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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의 News English] 왕실 떠난 해리 왕손과 에드워드 8세의 닮은 점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0.01.23 03:11 | 수정 2020.01.23 06:21 바람둥이(philanderer)에서 군인 영웅이 됐다가 미국인 이혼녀와 결혼하면서(marry an American divorcee) 왕실을 등진 풍운아. 영국 왕실에서 독립을 선언한(declare his independence from the Royal Family) 해리 왕손과 1936년 왕위에 올랐다가(rise to the throne) 1년도 안 돼 물러난(renounce the throne) 에드워드 8세는 언뜻 보기에(at first glance) 비교할 만한 것이 없는(wear little comparison) 듯하다. 그런데 묘하게 닮은 점(uncanny parallel)이 많다. 해리의 어린 시절 못된..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장강명 소설가 입력 2022.09.27 03:00 에피스테메, 시좌… ‘평론가 단어’에 대한 반감 이해는 하지만 ‘사흘’ ‘심심(甚深)’ 같은 개념어까지 논란이 되는 현실은 절망스러워 길고 어려운 글 읽기 위해 문해력 키우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지키는 것 문예지를 처음 펼쳤을 때는 주눅이 들었다. 평론가들의 글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에피스테메, 시좌(視座) 같은 단어는 어찌어찌 검색해가며 해독했다. 하지만 ‘여기―우리’라든가 ‘(비)존재’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사전에 없는 표현을 맞닥뜨리면 당혹스러웠다. 그런 단어를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 너무 똑똑하고 학식이 풍부해 보였다. 지금은 문예지를 읽으며 움츠러들지는 않는다. 가끔은 콧방귀를 뀌기도 한다. 그사이 나도 식견이 늘었고, ‘업계 용어, 업..
[윤희영의 News English] “영화 ‘기생충’이 놓친 한국의 현실”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0.01.21 03:13 | 수정 2020.01.21 06:07 빈정대는 유머가 가미된 희극(farce seasoned with sarcastic wits)을 ‘블랙 코미디’라고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은 결코 희극이라 할 수 없지만, 블랙 코미디를 닮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북적거리는 반지하에 산다(live in an overcrowded semi-basement). 바닥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한다(rarely escape the bottom). 잘사는 사람들은 호화 주택에서 호의호식한다(live on the fat of the land). 까불거리면서 부자 삶을 만끽한다(enjoy to the full). 극심한 불평등 사회(fiercely un..
[윤희영의 News English] 형제의 난과 엄마의 유언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0.01.16 03:12 | 수정 2020.01.17 13:50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이 1997년 사망했을(pass away) 당시 윌리엄 왕세손은 15세, 동생 해리 왕손은 13세였다. 따스한 형제애(warmhearted fraternal love)로 서로 보듬으며 슬픔과 괴로움을 함께 이겨냈다(overcome their sadness and anguish). 윌리엄이 결혼한 이후에도 형제는 평생의 동반자(lifelong companion)가 될 것처럼 그지없이 정겨운 모습(indescribably affectionate attitude)을 보였다. 그랬던 형제의 유대감(brotherly bond)에 금이 가기(be cracked) 시작한 것은 해리가 메건 마클과 결혼하겠다고..
[윤희영의 News English] 북한의 악몽 ‘코끼리 걸음’ 훈련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0.01.14 03:13 | 수정 2020.01.14 06:10 ‘이란과 북한에는 최악의 악몽(worst nightmare).’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The National Interest'가 미 공군이 F-35A 스텔스 전투기(stealth fighter)로 역대 최대 규모의 집단 시위를 벌였다고(conduct their biggest-ever mass staging) 사진을 공개하며 단 제목이다. 사진에는 섬뜩한 모습(frightening figure)의 F-35A 전투기 52대가 4대씩 13열로 줄줄이 출격 대기하고 있는(be on a standby one after another) 모습이 찍혔다.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표적 폭살한 뒤 이란이 보복 공..
