어로 발전했다. 중국인의 '문'은 조금 특별하다. 권세(權勢) 유무(有無), 출세(出世) 여부(與否)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곧잘 쓰인다. 우선 성어 문전성시(門前成市)가 그렇다. 찾는 사람이 아주 많아 문 앞이 장터처럼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9] 뒤로 슬쩍 물러서기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3.06. 03:13 내 잘못을 남에게 돌리는 일이 전가(轉嫁)다. 화근을 남에게 슬쩍 돌려 자신은 그로부터 물러나는 행위는 가화(嫁禍)다. 드러나지 않게 남을 해친다는 점에서 모두 음해(陰害)다. 요즘 중국의 인터넷에서 이런 행위를 지칭하는 유행어가 있다. 엉뚱하게 중국 음식점에서 쓰는 큰 팬이 등장한다. 흔히 ‘웍(wok)’이라고 불리는 조리 도구다. 광둥(廣東)에서 이를 지칭하는 ‘가마’, 즉 확(鑊)의 현지 발음이다. 이 팬은 일반 중국어에선 과(鍋)라고 적는다. 이 글자는 '잘못'을 뜻하는 과(過)와 발음이 같다. 따라서 '팬을 등에 지다'는 뜻의 배과(背鍋)라고 적으면 '잘못을 뒤집어쓰다'와 같아진다. 특히 '아주 억울하게 뒤집어쓰는 잘못'을 지칭..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8] 楚나라 땅의 苦楚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2.28. 03:14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지 우한(武漢)과 주변 후베이(湖北)는 본래 전통의 중국과는 사뭇 달랐던 초(楚)나라 땅이었다. 그래서 춘추시대 중원 사람들은 이곳 사람을 남녘의 오랑캐, 남만(南蠻)으로 치부했다. 이 지역의 다른 지칭은 형초(荊楚)다. 전략적 요충지여서 ‘삼국지(三國志)’의 큰 무대이기도 했던 형주(荊州)를 강조한 이름이다. 그러나 글자의 새김으로 따지면 이 ‘형초’라는 이름은 썩 좋지 않다. 두 글자 모두 사람을 때리는 형구(刑具)인 ‘가시나무’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우리말 고초(苦楚), 통초(痛楚), 간초(艱楚) 등도 다 이 글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픔’ ‘고생’ ‘시련’ 등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곳 사람들도 대개는..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7] 담을 넘는 중국인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2.21. 03:12 담을 넘는 행위가 ‘담치기’다. 개도 궁지에 몰리면 그렇게 한다. 중국인이 잘 쓰는 성어 구급도장(狗急跳墻)의 경우다. 참선(參禪)에 빠져 있다가 입맛을 자극하는 향긋한 냄새를 참다못해 담을 넘었던 사람도 있다. 중국 탕(湯) 요리의 정수, 불도장(佛跳墻)의 유래를 설명하는 얘기다. 우리 식도락가들에게도 꽤 유명한 음식이다. 여기서 ‘도장(跳墻)’이 담을 넘는 행위다. 일반적 한자 표현으로는 월장(越墻)이다. 유장(逾墻)으로 쓸 때도 적잖다. 중국 문학사에 담을 애처롭게 넘나든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 있다. 당(唐)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작품이다. 그가 전란의 와중인 어느 날 저녁 무렵 석호(石壕)라는 마을에 들렀을 때다. 두보는 한밤중..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6] 재난과 굶주림의 땅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2.14. 03:12 벌겋게 색을 드러낸 땅이 천 리…. 적지천리(赤地千里)다. 본래 지독한 가뭄을 가리킨다. 큰물의 사나움은 홍수맹수(洪水猛獸)라고 했다. 수해(水害)의 지칭이다.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면 산붕지열(山崩地裂)이다. 지진(地震)의 다른 표현이다. 중국에서 발달한 어휘들이다. 가뭄, 홍수, 지진 등 재난(災難)의 상처 때문이다. 천연재해는 중국 땅을 수놓았던 큰 주제다. 그 빈도와 피해의 규모가 몹시 잦으며 컸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재난 뒤에 닥치는 기아(飢餓)도 심각했다. 서구 학계는 그래서 중국을 아예 ‘The land of famine’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번역은 ‘기황지국(饑荒之國)’이고, 우리 식으로 옮기면 ‘굶주림의..