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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8] 고자질 문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0.11. 03:13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리는 화살이 있다. 무방비 상대에게 치명적 타격을 주는 암기(暗器)다. 그런 행위를 암전상인(暗箭傷人)이라고 적는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칼을 품어 상대를 해친다. 소리장도(笑裏藏刀)다. 중국에서는 이런 성어가 참 많이도 발달했다. 정상적 방법이나 절차를 무시하고 목적을 이루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대개는 남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경로를 따른다. 비겁함, 졸렬함, 부당함의 요소가 다 들어 있다. 그렇게 남을 해치는 행위 하나가 ‘고자질’이다. 현대 중국에서는 고밀(告密)이라고 적는다. 대상의 약점을 캐서 다른 이에게 알리는 행위다. 은밀하게 벌이는 '남 뒤통수 때리기'다. 소보고(小報告)로도 적는다. 정식으로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7] 더 굳어지는 중국의 얼굴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10.05. 03:13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은 늘 무겁다. 도시의 얼굴인 천안문(天安門) 광장이 특히 그렇다. 옛 황궁(皇宮)인 자금성(紫禁城)의 붉은 담이 우선 일반인의 접근을 가로막고, 광장 복판으로는 과거 최고 권력자만이 거닐던 황도(皇道)의 축선이 지난다. 현대 중국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공산당의 최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을 비롯해 건국 영웅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와 그 시신이 놓인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불만을 지닌 사람이 시위를 할라치면 편복(便服) 경찰이 순식간에 나타나 즉각 제압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공산당 최고 권력의 선율(旋律), 옛 황제 권력의 기운이 그대로 살아 흐르는 곳이다. 그래서 베이징은 예부터 '천자..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6] 호리병박과 중국 국경일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9.27. 03:12 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식물 중 하나는 호로(葫蘆)다. 우리는 보통 호리병박이라고 부른다. 줄기가 여럿 감기며 올라가는 덩굴성이며 씨앗도 많다. 중국인이 이 열매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호로와 중국어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복록(福祿)이다. 행복, 출세해서 얻는 높은 샐러리의 뜻이 담겨있다. 게다가 호로가 지닌 복잡한 덩굴과 풍부한 씨앗은 번영(繁榮)에 다산(多産)까지 의미한다. 색깔까지 황금색이다. 커다란 박을 몇 개 엮으면 물에서도 뜬다. 부(富)를 상징하고, 홍수에서도 사람 목숨 건지는 구명(救命)의 용도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그런 호리병박에 장수(長壽)의 기원까지 곁들이면 최고다. 그래서 진짜 호리병박을 말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5] 중국 ‘큰 형님’들의 쓸쓸한 퇴장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9.20. 03:13 부형(父兄)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단어다. 아버지와 형을 동렬에 놓았다는 점이 특색이다. 혈연을 바탕으로 적장자(嫡長子) 중심의 가족 관계망을 형성하는 중국의 오랜 전통, 종법(宗法)과 관련이 있다. 종법의 체계에서 가부장(家父長)인 아버지의 역할은 퍽 크다. 집단의 우두머리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사라졌을 때 자리를 물려받는 존재가 형이다. 따라서 중국은 ‘형님’을 믿고 따르는 문화가 꽤 발달했다. 문헌에서는 형장(兄長)이라는 말을 잘 쓴다. 