[윤희영의 News English] 욕실에 들어가면 생길 일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0.01.13 03:11 | 수정 2020.01.13 06:02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동화(fairy tale)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마법의 거울(magic mirror)은 “백설공주가 가장 예쁘다”고 답한다. 그런데 가까운 미래(near future)에 등장할 거울은 백설공주처럼 제일 예뻐질 수 있는 마법을 가르쳐준다.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20'에선 온갖 혁신 기술(all sorts of innovative technologies)이 선을 보였는데(make their debut),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욕실 장치(artificial intelligence-based bathroom devices)도 공개돼 관심..
[윤희영의 News English] 주한 미국 대사의 콧수염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0.01.09 03:13 | 수정 2020.01.09 06:17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US ambassador to Korea)가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complain of an injustice).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fivefold increase for its defense-cost sharing deal) 압력으로 한국민의 거센 항의를 한 몸에 받게 된(become a lightning rod for Koreans’ outcry) 것도 난감한데, 난데없이(out of the blue) 콧수염 비난까지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해리스 대사는 2018년 7월 한국에 부임하면서 콧수염을 기르기(grow a mustache) 시작했다. 해군 태평양사령..
[윤희영의 News English]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말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20.01.02 03:12 | 수정 2020.01.07 15:07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는 경구(警句·epigram)가 있다. 말을 한 번 하기 전에(before making a remark) 세 번 생각하라는 뜻이다. 무심코 입 밖에 낸(inadvertently blurt out) 한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뜻하지 않은 불신감이나 모욕감을 줄(give rise to an unexpected distrust or feeling of insult) 수 있어서다. '솔직히 말하자면(To be honest)' '사실대로 말하자면(To tell you the truth)' 이런 말은 피해야 한다. 상대에게 나 자신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내는(raise a red flag) 꼴이 된다. 지금까..
[윤희영의 News English] 1월 한 달 禁酒하면 생기는 효과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19.12.31 03:13 'Dry January'라는 금주 운동(temperance movement)이 있다. 영국에서 처음 생겨나(spring up) 새해맞이 알코올 해독을 위한 연례행사(annual event for new year detox)가 됐다. 원래는 습도 낮은(be low in moisture) 1월의 차가운 공기가 모든 것을 메마르게 한다는(leave everything arid) 뜻이었는데, 지난 2014년 영국의 한 음주 예방 단체가 1월 한 달 동안만은 술을 자제해(abstain from alcohol) 술에 절어 있던(be given over to drinking) 간(肝)을 말려주자는 캠페인 구호로 내걸었다. 그렇다면 술을 한 달 동안 끊으면(quit d..
[윤희영의 News English] 1월 1일 새해 결심보다 ‘봄 개편’이 나은 이유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19.12.26 03:11 | 수정 2019.12.26 06:08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be around the corner). 이맘때가 되면 많은 사람이 신년 계획을 세우고(set up New Year’s resolutions) 1월 1일부터 기필코 지키겠노라 다짐한다(resolve to stick to them at any cost). 그런데 1월 12일 전후로 상당수가 자신과의 연례 약속을 또다시 포기하는(give up on their annual commitment to themselves) 것으로 조사됐다. 1월 고비를 용케 넘긴다 해도(manage to struggle through January) 2월 말이면 약 80%가 저버리는(ditch)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윤희영의 News English] 소록도의 나이팅게일과 노벨 평화상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19.12.24 03:12 내년은 ‘백의의 천사(white-robed angel)’로 불리는 나이팅게일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bicentenary)다. 어쩌면 이 뜻깊은 해에 한국과 인연 있는 간호사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Nobel Peace Prize laureate)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고국 오스트리아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마리안 스퇴거(85)와 마거릿 피사렛(84) 할머니. 간호학교를 졸업한(graduate from a nursing school) 직후인 1962년과 1966년, 20대 꽃다운 나이에(in the flower of life) 전라남도 고흥군의 작은 섬(tiny island) 소록도에 와서 40여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봤던(devot..