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5] 중국의 ‘일언당’ 문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2.07. 03:12 중국의 전통 건축에 당(堂)이라는 영역이 있다. 일반 주택을 지을 때도 꽤 주목을 받았다. 외부에 공개가 가능하며,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치르는 열린 장소다. 그래서 아주 번듯하고 멋지게 짓는다. 의젓하고 품위 있는 사람에게 ‘당당(堂堂)하다’라고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집채의 그런 생김새 때문이다. 나중에는 상거래를 하는 점포의 이름, 개인적인 거주 공간의 호칭에도 많이 등장한다. 요즘도 ‘일언당(一言堂)’이라는 말을 잘 쓴다. 본래는 ‘가격 정찰제’를 하는 점포에서 유래했다. 물건의 값을 흥정하지 않고, 한번 정한[一言] 가격에 그대로 판다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 바탕은 이 이름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나중에는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4] 노비의 얼굴과 무릎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1.31. 03:13 나를 낮춰 남을 높이는 과거 호칭이 제법 많다. 이른바 인비달존(因卑達尊)의 격식이다. 예치(禮治)를 근간으로 삼았던 이전 동양 사회가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정치 체제에서는 그 정도가 심했다. 황제를 폐하(陛下), 제후를 전하(殿下)라고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계단[陛] 밑[下]의 내가 그 위의 황제를 치켜세우며 ‘폐하’라고 불렀다. ‘전하’는 전각(殿閣) 아래의 내가 그 위의 제후를 받드는 호칭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유행했던 각하(閣下)도 마찬가지다. 관공서를 지칭하는 각(閣)의 아래 사람이 윗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자리 밑의 제자는 스승을 좌하(座下), 좌전(座前)이라고 했다. 귀하(貴下)는 남을 높이는 흔한 존칭이다. 가장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3] 질질 끌다가 흐지부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1.24. 03:09 늘 패배하지만 “계속 싸워 계속 진다”와 “줄곧 져도 줄곧 싸운다”는 어감이 하늘과 땅 차이다. 한자 표현에서는 글자만 살짝 바꿔도 이런 효과가 난다. 누전누패(屢戰屢敗)와 누패누전(屢敗屢戰)이다. 우리 식으로는 연전연패(連戰連敗)와 연패연전(連敗連戰)이다. 민란 진압에 나선 청 말 대신 증국번(曾國藩)의 부하가 잇따라 패하자 "줄곧 지고 있다"는 보고를 내려다가 막료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패해도 계속 싸운다"로 고쳐 올려 면책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일화에서 비롯했다. 닥친 위기를 우선 모면하고 보자는 이런 꾀는 "큰일은 작은 일로, 작은 일은 없던 일로 한다[大事化小, 小事化了]"는 문화가 그 토대다. 본래 웬만한 일에는 놀라서 허둥대지..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2] 분열과 통일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1.17. 03:12 실의 여러 갈래를 잘 묶으려면 뚜렷한 가닥이 필요하다. 이른바 두서(頭緖)다. 그를 중심으로 다른 여러 가닥을 묶어야 든든한 밧줄도 만든다. 이를 대표적으로 말해주는 한자는 통(統)이다. 통합(統合), 통일(統一), 통치(統治), 정통(正統) 등의 조어가 즐비하다. 중국 역사에 자주 등장하는 관련 단어는 일통(一統)이다. 새김은 ‘통일’과 비슷하지만, 중심축(軸)을 설정해 다른 것을 지배한다는 정치적 의미에서는 유래가 훨씬 오래다. 중국의 역대 위정자에게는 그래서 ‘정통’을 차지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중심축 가장 바른 자리에 올라서 남을 ‘통치’하기 위해서다. 요즘은 그 정통을 중심(中心), 핵심(核心) 등으로도 적는다. 현대 중국 집권..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1] 民生과 도탄(塗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1.10. 