그러나 입말에서는 '다거(大哥)'가 훨씬 일반적이다. 우리식으로 옮기자면 '큰 형님'이다. 조폭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자주 나와 친숙한 말이다. 대형(大兄)이라는 표현도 있다. '다거'와 같은 맥락이..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4] 돼지고기와 중국인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9.06. 03:12 집에 돼지를 키운다? ‘집’의 한자 가(家)의 풀이다. 주거용으로 지은 건물[宀·면]에 돼지[豕·시]가 들어앉은 꼴이다. 처음부터 그 동물이 ‘돼지’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언제부턴가 중국인들은 돼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집’으로 적었다. 중국인들의 돼지 사랑은 아주 유명하다. 4대 기서(奇書)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 하나는 저팔계(豬八戒)다. 돼지 형상으로 맹활약을 하는 캐릭터다. 아울러 한자 가(家)의 예에서 보듯이 돼지를 일찌감치 재산으로 다룬 흔적이 있다. 중국에서 돼지는 또 왕성한 생명력,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상(吉祥), 그리고 복(福)을 상징한다. 오랜 농경(農耕)의 습속 때문에 돼지를 가장 잘 키울 수 있던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3] 주원장이 明을 세운 힘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8.30. 03:13 명(明)을 세운 주원장(朱元璋)에게 큰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 경솔함을 눌러 채비를 더욱 견고하게 갖추도록 이끈 주승(朱升)이다. 주원장이 주변의 군벌들과 거친 전쟁을 치르며 왕조 창업을 위해 다가가던 무렵이었다. 초야에 숨어 있던 주승을 찾아간 주원장은 먼저 천하 통일을 위한 방책을 물었다. 주승은 짤막한 권유를 건넨다. “성을 높이 쌓고, 식량을 널리 모으며, 왕을 서둘러 칭하지 말라(高築墻, 廣積糧, 緩稱王).” 왕조 건업에 혈안이었으나 영리했던 주원장은 재빨리 이 말의 요체를 알아들었다. 그에 따라 자신의 근기(根基)를 튼튼히 다지고, 전쟁 수행을 위한 경제력 확보에 나서면서 창업 시점을 앞당기고자 서두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2] 광둥과 홍콩의 人文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8.23. 03:12 우링(五嶺)이라는 험준한 산지(山地)를 남쪽으로 넘으면 중국의 끝자락 광둥(廣東)이다. 다른 말로는 영남(嶺南)이라고 적는다. 이 지역 인문(人文)이 지니는 특색의 키워드는 일탈과 자유, 그리고 변혁이다. 중국 당국이 개혁·개방을 펼치면서 가장 주목받던 곳도 광둥이다.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쳐 내놓은 중앙정부의 ‘정책(政策)’은 늘 이곳 ‘대책(對策)’의 맞바람에 흔들렸다. “위에서 정책을 내놓으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마련한다(上有政策, 下有對策)”는 말이 가장 유행했던 곳이 광둥이다. 정부 말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제 편의대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그만큼 광둥은 ‘중앙’에서 거리상으로 멀고, 심리적으로 자유로운 ‘지방’..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1] 중국의 ‘착하게 살자’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8.16. 03:12 서방 언론들이 ‘디지털 레닌주의’로 표현한 중국의 사회 공공 신용 체계(社會公共信用體系)가 신속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으로 면밀한 감시망을 구성해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했다. 주요 도시별로 현지 상징물을 앞세운 새 ‘도덕 지표’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쑤저우(蘇州)는 ‘계수나무 꽃 점수(桂花分)’, 항저우(杭州)는 ‘첸장 점수(錢江分)’, 푸저우(福州)는 ‘백로 점수(白鷺分)’ 등이다. 개인의 준법성을 점수로 따지는 시스템이다. 교통과 쓰레기 분리 배출 등의 준법 여부, 개인의 채무 불이행, 정부 방침에 저항하는 행위 등을 점검한다. 당국이 권장하는 항목을 실천에 옮..