[윤희영의 News English] 어이없어 웃음 나오는 한국 비난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19.12.19 03:12 “중국 TV 예능 프로그램 촬영 중 출연자가 죽은 것은 한국 탓이다(Korea is to blame).” 대만 가수 겸 배우이자 유명 방송인인 재키 우(吳宗憲)가 중국 예능 프로 ‘追我吧(Chase Me)’ 출연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die of a heart attack) 대만계 캐나다 배우 가오이샹(高以翔·Godfrey Gao)의 죽음을 한국 때문이라고 비난해(blame Korea for his death)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arouse a controversy). 그는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달 27일 가오가 예능 촬영 도중 쓰러져 숨진 것에 대해 한국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take all the responsibility)"고 언성..
[윤희영의 News English] 늑대 같은 남자가 좋은 이유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19.12.17 03:12 ‘남자는 모두 늑대’라고 몹쓸 인간(wicked man) 취급을 한다. 그런데 그 여자 주변 ‘늑대’는 어떤 인간인지 몰라도, 실제 늑대는 전혀 그렇지 않다(be a far cry from it). 늑대는 일부일처제(monogamy)로 살아간다. 처음 짝짓기한 상대와 평생을 함께한다(share their lives). 그 상대가 죽으면 새로운 짝을 만나는 경우는 있어도, 곁에 두고 살면서 바람을 피우지는(have an affair) 않는다. 미국 국립공원 옐로스톤에선 암컷이 죽자 수컷이 새끼들을 함께 키웠던(raise their pups together) 굴에 은거하며(retreat into the den) 사흘 동안 울부짖는(howl for the ne..
[윤희영의 News English] “트럼프가 둘 다 망치고 있다”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19.12.12 03:12 | 수정 2019.12.12 06:10 ‘한 푼 아끼려다 천 냥 잃는다’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썩힌다’는 속담(proverb)이 있다. 영어로는 ‘penny wise, pound foolish’라고 표현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트럼프의 애바른 인색함(penny-pinching)이 대(對)한국 외교를 파멸로 몰아가고, 북한 문제도 망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 이런 격언(adage)을 인용했다. "트럼프가 '코리아'에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살인적 독재 정권(murderous dictatorship)인 북쪽 '코리아'가 아니라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남쪽 '코리아'에 그러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
[윤희영의 News English] 신성 모독적인 ‘메리 크리스마스’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19.12.10 03:12 | 수정 2019.12.10 06:20 영국과 미국의 청교도(puritan)들은 크리스마스 축제를 금지했었다. 예수 탄생일(date of birth)이 12월 25일이라는 성경 근거(biblical support)가 없다는 이유였다. 평일로 지정하고(designate it as a working day), 적발되는 자에게는 벌금까지 부과했다(impose fines on anyone caught celebrating). 당시 많은 주민은 오랜 전통에 따라(according to an ancient tradition) 겨울 동지 축제를 구실 삼아(under color of winter solstice festivities) 술에 취해 흥청거렸는데(engage..
[윤희영의 News English] 감기 증상의 시간대별 변화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19.12.05 03:12 | 수정 2019.12.05 07:02 감기는 첫 24시간이 중요하다(be crucial). 감기에 걸리는(catch a cold) 과정에는 여러 요인이 겹친다. 감기 바이러스 200여 종 중 하나가 침투해 증식하면서 콧물이 흐르고(have a runny nose), 재채기하고(sneeze), 목이 아파오는(have a sore throat) 증상을 일으킨다. 처음엔 콧속에 산재해 있는 미세한 털 같은 세포들(tiny hair-like cells dotted throughout the nasal cavity)에 차단된다. 바이러스를 점액과 함께 목구멍으로 쓸어 넣어 별 탈 없이 삼켜지게(be swallowed out of harm's way) 한다. 기도..
[윤희영의 News English] 식물인간 엄마를 되살린 모성 본능 윤희영 에디터 입력 2019.12.03 03: 12 | 수정 2019.12.03 06: 16 모성애(mother’s instinctive love)는 자연의 법칙을 이길(beat the natural laws) 때도 있다. 그런 기적 같은 일(something miraculous)이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났다. 코르도바주(州)에 사는 세 자녀의 엄마 마리아 페레이라(42)씨는 '묻지 마 폭행'을 당했다(become the victim of an 'unprovoked attack'). 한 달 전쯤이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는데(get off a motorcycle) 20대 남자가 다가오더니 아무 이유 없이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brutally assault her for no reason). 쓰러지면서 머리를..