03:12 집안 형편이 경제적으로 매우 쪼들리는 경우를 가난이라고 한다. 한자 단어 간난(艱難)이 순우리말로 변한 결과다. 본래는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많은 경우의 심한 어려움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보통 곤란(困難)이라는 말을 잘 쓴다. 삶의 환경이 가혹한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를 물과 불로 설명할 때도 있다. 깊어진 물, 너무 뜨거운 불을 가리키는 성어 수심화열(水深火熱)이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이다. 물과 불만을 강조해 아예 수화지중(水火之中)으로도 적는다. 우리에게 친숙한 '도탄(塗炭)'도 그 맥락이다. 앞의 도(塗)는 물이 거세게 휩쓸고 지나간 뒤의 진창, 뒤의 탄(炭)은 불길이 남긴 숯 바닥이다. 그래서 민생이 어려워졌을 때 "..
“10~11월 휴강한 교수 제보해달라” 입시 1타 강사의 수소문, 왜 김승현 기자 김병권 인턴기자(서강대 국어국문학과 졸업예정) 입력 2023.07.15. 03:00 업데이트 2023.07.15. 07:02 대치동 학원가의 ‘1타 강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위원을 알아내기 위해 제보를 받고 사례를 약속했던 사실이 14일 알려졌다. 실제로 대치동에서는 대입 강사들이 “수능 출제 위원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자신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원가에서는 대입 강사와 수능 출제자의 유착 관계는 공공연한 일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수능 국어영역 강사인 A씨는 작년 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수업을 갑자기 하지 않는 교수님이 있다면 제보를 부탁한다. 최초 제보자 위주로 사례하겠다. 메시지를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글이 올라온 때는 2022..
♥[만물상]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편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3.07.14. 21:31 업데이트 2023.07.15. 02:59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전란에 휩쓸린 백성의 고통을 많은 시로 남겼다. 그중 신혼별(新婚別)은 결혼 이튿날 남편을 전쟁터로 떠나보낸 여자의 절망과 재회의 비원을 담은 작품이다. ‘머리 올리고 부부 되었으나/ 낭군과의 잠자리 덥히지도 못했는데/ 저녁에 혼인하고 새벽에 떠나니/(중략)/ 뼈저린 마음 창자에 스민다/ 어렵게 비단치마 장만했지만/ 다시 만날 날까지 입지 않으리.’ 운 좋게 재회하더라도 비극으로 끝나는 사례도 많다. 나폴레옹 전쟁을 무대로 쓴 톨스토이 장편 ‘전쟁과 평화’에선 큰 부상을 입고 돌아온 남자가 약혼녀의 정성스러운 간호에도 끝내 세상을 떠난다. ▶이 땅의 여성들도 70년 전 큰 아픔을 겪었..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70] 요즘 중국인의 金銀銅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20.01.03. 03:12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1~3위 선수들은 차례대로 금, 은, 동으로 만든 메달을 받는다. 가장 높게 치는 황금(黃金), 그다음의 백은(白銀), 마지막의 청동(靑銅)이다.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기준이랄 수 있다. 중국인도 금과 은을 향한 집착이 아주 강하다. "난세에는 황금을 사둔다(亂世買黃金)"는 말이 불문율처럼 지켜진다. 공부의 지향도 결국 잘사는 데 있다는 점을 "책에 황금의 집이 있다(書中自有黃金屋)"는 권학문(勸學文)으로 내려 앉힌 전통도 있다. 이런 금과 은, 동을 활용해 만든 요즘 중국의 유행어가 있다. 금교(金橋), 은로(銀路), 동루(銅樓)다. 다리를 놓으면 금, 길을 내면 은, 집을 지으면 동이라는 뜻이다. 돈을..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9] 2020년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2.27. 03:11 화양(華陽)이라는 지명은 한국에도 흔하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여러 곳에 있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얻고자 하는 바람이 들어 있는 말이다. 