♥[에릭 존의 窓] “초면에 나이와 연봉을 묻다니…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에릭 존 보잉코리아 사장·前 주태국 미국 대사 입력 2023.07.13. 03:00 만 나이 쓰게 된 한국 보며 40년 전 방한 당시 추억 떠올라 당황했지만 곧 적응… 美서도 초면에 묻다가 “형사냐” 비난받기도 한국도 이제 개인화가 대세지만 끈끈한 인간관계 가끔 그리워 얼마 전 한 외신의 한국 특파원인 친구가 만 나이 도입에 대해 흥미로운 기사를 썼다. 한국도 세계 표준에 맞춰 만 나이로 통일하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였다. 지난 십 년간 한국에 살면서 누구도 굳이 한국 나이와 만 나이를 둘 다 알려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기사를 읽으며 처음 한국에 왔던 40년 전의 기억을 소환하게 됐다. 당시 경험했던 수많은 문화적 차이는 오늘날 상당수가 크게 달라졌다. 198..
[리빙포인트]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조선일보 입력 2023.07.13. 03:00 여름철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야외 활동을 할 때 어두운 색 옷보다 흰색 옷을 입고, 향수나 향이 진한 화장품은 쓰지 않는 게 좋다. 원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living/2023/07/13/EHVYGB776RAPHNYDOKNXN2MRQI/
[만물상] ‘쌍둥이’ 판다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3.07.12. 23:09 업데이트 2023.07.13. 01:30 아이들이 어렸을 때 판다 보고 싶다는 성화에 용인 에버랜드를 여러 번 갔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속 판다처럼 활기찬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자고 있거나 게으르게 누워서 대나무를 먹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어쩌다 몸을 일으켜 관람객 쪽을 보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판다의 게으름은 생존 전략이라고 한다. 판다는 해부학적으로 잡식성인 곰에 가깝다. 장(腸) 길이도 곰처럼 짧아 질긴 섬유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대나무를 하루 30㎏씩 먹지만 고작 17%만 양분으로 쓴다. 그러니 최대한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야 생존에 유리하다. 번식에 쓰는 에너지도 극도로 아낀다. 암컷 발정기가 연중 사나흘에 불과해 임신 확..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0] 중국인이 사랑하는 꽃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8.09. 03:12 중국에는 나라를 상징하는 꽃, 국화(國花)가 아직 없다. 이제야 나라꽃을 선정하느라 분주하다. 올해 초 중국 화훼협회가 앞장섰다. 일반인 33만2000여 명을 상대로 조사했다. 우선은 모란꽃이 가장 유력하다. 한자로는 목단(牧丹)이다. 부귀(富貴)의 상징이어서 현세적 가치를 중시하는 중국인 기호에 딱 맞는다. 크고 듬직하며 색깔도 화려해 ‘꽃의 왕[花中王]’이라고도 부른다. 화훼협회 여론조사에서 거의 80%에 이르는 지지율을 보였다. 그다음으로 꼽힌 꽃은 매화(梅花)다. 겨울의 모진 추위를 이겨낸 뒤 먼저 망울을 터뜨리는 꽃이다. 삶의 고달픔을 이겨내는 의지의 상징이다. 모란 못지않게 중국인 심성에 어울리지만 매화는 이미 대만 국화라서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9] 중국인, 華人 그리고 唐人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8.02. 03:08 중국인을 지칭하는 말은 여럿이다. 우선은 한인(漢人)이다. 초기에 중국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한(漢) 왕조의 신하와 백성을 가리켰다. 현대 중국의 주류를 이룬 ‘한족(漢族)’이라는 호칭의 토대다. 화인(華人)이라는 이름도 있다. 주변의 여러 민족과 견줘 스스로를 더 우아하게 부르는 말이다. 자신을 세계의 중심, 주위 사람을 오랑캐로 치부하는 중화주의(中華主義)의 설정이다. 더 고풍스러운 표현은 '화하(華夏)민족'이다. 옛 중국 정통성의 한 갈래인 하(夏)를 덧붙였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의 통칭은 화교(華僑)다. 화민(華民)으로도 적는다.