♥[조은산의 시선] ‘쓴다’와 ‘산다’는 같은 일이더라 조은산·'시무 7조' 청원 필자 입력 2022.09.22 03:00 글과 삶은 닮아 있다. 진실한 글은 한 사람의 영혼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글을 쓴다는 건 한 삶을 산다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한 적 없는 나는 글을 모르고, 나이 갓 마흔을 넘긴 나는 아직 삶도 모른다. 그러나 쓰는 고통과 사는 아픔을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은 그러한 경험적 사실에서 비롯된 글과 삶에 관한 내 생각의 기록이다. 살아 있는 누구나 글을 쓴다. 내 아들도 글을 쓴다. 올해 여덟 살 난 아들의 코 묻은 일기장에도 삶은 피어있다. 직장인은 보고서를 쓰며 구직자는 이력서를 쓴다. 글은 살아 있다는 인식의 증서요, 기어이 살겠다는 열망의 필사다. 여백을 앞에 둔 나는 언제나 암담했다. 무슨 말을..
♥[한현우의 미세한 풍경] 미래의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을 나에게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9.20 03:00 수학자들은 이상한 사람들이다. 숫자를 들여다보고 이리저리 조합해 보는 게 그들의 일이다. 그러다가 어떤 규칙을 발견하면 ‘아무개의 추측’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다. 그러면 전 세계 수학자들이 그 문제를 풀려고 달려든다. 1937년 독일 수학자 로타르 콜라츠가 제시한 ‘콜라츠 추측’은 아직도 증명되지 않았다. 그가 발견한 규칙은 간단하다. 어떤 수(x)가 홀수면 ‘3x+1′에 대입하고 짝수면 반으로 나눈다. 그러면 어떤 숫자든 결국 ‘4→2→1′의 순환 고리에 갇힐 것이라는 추측이다. 3을 생각해 보자. 3은 홀수이므로 3x+1에 대입하면 10, 짝수가 나왔으므로 반으로 나누면 5, 다시 수식에 대입하면 16→8→4→2→1이 된다. 1을 3x+1에 대입..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與 갈등의 숨은 코드, 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2.09.16 03:00 영국 엘리자베스 2세는 70년 재임했다. 그 기간 우리는 이승만부터 윤석열까지 대통령을 열 세 명 거쳤다. 그런 그가 서거했으니 ‘한 시대가 끝났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한 세기가 끝난 느낌이다. 훗날 영국인들은 21세기는 2022년에 시작됐다고 회고할지도 모른다. 1919년 ‘베르사유 체제’로 비로소 20세기가 시작된 것처럼.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을 21세기가 시작된 해로 볼 수 있다. 팬데믹은 일하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인공지능(AI)이 상징하는 ‘기술의 시대’는 이미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대전환했지만 팬데믹은 그것을 ‘급가속’했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대선은 21세기 첫 번째 선거다. 전통적 20세기(..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전은 ‘셀프’입니다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2.09.15 03:00 추석은 하기 싫은 일 하고 듣기 싫은 말 들으며 가족 간 불화하는 날 성균관서 “전 부칠 필요 없다” 해도 전 부쳐 먹어야 하는 날인가 다음 추석엔 각자 원하는 만큼 ‘셀프’로 부쳐 먹으면 어떨까 추석이란 무엇인가. 추석 전후로 나는 궁금해진다. 주위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와 인터넷 게시판과 댓글 창에 빼곡한 추석을 원망하는 글들을 보면서. 추석으로 인한 가정불화와 사연도 다양해서 몰입해서 읽게 된다. 그러고는 생각한다. 맞아. 저 러시아의 톨스토이 선생께서 그러셨지.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르게 불행하다고. 추석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음력 팔월 보름날로,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 따위의 음식..