본래는 중국 산시(陝西)의 화산(華山) 남녘을 일컫는다. 중국에서는 볕이 잘 드는 산의 남쪽을 양(陽)으로 적는다. 유래는 이렇다. 약 3000년 전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적국 상(商)을 물리쳤다. 그는 전쟁을 끝내려는 뜻이 강했다. 그에 따라 전쟁에 동원했던 말을 화산 남녘에 방목하고 물자 운반에 썼던 소를 도림(桃林) 벌판에 풀었다. 그중 전쟁에 가장 긴요했던 말을 풀어놓은 일이 퍽 유명해졌다. 이른바 마방남산(馬放南山)이다. 그 '남산'은 곧 화산의 남녘이다. 그래서 '화양'이라고 적어도..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8] 덩샤오핑과 시진핑 이름의 平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2.20. 03:13 우리 쓰임새도 적지 않은 강구연월(康衢煙月)이라는 성어는 평화롭고 넉넉한 세상을 가리킨다. 앞의 ‘강구’라는 단어는 넓고 평탄한 길이다. ‘연월’은 아지랑이처럼 공중에 은은하게 낀 내와 그 위의 달이다. 넓게 펼쳐진 거리에 뭔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안정(安定)의 형용이다. 다른 한자 단어로 표현한다면 평온(平穩)이다. 중국에서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사평팔온(四平八穩)이라는 성어를 곧잘 쓴다. 퍽 안정적이어서 오류나 혼란 등이 없는 경우다. 중국인의 의식 속에 이 '평온'을 향한 갈구는 아주 집요하다. 우선 글자 '평(平)'의 조어(造語) 행렬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어의 peace는 중국어로 화평(和平)으로 적는다.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단군 이래 가장 잘사는 한국… 새 건축을 만들 기회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3.07.14. 03:00 업데이트 2023.07.14. 08:24 우리나라 국민의 60%는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 그런 대한민국 아파트에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아파트는 20세기에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라는 신기술이 건축에 도입되면서 만들어진 주거 형태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 들어서 12층짜리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기존의 우리 주거는 대부분 단층이었다. 1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는 이전에는 사용되지 않았던 공중의 빈 공간을 부동산 자산으로 만든 공간 혁명이었다. 아파트라는 인구 밀도가 높은 주거단지가 형성되자 주변에 물건을 사주는 소비자가 늘었다. 비로소 사람들은 장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자영업이 생겼다. 시장경제가 자..
[만물상] 신의 한 수 F-16 배성규 기자 입력 2023.07.13. 20:24 업데이트 2023.07.13. 23:55 미국이 1970년대 개발한 F-16은 현역 전투기 중 세계 최고 베스트셀러다. 4500여 대가 생산돼 전 세계 25국에 배치됐다. 애초엔 ‘하늘의 제왕’이라고 한 F-15의 보조 전투기로 개발됐다. 그런데 ‘파이팅 팰컨(매)’이란 이름처럼 가볍고 빨랐고 공대공 전투력이 뛰어났다. 단발 엔진이라 가격도 쌌다. 크기에 비해 무장 탑재력과 항속 거리가 길어 다양한 작전에 투입할 수 있었다. ‘만능 전투기’ ‘전장의 일꾼’이라 불렀다. ▶F-16은 실제 공중전에서 격추된 적이 없다고 한다. 1982년 레바논 분쟁 때 이스라엘 공군은 시리아와 벌인 공중전에서 미그-21과 수호이-22 등 84대를 격추했다. 이 중 44대가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7] 먼지 많은 세상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2.13. 03:13 티끌과 먼지를 가리키는 한자는 진(塵)이다. 사슴[鹿]과 흙[土]의 합성이니, 뜻은 자명해진다. 사슴이 땅을 밟고 다닐 때 생기는 흙먼지다. 바람과 함께 먼지가 일어나기 쉬워 풍진(風塵)이라고 곧잘 쓴다. 세상은 각종 이해(利害)에 따른 다툼이 모질게 일어난다. 그를 먼지에 빗대 일컫는 말은 홍진(紅塵)이다. 