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는 화상(華商)이다. 출신 지역에 따르는 경우도 있다. 광둥(..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8] 중국의 黑社會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7.26. 03:12 건달이나 깡패 등을 일컫는 중국 단어는 유맹(流氓)이다. 본래는 전란이나 재난 등에 쫓겨 정처 없이 떠도는[流] 백성[氓]을 가리켰다. 따라서 유민(流民)이라 적어도 무방하다. 조직을 갖춘 폭력배는 흑사회(黑社會)로 적는다. 현대에 들어와 생긴 조어(造語)다. 전통적 개념은 방회(幫會)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스스로 무장해 각종 위험에 대응해야 했던 상인 그룹, 즉 상방(商幫)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청(淸)대에 대운하에서 조운(漕運)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조직했던 청방(靑幫)이라는 집단이 아주 유명하다. 지금도 대만에서 명맥을 유지한다. 한때 중국을 다스렸던 장제스(蔣介石)도 이들과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고 알려졌다. 홍방(紅幫)이라고도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7] 싼샤댐과 人定勝天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7.19. 03:08 자연에 감응하는 사람, 그래서 하늘과 인간이 하나를 이룬다는 뜻의 성어가 천인합일(天人合一)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이 녹아 있다.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자연을 어떻게 보느냐를 말할 때 흔히 등장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말도 전해진다.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 있다는 인정승천(人定勝天)이다. 여기서 ‘인정(人定)’은 사람의 사고나 행위다. 그러니까 마음만 먹으면 환경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의 '천인합일'은 주로 관념적인 흐름이다. 유가(儒家)와 불가(佛家), 도가(道家) 등 종교철학 영역에서 각자 깊은 해석을 시도했다. 촘촘한 사유의 체계를 지녀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중국인의 자연관을 대표했다고 보기..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6] 현대 중국인의 民生苦 셋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7.12. 03:11 2000년대 들어 도시의 중국인에게 유행했던 ‘세 마리 뱀’ 이야기가 있다. 검은 뱀인 흑사(黑蛇), 하얀 뱀 백사(白蛇), 안경을 걸친 듯한 안경사(眼鏡蛇)다. 도시의 중국인을 괴롭히는 세 존재다. 검은 뱀은 제복을 입은 공무원이다. 경찰을 비롯해 철거 및 단속을 집행하는 도시 관리 공무원이다. 거리에서 상업 행위 등을 하는 일반인에게 가장 무섭다. 돈을 상납받는 관행이 있어서 ‘뱀’으로 꼽혔다. 하얀 뱀은 흰 가운을 걸친 의사나 간호사다. 입원, 진료, 수술 등을 할 때 ‘촌지’를 밝혔던 의료 종사자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안경사’는 실제 코브라의 지칭인데 눈 주위의 무늬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중국 민간이 가리켰던 대상은 학교 선생..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5] 자금성 붉은 담 위의 난초꽃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7.05. 03:13 베이징(北京)의 큰 상징은 자금성(紫禁城)이다. 명(明)과 청(淸) 두 왕조의 황제(皇帝)가 머물렀던 황궁(皇宮)이다. 1925년 이후 고궁(故宮)으로 불렀지만 원래 명칭은 그렇다. 자금(紫禁) 두 글자는 따로 떼서 이해해야 좋다. 앞 글자는 중국 천문(天文)에서 가장 높은 별자리, 자미성(紫微星)을 가리킨다. 뭇 별을 거느리는 최고 별이다. 중국의 전통 천문은 땅 위의 권력을 그대로 투영했다. 지상(地上) 최고 권력자인 황제(皇帝)와 그 주변에 있는 대신(大臣)의 역할 등을 하늘의 별자리로 옮겨 설명한다. 그 복판이자 가장 높은 곳의 별 자미성은 곧 황제의 상징이다. 둘째 글자 금(禁)은 새김 그대로다. 