[김지수의 서정시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지수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2.09.08 03:00 김연수 작가를 좋아한다. 그는 오래전 문 닫은 여성 잡지에서 함께 일한 동료였다. 20대 시절, 춘천으로 간 MT에서 김연수가 시원하게 내지르던 이상은의 노래 ‘담다디’나 김천에서 치른 그의 결혼식에서 류시화 시인이 읊던 인디언풍 축시가 생각난다. 시조와 하이쿠의 서정이 어우러진 김연수의 애잔한 문체를 좋아하지만, 기실 나는 그가 낸 책의 제목에 먼저 반하곤 했다. 왜 있지 않은가. 제목만으로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책들. 이를테면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든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같은 책들. 그리고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 친구’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같은 책들. 특히 ‘파도가..
[박현모의 실록 속으로] 한산도 대첩 일군 조선 수군, 칠천량에선 왜 무너졌나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입력 2022.09.06 03:00 한산도 승리 5년 뒤인 1597년 7월, 1만여명 조선 수군 괴멸 조정의 압박 못 견딘 원균 ‘유리할 때 공격하라’는 원칙 무시 이순신은 기회 기다리면서 싫은 사람과도 손잡는 리더십 보여 ‘이 섬에서 한 달쯤 살고 싶다.’ 지난달 거제도 북쪽 섬 칠천도에 답사 여행을 갔을 때 든 생각이다.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연륙교를 통해 들어간 칠천도는 ‘아름다운 정적(靜寂)’ 그 자체였다. 이 작고 아름다운 섬에서 425년 전 1만여 조선 수군이 괴멸되었다. “조선 수군 최대 치욕”으로 간주되는 칠천량해전은 한산도대첩보다 정확히 5년 뒤인 1597년 음력 7월에 벌어졌다. 조경남의 ‘난중잡록(亂中雜錄)’을 보면,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조정의 ..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국민은 ‘담대한 개혁’에 나서는 대통령을 지지한다 전성철변호사·글로벌 스탠다드 연구원 회장 입력 2022.09.02 03:00 특별한 사고도 없었는데 임기 시작 몇 달 만에 대통령 지지도가 유례없이 심하게 추락했다. 왜 그랬을까? 다른 대통령들의 집권 초기 모습에서 그 단서를 한 번 찾아보자. 1993년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 그는 선거때 국민에게 ‘변화와 개혁’을 약속했다. 그리고는 취임하자마자 과감하게 실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 취임 한 달여 만에 전격적으로 장군 수십명을 한꺼번에 예편시켰다.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를 척결한 것이다. 이어 자신의 전 재산을 공개하면서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제’ 전면 실시를 발표했다. 이렇게 시작된 ‘변화와 개혁’ 드라이브는 급기야 사상 최대 경제 개혁이라고 일컬어지는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로 그 절정에 달했다..
[김성윤의 맛 세상] 끊어먹기 vs 후루룩 먹기... 국수 먹방서 불거진 ‘면치기 논란’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2.08.30 03:00 국수 먹방서 불거진 논란… ‘끊어먹기 vs 후루룩 먹기’ 호불호 엇갈려 한 번에 소리내며 흡입하는 ‘면치기’, “청각 효과 극대화 상술” 비판도 長壽 의미 깃든 음식… 한입에 들어갈 만큼만 조용히 먹는 게 어떨까 최근 ‘면치기 논란’의 시작은 배우 겸 감독 이정재씨가 출연한 방송이었다. 지난 13일 방송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이영자씨와 만난 이정재씨는 칼비빔국수를 젓가락으로 집어 한입에 다 넣지 않고 적당량을 끊어 먹었다. 이영자씨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이정재씨를 쳐다봤다. 스튜디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출연자들도 “되게 조용히 드신다” “그걸 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영자씨는 “국수 (먹는데) 소리를 안 내요? 소리가 나야죠”라며 ..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자유라는 나무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2.08.26 03:00 취임사 35회, 광복절땐 33회 ‘자유’ 언급했지만 윤 대통령, 확고한 자유의 로드맵 제시엔 미흡 북에 경제적 지원 같은 실용적인 제안에 앞서 그들이 두려워하는 자유·인권 문제 언급했어야 위기였던 자유 살리라고 국민이 정권교체한 것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에 진심인 것 같다. 취임사에서 자유를 35회 언급한 데 이어, 제77회 광복절 축사에서도 33번 말했다. 연설문 내 최다 빈도다. 대통령은 또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이었다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자유를 찾고, 지키고, 확대하는 과정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행사 슬로건에도 ‘되찾은 자유’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그렇게 소중한 보편적 가치를..