사람의 잡다한 욕구가 소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는 인간 사회의 별칭이다. 한편으로는 번화한 도시 등을 일컫는다. 달리 진세(塵世), 진환(塵寰)으로도 적는다. 먼지 가득한 세상이라는 뜻이다. 사람의 번잡한 이해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불가(佛家)의 지칭이다. 그래서 출진(出塵)으로 적으면 세간의 잡다한 욕망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중국은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6] 만다린과 푸퉁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2.06. 03:12 만다린(mandarin)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단어다. 복잡하며 다양한 중국 언어 체계 속에서 중심을 잡아가는 ‘표준어’를 말한다. 청(淸)나라 귀족을 뜻하는 ‘만주 대인[滿大人]’에서 나왔다고 먼저 알려졌다. 그러나 동남아 국가에서 관료를 비롯한 지배 계층을 가리켰던 mantri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이제 더 유력하다. 그럼에도 중국과 처음 접촉했던 포르투갈 등 유럽 상인들이 중국의 공식 언어[官話], 그를 사용하는 관료 계층을 일컫는 말로 사용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만다린은 이제 중국을 상징하는 무엇인가에 따라붙는 단어로 변했다. 고급 호텔, 상품, 항공사, 복장 등에 이 단어는 자주 등장한다. 특히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발달한..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5] 중국의 구름 기상도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29. 03:12 드넓은 중국 땅을 지나가는 구름은 다양하다. 흰 구름 백운(白雲), 높은 하늘의 구름 청운(靑雲), 색색의 구름 채운(彩雲)은 어감이 좋다. 낭만적 감성을 자아낸다. 그러나 사람이 빚어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때 중국인이 입에 올렸던 구름도 많다. 우선 풍운(風雲)이다. 바람과 함께 닥치는 구름이다. 보통은 먹구름이 제격이다. 거센 바람과 함께 험악하게 모여드는 구름이다. 그 시커먼 구름은 흑운(黑雲)이라고 적거나 까마귀 색과 같다고 해서 오운(烏雲)으로도 부른다. 그래서 '풍운'이라는 단어는 거대한 기운, 아니면 그로써 생겨날지 모를 대단한 변화를 예고한다. 중국에서는 풍기운용(風起雲湧)이라고 성어식으로 적는다. 바람이 일고 구름이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4] 돌림병이 걱정인 땅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22. 03:12 소설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 손오공(孫悟空)은 말썽 많은 원숭이였다.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있는 천궁(天宮)에서 큰 소란을 벌이기도 했으나 결국 자리 하나를 얻었다. 필마온(弼馬溫)이라는 직함이었다. 그 유래를 푸는 설명이 흥미롭다. 옛 중국에서 귀중했던 말에게 돌림병이 돌면 치명적이다. 그를 방지하려고 마구간에 원숭이를 함께 길렀다. 원숭이 오줌이 말의 돌림병 예방에 효력이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이 점으로 보면 손오공이 천궁의 마구간에서 자리를 얻었다는 소설의 설정은 자연스럽다. 그 직함은 따라서 ‘말 돌림병을 피하다[避馬瘟]’라는 표현을 같은 음, 다른 뜻으로 적은 형태라는 설명이다. 대체로 수긍을 얻는 해설이다. 과거 돌림병..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3] ‘水滸傳’ 양산박과 홍콩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15. 03:12 문화적 함의로 칠 때 중국인들이 함부로 오를 수 없는 산(山)이 있다. 양산(梁山)이라는 곳이다. 지금의 산둥(山東) 서남쪽에 어엿한 행정구역 명칭으로 남아 있다. 소설 ‘수호전(水滸傳)’의 무대인 양산박(梁山泊)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졌다. 소설 내용처럼 이곳에 오른 두령 108명은 관(官)에 쫓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도와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대개는 행정적 수탈과 압박을 피해 살던 곳을 뜬 이들이다. 