사람의 통행을 제한하는 행위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4] 진화 vs 天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6.28. 03:11 ‘evolution’이라는 영어를 진화(進化)라고 옮기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이제 없다. 그러나 한자 문화권에서 이 단어를 번역하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그런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던 까닭이다. 메이지(明治) 때 일본은 이를 '진화'로 옮겼지만, 청말(淸末)의 중국은 '천연(天演)'이라고 적었다. 토머스 헉슬리의 '진화와 윤리(Evolution and Ethics)'라는 책에 자신의 관점을 곁들여 '천연론(天演論)'으로 번역한 엄복(嚴復·1854~1921)이 주인공이다. 그는 생명체들의 경쟁을 물경(物競), 자연의 선택을 천택(天擇)으로 적었다. 그리고 다툼 끝에 살아남는 일을 최적자존(最適者存)으로 적었다. 생존경쟁(生存競爭),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3] 바람 피하는 항구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6.21. 03:12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로 시작하는 우리 예전 가요가 있다. 1954년 나온 ‘홍콩(香港) 아가씨’다.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홍콩을 그렸다. 홍콩의 역사·문화적 지칭은 ‘바람 피하는 항구’다. 중국인들은 피풍당(避風塘)으로 적는다. 그곳은 본래 중국 대륙에서 빠져나온 이민자들의 도피처였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중국 건국 뒤의 문화대혁명 등 극심한 혼란기에 대륙을 탈출한 사람들이 모여든 사회였다. 따라서 중국 현대사에 번졌던 여러 얼룩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초기 이민자들의 삶은 보통 바다를 떠나기 힘들었다. 형편이 여의치가 않아 방파제 안의 선상(船上)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배들이 모여 이룬 독..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2] 長江의 앞 물결과 뒷물결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6.15. 03:12 우리는 곧잘 조국의 영토를 강산(江山)이라는 말로 쓰기도 한다. ‘삼천리금수강산(三千里錦繡江山)’이 좋은 예다. 이 말은 국토 전체를 지배하는 권력을 가리킬 때도 있다. 중국에서는 타강산(打江山)이라고 적으면 '국가 권력을 손에 넣다'는 뜻이다. 현대 중국에 견줘 보면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등의 역할이다. 붉은 공산주의 이념으로 사회주의 중국을 건국한 1세대다. 따라서 보통은 '홍일(紅一)'로 줄여 적는다. 이들과 혈연으로 이어져 다음 세대를 형성한 사람들은 '홍이(紅二)'로 부른다. 혁명 세대인 시중쉰(習仲勳)의 아들로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習近平), 그에 앞서 권력 정상에 올랐던 장쩌민(江澤民) 등이 다 그렇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1] 중국의 持久戰 전략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6.07. 03:13 중국은 6·25전쟁을 대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고 부른다.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뒤에 구호 하나가 더 붙었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적다. 보가위국(保家衛國)이다. 집과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다. 당시 전쟁에 뛰어든 중공군 병력은 240만명 이상이다. 이들의 명칭은 중국 군대의 공식 이름인 인민해방군(人民解放軍)이 아니라 인민지원군(人民志願軍)이다. 미국의 한반도 ‘침략’에 맞서려 인민들이 자원해 참전했음을 강조하는 이름이다. 물론 군대 건제(建制)는 해방군 그대로였고, 전력 추진과 보급 및 운송 등은 국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대외적으로 명분을 그럴싸하게 내세우고자 이름을 거짓으로 포장..