[장강명의 사는 게 뭐길래] ‘모던 타임스’ 같은 2022년 식당 풍경 장강명 소설가 입력 2022.08.25 03:00 집에서 거의 밥을 지어 먹지 않는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샐러드를 사 와서 먹을 때도 있고,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빵이나 과자로 대충 때우는 경우도 잦다. 물론 근처 식당에도 자주 간다. 프리랜서니까 정해진 식사 시간이 없어서, 배가 고프면 그때 집을 나선다. 점심을 밖에서 먹고 돌아오는 길에 저녁 음식을 포장해 오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는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피해 음식점을 찾았다. 순댓국 집이든 파스타 가게든 오후 3시쯤 들어가면 한가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시간대는 브레이크 타임이라며 문을 열지 않는 가게들이 생겼다. 지금 우리 집 근처 식당 중에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손님을 들이는 곳은 손에 ..
‘나홀로 노인’ 345만명… “나 죽은 후에도 방치될까 두려워요” 신지인 기자, 오유진 인턴기자(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년), 유서현 인턴기자(고려대 영어교육과 4년) 입력 2022.08.24 03:00 늘어나는 노인 1인 세대 ‘고령 고독사’ 위험 커져 서울 종로구 돈의동의 쪽방촌 건물 2층에서 홀로 사는 박수연(67)씨는 발을 뻗고 누우면 꽉 차는 6.6㎡(2평)짜리 방에서 월 24만원을 내고 지낸다. 23일 찾아간 그의 방 안에는 3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에어컨도 없이 밥솥과 소형 냉장고, 이불, 담배만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냉장고에는 500mL 생수 3개와 음료수, 하얀 깍두기가 든 반찬통 하나뿐이었다. 박씨는 “끼니는 근처 2000원짜리 식당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그 아래층에 사는 나정해(68)씨도 “혼자 산 지 40년째인데 찾아오는 이들이 없어 일주일..
♥[김철중의 생로병사] 체중은 건강한 삶으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2.08.23 03:00 美 보험사는 체중 기반으로 보험 상품 운영하며 회원 건강 꼼꼼히 체크 체중(㎏)을 키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 23일 때 사망 위험 낮아 70세 이후엔 과체중보다 저체중이 위험… “나이들면 부족함 경계해야” 다들 적정 체중을 가지려고 애쓴다. 체중은 먹고 돌아다닌 일상의 결과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였으면 몸무게는 어김없이 늘어난다. 체중은 칼로리 수입과 열량 지출을 표기한 신체 회계장부다. 그렇기에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섰을 때, 전날 내 활동에 대한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다. 먹은 만큼 늘고, 움직인 만큼 준다. 체중은 수학으로, 숫자에 속임수나 착각이 있을 수 없다. 체중계는 살이 안 찐다. 이런 체중을 갖고 돈을 버는 회사가 있다. 미..
[자작나무 숲] 유명해지는 것은 아름답지 않은 일 김진영 연세대 교수·노어노문학 입력 2022.08.16 03:00 노벨상 목표 ‘K 문학 전략’ 부끄러워… 문학은 프로모션 대상 아냐 위대한 문학은 제도·권력·유행의 경계 밖에서 ‘눈물 닦아주는 손’ 러 시인 “별것도 아니면서 모두 입에 오르내리는 건 창피한 일” 한국의 꿈, 노벨 문학상 새 수상자가 10월 초면 발표된다. 어릴 적 국어 선생님은 서정주, 황순원 선생을 후보자로 꼽으셨다. 1970년대에는 김지하 시인이 유력하게, 그것도 일본에서 추천받은 것으로 안다. 이후 몇몇 문인이 단골로 거론되었고, 근래에는 비교적 젊은 작가들이 ‘K 문학’ 붐을 타고 근접해가는 듯하다. 그런데 ‘K 문학’(실은 거의 모든 ‘K 어쩌구’)이란 말이 내게는 못마땅하다. 나는 문학은 상품이 아니며, 따라서 브랜드 개념 ..