이들의 사정을 전하는 성어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양산에 올랐다[逼上梁山]'는 말이다. 이는 때로 백성이 일으키는 민란(民亂)을 가리킨다. 권력을 앞세워 가혹하게 나오는 관, 그에 처절하게 맞서는 민(民)의 구도다. 왕조 교..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2] 중국의 幕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08. 03:02 공자(孔子)가 제자 자로(子路)를 평가한 말이 유명하다. “당(堂)에는 올랐지만 실(室)에는 들어서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높은 경지에 오르다’는 뜻의 승당입실(升堂入室)이라는 성어가 탄생한 유래다. 중국의 고대 주요 건축은 대개 '당실(堂室) 구조'다. 앞의 '당'은 외부를 향해 열려 있는 장소다. 제사와 외빈 접견 등 공개적인 의례(儀禮)가 열린다. 그에 비해 '실'은 내밀(內密)하면서 개인적인 공간이다. 집채의 주인이 여기서 생활한다. 내실(內室) 또는 침실(寢室)이라 적어도 좋다. 외부에 공개하는 '당'과 주인이 개인적인 일상을 보내는 '실'은 따라서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둘 다 중요한 건축이지만 바깥과 안쪽이 갈리는 경계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1] 2000년 이어지는 經學의 시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1.01. 03:11 본래는 옷감 짜는 베틀의 세로와 가로 선을 일컫는 말이 경위(經緯)다. 그로부터 이 글자들은 더 나아가 남북(南北)을 잇는 길, 동서(東西)로 난 도로를 각각 지칭했다. 이는 나중에 지구의 좌표(座標)를 표현하는 서양 단어의 번역에도 등장한다. longitude는 동서로 떨어진 거리를 가리키는 단위다. 동양은 이를 경도(經度)로 옮겼다. 남북을 잇는 선이 일정한 사이로 떨어져 있음을 표현한다. 이른바 종축(縱軸)이다. 옆으로 이어지면서 남북으로 떨어진 간격을 표현하면 위도(緯度)다. 횡축(橫軸), latitude의 번역어다. 동양에서는 그 앞뒤를 따진다. 경위(經緯)라고 적어 남북 종축을 먼저 세우고, 동서의 횡축을 뒤에 붙인다. 남북의..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60] 중국 부자들의 운명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0.25. 03:10 재물이 저절로 굴러 들어오는 경우가 있을까. 꿈같은 이야기다. 현실성은 없으나 사람들이 늘 바라면서 기다리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재물이 저절로 가득 차는 그릇 이야기가 전해진다. 취보분(聚寶盆)이다. 우리의 ‘화수분’ 또는 ‘보물단지’ 격이다. 중국인들이 이 신비한 그릇의 소유자였으리라 추정하는 역사 속 인물이 심만삼(沈萬三)이다. 명(明)나라 초반 지금의 동남부 장쑤(江蘇)에 실재했던 사람이다. 그는 중국 역대 부자 중에서도 가장 이름이 높다. 명나라를 세웠던 주원장(朱元璋)이 도읍을 건설할 때 돈이 없어 그에게 난징(南京) 성곽의 절반을 짓도록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렇듯 대단한 부자였지만 비운(悲運)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너무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9] 담 안에 또 담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0.18. 03:10 중국 옛 왕조의 바깥을 두르는 크고 긴 담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이었을 테다. 그 담을 넘어 다시 중국 수도에 들어서려면 베이징성(城)의 견고한 벽을 통과해야 한다. 거기서 또 중국의 권력 중심에 진입하려면 자금성(紫禁城)의 높은 담과 마주친다. 개인 집을 방문해도 마찬가지다.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사방 집채가 모두 안쪽 뜰을 향해 있는 대표적 전통 주택 사합원(四合院) 역시 완연한 성채의 모습이다. 그 문에 들어서면 안팎을 가르는 조그만 벽이 또 발길을 가로막는다. 소장(蕭墻)이라고도 적고, 또 조벽(照壁)으로도 부르는 ‘담 안의 담’이다. 그래서 중국과 제대로 교류하려면 국가의 울타리, 왕궁의 벽, 개인의 담을 다 넘어서야 우선 가능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