♥巨富의 산실, 진주 승산마을의 비결 [만물상] 박종세 논설위원 입력 2023.07.11. 21:20 업데이트 2023.07.12. 00:20 삼성·LG·GS·효성 가문을 배출한 진주 승산마을 앞에는 방어산이 있다. 이 마을 부자들은 새벽 일찍 방어산 자락에 걸린 새벽별을 보면서 하루 일을 시작했다. 삼성,효성은 물론이고 LG·GS의 전신인 금성엔 이름에 모두 별이 들어 있다. 지독히도 부지런하게 일해서 벌고, 번 것은 쓰지 않았으며, 쓰지 않았으니 자연히 쌓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승산마을 허씨 가문엔 절약에 관한 전설 같은 얘기들이 전해 온다. ‘담뱃대에 담배를 재고 빨기는 하지만, 불을 붙이지 않고 입김만 내뿜었다.’’ ▶GS 허만정 창업주의 부친 허준 선생은 모은 재산을 자식과 조상, 동네 주민, 나라의 몫으로 나누는 유지를 내리고, 마을의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40] 中華에 못 미치는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31. 03:13 ‘중국’은 본래 성벽으로 싸인 타운을 지칭했던 단어다. 처음에는 국중(國中)으로 적었다. 한자 국(國)에는 네모가 두 개 있다. 안의 네모는 작은 성(城), 밖의 네모는 더 큰 성인 곽(郭)이다. 성을 두 개나 두를 정도면 옛사람들 생활 수준으로 따질 때 아주 큰 정치적 주체다. 따라서 ‘국중’은 주(周)나라 천자(天子)가 있는 도성이라는 뜻이다. 그러다가 차츰 ‘중국’으로 적었다. 중국의 옛 명칭은 다양하다. 북부 중국의 일부를 점유했던 주나라는 적현(赤縣)으로도 불렀다. 빨강을 숭상하는 전통 때문이다. 전역을 아홉으로 나눴다고 해서 얻은 이름은 구주(九州)다. 인도가 중국을 불렀던 호칭 중 하나는 치니(Chini)다. 여기서 나온 명..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9] 전통의 지혜로부터 멀어진 공산당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24. 03:13 사람 됨됨이를 따질 때 중국인들은 일정한 잣대가 있다. 남보다 먼저 제 밑천을 드러내는 사람에겐 결코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 의중을 드러내지 않고 셈에 셈을 거듭하며 신중하게 처신해야 중국에서는 ‘된 사람’ 취급받는다. 우리말 사전에도 올라 있는 성부(城府)라는 한자 단어가 있다. 중국에서는 ‘속이 깊은 사람’의 의미다. 이 말은 원래 도시의 성벽, 큰 저택의 담을 가리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의 담을 쌓아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새김을 얻는다. 마음속에 이런 담을 쌓아 좀체 속내를 상대에게 드러내지 않는 이가 중국인에게는 ‘괜찮은 사람’이다. 가슴에 그런 속성을 지녔다는 흉유성부(胸有城府)라는 성..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8] 중국 공산당의 呪文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17. 03:12 유명 고전소설 ‘서유기(西遊記)’에 등장하는 주문이 있다. 철없이 날뛰는 원숭이 손오공(孫悟空)을 제압하려 현장법사(玄奘法師)가 외는 ‘긴고주(緊箍呪)’다. 손오공 이마에 채운 쇠고리는 이 주문이 나오면 마구 조여져 심한 고통을 준다. ‘불안정성’을 상징하는 캐릭터 손오공은 그로써 길들여진다. ‘긴고주’에 해당하는 현대 중국 공산당의 주문이 있다면 ‘안정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穩定壓倒一切)’는 말일 것이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유훈과도 같다.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 지도자들은 이를 주문처럼 외우다시피 했다. 다양한 문화적 갈래를 지닌 중국을 이끌기 위해서는 안정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잦은 전란 속에서 늘 태평(..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7] 전통을 誤讀하는 중국 지도층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10. 03:02 ‘칠월류화(七月流火)’라는 성어가 있다. 지독한 더위를 이르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무더위를 상징하는 대화(大火)라는 별이 서쪽으로 흐르면서 여름이 가을에 자리를 비킨다는 뜻이다. 중국의 대학 중문과 1학년 학생이 배우는 성어다. 유명 학부인 인민대학(人民大學) 총장이 이 말을 잘못 썼다. 대만의 고위 정치인이 2005년 여름에 학교를 방문하자 이 성어를 사용하면서 “환영의 열기가 어디 날씨뿐이겠느냐”고 했다. 더 큰 사달도 났다. 지난해 명문 베이징(北京)대학 개교 120주년 기념식이었다. 린젠화(林建華) 총장은 학생들에게 커다란 뜻을 지칭하는 '홍곡(鴻鵠)'의 포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홍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6] 부패가 번지기 쉬운 사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5.03. 03:13 남을 높이 우러른다는 뜻의 경(敬)이라는 글자는 중국에서 이상하게 쓰일 때가 있다. 효경(孝敬)이나 빙경(氷敬), 탄경(炭敬), 별경(別敬) 등의 조어와 함께다. ‘효경’은 본래 부모를 잘 모시며 공경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뇌물의 동의어다. 윗사람에게 상납하는 금전이나 재화다. 여름철 무더위를 이기라고 건네는 그것은 ‘빙경’, 겨울철 추위를 잘 견디라는 뜻에서 주는 것은 ‘탄경’이다. 헤어질 때 바치는 것은 ‘별경’이라고 했단다. 관직도 부수입이 좋으냐 안 좋으냐에 따라 크게 나뉜다. 두둑하게 챙기는 자리는 살이 찐다는 의미의 비결(肥缺), 그러지 못하는 곳은 수척해진다는 맥락의 수결(瘦缺)이다. 덤으로 흐뭇하게 챙기는 수익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5] 중국엔 왜 暗器가 많을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4.26. 03:02 기계적인 장치를 이용해 멀리 쏘는 활이 쇠뇌(弩)다. 인류의 무기(武器) 발전사에서 한 획을 그을 만한 발명이다. 이 쇠뇌가 처음 만들어진 곳은 중국이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인 춘추시대 전에 이미 등장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오는 살상 무기다. 원거리에서 상대를 공격하니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나 당당한 싸움법과는 거리가 멀다. 우직하게 정면에서 곧장 달려들어 승부를 내는 결전 방식은 결코 아니다. 중국의 전통적인 싸움 방식은 일정한 패턴을 지니며 발전했다. 바둑의 예에서 드러나듯 보이지 않게, 조용히,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우회해 싸움을 벌인다. 서로 마주 서 있다가 순간적으로 총을 꺼내 쏘는 서양식 카우보이들의 결투를 ..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4] 예절 뒤에 숨긴 칼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4.19. 03:13 술을 마셔도 혼자 마시는 독작(獨酌)보다는 상대와 어울리는 대작(對酌)이 낫다. 술자리에서 흔히 쓰는 말 ‘권커니 잣거니’의 뜻, 수작(酬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 말은 요즘 ‘웬 수작이냐’고 눈 부라릴 때의 쓰임으로 전락했지만…. 잔을 적당히 채우면 짐작(斟酌)이다. 앞뒤를 잘 헤아려 술잔을 채우면 참작(參酌)이다. 마침내 알맞게 잔을 채우면 작정(酌定)이다. 누군가 내게 잔을 권했으면 돌려서 따라줘야 한다. 보수(報酬)와 응수(應酬)다. 제사를 올리거나 남과 교제하는 예법(禮法)에서 나온 조어(造語) 행렬이다. 음주 예절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낱말을 만들어 낸 곳이 중국이다. 그 점에서 중국은 세계적이다. ‘의례(儀禮)’..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3] 城을 바라보는 중국인의 정서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9.04.12. 03:12 성(城)은 예로부터 중국인들이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는 장치였다. 안에는 정사를 논의하는 조정(朝廷)이 있고, 일반인 동네 여염(閭閻)이 있었다. 성이 외부와 이어지는 곳은 교(郊)다. 따라서 성 주변은 교외(郊外)다.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은 야(野)다. 때로는 비(鄙)로도 적었다. 둘을 합치면 야비(野鄙)다. 우리도 잘 쓰는 ‘야비하다’의 그 단어다. 퍽 나쁜 뜻이어서 성 안팎의 아주 다른 위상을 실감케 한다. 요즘도 도시 외곽에 사는 중국인은 자신의 경우를 '성외(城外)'라고 부른다. 도시인은 제 처지를 '성리(城裡)'라고 한다. 성의 안과 밖을 집요하게 구별하는 시선이다. 중국 도시의 성은 거의 없어졌다. 1949년 중국의 건국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